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회. 黃池爭歃(황지쟁삽) 子路結纓(자로결영) > 4부7 오자서

제82회. 黃池爭歃(황지쟁삽) 子路結纓(자로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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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승국 조회 4,538회 작성일 04-05-1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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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회 黃池爭歃 子路結纓(황지쟁삽 자로결영)

황지에서 삽혈의 순서를 다툰 오왕 부차와

위후에 항거하여 싸우다가 갓끈을 고쳐 매고 죽은 자로

1. 妖夢凶兆(요몽흉조)

- 요사스러운 꿈속의 흉조에도 불구하고 제나라 정벌을 감행하는 오왕 -

한편 주경왕 36년 즉 기원전 484년 봄에 월왕 구천은 대부 제계영에게 군사 3천을 주어 제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출병하는 오군을 돕도록 했다. 오왕 부차는 즉시 구군(九郡)으로 이루어진 오나라 전국에 동원령을 내려 대군을 소집하여 제나라를 정벌하려고 했다. 부차가 선발대를 미리 제나라 국경 근처인 구곡(句曲)에 보내 별궁을 짓게 하고 그 주위에 오동나무를 빽빽이 심게 했다. 사람들은 그 별궁을 오궁(梧宮)이라고 불렀다. 부차는 서시가 오궁으로 옮겨 피서를 하면서 그가 제나라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돌아 올 때를 기다렸다 그곳에서 같이 여름을 나고 귀국할 심산이었다. 오나라 병사들이 드디어 출병할 때가 되자 오자서가 다시 입궁하여 간언했다.

「월나라가 아직 남아 있음은 우리의 뱃속에 있는 커다란 화근이라면, 제나라는 조그만 종기에 불과합니다. 오늘 대왕께서 10만의 군사를 동원하여 제나라를 공격한다면 그 보급 부대의 행렬은 천리를 뻗치게 됩니다. 뱃속의 커다란 화근은 망각하시고 기껏해야 조그만 종기나 하나 짜기 위해 이렇듯 대군을 출동시키니 만일에 제나라와의 싸움에서 패하기라도 한다면 월나라는 우리의 허를 찔러 쳐들어오게 되면 오나라는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부차가 듣고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지금 온 힘을 다하여 군사를 이끌고 출정하려는 마당에 늙은 도적놈이 어찌 감히 불길한 말을 입에 올려 나의 큰 계책을 방해하려 하느냐? 내 마땅히 너의 죄를 물으리라!」

부차가 자서를 죽이려 했으나 백비가 조용히 간했다.

「자서는 선왕 때부터 오나라의 조정에 일을 해온 노신이라 죽일 수 없습니다. 왕께서 만일 자서를 제나라에 사신으로 보내 우리의 공격을 알리게 하고 이어 제후로부터 결전의 날을 받아 오도록 한다면 제후가 노하여 우리 대신 자서를 죽일 것입니다.」

「태재의 계책이 참으로 훌륭하오!」

부차가 곧바로 ‘제나라가 노나라를 침략하여 오나라를 기만한 죄를 묻겠다.’라는 내용의 국서를 쓰게 한 후에 자서를 사자로 명하여 제나라로 가서 제후에게 전하도록 했다. 부차는 제후가 격노하여 자서를 죽여주기를 기대했다.

오나라의 멸망을 확신한 오자서는 아무도 몰래 그의 아들 오봉(伍封)을 데리고 제나라로 출발하였다. 자서가 이윽고 임치성에 당도하여 오왕의 국서를 제후에게 전했다. 제간공이 크게 노하여 자서를 죽이려고 했으나 대부 포식(鮑息)이 간하며 말렸다.

「자서는 곧 오나라의 충신입니다. 여러 번 오왕에게 우리나라를 공격하면 안 된다고 간하여 이제는 오왕과는 사이가 벌어져 물과 불의 관계로 되었습니다. 이번에 오나라가 그를 우리 제나라에 사자로 보낸 목적은 우리를 격노시켜 자서를 죽이게 하고 천하의 비방을 면함과 동시에 이를 트집삼아 우리나라를 침략하려는 명분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마땅히 자서를 돌려보내 오나라로 하여금 충신과 간신이 서로 싸우게 하여 부차의 악명은 천하에 알리시기 바랍니다.」

제간공은 오자서를 후대하고 싸울 날짜를 돌아오는 봄철로 정해 부차에게 고하도록 했다. 원래 포목(鮑牧)은 죽기 전에 자서와 서로 교분을 두터웠다. 그래서 포식은 제후에게 자서를 죽이지 않도록 간언했다. 포식이 아무도 몰래 자서를 찾아와 넌지시 오나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물었으나 오자서는 단지 눈물만을 흘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그의 아들 오봉으로 하여금 포식에게 절을 하게 한 다음 형으로 모시고 그의 집에 머물며 살도록 했다. 이후로는 이름과 성을 왕손봉(王孫封)으로 고치고 오씨 성은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포식이 탄식하며 말했다.

「자서가 자기나라로 돌아가서 충간하다 죽으려고, 오씨들의 제사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자기 아들을 제나라에 남겨 두려고 하는구나!」

아들과 슬픈 마음으로 이별을 한 자서는 오나라로 돌아갔다. 한편 오왕 부차는 출병하는 날짜를 정해 서문을 통하여 왕성을 나와 그 행렬이 고소대에 이르자 행군을 잠시 멈추게 하고 잔치를 벌려 군사들을 배불리 먹였다. 식사를 끝내고 낮잠을 자던 부차가 이상한 꿈을 꾸다가 깨어났다. 꿈 때문에 마음이 심란하게 된 부차는 즉시 백비를 불러 자기가 꾼 꿈 이야기를 했다.

「과인이 잠시 낮잠을 자게 되었는데 많은 꿈을 꾸었소. 꿈속에서 처음에 장명궁(章明宮)으로 들어가서 보니 가마 솥 두개가 놓여 있는데 아무리 불을 떼도 밥이 익지 않았소. 다시 어디선가 검은 개 두 마리가 뛰어 나오더니 한 마리는 북쪽을 향해 짓고 또 한 마리는 남쪽을 향해 짖었소. 쇠로 만든 삽 두 자루가 궁궐의 담장에 꽂혀 있었고 다시 난데없이 어디선가 큰물이 흘러 궁궐의 전당이 온통 물에 잠겼소. 이어서 궁궐의 뒤편에서는 북소리인 듯도 하고 종소리 같기도 한 소리와 대장간에서 쇠를 단련하는 듯한 소리가 동시에 들리더니, 궁궐의 뜰 앞에는 다른 나무들은 없고 오직 오동나무만이 심어져 있는 모습을 보았소. 태재는 나를 위해 그 꿈이 길한지 불길한지 점을 쳐보기 바라오.」

태재 백비가 머리를 숙이며 칭하의 말을 올렸다.

「참으로 길한 꿈입니다. 대왕께서 꾸신 꿈은 제나라에 원정하여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음을 말합니다. 신은 듣기에 ‘장명(章明)이라는 말은 곧 적을 파하여 공을 이루고 외치는 랑랑한 소리를 말하고 두 개의 가마솥에 불을 떼어도 밥이 익지 않았음은 대왕의 덕이 성하여 남아돈다는 뜻을 말합니다. 또한 두 마리의 개가 각각 남북을 향하여 짓은 행위는 사방의 오랑캐들이 조빙 사절을 보내와 복종을 맹세하고 동시에 중원의 제후들이 패왕에게 내조한다는 뜻을 의미합니다. 궁궐 담장에 삽자루가 꽂혀 있음은 농부들과 장인들이 모두 힘을 다해 생업에 힘쓰고 있음을 말하며 전당 안으로 흘러들어 들어오는 큰물은 이웃나라가 조공으로 헌상품을 바쳐 우리나라의 재화가 풍족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궁실의 뒤편에서 대장장이가 쇠를 두드릴 때처럼 나는 소리는 궁녀들이 희희낙락하며 화음을 맞추어 부르는 노랫소리입니다. 궁궐의 앞뜰에 심어져 있는 오동나무는 즉 오동은 금(琴)과 슬(瑟)을 만드는 재료라 그 소리로 천하를 화합하게 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대왕의 이번 행차는 실로 대길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비록 백비의 아첨하는 말에 마음은 즐거웠지만, 부차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남아 있었다. 다시 왕손락을 불러 꿈 이야기를 하고 그 길흉을 물었다. 왕손락이 대답했다.

「신의 어리석은 소견으로는 그 뜻을 알 수 없습니다. 성의 서쪽에 있는 양산(陽山)이라는 조그만 산이 있는데, 그곳에 이름이 공손성(公孫聖)이라는 도사가 한 명 살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아는 것이 많은 만물박사입니다. 그를 한번 불러 물어 보십시오」

「장군이 나를 위해 그 사람을 불러오도록 하시오.」

왕손락이 부차의 명을 받들어 수레를 몰아 양산으로 가서 공손성을 모시러 갔다. 공손성이 왕손락으로부터 부차가 꾼 꿈 이야기를 다 듣고 나더니 갑자기 땅에 엎드려 눈물을 흘렸다. 그의 처가 곁에 있다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성격은 참으로 어리석기 그지없습니다. 평소에 왕의 접견을 그렇게 원하더니 갑자기 왕의 부름을 받자 어찌하여 그렇게 슬프게 우십니까?」

공손성이 길게 탄식하며 말했다.

「슬픈 일이로다! 당신은 모르고 있지만 나는 이미 나의 운명을 알고 있었소. 그날이 바로 오늘이요. 오늘 그대와 영원히 이별하는 날이니 그것이 슬퍼서요.」

왕손락이 길을 떠나기를 재촉하여 공손성을 태우고 마차를 서둘러 몰아 부차가 있는 고소대에 당도했다. 부차가 공손성을 불러들여 자기의 꿈을 상세하게 이야기했다. 공손성이 듣고 말했다.

「신이 그 꿈에 대한 해몽을 해 드리면 저는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감히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참으로 고약한 꿈입니다. 대왕께서 꾸신 꿈은 군사를 일으켜 제나라를 정벌하는 일을 말함입니다. 장(章)이라는 말은 싸움을 해도 이기지 못하여 장황(章皇)히 달아난다는 말이고 명(明)이란 밝은 데로부터 어두운 곳으로 향한다는 뜻입니다. 두 개의 가마솥에 아무리 불을 때도 밥이 익지 않음은 대왕께서 싸움에서 패하여 익지 않는 밥을 드신다는 말입니다. 검은 개가 남북을 향하여 짓은 행위는 흑(黑)이라는 말은 어둡다는 뜻이니 어두운 곳으로 달아난다는 뜻이며 궁궐의 답장에 꽂혀 있었던 두 개의 삽은 월나라의 병사들이 오나라에 쳐들어와 사직을 폐허로 만든다는 뜻이며, 전당 안으로 흘러 들어온 큰물은 후궁이 물에 잠겨 텅텅 비게 된다는 뜻입니다. 궁궐의 뒤쪽에 있던 방에서 철을 단련하는 듯한 소리는 궁녀들이 모두 포로가 되어 탄식하는 소리이며 궁궐의 뜰에 심어져 있던 나무가 모두 오동나무라 함은 오동나무는 관이나 순장한 기물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것이라 대왕이 죽어 순장되기를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제나라를 정벌하려는 계획을 거두시고 다시 태재 백비님의 의관을 벗기고 맨몸으로 만들어 죄인으로 월나라에 보내어 구천에게 사죄를 청하게 하십시오. 그렇게 하신다면 나라를 보전하고 대왕은 생명을 건질 수 있습니다.」

백비가 곁에 있다가 큰 소리로 공손성을 비난했다.

「초야의 필부가 함부로 입을 놀리니 마땅히 죽여야 합니다.」

그러나 공손성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백비를 노려보며 큰 소리로 욕을 했다.

「태재 백비야! 너는 높은 벼슬자리와 많은 록을 받으며 힘을 다하여 충성을 바쳐 주군의 은혜에 보답하려 하지 않고, 하는 일마다 아첨과 모함만을 일삼으니 훗날 월나라 군사들이 쳐들어와 오나라를 멸망시킬 때 어찌 능히 너 혼자만 그 더러운 목숨을 보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부차가 대노하며 말했다.

「들판에 사는 무식한 야인 주제에 앞뒤 생각 없이 함부로 주둥이를 놀려 란언을 지껄이니 죽이지 않는다면 혹세무민할 것이다.」

부차가 자기 곁에 서 있던 장사 석번(石番)을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가지고 있는 철추로 저 도적놈의 머리를 쳐서 죽여라!」

공손성이 하늘을 쳐다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하늘이여, 하늘이여! 나의 원통함을 아십니까? 충성스러운 말을 했으나 죄를 얻게 되어 무고하게 몸이 죽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내가 죽은 다음에 땅에 묻지 말고 양산 밑에 던져 놓기 바라오. 내가 나중에 그림자라도 되어 오나라 군사들이 쳐들어오게 되면 그 소식을 전하여 대왕에게 그 은혜에 보답하리라!」

부차가 석번을 재촉하여 공손성을 격살하게 한 후에 그 시체를 가져가 양산 밑에다 던져 버리게 했으나 그래도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아 저주의 말을 했다.

「표범과 승냥이가 너의 고기를 먹고, 산불이 일어나 너의 뼈를 태우게 되고, 광풍이 타다 남은 너의 해골을 날려 버려 형체도 그림자도 없게 될텐데 네가 어찌 능히 말을 하며 나에게 알릴 수 있겠느냐?」

백비가 술잔에 술을 따라 부차에게 바치며 말했다.

「대왕에게 경하의 말을 드리겠습니다. 요사스러운 자를 이미 죽였으니 원컨대 술을 한 잔 올리겠습니다.」

후세의 사관이 시를 지어 이 일을 한탄했다.

요사스러운 꿈속에서 흉조가 이미 나타났건만

교만한 임금은 여전히 제나라를 정벌하여 공만을 탐하는구나!

오나라 조정에 지략과 무예를 갖춘 자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공손성과 같이 충성심을 다하여 간하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

妖夢先機已兆凶(요몽선기이조흉)

驕君尙戀伐齊功(교군상연벌제공)

吳庭多少文和武(오정다소문화무)

誰似公孫肯盡忠(수이공손긍진충)

2. 艾陵之戰(애릉지전)

- 기원전 484년 애릉의 싸움에서 제군을 섬멸한 오왕 부차

부차는 스스로 중군 대장이 되고 태재 백비를 부장으로, 서문소(胥門巢)는 상군대장으로 왕자 고조(姑曹)는 하군 대장으로 삼았다. 군사의 수효는 모두 합하여 10만을 헤아리는 대군이었다. 부차가 이끄는 대군은 월나라에서 보내 온 3천의 군사와 함께 호호탕탕 제나라를 향해 진격했다. 부차는 먼저 사람을 노애공에게 사자를 보내어 같이 군사를 합하여 제나라를 공격하자는 뜻을 전하게 했다. 자서가 중도에 부차를 만나게 되어 제나라에 갔다 온 일을 복명하고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오나라로 들어가 부차를 따라 종군하지 않았다.

한편 문상(汶上)①에 주둔하면서 노나라를 노리고 있던 제나라의 장수 국서는 오노(吳魯) 두 나라가 서로 힘을 합하여 제나라를 공격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여러 장수들을 불러 적군을 막을 계책을 의논하던 중에 급보가 왔다.

「진상국께서 그의 동생 진역(陳逆)을 사자로 보내왔습니다.」

국서가 여러 장수들을 이끌고 진역을 중군으로 맞이하여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오나라 군사들이 우리 제나라를 향해 거침없이 쳐들어 와 그들의 행렬은 이미 박(博)②과 영(嬴)③을 통과하여 행군 중이라 나라의 안위는 경각지간에 달리게 되었습니다. 상국께서는 여러분들이 적군을 막는데 힘을 다하지 않을까 걱정하여 소장을 보내어 독려하도록 하셨소. 오나라와의 싸움은 단지 뒤로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 외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싸우다가 오로지 죽음만을 생각하고 결코 살아 돌아갈 생각은 말아야하며, 군중에는 오로지 전진만을 알리는 북소리만 쳐야하며 후퇴를 알리는 쟁이는 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제나라의 여러 장수들이 자리에 일어나더니 일제히 말했다.

「우리들은 목숨을 걸고 적을 막겠습니다.」

국서가 령을 전하여 진채를 거두고 오나라 군사들의 진격을 저지하기 위해 행군을 시작했다. 제군이 애릉(艾陵)④에 당도하여 진을 치고 오군을 기다렸다. 이윽고 서문소가 이끄는 오나라의 상군이 제군의 진영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국서가 보고 여러 장수들에게 물었다.

「누가 먼저 출진하여 적세를 시험해 보겠는가?」

공손휘(公孫揮)가 흔연히 앞으로 나와 출전을 자청하고 한 떼의 본부 병사들과 병거를 이끌고 바람같이 달려서 앞으로 나갔다. 서문소가 황망 중에 공손휘의 공격을 막으며 두 장수들 간에 칼싸움이 시작되었다. 두 사람이 30여 합을 싸웠음에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 국서가 사기충천한 기세로 두 사람이 승부를 내지 못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중군을 이끌고 나와 서문소를 뒤에서 협공했다. 군중의 북소리가 벼락치듯이 나며 제나라의 본군이 밀려오자 서문소는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싸움에서 크게 패하여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서전에서 승리를 취하여 기세가 더욱 등등해진 국서는 군사들에게 긴 밧줄을 구하여 몸에 휴대하도록 명하며 말했다.

「오나라 사람들은 머리털을 자르지 않고 길게 기르는 습속을 가지고 있다. 마땅히 준비한 밧줄로 그들의 목을 꿰어 가져오도록 하라!」

제나라의 군사들의 기세는 마치 미친 파도와 같이 스스로 도취되어 조석지간에 오나라의 군사들을 모조리 도륙하여 없애 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서문소가 패잔병들을 이끌고 돌아가 오왕을 접견하였다. 오왕이 크게 노하여 서문소를 죽여 제물로 삼으려 했다. 서문소가 상주하며 말했다.

「신이 처음으로 싸움에 임하여 적군의 허실을 미처 살피지 못한 관계로 어쩌다가 군사를 꺾이게 되었습니다. 만일 다시 싸워서 싸움에 지게 되면 그때는 기꺼이 군법을 받겠습니다.」

백비가 옆에 있다가 그 역시 있는 힘을 다해 서문소의 죄를 용서하라고 부차에게 간했다. 부차가 큰 소리로 질책하며 서문소를 상군대장의 자리에서 면직시키고 목숨만을 살려주었다. 이어서 전여(展如)를 대장으로 삼아 서문소 대신 상군을 이끌게 했다. 그때 마침 노나라의 장수 숙손주구(叔孫州仇)가 원병을 이끌고 오나라의 군사를 돕기 위해 부차의 진영에 당도했다. 숙손주구에게 갑옷과 칼을 하사한 부차는 그에게 향도의 일을 맡도록 하고 애릉에서 5리 떨어진 곳에 진채를 세우도록 명했다. 국서가 사자를 시켜 전서를 써서 부차에게 전하게 했다. 오왕이 내일 싸우자는 비답을 써서 보냈다. 다음날 아침 두 나라 군사들은 각기 자기 진채를 뒤로하고 앞으로 나와 서로 대치했다. 부차가 숙손주구로 하여금 제 일진을 맡겨 앞으로 나가 싸우게 하고, 전여는 제2진으로 왕자 고조는 제3진으로 삼아 순서에 따라 앞으로 나가 싸우게 하였다. 그리고 월나라의 원군 3천은 제계영(諸稽郢) 대신 서문소를 대장으로 삼아 선봉을 맡겨 적을 유인하는 임무를 맡겼다. 부차와 백비는 대군을 이끌고 높은 곳에 머무르면서 전세를 살펴 가며 돕도록 했다. 또한 월나라 장수 제계영은 자기 곁에 머물게 하여 싸움을 관전토록 했다.

한편 제나라 진영에서도 싸움에 임하기 위해 전투대형으로 이루자 진역이 여러 장수들에게 모두 입에 구슬을 물라고 명하면서 말했다.

「싸우다 죽으면 즉시 관에 넣어 주리라!」

공손하와 공손휘는 군사들로 하여금 모두 장송곡을 부르게 하여 출전케 하면서 맹세를 했다.

「살아 돌아오는 자는 열렬 장부가 아니로다!」

국서가 보고 말했다.

「여러분들이 필사의 각오로 스스로 용기백배하니 어찌 우리가 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것을 걱정하겠는가?」

양쪽 군사들이 대진을 마치자 서문소가 먼저 앞으로 달려 나와 싸움을 걸었다. 국서가 공손휘에게 명했다.

「저자는 너에게 싸움에서 진 패장이 아닌가? 그대가 가서 잡아오기 바란다!」

공손휘가 극들 들고 달려 나가자 서문소는 다짜고짜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숙손주구가 한 떼의 군마를 이끌고 공손휘의 앞을 가로막으며 싸움을 걸어왔다. 서문소가 달아나다가 방향을 바꾸어 다시 공손휘를 향하여 공격해 왔다. 국서가 보고 공손휘가 양쪽에서 협공을 당할까 걱정하여 다시 공손하에게 출정을 명하여 공손휘를 돕도록 했다. 서문소는 앞으로 달려나오다가 공손하를 보더니 말머리를 돌려 다시 달아났다. 공손하가 서문소의 뒤를 추격했다. 오나라의 진영에서는 상군대장 전여가 다시 군사를 이끌고 앞으로 나와 공손하의 앞을 가로막으로 공격해 왔다. 서문소가 다시 방향을 돌려 앞으로 돌진하여 전여을 도왔다. 제나라 장수 고무평(高无平)과 종루(宗褸)가 보고 분기탱천하여 일제히 출진하자 오나라의 왕자 고조(姑曹)가 휘하의 군사를 이끌고 앞으로 나와 두 장수를 상대하면서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양쪽의 군사들이 모두 있는 힘을 다하여 쌍방 간에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비슷한 전황을 유지하였다. 오나라 병사들이 물러서지 않자 국서가 북채를 병졸로부터 빼앗아 친히 북을 두드리며 대군을 모두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 싸움을 돋우려 했다. 오왕 부차가 높은 언덕에 앉아서 친히 전세를 살피다가 제나라의 군사들이 십분 용기백배하여 용감히 싸워 오나라의 군사들이 점점 밀리는 모습을 보고 즉시 백비에게 1만의 군사를 이끌고 달려 나가 싸움을 도우라고 명했다. 국서는 다시 달려 나오는 오나라의 원군을 보고 군사를 나누어 막으려고 하는 순간에 갑자기 퇴각을 알리는 쟁이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며 울렸다. 제나라 군사들은 그 소리가 오나라 군사들이 퇴각하는 신호로 알았다. 그러나 그 쟁이 소리는 3대로 나윈 3만의 그의 정예병들이 제나라 진영의 측면을 향해 공격하라는 신호였다. 제나라의 대군은 세 군데로 갈라졌다. 전여, 고조 등 오나라의 장수들은 오왕이 친히 대군을 이끌고 싸움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용기백배하여 앞으로 나아가 제나라 진영으로 돌격을 감행했다. 오군의 맹공에 제나라 군사들은 십중칠팔이 꺾이고 말았다. 전여는 제나라 진영에서 공손하를 사로잡고 서문소는 병거에 타고 있던 공손휘를 창으로 찔러 죽였다. 부차도 친히 활을 쏘아 종루를 맞추어 죽였다. 여구명(閭邱明)이 국서에게 말했다.

「제나라 군사들은 거의 전멸했습니다. 원수께서는 평복으로 갈아입고 군사들 틈에 끼어 달아났다가 후에 별도의 계획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내가 제나라의 10만 군사를 모두 오나라 군사들에 손에 죽게 만들었는데 내가 무슨 면목으로 돌아가 주군을 뵐 수 있겠는가?」

국서는 즉시 갑옷을 벗어 던지고 오나라 군사들 속으로 달려가 난군 중에 섞여 죽었다. 여구명은 숲 속의 풀 더미 속에 숨어 있다가 역시 노나라 장수 숙손주구에게 발각되어 사로 잡혔다. 부차가 제나라 군사들을 크게 물리치고 여러 장수들은 자기들의 전공을 고했다. 그들은 모두 제나라의 상장 국서와 공손휘를 죽이고 공손하와 여구명을 생포했다고 보고하였다. 생포한 공손하와 여구명은 즉시 참수형에 처해졌다. 도망쳐 목숨을 부지할 수 있던 제나라의 장수는 고무평과 진역 두 사람뿐이었고 기타 생포되어 참수 당한 제나라의 군사들과 장수들의 수효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제나라의 병거 800승은 모두 오나라의 소유가 되었으며 오나라 병사들에게 화를 면한 자는 거의 없었다.

부차가 옆에 있던 제계영을 바라보고 물었다.

「그대는 오나라 병사들의 용맹함이 월나라의 병사들과 비교해서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제계영이 머리를 숙여 말했다.

「오나라 병사들의 강성함은 천하에 당할 나라가 없습니다. 어찌 우리 월나라에 비하십니까?」

부차가 크게 기뻐하여 월군에게 많은 상을 내리고 제계영에게 그들을 데리고 귀국하여 오나라의 승전을 월왕에게 알리게 했다. 제간공이 크게 놀라 진환과 감지를 불러 상의한 후에 오나라 진영에 사자를 급파하여 많은 황금과 비단을 공물로 바치고 죄를 빌며 강화를 청하였다. 부차는 강화요청을 받아들이고 제와 노 두 나라가 형제지국으로 지내며 서로 공격하여 해치는 일이 없도록 회맹을 주재했다. 두 나라 군주들이 모두 부차의 명을 쫓아 회맹을 받아들였다. 부차가 이어서 개선가를 부르며 회군했다. 후세의 사관이 시를 지어 노래했다.

애릉에 백골이 산처럼 쌓이게 하였으니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오왕이 개선했다고 알았더라

장한 기개는 한 때는 우주라도 집어 삼킬만 했건만

오나라 관문 안에 잠복한 우한을 누가 알았으리요?

艾陵白骨壘如山(애릉백골루여산)

盡道吳王奏凱還(진도오왕주개환)

壯氣一時呑宇宙(장기일시탄우주)

隱懮誰想伏吳關(은우수상복오관)

부차가 구곡(句曲)에다 새로 지은 오궁(梧宮)으로 개선하여 서시를 보고 말했다.

「과인이 그대를 이곳에 와서 머물도록 한 이유는 하루라도 빨리 그대를 보기 위함이었다!」

서시가 인사를 올리고 부차의 승전을 치하했다. 그때는 초가을이라 오동나무의 녹음이 우거지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었다. 부차와 서시가 고대에 올라 술을 마시며 마음껏 즐기다가 시간이 어느덧 야심하게 되었다. 갑자기 궁궐 담장 밖에서 어린아이들이 노래를 합창하여 부르자 부차가 듣게 되었다.

오동잎은 차가운데

오왕은 아직도 술에 깨지 않았는가?

오동잎은 가을을 알리는데

오왕은 슬픔에만 잠겨 있는가?

桐葉冷(오엽냉)

吳王醒未醒(오왕성미성)

梧葉秋(오엽추)

吳王愁更愁(오왕추갱수)

부차가 노래 말을 불쾌하게 생각하여 사람을 시켜 어린아이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게 하였다. 어린아이들에게 물었다.

「이 노래는 누가 가르쳐 주어 부르게 되었는가?」

아이들이 말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붉은 옷을 입은 동자가 가르쳐 주었습니다.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

부차가 화를 내며 말했다.

「과인은 하늘이 보내 주어 태어나게 했으며 신이 도와 일을 이루고 있는데 어찌 내가 수심에 잠겨 있다고 하느냐?」

부차가 어린아이들을 모조리 죽이려고 하자 서시가 가까스로 말려 그만두게 했다. 백비가 들어와 말했다.

「봄이 오면 만물은 기뻐하며, 겨울이 오면 만물은 슬퍼함은 하늘의 이치입니다. 어찌하여 근심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부차가 즉시 기쁜 마음이 되었다. 오궁에서 서시와 3일을 지낸 다음 어가를 움직여 오도로 돌아왔다.

3. 子胥之死(자서지사)

- 만고의 열혈남아 오자서의 죽음 -

이윽고 오왕이 전당에 오르자 만조백관이 모두 달려와 제나라와의 싸움에서 개선한 공을 치하했다. 자서 역시 조당에 들어왔지만 그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차가 오자서를 비난하며 말했다.

「경은 과인에게 제나라에 대한 정벌은 옳지 않다고 극력 간했으나 오늘 내가 오히려 제나라와의 싸움에서 이겨 공을 이루고 돌아왔소. 그래서 유독 경 한 사람만이 공을 세우지 못했으니 이것은 마땅히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니오?」

오자서가 두 손으로 자기의 가슴을 치며 자기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풀어 내 놓으며 말했다.

「하늘은 장차 사람이 나라를 망하게 할 때는 먼저 조그만 기쁨을 내려 주고, 후에 커다란 환란을 내리는 법입니다. 제나라와의 싸움에서 이긴 일은 조그만 기쁨에 불과한 일입니다. 신은 조만 간에 커다란 환란이 들어 닥칠 때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부차가 얼굴빛을 바꾸며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동안 상국을 오래 동안 보지 않아 내 귀가 한 동안 조용하더니만 이제 다시 와서 시끄럽게 굴며 성가시게 하는 구려!」

부차가 말을 마치고 즉시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그런 자세로 옥좌에 앉아서 오래 동안 눈을 크게 뜨고 무엇인가를 노려보더니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참으로 괴이한 일이로다!」

여러 신하들이 물었다.

「대왕께서 무엇을 보셨습니까?」

「내가 조금 전에 보았는데 네 사람이 서로 등을 기대고 앉아 있다가 잠깐 사이에 네 사람이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 버렸다. 그리고 다시 전당 아래에 두 사람이 싸우더니 북쪽을 향해 서 있던 사람이 남쪽을 향해 서 있던 사람을 죽였다. 여러분들도 그 일을 보았는가?」

여러 신하들이 말했다.

「저희들은 아무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자서가 나서서 말했다.

「네 사람이 서로 등을 기대고 앉아 있다가 사방으로 달아난 일은 전하의 곁에 있던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짐을 의미하며 전당 밑에서 도적 두 명이 싸운 일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범한다는 뜻이니 즉 신하가 그 임금을 죽인다는 말입니다. 왕께서 만일 경계의 말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신다면 필시 몸은 죽고 나라는 망하는 화를 입을 것입니다.」

부차가 노하여 말했다.

「그대의 말은 너무 불길하도다. 내가 더 이상 그대의 말을 듣지 않겠노라!」

백비가 나서서 부차의 비위를 맞추었다.

「네 사람이 흩어져 사방으로 달아남은 우리 오나라 궁궐의 뜰로 달려온다는 뜻이니 이것은 곧 오나라가 천하의 패자가 되어 주나라를 대신하게 됨을 말합니다. 또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범했음은 신하가 그 군주를 범하는 뜻이니 우리가 주나라를 대신한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태재의 말이 나의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 주는 구려! 상국은 이미 나이가 들었으니 어찌 내가 취할 수 있겠소?」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월왕 구천이 월나라의 여러 신하들을 이끌고 몸소 부차에게 내조하러 왔다. 부차가 제나라와 싸워서 얻은 승전을 축하한 구천은 오나라의 군신들에게 모두 뇌물을 바쳤다. 백비가 말했다.

「이것이 바로 세상의 제후들이 모두 우리 오나라 궁궐의 뜰 안으로 달려온다는 말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오왕이 문대에 술상을 준비하라 이르고 구천을 접대했다. 구천이 곁에 앉아서 부차를 모시고 여러 대부들은 그 곁에서 시립했다. 부차가 말했다.

「과인이 듣기에 ‘임금 된 자는 공이 있는 신하는 잊어서는 안 되고 아비 되는 자는 힘을 다하여 자기를 받드는 아들을 잊으면 안 된다’했다. 오늘 태재 백비는 과인을 위해 군사를 훈련시킨 공이 있으니 내가 장차 그를 상경으로 삼고자 한다. 또한 월왕 구천은 과인을 효로써 받들며 시종일관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니 내가 장차 월나라의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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