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685년 제노(齊魯)의 장작지전(長勺之戰) 제나라의 군주 자리를 차지한 제환공이 자기의 위치가 공고해지자 실력이 크다고 자신한 나머지 관중의 충언에도 불구하고 노나라를 정벌하기 위한 군사를 일으키려고 결심했다. 일 년 전에 노나라가 자기의 정치적 라이벌인 공자규를 지지한 것에 대한 원수를 갚기 위해 일거에 노나라를 정복하여 제나라의 세력을 확장시키려고 했다. 이때 노장공도 역시 일전의 건시(乾時)의 싸움에서 패배한 원한을 품고 있었던 차제에 다시 제군이 대거 침공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옛날의 당한 원한이 일시에 가슴에 끓어올라, 전국에 동원령을 내려 노나라의 전 군사들을 이끌고 제군과 결전을 벌리려고 결심했다. 노장공이 군사들을 동원하여 제군의 침략에 응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때, 조귀(曺劌)라는 인사가 노나라의 조정대신들은 모두가 원모를 행할 줄 모르는 무능한 인사들 뿐이라 노나라 군대가 예전의 건시(乾時)에서처럼 제군에게 참패를 당할 줄 모른다고 생각하고 노장공을 접견하고 종군하기를 청했다. 조귀로부터 어떤 작전으로 제군과 교전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노장공은 그 신하들에게 의복이나 식품 등과 같은 물건을 상급으로 하사하여 신하들과 같이 나누어 사용함으로 해서 사기를 진작시켜 싸움에 임하려 한다고 대답했다. 이에 조귀는 그와 같은 졸렬한 방법을 노나라 백성들 전체를 상대로 시행한다면 그들을 전투 시 나라를 위해 전력을 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노장공이 말하기를 자기는 천지신명에게 제사지낼 때 사용했던 제사 용품 중 어느 것 한 가지도 거짓되게 올리지 않을 정도로 경건한 자세를 유지하며 천지신명께 신용을 지켜왔다고 했다. 조귀는 그것은 조그만 신용이며 천지신명을 감동시키에는 충분치 않음으로 천지신명 역시 복을 내려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노장공이 다시 덧붙여 말했다. 자기는 민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송사를 처리함에 있어서 비록 주도면밀하게 처리해서 추호도 착오가 없게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인정과 도리에 입각하여 처리해 왔음으로 천지신명께서 틀림없이 노나라 군사를 도와 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조귀는 백성들의 송사를 잘 처리해서 그 군주가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이야 말로 제나라 군사들과 승부를 결정짓는 기본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조귀는 노장공을 따라 전장터로 나가 군사상 중요한 일을 맡게 된 것이다. 노장공은 조귀를 자기의 전차에 태우고 전선으로 나아갔다. 제군은 강하고 노군은 약하다는 객관적인 형세에 근거한 노장공은 장작(長勺)에 머물며 이일대로 전법으로 제군을 기다렸다. 장작은 지금의 산동성 곡부(曲阜) 북쪽의 땅이다. 이윽고 제군이 당도하자 제노(齊魯) 양군은 전투태세를 갖추고 이윽고 포진이 끝나자 노장공은 즉시 북소리를 올려 제군을 공격할 준비를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장공은 기선을 제압하여 일거에 제군을 격파하려고 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조귀는 노장공에게 노군이 너무 서두르고 있다고 하면서 침착냉정한 자세로 진지를 굳게 지키며 적군이 피로해 지기를 기다리라고 건의했다. 장공은 조귀의 건의를 받아들여 공격명령을 취소하고 군사들을 움직이지 않았다. 건시(乾時)의 싸움에서 승리한 제군은 스스로 교만해져 노군을 깔보고 있었다. 더욱이 노군이 제군을 보고도 출전을 하지 않지 않자 노군이 겁을 먹고 싸움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오해했다. 이에 싸움에 이기고 싶은 생각에 몰린 제군은 자기들의 병력이 우세하다는 것을 과신하고 노군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제군의 3번에 걸친 공격은 모두 노군의 철저한 방어 작전에 막혀 모두 실패로 돌아가 기선을 제압하려는 작전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들의 전력을 급격히 약화시키고 사기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윽고 전투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던 조귀가 장공에게 과감하게 반격을 가하라고 건의했다. 조귀의 건의를 받아들인 장공은 노나라의 전군에게 공격명령을 내렸다. 사기가 충천한 노군은 북소리가 한 번 울리자 기세가 올라 맹렬한 기세로 제군을 향하여 돌격하여 제군의 진지를 돌파함으로 해서 적군을 대파했다. 장공이 제군이 후퇴하는 것을 보고 그 뒤를 급히 추격하려고 하자 조귀가 다시 제동을 걸었다. 전차에서 내려 제군의 전차 바퀴 자국을 자세히 살펴본 조귀는 그 자국이 문란하게 난 것을 알았다. 다시 수레에 올라 멀리 후퇴하고 있는 제군의 모습을 살폈다. 제군의 기치가 정연하지 못하고 문한한 모습을 한 것을 본 조귀는 제군은 확실히 싸움에 져 진형이 무너진 상태에서 도망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장공게게 패주하는 제군의 뒤를 추격하고 했다. 장공은 제군의 뒤를 추격하여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국경 밖으로 몰아냄으로 해서 장작의 싸움에서 승리를 취할 수 있었다. 전쟁을 승리로 끝낸 장공이 조귀에게 어떻게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조귀는 군사를 움직여 싸움에서 승리를 취하는 것은 모두 군사들의 사기에 달려 있다고 했다. 첫 북소리에 맞춰 적군을 향해 돌격하는 적군은 그 사기가 가장 왕성하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돌격하는 군사들의 사기는 첫 번째의 것보다는 많이 약화되고 다시 세 번째의 돌격할 때는 그 사기가 완전히 꺾이게 되고 반대로 아군의 사기는 최고조에 달해 있다. 이때 북소리를 울려 반격을 가해 돌격을 감행함으로 해서 일거에 제군을 무찌를 수 있었던 것이다. 계속해서 조귀는 패퇴하는 제군의 뒤를 즉시 추격하지 않은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제나라는 그 실력이 강대한 대국이다. 절대 가볍게 보면 안 될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 거짓 패한 척 하면서 매복을 행했는지의 여부를 살펴 방어에 철저를 기한 것이다. 후에 그들의 전차 바퀴 자국이 문란하게 나 있는 것을 살펴보고, 다시 달아나는 전차에 꽂힌 깃발이 정연하지 못한 것을 보고 그들이 정말로 싸움에서 지고 허둥지둥 달아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비로소 그들의 뒤를 추격하라고 과감하게 건의하여 전과를 크게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조귀의 상세한 설명에 장공은 크게 탄복하고 계속해서 조귀의 말이 옳다고 하며 머리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