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으로 병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병기 그 자체를 만드는 고도의 기술 이외에도 병기의 소재, 특히 철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공업의 발달이 요구된다.병기의 소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철이라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중국에서는 철의 총 생산량이 국가가 파악하고 있는 숫자(국가직영의 제철소 생산고와 민간 제철소에서 국가에 납품하는 철의 총량)로 당나라 때 벌써 약 1천2백 톤에 달했고, 송나라에 이르러서는 약 4천7백 톤, 명나라 때는 건국 초기에는 1만 1천 톤이었고 최대로는 약 4만 톤까지 생산하기도 하였다.

최소한 이 내용을 다루고 있는 범위(17세기까지) 내에서 중국은 13세기에 세계 최대의 철생산국 · 소비국이 되었고 17세기까지 그 위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양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 있어서도 한나라 이후 명나라에 이를 때까지 중국은 세계 최첨단의 제철기술과 제강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최초로 철을 사용한 것은 역시 운석에서 채취한 운철(隕鐵)이었다. 본격적으로 철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전국 시대(기원전 475~기원전 221년) 때로서 각국의 수도가 있었던 곳 어디에서나 유적이 출토되고 있다. 그러나 전국 시대에는 아직 병기의 주요 재료가 청동에서 철로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었다. 당시의 철 생산기술은 아직 미숙한 단계였다.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가 철을 생산하는 데 있어서 그다지 선진적이지 못했다는 점이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한(韓 : 기원전 202~기원전220년)나라 이후 병기에 이용되는 주요 금속이 청동에서 철로 바뀌게 되었는데, 이것은 제철기술이 비약적으로 고도화되어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의 제철기술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 발달한 것은 그 이전부터 발달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이유로는 1천2백도를 넘는 고온에 견딜 수 있는 노(爐)를 만들어 고온에서 정련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로는 노에 많은 양의 공기를 한꺼번에 채울 수 있는 송풍장치를 발명함으로써 고온으로 만들어 그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제강에서 가장 필수불가결한 기술이 공기를 계속해서 채워넣는 기술이다. 중국에서는 기원전에 이미 이것이 가능한 송풍장치를 만들어 공기를 지속적으로(즉 높은 온도를 떨어뜨리는 일 없어 계속해서 유지시킬 수 있는) 채워 넣어 고온에서 정련을 가능케 한 것이다. 또한 이 송풍장치는 인력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고 수배(水排)라 불리는 수력이나 마배(馬排)라 불리는 동물의 힘을 이용하는 장치를 사용함으로써 훨씬 더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세 번째로 중국에서는 옛부터 제철의 연료로 목탄 대신 석탄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북송(北宋 : 960~1126년) 시대에는 민간에게도 석탄이 보급되었다. 양질의 석탄을 연료로 사용함으로써 당시까지 유지했던 온도보다 더 높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외에도 생산 공정을 줄일 수도 있고, 목탄을 연료로 쓸 때는 목재 공급이 원활한 지역에 제철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지조건의 제한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조건에 구애받지 않게 된 것이다.

저온(8백~9백도)에서 철광석을 녹이면 탄소 성분이 낮아져 불필요한 성분이 많은 해면상태의 철이 생산된다. 이 철을 가열하여 단조함으로써 불필요한 성분을 제거하고 탄소를 추가하여 단단한 철인 강(綱)에 가까운 단철(鍛鐵)을 만드는 기술이 이미 전국 시대 때 개발되었다.

단조에 의해 철의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 널리 퍼진 것은 한나라 때이다. 계속 반복해서 철을 두드리면 철이 단단하게 된다는 것을 경험에 의해 알게 되었으며, 한나라 때는 용도에 따라 가열, 단조하는 횟수에 변화를 주었다. 그중 가장 뛰어난 생산품이 백련강(百練鋼)이었다.

중국에서는 송풍장치와 고온에 견디는 노의 사용, 그리고 비교적 저온에서도 철을 잘 녹일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함으로써 탄소 성분이 많은(탄소 함유랑이 2%를 넘는 경우) 선철(銑鐵)을 한나라 때부터 만들어왔다. 또한 이 선철을 사용하는 주조기술도 일찍부터 발달해왔다. 탄소 함유랑이 많은 선철은 무르다는 단점이 있어서 중국에서는 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탄소 성분이 비교적 적고 강철에 가까운 성능을 지닌 단조 가능한 가단주철(可鍛鑄鐵)도 제조해왔다. 무기로 이용하기에는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이 철을 이용하여 농기구를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선철을 생산할 수 있게 되자 선철을 이용하여 칼을 만드는 데 적합한 탄소 함유랑이 2% 이하의 철을 생산로(生産爐)에 넣어 가열하여 송풍장치를 사용하여 많은 양의 공기를 주입시킴으로써 불필요한 탄소를 연소시켜 강철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또한 정련중인 철에 송풍장치를 사용하면서 미량의 원소를 집어넣음으로써 철의 성질을 조절할 수 있는 초강법(秒鋼法)의 발견에 의해 탄소 성분이 낮은 선철이나 탄소 성분이 높은 강철을 조절하여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나중에는 고품질의 철강을 더욱 효과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발명하였다.

선철과 탄소 성분이 거의 없는 연철을 함께 섞어서 정련하여 강철을 생산하는 관강법(灌鋼法)이 발명된 것은 진(晉 : 265~420년)나라 때의 일이다. 이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강철을 숙철(宿鐵)이라 하며, 이는 무기에 가장 적합한 철이다.

불에 달군 뜨거운 철을 급격하게 냉각(이 방법을 소입(燒入)이라고 한다)시키면 단단하게 되는 현상은 옛부터 이미 알려져 있었으며, 칼날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이용되어왔다. 소입을 이용하면 냉각에 사용된 물에 함유된 미량의 성분이 철의 강도에 영향을 준다.

후한 말에서 삼국 시대(3세기)에 이르기까지 기술자들은 경험으로부터 이것을 알게 되었으며, 소입할 때는 여기에 사용되는 물을 아무 강물이나 사용하지 않았다. 6세기에 이르러서는 물 뿐만 아니라 짐승의 오줌이나 기름을 철 냉각에 사용하기도 하였다.

소입을 하면 철은 분명히 단단하게 되지만, 그 반면에 부러지기 쉬운 결점도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불에 달구지 않은 채 그대로 철을 두드려서 펴는 냉단법(冷鍛法)이 북송 시대에 중국에 전해진다. 이 냉단법을 이용하면 철의 표면이 검푸른 색깔을 띠면서 거울처럼 매끄럽게 되어 단단하면서도 잘 부러지지 않게 된다.

이 기술을 최초로 발명한 것은 티베르 민족으로서 그들과의 접촉을 통하여 북송은 냉단법을 전수받아 갑옷을 제조하게 되었다. 또한 중국에서는 뜨겁게 달군 철을 천천히 냉각하는 소려(燒戾)기술도 발달하여 용도에 맞추어 적절하게 사용해왔다.

(무기와 방어구-네이버 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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