薩爾滸戰役[사르후전역]　　

사르후전역 1년 전인 1618년 4월 13일에 누루하치는 보병과 기병 2만을 이끌고 만주지역에 소재한 명군의 주둔지 정벌에 나서면서 소위 만주족의 한족에 대한 7가지 큰 원한을 적은 문서를 격문으로 삼았다. 누루하치는 2만의 군사를 좌우익 2대로 나누어 자신은 우익 4기(旗 :(正黃, 正紅, 鑲紅, 鑲藍)을 이끌고 무순(撫順)을 공략하자 당시 명군의 수장이었던 이영방(李永芳)은 성을 들어 투항했다. 동시에 누루하치는 좌익의 4기(旗 : 鑲黃, 正白, 鑲白, 正藍)에게 명령을 내려 동주(東州)와 마근단(馬根單) 등을 공격하도록 했다. 명나라의 요동순무(遼東巡撫) 이유한(李維翰)이 황급히 장승음(張承蔭)을 장수로 삼아 1만의 군사를 보내 후금군을 진압하려고 했으나 중간에 매복하고 있던 후금군에 의해 피격되어 전군이 전멸하고 말았다.

7월 누루하치는 다시 8기 전군을 이끌고 아골관(雅鶻關)으로 진입하여 청하성(淸河城)을 포위하고 공격했다. 명나라 장수 추저현(鄒儲賢)은 후금군의 공격에 완강하게 저항했으나 결국 후금군의 공격에 성은 떨어지고 자신은 피살되고 말았다. 누루하치의 계속적인 명군과의 전투에서의 승리는 만주 전역을 진동시켰을 뿐만 아니라 북경의 명나라 조정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에 명나라 조정은 요동을 안정시키기 위해 후금세력을 진압하고자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여 정벌전을 진행시키게 된 것이다.

그러나 명나라는 말기에 이르러 부패해진 정치로 인해 요동의 명군 수비대의 군정은 극도로 부정이 만연한 상태였다. 수비대의 군적에는 비록 8만의 병력이 올라있었지만 실제로 작전에 투입할 수 있었던 병력은 1만에 불과했다. 또한 병장기의 상태는 모두 허술하게 관리되고 군사들의 사기는 극도로 저하되어 있었다. “ 몇 년에 걸쳐 병기는 관리되지 않아 극은 녹슬고 과는 날이 서있지 않아 완급을 조정한다고 해도 전투에 사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쟁이와 북은 소리도 나지 않을 정도로 훼손되어 있었다. 그런 군사들에게 일단 전투명령이라도 떨어지면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팔은 앞으로 창을 든 손은 앞으로 내밀며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라는 기록이 사서에 있을 정도였다. 그와 같은 군대를 이끌고 전투에 참가할 경우에는 한 번의 공격도 감행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명나라조정은 할 수 없이 전국에 동원령을 발하여 요심(遼瀋)지역에 집결시키고 다시 조선과 엽혁부(葉嚇部)에게 원군을 청했다. 그러나 전국 각 지방정부로부터 징집한 군사들 역시 요동수비군과 마찬가지로 부패가 극에 달해있어 ‘ 징집되어 온 군사들 대부분은 출격명령이 떨어지자 땅에 엎드려 통곡을 하며 관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명군의 후금군에 대한 정벌작전은 결코 승리를 취할 수 없었던 패전을 무릅쓴 일종의 모험전쟁이었다.

명나라 조정은 양호를 요동경략으로, 두송, 이여백, 유정 등을 부경략으로 삼아 군사들을 조련하고 군장비와 군량을 준비하도록 했다. 9개월 동안의 준비기간이 지난 1619년 (명 만력 47년, 후금 천명(天命) 　4년) 2월에 명군의 병력이 요동지방에 당도했다. 이어서 명나라의 위협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출격한 1만 3천의 조선군도 합세하여 총병력은 10만에 이르렀으나 대외적으로는 47만으로 호칭했다. 양호와 제장들은 작전회의를 열어 명군을 4대로 나누어 후금의 근거지로 진격하기로 결정했다. 총병 유정은 동로군을 이끌고 관전(寬甸)에서, 총병 마림은 북로군을 이끌고 삼차구(三岔口)에서, 두송은 서로군을 이끌고 무순관(撫順關)에서 총병 이여백은 남로군을 이끌고 아골관(鴉鶻關)에서 출격하도록 했다. 그 중 명군 주력으로 구성된 두송의 서로군은 후금군의 본거지 하투아라로 곧바로 진격하게 했다. 이외에 왕소훈(王紹勳) 총관에게는 군량의 보급을 맡기고 총사령관 양호는 심양에 주둔했다. 명나라 조정은 허장성세로 정황을 호도하기 위해 ‘ 4로군이 일제히 후금의 본거지로 쳐들어 간다면 10일 이내에 정벌전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명군의 전략과 각 부대의 진군계획을 파악한 누루하치는 명군이 군사를 나누어 여러 방면에서 쳐들어올 것이라고 분석하고 성동격서 전술을 펼치기로 했다. 누루하치가 말했다. “ 명나라의 동로군이 일부러 우리 척후에 먼저 발견하도록 만든 것은 우리 군사들을 남쪽으로 유인하려는 작전이다. 따라서 무순에서 나오는 서로군이야 말로 명군의 주력일 것이며 마땅히 서로군의 공격에 대한 대비를 한다면 나머지 다른 방면에서 진군해 오는 부대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먼저 5백의 병력으로 유정의 동로군을 막도록 하고 나머지 모든 병력을 집중시켜 명군주력인 두송의 서로군에게 타격을 가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소위 “당신은 여러 길을 거쳐서 가시오, 나는 단지 한 길로만 가겠소!” 과 같은 경우였다. 누루하치의 그와 같은 전략은 정확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병력면에 있어서 명군은 10만이 넘었고 후금의 병력은 단지 6만에 불과하여 절대적인 열세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병력이 우세했던 명군은 4방면으로 병력을 분산시켰고 더욱이 유정과 마림, 이여백 등의 삼로군은 험악한 산세와 많은 하천 때문에 행군이 곤란하여 같은 시간에 목표지점에 당도할 수가 없었다. 오로지 무순에서 출발한 두송의 서로군만이 혼하(渾河)를 건넌 후 소자하(蘇子河) 강변을 따라 비교적 평탄한 행군이 가능하여 이틀 만에 하투아라에 접근할 수 있었다. 누루하치는 6만의 병력으로 두송의 3만 병력을 공격하여 숫자 면에서도 우세를 점하여 싸움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이에 그는 친히 8기의 대군을 이끌고 신속하게 명군의 서로군을 향해 진격하여 타격을 가했다. 명과 후금의 양군은 사르후 일대에서 조우하여 교전에 들어가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르후전역의 서막이 올랐다.

사르후 전역은 3단계로 진행되었다.

제 1단계는 길림애(吉林崖) 전투다. 2월 29일 3만의 명군을 이끌고 무순관(撫順關)을 나와 3월 1일 사르후에 당도한 두송은 후금이 군사를 미리 파견해서 사르후 전면의 계범성(界凡城)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명군의 동진을 막으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두송은 2만의 군사를 남겨 사르후를 지키도록 하고 자신은 1만의 군사를 이끌고 계범성을 공략하기 위해 진군했다. 이는 이미 분산된 병력을 다시 분산시킨 것이다. 이때 8기군을 이끈 누루하치는 이미 계범성의 동쪽에 당도해 전광석화와 같은 기동성을 발휘하여 각개격파 작전으로 전기를 마련하려고 했다. 그는 말했다. “ 먼저 사르후산에 주둔하고 있는 수비병을 격파하면 계범을 공격하는 병력은 간담이 내려가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그는 다시 대선과 황태극에게 8기 중 2기를 주어 두송의 퇴로를 끊도록 하고 자기는 친히 남은 6기를 이끌고 사르후의 명군에 맹공을 가했다. 후금의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게 된 명군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사르후 서안으로 달아나다가 아합(阿哈) 일대에서 모두 섬멸되고 말았다. 이윽고 길림애 하의 두송은 후금의 대군에게 포위되어 두송은 전사하고 명군은 모두 복멸되고 말았다. “ 죽은 병사의 시체는 산과 들판을 덮었고 시체에서 흐르는 피는 개울을 이루었으며 병장기와 시체는 혼하의 얼음을 깨고 하류로 흘러 내려갔다.

제2단계는 상간애(尙間崖)와 배분산(斐芬山) 전투다. 2월 28일 마림의 북로군과 엽혁부(葉嚇部)의 병력이 삼차구(三岔口)를 나와 부륵합산(富勒哈山)의 상간애에 영채를 세우고 반종안(潘宗顔)에게 일군을 주어 배분산에 주둔하도로 했다. 또한 공념수(龔念遂)에게 일군을 이끌고 알휘악모(斡輝鄂模)로 보내 지키도록 하고 본영과 기각지세를 이루어 적군의 공격을 받을 경우 서로 호응하도록 했다.

서쪽 방면의 명군 주력을 섬멸한 누루하치는 기세를 몰아 북상하여 3월 2일 먼저 알휘악모의 명군을 공격하여 괴멸시키고 계속 전진하여 상간애의 명군주력에게 타격을 가했다. 명나라 군대는 크게 패하고 대장 마림은 간신히 목숨을 구해 개원으로 도망쳤다. 배분산에 주둔하던 반종안 부대 역시 후금군의 공격으로 전멸하고 말았다.

제3단계는 아포달리강(阿布達裏岡)과 부찰(富察) 전투다. 2월 25일 관전(寬甸)을 출발한 유정의 동로군은 비록 4로군 중 가장 빨리 행군을 시작했지만 산길은 험준하고 산봉우리에는 큰눈으로 덮여 있어 진군 속도가 늦어져 3월 2일에서야 가까스로 심하(深河)에 이를 수 있었다. 후금의 수비군 소수병력이 장애물을 설치하여 길목을 막으면서 일면 싸우고 일면 퇴각하면서 있는 힘을 다하여 명군의 진군 속도를 지연시켰다. 3월 4일 유정의 명군은 아포달리강에 당도했고 강홍립의 조선군은 부찰(富察)에 도착하여 후금군의 본거지 하투아라까지는 약 5-60키로를 남겨놓고 있었다.

그때 이미 서와 북의 양로군을 섬멸한 누루하치는 신속하게 군대를 정비한 후 호이한(扈爾漢)、아민(阿敏)、대선(代善)、황태극(皇太極) 등을 차례로 진격시키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군하여 동부전선에 3만의 병력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 누루하치는 집결시킨 후금군을 산과 계곡에 매복시킨 후에 명군을 요격할 시기를 대기하도록 했다. 명군이 촌락과 진채를 불태우며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은 채 진군했다. 불시에 모습을 나타낸 후금군은 명군을 앞뒤에서 공격하여 퇴로를 차단했다. 유정은 전사하고 명군은 전군이 복멸되고 말았다.

8기의 별동대를 총 지휘하던 대선이 부찰지역의 조선군 군영을 포위하고 압력을 가해왔다. 협소하고 험한 고립된 언덕에서 인마가 서로 부딪치며 여러 날에 걸쳐 기아에 굶주리며 갈증까지 겹쳐 후퇴하자니 퇴로가 차단당하고 싸우자니 군사들은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고 있어 감히 대적할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군사들은 모두 무기를 버리고 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않는 것 외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마침내 조선군 원수 강홍립은 전군을 들어 후금군에 투항하고 말았다.

명나라의 삼로군이 모두 섬멸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양호는 놀라 이여백의 남로군에게 황급이 명을 내려 황급히 철수하도록 했다. 이로써 명나라의 4로군 중 1로군 하나만 전멸을 면하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전투가 진행되던 중에 누루하치의 기동성에 중점을 탁월한 지휘능력과 후금 장수들의 용맹성이 들어나고 불과 5일 동안의 짧은 기간 동안 3개 지역에서 3번의 큰 전투를 치른 것이다. 전투 전에 각 부서의 배치를 주도면밀하게 배치하고 일단 전투가 벌어지면 용감무쌍하게 적진을 향해 돌격하여 적진을 돌파하고 전투가 끝나면 신속하게 전장에게 이탈하여 새로운 전장으로 이동했다.

사르후전역은 병력을 집중하여 전투장소와 전투시기를 선택하여 계속해서 전투를 행하면서 속전속결로 아군보다 우세한 병력의 적군을 소수의 병력으로 각개격파한 전형적인 전쟁이었다.

그 결과 후금군은 대승을 거두고 명군은 참패했다. 이 전쟁은 명나라와 후금 쌍방의 향후 정세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로써 명나라의 역량은 크게 약화되어 여진족 각부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되었었으며 자연히 명나라의 조정은 요심(遼瀋)지역에 대한 정책은 공세에서 수세로 전환하게 되었다. 이와 반대로 후금의 역량은 크게 진작되었으며 누루하치의 중원지역에 대한 야심이 더욱 커지고 후금은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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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팔기군의 편제

1. 니루[우록(牛彔)] : 기의 최소 단위로써 300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휘자는 우록액진(牛彔額眞)이다.

2. 지아라[갑라(甲喇)] : 5개 니루 1,500명으로 편성되고 지휘자는 갑라액진(甲喇額眞)이다.

3. 구사[고산(固山)] : 5개 지아라 7,500명으로 편성되고 지휘자는 고산액진 1인에 부지휘자 매륵액진(梅勒額眞) 2인을 두고 기(旗)라 했다.

4. 창건시 8기 전군을 통수권자 누루하치는 정황(正黃)과 양황(鑲黃) 두 기와 파아라(巴牙喇)라고 칭하던 호위군단 5,000명을 직접 지휘했다. 차자 대선(代善)은 정홍, 양홍의 두 기, 5자 망고이태(莽古爾泰)는 양람기(鑲藍旗)을, 8자 황태극(皇太極)은 양백기(鑲白旗), 장손 두도(杜度)는 정백기, 조카 아민(阿敏)은 정람기(正藍旗)를 이끌고 8기군 지휘관들은 각각 정예로 편성된 별도의 호위대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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