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作霖(장작림), 1873~1928.6.7]

장작림은 만주의 3성 중 하나인, 봉천성(1929년 이후로부터는 요녕성)출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마적단에 가담하여 활동하다가, 곧 마적단을 이끄는 두령이 되었다. 러일전쟁 때는 나중에 만주국 국무총리가 되는 장경혜와 같이 일본군의 스파이로써 러시아군의 동향을 전해주는 일을 맡기도 하였는데, 이것이 장작림과 일본과의 첫 관계 수립이었다.

러일전쟁 이후에는 마적 생활을 청산하고 당시 청나라 군대에 들어간다. 당시 만주 지역은 청나라에서 파견한 동삼성(동북 3성이다. 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총독의 관할이었는데, 여기에서도 장작림은 범상치않은 자질을 인정받아 순방(巡防)대장으로 임명받고, 이때에도 만주에 주둔하던 일본군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하여 일본과의 우호관계를 돈독히 하였다.

1911년에 청나라가 망하자, 장작림은 당시 실세로 떠오른 원세개의 휘하에 들어가 만주의 지배권을 확고히 하였다. 이때에도 그는 확실히 두각을 드러내었다. 만주에 주둔하던 일본군을 이용하여 자신을 반대하는 마적이나 소규모 군벌들을 모조리 제압하며 순식간에 전 만주 지역의 지배자가 되어갔다. 그리하여 1919년에는 봉천 독군(督軍) 겸 성장(省長)의 자리에 올라 사실상 만주의 제왕이 되었다.

123만㎢의 광활한 면적(한반도의 5배이상)과 당시에 5천만 인구가 살아가던 만주.

이 광활한 땅의 지배자가 된 장작림은 만주를 토대로 삼아 중국전토의 지배자가 될 야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그의 장기인 교모한 처세술과 우수한 통솔력을 바탕으로 마련된 군사력을 이용하여 북경 중앙정부를 둘러싼 군벌간의 항쟁 속에 뛰어들게 되었다. 만주라는 거대한 밑천과 알게모르게 들어오는 일본의 지원에 힘입어 장작림은 북경이 포함되는 하북지역에까지 그의 영향력을 넓혀갔다. 당시 주요 군벌이던 직례군벌과 안휘군벌 간의 항쟁 속에서 그는 점차 중앙정계의 영향력을 크게 키워나갔으며, 그의 영향력은 강소성에까지 이른다.

그러나, 이렇게 장작림의 위세가 날이 갈수록 커가자 장작림을 지원해오던 일본은 초조해졌다. 만주를 통채로 지배할 야망을 가지고 있던 일본에게 장작림은 점차 눈엣 가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몰론, 장작림이 만주에 주둔하던 일본군이나 일본이 운영하던 만주 철도 등의 일본의 국가 정책에 순응하고 최대한 편의를 봐 주고는 있었지만, 그것뿐이었다. 장작림과 일본은 서로 이용해먹고 이용당하는 관계로써 만주에 있는 일본의 권익은 인정은 하되, 만주 영토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의 증대는 장작림은 그다지 용납하지 않는 자세를 보였다.

장작림은 권력의 욕망에만 찌들어 있던 여타군벌들과는 달리, 만주지역에서 나름대로 효율적인 정치를 행하고 있었다. 그가 행한 정책 및 법의 집행은 엄격했다. 나름대로 행정 체계를 갖추고 있었으며 당시 중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민중에 대한 무리한 착취를 엄금하였기에, 만주 사람들의 장작림에 대한 인기는 대단하였다. 일본으로서 결코 만만한 인물은 아니었던 것이다. 장작림이 그저 순순히 일본을 따르는 사람이었다면, 일본이 장작림과 절대 외교적인 대화를 통해 권익을 얻고자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장작림은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다. 그는 1921년 이후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간 중국의 공산당 활동을, 적어도 그가 통치하던 지역에서는 용납하지 않았다. 장작림은 서구 열강의 묵인 아래, 북경에 있던 소련대사관에 병력을 투입하여 갖은 탄압을 하였고, 중국 공산당의 정신적 지주이던 이대교 이하 공산당의 주요인물 20여명을 척살하기도 하였다. 이는 당시 공산당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고 있던 서구 열강들에게 호의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의 위세는 1927년 6월에 대원수로 임명되어 일본의 지원 아래 북경 중앙정부를 장악하고 일시적으로 중국의 지배자 자리에 오르는 것으로 최절정에 달하였으나, 그의 영광은 이때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남쪽에서 장개석의 국민정부가 급속히 영향력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장개석의 북벌군은 장작림의 영향력에 반대하던 여러 군벌들과 연합하여 장작림을 압박해 들어왔다. 장작림은 일본에게 장개석의 북벌군에 타격을 가하라고 요구하지만, 일본에게는 장작림의 권한을 더욱 커지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일본은 장작림에게 만주로 되돌아오라는 말만 거듭하였다.

장개석의 북벌군은 북경으로 돌입하기 이전에 장작림에게 국민정부군에 항복하거나, 무익한 전쟁을 피해 만주로 돌아가라는 통첩을 보냈다. 장작림은 퇴각을 선택했다. 1928년 6월에 장작림은 북경의 정리 및 장개석 군과의 연결루트를 확보하게 만들고자, 아들인 장학량을 북경에 남겨두고 만주로 돌아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이것이 장작림의 최후가 되었다. 일본은 장작림이 다시 만주로 돌아와 영향력을 재확보하는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 일본에게 점차 눈엣가시가 되어가던 장작림의 최후는 장작림이 타고 있던 열차 폭파에 의한 것이었다. 일본 관동군의 책략으로 인한 이 열차 폭파 사건이 이른바 황고둔[皇姑屯]사건이다. 당초, 이 사건은 장작림에 반대하던 군벌세력의 소행이라고 알려졌으나, 일본이 패망한 직후에 열린 도쿄 전범재판에서 황고둔 사건의 진상이 알려지게 되었다.

만주의 제왕으로서 군림하며, 한때는 중국의 지도자 자리에까지 올랐던 장작림의 최후는 비참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