중국의 천지창조 신화 > 선사

중국의 천지창조 신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양승국 조회 6,692회 작성일 04-05-12 15:02

본문

반고(盤古)



아득한 옛날 하늘과 땅이 아직 열리지 않았을 때, 우주의 모습은 칠흑같이 어두운 혼돈 상태로, 마치 거대한 계란 모양과도 같았다.

인류의 조상 반고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거다란 거인이었다. 그는, 이 칠흑처럼 깜깜한 혼돈 상태의 계란 속에서 잉태되어 무려 1만 8천 년 동안이나 계속 잠을 잤으며, 잠자는 동안 쉬지 않고 끊임없이 자라나고 있었다.

어느 날, 반고는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부시시 몸을 일으킨 반고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칠흑처럼 깜깜한 어둠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가슴이 답답하고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주는, 반고가 그대로 참고 견디어 내기에는 너무나 어두운 혼돈이었다. 반고는 눈 앞의 암흑에 참을 수 없이 화가 나 어디선가 도끼를 가지고 와서는 칠흑같이 어두운 혼돈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쩍하는 거대한 굉음과 함께 이 거대한 계란이 갑자기 갈라지기 시작했다. 갈라진 많은 조각들 가운데 가볍고 맑은 것(陽氣)은 천천히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었다. 그리고 탁하고 무거운 것(陰氣)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와 땅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하늘과 땅이 깨끗이 분리되지는 못하여 군데군데 붙어 있는 곳이 있었다. 반고는 또다시 끌 하나를 찾아 가지고 와서는 왼손에는 끌을 들고 오른손에는 도끼를 든 채 하늘과 땅이 맞붙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도끼로 쪼개기도 하고 끌로 뚫기도 하였다. 반고는 늠름하고 기세도 당당하게 도끼와 끌을 번갈아가며 이렇게 괴롭고 힘든 일을 쉬지 않고 계속하였다. 얼마 안 가서 반고는 하늘과 땅을 완전히 나누어 놓았다.

하늘과 땅이 완전히 나뉘어진 이후, 반고는 또다시 하늘과 땅이 합쳐질까 두려운 나머지 자신의 머리로는 하늘을 받쳐들고 발로는 땅을 밟은 채 하늘과 땅의 한가운데에 서 있게 되었다. 당시 하늘과 땅은 나날이 쉬지 않고 변화하고 있었다. 하늘과 땅이 변함에 따라 반고의 몸 역시 함께 변화해 갔다.

하늘이 매일 1장 씩 높아지고 당도 날마다 1장씩 두터워져 갔다. 반고의 몸 역시 하늘이 높아짐에 따라 매일 한 장 씩 거 갔다. 이렇게 1만 8천 년이 지나자 하늘은 지극히 높아졌고 땅도 지극히 두꺼워졌다. 반고의 키 역시 아득하게 커졌다.

반고의 키는 도대체 얼마나 커졌을까? 어떤 사람이 추산한 바에 의하면, 키가 무려 9만 리가 되었다고 한다. 이 거인은 마치 기다란 장대처럼 하늘과 땅의 한 복판에 우뚝 서서 다시는 칠흑처럼 깜깜한 혼돈의 상태로 합쳐지지 못하도록 떠받치고 있었다.

반고는 이렇게 하늘과 땅을 떠 받친 채 외로이 서 있었다. 매일매일 잠시도 쉬지 못하고 괴롭고 힘든 일을 계속했다. 그로부터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는지 모르지만, 하늘과 땅의 구조는 이미 상당히 견고해져 이제 그는 하늘과 땅이 합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제 반고는 몹시 지쳐 있어서 휴식이 필요했다. 그는 마침내 우리 인간들처럼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반고가 임종에 이르자, 그의 온 몸에서는 거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그가 내쉬는 숨은 밝은 바람과 구름으로, 목소리는 우레로, 왼쪽 눈은 태양으로, 오른쪽 논은 달로 변했다. 그리고 그의 수족과 몸뚱이는 대지로의 사극(四極)과 이름난 다섯 산(五岳)으로, 그의 피는 내와 강으로, 근육은 길로, 피부와 살은 비옥한 밭으로, 머리카락과 수염은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별들로, 피부 위에 난 솜털은 풀과 나무로, 이빨과 골수 등은 번쩍거리는 금속과 단단한 암석과 아름다운 진주와 옥석으로 변했다. 심지어 아무 쓸모도 없는 땀조차도 만물을 윤택하게 하는 비와 이슬과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로 변했다. 인류의 조상 반고는 새로이 탄생한 이 세상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온 몸을 바쳤던 것이다.


<육문사간 중국신화와 전설>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09-04-02 22:57:56 중국사(으)로 부터 이동됨]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