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회. 柏擧之戰(백거지전) 掘墓鞭尸(굴묘편시) > 4부7 오자서

제76회. 柏擧之戰(백거지전) 掘墓鞭尸(굴묘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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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승국 조회 4,551회 작성일 04-05-1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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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회 柏擧之戰 掘墓鞭尸(백거지전 굴묘편시)

백거의 싸움에서 이겨 영성을 점령한 오왕 합려와

무덤의 시신에 채찍질하여 부형의 원한을 갚은 오자서

1. 貪功誤國(탐공오국)

- 공을 탐하여 나라를 망친 낭와 -

심윤수가 군사를 이끌고 오나라의 퇴로를 끊기 위해 신식(新息)을 향해 출발하고 나자 오와 초 두 나라 군사들은 한수를 사이에 두고 대치한 상태로 며칠을 보냈다. 무성흑(武城黑)이 영윤인 낭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말했다.

「오나라 군사들이 배에서 내려 뭍으로 올라와 그들의 장기인 배를 버렸을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이곳의 지리에도 어둡다고 생각한 사마께서 이미 그들을 파할 계책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오늘 오나라 군사들은 우리와 수일간 대치하면서 한수를 건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은 이미 해이해 졌을 것입니다. 이때를 이용하여 우리가 서둘러 강을 건너 그들을 공격하면 승리를 취할 수 있습니다.」

낭와가 총애하는 장수 사황(史皇)이 곁에 있다가 무성흑을 거들었다.

「초나라 백성들은 영윤 보다는 심사마를 더 따르고 있습니다. 만약 사마가 오나라의 군선들을 불사르고 그들의 퇴로를 막아 파한다면 그 공은 모두가 심사마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관직은 높고 이름은 무거운 영윤께서 수차에 걸쳐 싸움에 패하고 오늘 다시 오나라 군사를 물리치는 공을 사마에게 양보한다면 싸움이 끝난 다음에는 백관들을 거느릴 수 없어 결국 영윤을 대신하여 초나라의 모든 정사는 사마의 차지가 될 것입니다. 무성흑 장군의 말대로 한수를 건너 승부를 한번 겨루어 보십시오」

낭와가 두 사람의 말에 혹하여 즉시 삼군에게 령을 내려 한수를 도하하여 소별산(小別山)① 산록에 진채를 세우게 했다. 사황이 선봉을 맡아 군사를 이끌고 오나라 영채 앞으로 나가 싸움을 걸었다. 손무는 오왕의 동생 부개(夫槪)를 선봉장으로 임명하여 출전시켰다. 부개가 부하들 중 용사 3백 명을 선발하여 출전하면서 그들로 하여금 단단한 박달나무로 만든 큰 몽둥이로 무장시켰다. 오나라 군사들은 다짜고짜로 앞으로 달려가 초나라 군사들의 머리를 두들겨 패고는 재빨리 물러났다. 초나라 병사들은 일찍이 이런 군진을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손 한번 쓰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오나라 군사들에게 심하게 두들겨 맞았다. 초장 사황은 싸움에서 크게 패하여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낭와가 사황을 보고 말했다.

「네가 한수를 건너 공격하자고 해서 왔는데 오자마자 싸움에서 패해 놓고 무슨 면목으로 나를 찾아 돌아 왔는가?」

「전투를 벌렸으나 적장을 참하지 못했고, 적진을 공격했으나 적국의 왕을 사로잡지 못했으니 이는 소장이 병가에서 말하는 용장이 아님을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오왕의 대채가 대별산(大別山)② 밑에 있으니 오늘밤 아무도 예상치 못한 때를 이용하여 대채를 덮치면 오왕을 사로잡아 대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낭와가 사황의 계책을 따라 즉시 정예병 만 명을 뽑아 군장을 갖추게 한 후에 입에는 함매를 물리고 지름길을 이용하여 대별산 뒷면으로 돌아 오왕의 대채를 덮치려고 했다. 초나라의 남은 모든 군사들은 낭와의 군령에 따라 대별산을 향해 진군했다.

한편 손무는 부개가 초전에서 승리하여 오나라의 여러 장수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말했다.

「낭와는 곧 도량이 좁고 요행수나 바라보고 공을 탐하는 자이지만 그 밑의 사황이라는 장수가 있고 또한 초전의 싸움에서 져서 비록 군사가 조금 꺾였다고는 하지만 아직 초군의 전력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소. 초군은 초전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하여 오늘밤에 필시 우리의 대채를 습격해 올 가능성이 있소. 적군의 기습에 대한 대비를 해야만 하오.」

손무가 말을 마치고 령을 내려 부개와 전의(專毅)에게 본부병을 이끌고 대별산 어귀의 좌우에 각각 매복시키고 초각(哨角) 소리가 들리면 매복에서 일어나 초군을 공격하도록 했다. 다시 당과 채 두 나라 군주에게 명하여 부개와 전의의 군사를 뒤에서 각기 호응하도록 했다. 오원에게는 5천의 군사를 주어 소별산 쪽으로 나아가게 하여 낭와의 본진을 습격하게 하고 다시 백비에게 일군을 주어 그 뒤를 받치게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공자산(公子山)에게는 오왕을 호위하는 임무를 맡기고 그 진채를 한음산(漢陰山)으로 옮겨 초군의 예봉을 피하도록 했다. 그리고 나서 대채를 비운 다음 깃발을 꽂고 나이가 들고 허약한 군사 수백 명을 남겨 지키게 했다. 손무가 호령을 끝내고 이윽고 시간은 삼고가 되었다. 과연 초나라의 정예병을 이끌고 대별산의 지름길을 가로질러 산 뒤에서 나타난 낭와는 오군의 대채가 적막하여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군사들에게 함성을 지르며 오군의 진영을 향하여 돌격하도록 했다. 그러나 오군의 대채는 텅 비어 있었다. 황망 중에 매복을 두려워한 초군은 오나라 대채를 빠져 나오려고 하였다. 그러자 갑자기 사방에서 초각 소리가 일제히 울리더니 전의와 부개가 이끄는 오나라의 양로 군사들이 좌우에서 일제히 일어나 초군을 협공했다. 낭와는 혼비백산하여 한편으로는 싸우고 한편으로는 달아났으나 이끌고 온 군사들 중 삼분의 일을 잃었다. 낭와가 간신히 부개와 전의의 군사들 공격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갑자기 대포소리가 천지를 흔들어 쳐다보니 오른 쪽에는 채후와 왼쪽에는 당후가 초나라 군사들의 퇴로를 끊으며 앞으로 달려 나왔다. 당후가 낭와를 향하여 소리쳤다.

「내 숙상마(驌驦馬)를 돌려주면 네 목숨은 살려주겠다.」

채후도 역시 낭와를 향하여 소리쳤다.

「나의 갖옷과 패옥을 돌려주면 네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낭와는 수치스럽기도 하고 또한 화가 나기도 하였으나 한편으로는 황망하여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바야흐로 낭와의 처지가 위급한 순간이 되었으나, 마침 무성흑이 일대의 군사를 이끌고 와서 당과 채 두 군주의 군사를 크게 공격하여 낭와를 구출했다. 낭와와 무성흑이 몇 리를 앞으로 도망쳐 나아가는데 대채를 지키던 수비병 한 명이 앞으로 달려와 고했다.

「본영의 대채는 이미 오나라 장수 오원에게 점령당하고 사황 장군은 이미 크게 패하여 달아났는데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

간담이 서늘해진 낭와는 패잔병을 이끌고 밤새도록 달려 백거(柏擧)③라는 곳에 당도하여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한참이 지나자 사황도 역시 백거에 당도하고 그가 이끌던 잔병도 점차로 모여들기 시작하자 다시 영채를 세울 수 있었다. 낭와가 사황을 보고 말했다.

「적장 손무의 용병하는 법이 과연 임기응변에 능하니 이곳을 버리고 영성으로 돌아가 군사를 청하여 오나라 군사들을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영윤께서 대군을 이끌고 이곳으로 출전한 목적은 한수를 건너 영도로 쳐들어오는 오나라 대군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곳의 진채를 버리고 영도로 도망친다면 오나라 군사들은 우리의 뒤를 추격하여 한수를 건너 곧바로 영성에 당도할 것입니다. 영윤께서는 그 죄를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차라리 이곳에서 남은 힘을 다하여 일전을 벌리다가 싸움 중에 죽는다면 아름다운 이름이나마 후세에 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

낭와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는 참에 갑자기 군사가 들어와 보고를 하였다.

「초왕께서 우리를 돕기 위해 다시 일군을 보냈습니다.」

낭와가 지원군을 맞이하기 위해 영채 밖으로 나가서 보니 지원군의 대장은 곧 원석(薳射)이였다. 원석이 낭와를 보고 말했다.

「세력이 강한 오나라 군사들을 영윤께서 혹시 이기지 못할 것을 걱정하신 주상께서 특별히 저에게 1만의 군사를 주어 영윤을 돕도록 명하셨습니다.」

원석이 오나라와 벌린 싸움의 전말에 대해 물었다. 낭와가 싸움의 과정을 원석에게 상세히 설명하면서 얼굴에는 부끄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원석이 듣고 말했다.

「만약 심사마의 말을 들었더라면 어찌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겠습니까? 지금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계책은 오로지 도랑을 깊이 파고 보루를 높이 올려 오나라 군사들과 싸우지 않고 굳게 지키며 심사마의 군사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힘을 합하여 양쪽에서 오나라 군사들을 협공하는 것입니다.」

「내가 병사들을 가볍게 움직여 오나라의 진채를 습격하였으나 그들의 함정에 빠져 오히려 우리의 진채를 오나라에 빼앗겼소! 만약에 장군이 이끌고 온 군사와 내가 거느린 군사들을 합한다면 어찌 우리의 힘이 오나라보다 약하다고 할 수 있겠소? 오늘 원기 왕성한 장군의 군사들이 전장에 곧바로 당도하였으니 그 예기를 이용하여 마땅히 죽음을 무릅쓰고 적군과 일전을 벌여야 될 것이오!」

원석이 낭와의 말을 따르지 않고 즉시 낭와의 본대와 떨어져 진채를 따로 세웠다. 명분은 비록 낭와와 기각지세를 이룬다고 했지만 양군이 세운 진채의 거리는 10리가 넘었다. 낭와는 자기의 직위가 높은 것을 믿고 원석을 존대하여 대하지 않았고 원석 또한 낭와가 무능하다고 업신여겨 그의 밑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마음을 합하여 상의하지 않고 각각 다른 마음을 갖게 되었다. 오나라 선봉 부개가 초나라 장수들이 서로 불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탐지하고는 즉시 오왕 합려를 찾아와 자기의 의견을 말했다.

「초나라의 영윤 낭와는 탐욕스럽고 밑에 사람들에게 각박하게 대하여 군사들의 인심을 잃고 있습니다. 원석이 비록 지원군을 이끌고 달려 왔지만 서로 간의 약속한 바를 지키지 않고 불화하고 있어 초나라의 삼군은 모두 싸우려는 마음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만약 우리가 두 사람이 불화하고 있는 틈을 타서 맹공을 가한다면 틀림없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합려는 부개가 초나라 군사들을 습격하자는 계책을 허락하지 않았다. 부개가 합려의 앞에서 물러 나오면서 말했다.

「군주는 직분은 령을 내리는 것이고, 신하된 자의 직분은 군주의 뜻을 행하는 것이니, 내가 혼자서라도 초나라 진영을 공격하리라. 다행히 이번 싸움에서 초나라 군사를 파할 수 있다면 능히 영도(郢都)에 입성할 수 있으리라!」

이윽고 다음 날 새벽이 되자 부개는 본부병 5천 명을 이끌고 낭와의 진채를 향하여 돌격을 감행했다. 손무가 듣고 급히 오원에게 군사를 이끌고 달려가 부개를 돕도록 했다. 부개가 낭와의 대채를 덮치자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있던 낭와의 진영은 크게 흔들렸다. 무성흑이 목숨을 돌보지 않고 적을 막았다. 혼란 중에 수레에 오르지 못한 낭와는 할 수 없이 걸어서 대채의 후문을 통하여 달아나다가 왼쪽 팔에 화살을 맞았다. 그가 어쩌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을 때 마침 사황이 본부병을 이끌고 나타나 낭와를 구출하여 자기의 병거에 태우고 달아났다. 사황이 달아나면서 낭와에게 말했다.

「영윤께서는 스스로 알아서 이곳을 벗어나시기 바랍니다. 소장은 이곳에서 싸우다 힘이 다하게 되면 죽겠습니다.」

전포와 갑옷을 벗어 던져 버리고 병거를 바꿔 타고 나는 듯이 앞을 향하여 달려가던 낭와는 감히 영도로 들어가지 못하고 정나라 국경을 향하여 달아났다. 염옹이 이 일에 대해 시를 지어 노래했다.

갖옷과 패옥을 두르고, 명마가 끄는 수레를 타면서

오로지 천년만년 영도에서 살기를 바랬는데

싸움에서 한번 지니 도망치는 신세가 되었다.

세상의 백성들에게 탐부의 좋은 교훈이 되었다.

披裘佩玉駕名駒(피구패옥가명구)

只道千年住郢都(지도천년주영도)

兵敗一身逃難去(병패일신도난거)

好敎萬口笑貪夫(호교만구소탐부)

오원이 이끄는 오나라의 구원군이 뒤이어 당도한 모습을 본 초장 사황은 오군이 낭와의 뒤를 쫓을까 걱정하여 즉시 본부병을 이끌고 극을 휘두르며 오나라 진영으로 돌격했다. 그는 좌충우돌하며 오나라의 장수와 병사 2백여 명을 찔러 죽였으나 초군도 와중에 2백여 명 넘게 전사했다. 몸에 중상을 입은 사황은 힘이 다하여 싸움 중에 죽었다. 무성흑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부개와 싸우다가 역시 부개에 의해 목이 잘렸다. 원석의 아들 원연(薳延)은 낭와의 영채가 오군의 습격을 당해 함락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부친에게 고한 후에 군사를 내어 구원하려고 하였다. 원석이 허락하지 않고 스스로 진영 앞으로 나와 추상같은 군령을 내렸다.

「함부로 군중을 어지럽히는 자는 참한다.」

낭와가 이끌던 군사들 중 죽지 않은 패잔병들은 모두 원석의 진영으로 도망쳐 왔다. 만여 명에 달한 패잔병들을 점고한 원석은 그들을 모두 자신의 본대에 합류시켜 초군은 그나마 와중에 어느 정도 세를 회복할 수 있었다. 원석이 말했다.

「오군이 승세를 타고 이곳으로 밀려오고 있으나 우리의 힘만으로는 그 예봉을 당할 수 없다. 오군이 이곳에 당도하기 전에 대오를 정비하여 영도로 퇴각한 후에 다시 그 곳에서 오군을 막을 방도를 찾겠다.」

즉시 군령을 발하여 진채를 걷게 한 원석은 원연으로 하여금 전대를 이끌고 앞서게 하고 자기는 친히 뒤에 남아 오군의 추격군을 막고자 했다. 원석이 영채를 옮긴다는 소식을 들은 부개는 초군의 후미를 계속 추격하다가 청발수(淸發水) 강안에 당도했다. 이윽고 초나라 군사들이 배들을 끌어 모아 강을 건너려고 하자 오나라 병사들이 곧바로 그 뒤를 공격하려고 했다. 부개가 오군을 제지하면서 말했다.

「짐승도 막다른 길에 몰리면 되돌아서서 덤비는 법인데 하물며 사람의 경우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만약 우리가 초군을 너무 급하게 몰아친다면 그들은 있는 힘을 다하여 우리에게 대항할 것이다. 잠시 병사들을 쉬게 했다가 그들이 강을 반쯤 건넜을 때 우리가 공격하면 이미 강을 건넌 자들이야 죽음을 면하겠지만 아직 강을 건너지 못한 군사들은 서로 먼저 건너기 위해 다투느라 어찌 우리와 싸우려는 마음을 갖겠는가? 그리되면 틀림없이 승리는 우리가 취할 수 있다.」

부개가 즉시 군사들을 20여 리 뒤로 물러나게 하여 영채를 세우게 했다. 중군에 있던 손무가 부개의 진영에 당도하자 사람들이 모두 부개의 작전을 칭송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합려가 오원에게 말했다.

「과인에게 이와 같이 명석한 동생이 있으니 어찌 우리가 영도에 입성하지 못하겠는가?」

오원이 조용한 목소리로 부개에 대해서 평했다.

「신은 옛날 피리가 부개의 관상을 보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는 부개의 몸에 난 털이 거꾸로 섰으니 필시 후에 모반하여 주군을 배반할 상이라 했습니다. 부개 공자가 비록 영용하다 하지만 모든 일을 그에게 맡기지 마십시오.」

합려가 듣고 얼굴에 석연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한편 원석은 오군이 뒤를 추격해 왔다는 보고를 받고 진영을 갖추어 싸움에 대비하려는 순간에 다시 오군이 물러갔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며 말했다.

「옛말에 오나라 사람들이 겁이 많다고 하더니 결국은 감히 우리의 뒤를 따르지 못하는구나!」

그는 즉시 령을 내려 다음날 새벽 오고에 밥을 지어 배불리 먹고 일제히 청발수를 도하한다고 했다. 이튿날 새벽이 되어 도하를 시작한 초군의 병력의 십 분의 삼도 미처 건너기 전에 부개가 군사를 이끌고 나타났다. 오군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초나라 군사들은 배를 타기 위해 서로 다투기 시작하자 진영은 큰 혼란에 빠졌다. 원석은 더 이상 초군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할 수 없이 배에 승선하기를 포기하고 수레를 타고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배를 타지 못한 군사들은 모두 원석의 뒤를 따랐다. 오나라 군사들이 달아나는 원석과 그 군사들을 뒤에서 추격하여 잡히는 대로 살해하고 빼앗은 군기와 북 및 무기와 갑옷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손무가 당과 채 두 나라 군주들에게 명하여 각기 그들 본국병들을 이끌고 초나라가 청발수를 건너기 위해 준비한 배들을 빼앗아 타고 강안을 따라 내려가 부개를 돕도록 했다. 원석이 도망쳐서 옹서(雍澨)의 땅에 당도하였으나 장수들과 병사들이 음식을 먹지 못하여 기운이 딸려 더 이상 달아나지 못하고 멈추었다. 오나라의 추격병을 멀리 따 돌렸다고 생각한 원석은 군사들을 잠시 멈추게 하여 솥을 걸고 밥을 짓게 했다. 밥이 거의 다 되려는 순간에 오나라 군사들이 다시 쫓아 왔다. 초나라 군사들은 급하여 아궁이의 불도 끄지 못하고 밥을 버리고 달아났다. 초나라 군사들이 버리고 간 밥은 그 사이에 모두 익어 오히려 오나라 군사들을 위해 밥을 지어 준 꼴이 되었다. 밥을 배불리 먹은 오군은 또다시 온 힘을 다하여 초나라 군사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초나라가 군사들은 달아나다가 서로 자기들끼리 부딪쳐 넘어져 밟혀 죽는 자가 부지기수였다. 원석이 타고 도망치던 수레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자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던 부개가 극을 휘둘러 원석을 살해했다. 그의 아들 원연도 역시 오나라 군사들에 포위되어 죽을힘을 다하여 싸웠으나 포위망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원연이 싸움 중에 거의 기진맥진하여 위험한 순간에 처한 순간에 갑자기 오군 진영의 동북방 모서리에서 함성이 크게 진동하더니 군사들이 대거 자기가 있는 곳으로 몰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원연이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오나라 군사들이 다시 몰려오니 나의 목숨도 여기서 끝났구나!」

그러나 그 일단의 군사들은 다름이 아니라 좌사마 심윤수가 신식(新息)에 당도하여 계획대로 회예(淮汭)로 진군하려고 하는 순간에 낭와가 자기와의 약속을 어기고 한수를 도하하여 오나라 진영을 공격하였으나 오히려 싸움에서 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회군하던 초나라의 군사들이었다. 그때 마침 옹서에서 오나라 병사들에게 포위되어 공격을 당하고 있던 원연의 군사들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심윤수가 거느리고 있던 만 명의 군사를 3대로 나누어 오나라 진영을 향하여 돌진하게 하였다. 당시 여러 번의 싸움에서 계속해서 승리를 거두어 만일의 사태에 미처 대비를 하지 않았던 부개는 갑자기 초나라의 군사들이 세 방향에서 돌진해 오고 있는 모습을 보자 적군의 수효가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하여 대항하여 싸워 볼 생각도 못하고 즉시 원연을 에워싼 포위망을 풀고 후퇴했다. 심윤수가 온 힘을 다하여 달아나는 오나라 군사들의 뒤를 추격하여 천여 명 이상 죽였다. 심윤수가 계속 오나라 군사들의 뒤를 추격하려 했으나 오왕이 이끄는 오나라 본대가 이미 당도하여 더 이상 추격하지 못하고 진채를 세웠다. 두 나라의 군사가 마주 보고 진을 친 다음 대치했다. 심윤수가 그의 가신 오구비(吳句卑)를 불러 말했다.

「영윤이 공을 탐하여 나와 한 약속을 어기고 한수를 건너 오나라 군사를 공격하였으나 오히려 싸움에서 패했으니 이는 하늘의 뜻이라 하겠다. 오늘 적들이 이미 초나라 땅 깊숙이 쳐들어 왔으니 내일 아침 내가 마땅히 목숨을 걸고 그들과 일전을 벌리리라! 다행히 우리가 승리를 하면 영성에 입성하려는 오군을 막을 수 있어 초나라의 복이라 할 수 있겠으나 만일에 우리가 싸움에서 진다면 내일 나의 목을 너에게 맡길 테니 절대로 나의 목이 오나라의 병사들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라.」

심윤수가 다시 원연을 향하여 말했다.

「그대의 부친이 이미 적군과의 싸움에서 전사했으니 그대마저 싸움에서 죽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대는 마땅히 시간을 재촉하여 영도로 돌아가 나의 말을 자서(子西)에게 전하여 영도를 방어할 방도를 마련하도록 전 하라!」

원연이 절을 하며 심윤수에게 말했다.

「부디 사마께서 동쪽의 도적들을 물리치시어 대공을 세우시기를 기원합니다.」

원연이 눈물을 흘리며 말을 마치고 하직인사를 하고 물러갔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두 나라 군사들이 진영을 갖추고 전투를 시작했다. 심윤수는 평소에 군사들을 사랑하고 지휘하는 방법에 능숙하여 군졸들은 모두가 있는 힘을 다하여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싸움에 임했다. 부개가 비록 용기가 있는 장수라 하나 초군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취하지 못하고 오히려 싸움에서 밀려 패전 직전에까지 처하게 되었다. 그때 손무가 군사를 이끌고 당도하여 그의 오른 쪽에는 오원과 채후가, 왼쪽에는 백비와 당후가 이끄는 군사들이 부개를 도와 초나라 진영을 향하여 돌진했다. 강궁과 쇠뇌를 앞에 세워 쉴 사이 없이 초나라 진영을 향하여 쏘아 댄 다음 후방에 대기 시켜 놓고 있던 단병들을 일제히 진격시켜 공격하니 초병들은 십 중 칠팔이 쓰러졌다. 심윤수가 죽을힘을 다하여 겹겹이 둘러쳐진 포위망을 뚫고 나왔으나 몸에는 이미 수많은 화살을 맞아서 거동이 불가능하여 수레에 쓰러져 더 이상 싸움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심윤수가 그의 가신 오구비를 불러 말했다.

「나는 더 이상 싸울 수 없게 되었다. 너는 빨리 나의 목을 베어서 초왕에게 전하라.」

오구비가 차마 심윤수의 목을 베지 못하고 주저하자 심윤수가 있는 힘을 다하여 자기의 목을 빨리 베라고 대갈일성하고 나서 이어 눈을 감았다. 어쩔 수 없이 칼을 들어 심윤수의 목을 벤 오구비는 그의 윗도리를 벗어 심윤수의 목을 싸서 가슴에 품고, 다시 그의 시체는 땅을 파서 묻고 흙으로 덮었다. 심윤수의 시신을 처리한 오구비는 영도가 있는 쪽으로 쏜살같이 달렸다. 오나라 군사들은 그의 뒤를 따라 영도를 향해 파죽지세로 침입해 들어갔다. 사관이 심윤수에 대해 찬사의 글을 썼다.

초나라가 행한 짓은 옳지 않았으니

어진 사람을 죽이고 망녕된 자를 취하였다.

오원(伍員)의 가족들은 몰살당하고

다시 극완(郤完)의 종족들을 씨가 말렸다.

楚謀不臧(초모불장)

賊賢升佞(적현승영)

伍族旣捐(오족기연)

郤宗復盡(극종복진)

의연한 심윤수 한 사람만 남게 되어

초나라는 기둥 하나로 지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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