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종당(左宗棠)

태평천국운동을 진압하지 못한 청나라 조정은 ‘내분을 먼저 수습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러시아의 중재를 받아들여 북경조약을 체결했다.함풍 11년(1861) 8월21일, 함풍제가 서태후의 아들 재순을 황태자에 봉했다. 다음 날 함풍제가 숨을 거두자, 열하에서 상경한 서태후는 공친왕과 공모하여 11월에 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움켜쥐고 증국번은 흠차대신으로 임명하고, 좌종당을 태상사경에 봉해 태평천국을 진압하도록 명했다.

좌종당은 증국번과 오랜 시간 태평천국군을 진압하면서 자주 말다툼을 벌렸다.돌다리도 두드리면서 전략을 신중히 짜는 증국번과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좌종당 사이에 존재하는 성격 때문이었다. 그리고 좌종당은 다른 이에게 다소 강압적인 면이 있었다.

동치 3년(서기 1864년) 3월 31일 좌종당은 휘하 군사를 이끌고 태평천국에 점령당했던 항주를 탈환하고 평생의 지기인 거상 호설암을 만났다.호설암은 시대를 볼 줄 아는 장사꾼이었다. 당시 청나라 조정이 관군의 군수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관표를 대다수 상인들은 부도수표로 인식하고 구매하지 않았다. 그러나 호설암만은 관표를 매입했다. 그이유는 관군이 ‘ 싸움에서 이길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편의를 봐주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에서 였다. 비록 돈을 받지 못하더라도그것을 상회하는 편의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좌종당은 군자금 때문에 어려움을 크게 겪고 있었다. 청나라 말기는 관료들은 부패하고 중세에 허덕이는 백성은 먹을 것이 없어 도적이 되는 시대였다. 이런 때에 호설암은 2만 냥이란 거금을 관군의 군수품을 위해 쾌척했다. 좌종당에게 호설암의 자금 지원은 사막의 단비였다.

이윽고 좌종당의 활약으로 항주를 수복하자 증국번의 상군은 7월 19일 태평천국의 수도 남경을 점령했다. 그 공으로 좌종당은 이홍장과 함께 1등 백작에 진봉되었다. 그러나 태평천국의 란을 진압했다고는 하나 염군(捻軍)이 계속해서 청나라를 위협하고 있었고, 연이어 신강 지역에서도 반란이 일어났다.

청나라 조정은 신강지역의 반란을 뒤로 미루고 염군토벌에 힘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동치 4년(1865) 5월, 청나라 조정은 좌종당을 흠차대신으로 임명해 염군을 토벌하도록 하고, 이홍장을 양광총독 서리에 임명했다. 당시 염군은 태평천국의 란을 진압할 때 주력군으로 활약한 셍게린친왕(僧格林沁親王 : Senggelinqin)의 기마군을 포위하여 섬멸하여 그 위세가 대단했다.

좌종당은 염군을 토벌하고 서구열강과 대결하기 위해서는 현대식 무기공장을 세워야한다고 주장하여 조정의 허락을 받았다. 청나라가 현대식 조선소를 건설하는 데는 호설암의 공이 무척 컸다. 그는 120만냥이란 대금을 마련하고 조선소를 운영할 수 있는 인재확보에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그러나 염군이 섬서성의 회족과 연계하여 기의하자 좌종당은 양무운동을 멈추고 목전의 시급한 일을 해결해야 했다.

염군을 토벌할 임무를 맡은 좌종당은 많은 우여곡절 끝에 1869년 섬염군을 완전 진압했다. 그후 좌종당은 회족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애쓰면서 이홍장과 대립했다.이는 좌종당이 당시 회족반란을 제압하기 위해 무려 7년 동안 3만2천냥이란 거금을 소비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를 적으로 생각한 좌종당과 일본을 적으로 보고 있던 이홍장은 견해차이로 다툴 수 밖에 없었다.

지루하게 이어지던 두 사람의 공방전은 마침내 청조정이 1875년 5월 3일 좌종당을 신강의 군무를 독판하는 흠차대신으로 임명하면서 마무리 되었다. 1876년 좌종당은 신장의 위구르족의 난을 진압하고, 1884년 청불 전쟁 당시에는 72세의 노구에도 불구하고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광서 11년엔 프랑스에게 연달아 패배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베트남을 떼어주는 한이 있어도 조선은 지켜야 한다’라고 생각했던 이홍장은 3월 31일 외교의 귀재 증기택(증국번의 아들)을 내세워 조약을 체결했다. 당연히 좌종당은 이에 반발했고, 이홍장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리며 점점 첨예하게 그와 대립각을 세웠다. 서구열강에 맞서기 위해 해군창설을 논의하던 좌종당은 결국 73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쓰러져가던 제국이었던 청나라는 좌종당의 승리로 인해, 체면치례를 하고 제국의 수면을 조금이나마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아울러 그와 대립하긴 했으나, 이홍장 역시 그의 군사적인 승리를 발판으로 서구 열강과 좀 더 유리한 고지에서 조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비록 성정이 투박하고 약간 거만하기는 했으나, 병법에 밝고 군사를 누구보다 잘 이끌었으며, 패배감에 쌓인 조정에서 불굴의 의지로 당대의 열강인 영국과 러시아가 지원한 신강지역의 반란을 제압한 좌종당의 공은 현대 중국이 그에게 빚진 바가 크다고 하겠다.

<인물로 읽는 중국 근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