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는 초반에 중원제후국의 주도권을 잡았던 나라는 정무공(鄭武公)과 정장공(鄭莊公) 재위시의 정나라였다. 그러나 강대했던 정나라의 세력도 정장공이 죽자 그 다섯 아들 사이에 벌어진 후계자 싸움으로 국력이 소모되어 중소제후국으로 전락한 이래 그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항상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되어 전화에 휩싸이게 되었다. 지금의 산서성에 자리 잡은 북쪽의 당진(唐晉), 호북, 호남성의 초(楚)나라, 산동성의 제(齊)나라, 섬서성의 섬진(陝秦) 등의 네 강대국 사이에 끼어 끊임없는 침략에 시달리다가 결국은 기원전 375년 한나라에 멸망한 정나라의 역사를 보면 미국, 중국, 일본, 소련 등을 비롯한 강대국 사이에 끼어 열강들의 세력 각축장이 된 우리나라의 비애를 느끼게 한다. 우선 사마천 사기 중 제후연표 부분에 정나라가 당진과 초 두 강대국들로부터 쉴 새 없이 당한 군사적인 침략 부분만을 발췌하여 정리했다. 간단히 말해서 북쪽의 강대국 당진이 쳐들어오면 당진에 항복하고 다시 남쪽의 강대국 초나라가 쳐들어오면 초나라에 항복하기를 반복하며 나라를 유지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정나라 내부에서 매국노나 배신자가 나오지 않았던 데에 있었기 때문이다. 즉 나라를 파멸로 이끄는 가장 큰 주범은 강대국들의 강력한 군사력이 아니라 내부에 서식하고 있는 매국노들의 활동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원전 638년 정문공(鄭文公) 첩(捷)이 초나라를 방문했다. 송나라가 쳐들어 왔다.

기원전 637년 당진(唐晉)의 공자 중이(重耳 : 후에 진문공(晉文公))가 지나가다 정나라를 찾았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나라의 재상 숙첨이 예를 갖추어 맞이하던가 아니면 죽여 후환을 미연에 방지하라고 정문공에게 간했다.

기원전 630년 당진의 군주 자리에 오른 진문공이 옛날 자기에게 무례하게 굴었다는 이유를 들어 섬진과 힘을 합하여 쳐들어와 정나라 도성을 포위했다. 그러나 정나라의 노신 촉무(燭武)의 활약으로 섬진군을 물러나게 하자 당진군도 물러갔다.

기원전 627년 섬진의 목공이 군사를 일으켜 정나라를 기습하려고 했으나 상인 현고(弦高)의 지혜로 중도에 물러가게 했다. 섬진의 정벌군은 회군하던 중에 효함(殽函)의 험지에서 당진군의 기습을 받고 전멸했다.

기원전 618년 정나라가 당진과 강화조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초목왕(楚穆王) 상신(商臣)이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왔다.

기원전 608년 정나라가 당진과의 강화조약을 파기하고 초나라에 붙었다. 정나라는 초나라를 도와 진(陳)나라와 송나라를 공격했다. 당진은 정나라가 초나라와 강화를 맺은 죄를 물어 조돈으로 하여금 정벌하게 했다.

기원전 607년 송나라와 교전하여 송나라 장수 화원(華元)을 포로로 잡았다.

기원전 604년 초나라와 강화조약을 파기하고 당진과 수교했다. 초나라가 군사를 내어 공격해 왔다. 당진이 구원군을 보냈다.

기원전 600년 정나라가 초나라와 수교를 하자 당진이 송(宋), 위(衛), 조(曹) 세 나라와 힘을 합쳐 정나라를 공격해 왔다. 이에 정나라는 다시 당진과 강화조약을 맺었다. 초나라가 노하여 정나라를 공격했다.

기원전 597년 초나라가 다시 쳐들어와 정나라 도성을 포위하자 정나라가 항복했다. 초나라가 포위를 풀고 물러갔다.

기원전 595년 정나라가 초나라와 강화를 맺었다는 이유로 당진이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왔다.

기원전 594년 초나라를 도와 송나라를 공격했다.

기원전 588년 당진이 제후들을 소집하여 정나라를 공격해 왔다.

기원전 587년 당진의 란서(欒書)가 정나라의 범(氾) 땅을 점령했다.

기원전 586년 허(許)나라의 영공(靈公)이 초나라에 가서 정나라를 중상하였다. 도공이 동생 곤(睔)을 초나라에 보내어 정나라의 입장을 변호하게 하였다. 곤의 변명이 성공하지 못하고 초나라는 오히려 곤을 억류시키고 돌려보내지 않았다. 그래서 정도공(鄭悼公)은 초나라를 버리고 당진(唐晉)과 강화(講和)했다.

기원전 585년 초나라가 쳐들어 왔다.

기원전 582년 정나라가 초나라와 강화를 맺었다. 정성공 곤이 당진을 방문하여 초나라와 강화를 맺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려고 했으나 당진은 정성공을 억류하고 군사를 내어 정나라를 공격했다.

기원전 581년 당진이 다시 제후들을 규합하여 정나라를 공격했다.

기원전 578년 당진과 강화를 맺고 이어서 섬진을 공격하는 당진을 도왔다.

기원전 575년 정나라가 당진과의 강화를 파기하고 초나라와 수교했다. 당진이 쳐들어오자 초나라가 구원군을 보냈다.

기원전 573년 초나라를 도와 송나라를 공격했다.

기원전 572년 당진이 정나라를 공격했다. 초나라가 구원군을 보냈다.

기원전 571년 당진이 다시 제후들을 이끌고 정나라를 공격했다.

기원전 564년 당진이 제후들을 이끌고 정나라를 공격했다. 정나라가 초나라와의 강화를 파기하고 당진과 수교했다. 초나라가 노하여 정나라를 공격했다. 이에 정나라는 다시 초나라에 항복하고 강화를 맺었다.

기원전 563년 당진이 제후들을 규합하여 정나라를 공격했다. 초나라가 구원군을 보냈다.

기원전 562년 초나라와 힘을 합하여 송나라를 공격했다. 당진이 제후들을 규합하여 정나라를 공격했다.

기원전 555년 정나라가 초나라를 버리고 당진과 수교했다. 정나라가 정. 노, 송, 위 등의 나라를 규합하여 제나라로 진격하여 제군을 대파하고 임치에 이르렀으나 안영(晏嬰)과 강화를 맺고 물러갔다.

기원전 554년 자산(子産)이 정나라의 재상이 되었다. 자산이 국정을 맡고서야 정나라는 비로소 당진과 초나라의 사이에서 시달림을 벗어날 수 있었다.

기원전 547년 초나라가 진(陳)과 채(蔡) 두 나라 군사들과 함께 정나라를 공격했다.

기원전 539년 정나라 군주가 여름에는 당진에 가서 조현하고 겨울에는 초나라를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