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오(楚吳)의 백거지전(전 506년) 전의 초오의 정세

기원전 506년 오나라가 초나라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해 가을, 초나라는 오나라가 수행한 소모전에 말려들어 피로에 지친있던 군사들을 대거 출병하여 채나라를 포위 공격했다. 이에 초나라의 공격을 당해 낼 수 없었던 채나라는 당진(唐晉)에 인질을 보내며 구원을 청했으나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채나라는 방향을 바꾸어 오나라에 구원을 간청하게 된 것이다. 그 외에 초나라의 부단한 침탈로 분노가 극에 달한 당(唐)나라도 사자를 오나라에 파견하여 수호를 청하며 오나라와 함께 강대한 초나라에 대항하자고 했다. 당과 채 두 나라는 비록 약소국이기는 하지만 초나라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 그 배후를 노릴 수 있는 지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었다. 오나라는 두 나라와 동맹을 체결하여 그 때는 이미 오나라의 영토에 편입된 주래(州來), 거소(居巢), 종리(鐘離) 등에서 비밀리에 군대를 일으켜 대별산(大別山)을 크게 돌아 회수(淮水)를 따라 채나라에 들어간 다음 초나라를 공격하려고 했다. 이는 초나라의 대군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을 피하고 대우회 작전으로 초나라의 도성을 기습하여 그 심장을 직접적으로 강타하려는 전략이었다. 그와 같은 작전개념은 오나라의 군사 전략가였던 오자서나 손무 등이 자신을 갖고 일찍이 수립한 것이다. 두 사람은 이미 오왕 합려에게 그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의견을 개진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대왕께서 초나라에 대한 정벌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당과 채 두 나라의 협조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당과 채 두 나라가 스스로 오나라를 찾아온 것은 오나라의 군신들도 오랫동안 바라던 바였던 것이다. 그래서 오왕 합려는 즉시 사자를 당과 채 두 나라에 보내 그 군주들에게 자기의 말을 전하게 했다. “ 초나라가 무도하여 충신과 양장들을 무고하게 학살하고 제후들의 영토를 침탈하여 두 나라 군주님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에 과인은 원컨대 군사를 일으켜 초나라를 정벌하려고 하니 두 분 군주님들의 계책을 원합니다.”

  곧이어 당, 채, 오 등의 삼국동맹이 체결되고 대대적인 출병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해 겨울 오왕 합려는 어가를 움직여 친정에 나섰다. 그는 오자서, 손무, 백비 등을 장군으로, 공자 산(山)을 선봉으로 삼아 전국의 군사를 모두 징발한 3만 여명의 병력을 동원하여 당과 채 두 나라와 연합하여 초나라가 매년 계속된 정벌전으로 국력이 피폐해진 틈을 타서 정벌군을 일으킨 것이다. 동북부의 방어상태가 허술한 초나라의 약한 곳에 타격을 가하려는 심모원려적인 기습전략으로써 그것은 상(商)과 주(周) 두 왕조 이래 가장 큰 대규모의 전쟁이었으며, 당시까지의 중국 역사상 가장 넓은 지역과 가장 긴 전선을 형성하며 펼쳐진 작전이었다. 백거지전의 전략목표는 오나라의 군신들이 미리 설정해 놓은 것으로 초나라의 도성인 영성을 점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며 그 방법으로 원거리를 우회하여 기습하는 것이었다.

  이윽고 전쟁이 시작되자 초나라는 “ 상대방이 예상치 못한 시기를 택하여 방어태세를 갖추기 전에 공격해야 한다.” 라는 방침을 기본전략으로 삼았고 또한 “우회한 다음 재빠른 동작으로 기습 공격한다.”라는 원칙하에 대규모적인 우회작전을 실시했다. 오군은 전선에 승선하여 회수를 거슬러 올라가다가 주래를 통과하여 회예(淮汭)에 당도한 다음 다시 배를 버리고 육로를 취했다. 합려의 직접적인 지휘 하에 오군은 계속 회수의 강안을 따라 서진하다가 정예병 3,500명을 선발하여 선봉으로 보내 당과 채 두 나라 군대의 인도를 받아 신속하여 초나라 북쪽의 주요한 세 관문인 대수(大隧), 직원(直轅), 명액(冥阨) 을 신속하게 점령, 통과한 다음 다시 한수 동안에 이르렀다. 전략상 주요 거점을 선점함으로 해서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조건을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2. 백거의 싸움 진행경과

  오나라 군대가 대거 습격해 왔다는 소식을 듣게 된 초나라는 크게 놀란 나머지 부득이 수동적인 자세로 대응행동에 나섰다. 초소왕은 당시 영윤이었던 낭와(囊瓦)와 좌사마(左司馬) 심윤술(沈尹戌), 무성(武城)의 대부 흑(黑), 대부 사황(史皇) 등에게 명하여 각자 초군을 이끌고 주야로 진군하여 오군을 한수 서안에서 저지하라고 했다. 오초 양군은 한수를 사이에 두고 대치상태로 들어갔다.

  양군의 진영의 정황은 살펴 보면, 오나라 군사들은 비록 군사의 수는 적었지만 모두 정예하고 지리적인 이점을 선점하고 있어 모두가 속전속결을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초군은 비록 군사의 수는 많다고는 하지만 각 부대마다 전투력에 차이가 많이 났다. 그러나 후방의 지원이 오군보다 유리한 잇점이 있었다. 그래서 초군은 지구전을 벌려 방어에 주력함으로 해서 오군의 전력을 소모시킨 다음 우세한 병력을 집중시켜 기회를 잡아 오군을 격파하려는 작전을 세웠다. 초군 진영 중 좌사마 심윤술은 그중 전략적인 사고를 갖추고 있는 유능한 지휘관이었다. 그는 쌍방이 처한 전략적인 입장에 근거하여 오군이 벌린 작전의 특징을 분석한 다음 전군의 통수권자인 낭와에게 건의했다.

“ 영윤께서는 한수의 강물을 상하로 순시하며 오군의 도하를 막기만 하십시오. 저는 휘하의 군사들을 모두 거느리고 방성의 외곽을 돌아 오나라가 정박시켜 놓고 있는 전선들을 불태우고 계속 전진하여 오군에게 빼앗긴 대수, 직원, 명액 등의 요새를 탈환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오군의 배후에 당도하면 영윤께서는 한수를 도하하여 앞뒤에서 협공하면 틀림없이 오군을 크게 무너뜨릴 수 있을 것입니다.”

  심윤술의 작전은 낭와가 초군을 지휘하여 한수 서안에서 오군의 도하를 막고 있는 동안 자신은 일단의 부대를 이끌고 북상하여 방성(方城)으로 나아가 그곳에서 주둔하고 있는 기동부대를 징집하여 크게 우회하여 오군의 배후로 나아가 회수 강안에 정박시켜 놓은 전선을 불사르고 다시 세 관문을 점령함으로 해서 오군의 퇴로를 끊으려고 한 것이다. 그런 다음 다시 낭와 휘하의 주력부대와 앞뒤에서 오군을 협공하면 장거리를 원정 나와 피로에 지친 오군을 일거에 쓸어 버려 오군이 발붙일 곳이 없게 만들겠다는 작전이었다. 

  낭와는 심윤술의 건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초군의 지휘부는 전략상으로 통일성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엄중하고 고질적으로 존재했던 모순으로 하여금 결과적으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낭와는 타국으로 도주하게 되었다. 심윤술이 방성의 군사를 징집하기 위해 초군의 진지를 떠난 후 얼마 안 있어 낭와는 전공을 탐하는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서 무성대부 흑(黑)과 사황(史皇)의 부추김에 넘어가 심윤술의 정확한 작전계획을 버리고 독자적으로 모험적인 군사작전을 전개하요 속전속결 전법으로 나갔다. 심윤술의 군사를 기다리지 않고 초군의 주력을 움직여 한수를 도강하여 오군을 공격한 것이다.

  오나라의 군신들은 초군이 한수를 건너 주동적으로 출격하는 것을 보자 그것은 바로 자기들이 고대하던 속전속결 작전과도 부합된다고 생각하여 크게 기뻐했다. 오군 진영은 우선 진채를 걷고 후퇴을 행하여 초군을 지치게 만들고 이어서 전기를 마련하여 결전에 임하려는 방침을 세우고 한수 동안에서 서서히 철수를 시작했다. 혼매하고 무능한 낭와는 오나라의 작전에 말려들어 오군이 싸움을 겁내는 것이라고 오판하고 오군의 뒤를 쫓아 계속 추격했다. 소별산(小別山)에서 대별산(大別山) 사이의 땅에서 초군은 계속해서 오군과의 소규모의 전투를 벌렸으나 모두 패배함으로 해서 우세를 전혀 점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초군의 사기는 저하되고 피로에 지치게 되었다.

  초군이 이미 완전히 곤경에 빠졌다고 생각한 오군 지휘부는 기회가 온 것이라고 판단하여 결전의 마음을 굳혔다. 11월 19일 합려 등의 오군 지휘부는 백거라는 곳에서 전투대형을 갖추고 추격해 오던 초군을 기다렸다.

  이때 초군 주력은 이미 백거 부근에 당도했었고, 원사(薳射)가 이끌던 증원부대도 역시 같은 장소에 당도해있었다. 그러나 원사와 낭와는 서로 사이가 나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 협조가 안 되어 각자가 서로 영채를 따로 세웠다.  초군 진영이 서로 불화하고 있는 것을 본 합려의 동생 부개(夫槪)는 낭와가 평소에 인심을 못 얻고 있고 초군은 상하가 죽기로 싸워 승리를 취하려고 하는 의지도 없다고 판단하여 합려에게 즉시 대군을 발진시켜 초군을 공격해야 한다고 건의하며 말했다. “ 낭와는 어질지도 못하고 그 부하들은 아무도 결사적인 태도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먼저 공격한다면 그 군사들은 틀림없이 도망치기에 바쁠 것입니다. 이어서 대군을 이끌고 그 뒤를 추격한다면 승리는 틀림없이 우리 것이 될 것입니다. 우리 오군이 초군 진영을 향해 진군을 시작하면 초군 진영은 혼란에 빠져 삽시간에 붕궤되고 말 것이며 이어서 우리 오군의 주력부대를 전투에 투입한다면 필시 대승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합려 등의 오군 지휘부는 보다 신중한 자세를 취하여 부개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승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한 부개는 말했다. “ 소위 ‘신하 된 자의 의견이 옳다면 명을 기다리지 않는다.’라고 한 말은 지금과 같은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오늘 내가 비록 죽는다 한들 초군을 파한다면 한은 없겠다.” 그래서 혈기에 넘치던 부개는 자기 휘하의 정예병들로 구성된 5천 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낭와의 진영을 향해 돌격했다. 초군은 과연 부개의 예상대로 한 순간에 스스로 궤멸되고 진채는 대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합려 등의 오나라 지휘부는 부개가 독단적으로 돌격을 감행하여 성공하는 것을 보고 여세를 몰아 오군의 주력부대를 전투에 투입하여 대승을 거두었다. 오군으로부터 자기의 진영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것을 본 낭와는 혼비백산하여 잔군을 수습할 생각도 못하고 전장터에 빠져나와 정나라로 달아나 버렸다. 대부 사황은 그 주장 낭와를 엄호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싸웠지만 기력이 다해 목숨을 잃었다. 초장 원사는 오군에 의해 포로가 되었다. 이로써 오군은 백거의 싸움에서 초군에 대해 결정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다.

  치명적인 타격을 받아 궤멸된 초군의 패잔병들은 원사의 아들 원연(薳延)에 의해 일부가 수습되어 서남방향으로 도주했다. 합려 등의 오군 지휘부는 도망가는 초군의 뒤를 추격하여 백거의 서남쪽에서 남북으로 흐르고 있었던 청발수 강안에서 포착했다. 오군의 추격대가 당도한 것을 본 초군은 공포심에 떨며 서로 앞 다투어 청발수(淸發水)를 건너려고 다투어 도하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초군이 강을 건너려고 하는 초군을 본 합려가 즉시 공격을 감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또 부개가 나서 만류했다. 그 이유로써 “ 짐승도 곤경에 빠지면 뒤돌아 물려고 하는데, 하물며 사람의 경우에는 말해야 무엇 하겠습니까? 만약 지금 강을 건너려는 초군이 죽음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즉시 죽기를 각오하고 우리에게 대항할 것입니다. 그래서 먼저 강을 건넌 자들이 죽음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면 남은 초군은 싸우려는 마음을 버리고 강을 건너 목숨을 건지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들이 반쯤 건넜을 때 공격하면 실패가 없을 것입니다.”

  합려가 부개의 의견에 동의하여 “적을 제압하여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그 군사들이 강을 반쯤 건넜을 때 공격하라”라는 전법을 채용하여 초군에 대해 다시 한 번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이어서 오군은 승승장구하여 초군의 뒤를 추격하여 옹서(雍澨)에 이르렀을 때는 그 때 마침 초군의 패잔병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밥을 짓고 있는 중이었다. 오군은 그들을 섬멸하고 그때 식(息) 땅을 경유하여 회군하고 있던 심윤술이 거느린 일단의 초군과 조우했다. 오초 양군은  일장의 격렬하고 잔혹한 살상전을 치렀으나 초군 좌사마 심윤술의 부대는 합려가 이끄는 오군의 정예부대에 걸려 섬멸되고 말았다. 초군의 주장 심윤술은 비록 있는 힘을 다하여 좌충우돌하며 용감하게 싸웠으나 결국은 힘이 다하며 몸에 중상을 입고 목숨을 잃었다. 이로써 초나라의 전군은 붕궤되고 오군에 대항할 만한 전력도 전무하게 되어 초국의 도성 영성은 완전히 오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게 되었다.

  합려, 부개, 오자서, 손무 등 오군의 지휘부는 파죽지세로 호호탕탕 진격하여 영성 밑에 당도하게 되었다. 초나라의 대신 자기(子期)와 자서(子西)는 비록 영도와 부근의 요지를 지키던 수비병으로 오군의 공격에 대항하려고 했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이 인심은 동요되고 사기도 저하되어 오군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오군의 공세가 강화되자 초소왕은 도성에서 빠져나와 어린 여동생을 품고, 이어서 소수의 신하들만을 대동한 채 상가집의 개와 같은 처참한 몰골로 수국(隨國)으로 들어갔다. 11월 29일 백거에서의 결전이 있고 10일 만에 합려가 이끄는 오군은 영성을 함락한 것이다.

(중국군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