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의(賈誼:서기전 200~168년)는 서한(西漢) 초의 낙양(洛陽) 사람이었다. 젊어서부터 출세하여 스무 살에 이미 황실의 박사를 지냈다. 학술계에서는 매우 높은 직책이었다. 풍부한 학식과 탁월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원로 학자들도 감히 그를 무시할 수 없었다.

한문제(漢文帝)는 이 젊은 재주꾼을 대단히 아끼어 그의 말이라면 절대 의심하지 않았다. 이에 많은 법령과 제도가 가의의 손을 거쳐서 만들어졌다. 따라서 가의의 관직은 점차 올라가 공경(公卿)의 등급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자 이를 시기하는 일부 관리들이 문제의 귀에 다음과 같은 말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낙양에서 온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가 대권을 잡고 조정을 주무르려고 하니 큰일이군!”

신하들이 너도 나도 한 마디씩 하자 문제는 마음이 흔들렸다. 그 후로 가의의 건의는 번번이 무시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장사왕(長沙王)의 태부(太傅)로 임명되었다. 가의는 그것이 겉으로는 승진이나 실제로는 좌천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장사(長沙)에서 3년 동안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문제가 생각을 바꾸어 가의를 양회왕(梁懷王)의 태부로 불러들여 가까이 두려고 했다. 양회왕은 문제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었으니 그의 선생님이 된 것은 분명 행운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양회왕이 말을 타다가 떨어져 죽게 되었다. 가의는 그의 선생님으로써 마음이 매우 아파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 실의에 빠진 가의는 1년 후 결국 33세의 나이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였다.

가의의 생은 짧았지만 적지 않은 문학작품을 남겼다. 이를 후세 사람이 정리하여 ≪신서(新書)≫ 10권으로 정리하였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산문으로 <과진론(過秦論)>을 꼽을 수 있다. <과진론>은 ‘진나라의 과실(過失)을 논함’이라는 뜻이다. 상·중·하 3 편으로 나뉘어 있는데 상편이 가장 뛰어나다. <과진론>은 진나라의 과실을 부각시키기 위해 먼저 진나라의 강대함으로부터 말을 시작하고 있다. 또 진나라의 강대함을 표현하기 위하여 다시 여섯 나라의 강대함을 강조하였다.

진과 적대관계에 있던 여섯 나라는 뛰어난 지식인·전투에 능한 장군·모두 합하여 진나라 보다 10배가 넓은 영토·100만이 넘는 병사들을 가지고 있었으나 시종일관 진나라를 이길 수 없었다. 그만큼 진나라는 두말할 나위 없이 강력하였다.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한 이후로 그런 상황은 더욱 굳어져서 ‘자손만대로 이어질 제왕의 업을 완성하였노라!’고 자신할 정도였다.

그런데 국경의 일개 졸병이던 진섭(陳涉)이 시골 골목에서 외친 한 마디에 ‘철옹성’이던 진 정권이 하루아침에 무너졌으니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가의는 이 글의 마지막 문장에서 비로소 문제의 답을 제시하고 있다.

‘어짐과 의로움의 정치를 베풀지 않았고, 공격할 때와 수비할 때의 형세가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仁義不施而攻守之勢異也)!’ 진나라가 공세에 있을 때에는 무력을 빌어 승리할 수 있었으나, 수세로 돌아선 다음에도 통치 방법을 바꾸지 않고 포학한 정치를 하였으니, 어떻게 망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가의는 문장의 기세를 잘 안배하여 글 전체의 중심을 마지막 문장에 배치하였다. 그 전에는 이를 위해 점차적으로 힘을 북돋우었다. 산을 오르듯 한 발 한 발을 내딛어 정상에 올라선 후에는 갑자기 내달음으로써 읽는 이들에게 강열한 인상을 심어준다.

가의의 또 다른 글인 <치안책(治安策)>은 <간축객령(諫逐客令)>와 마찬가지로 비유가 생동하고 글과 감정이 잘 어우러진 논설산문이다. 이 밖에도 <조굴원부(弔屈原賦)>와 <복조부(鵩鳥賦)> 등의 초사에 속하는 몇 편의 작품을 남기고 있다.

(wangjing.com 송철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