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장이진여(張耳陳餘)
- 장이와 진여가 문경지교를 맺다. -

장이(張耳)는 대량(大梁) 인이다. 그가 어렸을 때 신릉군(信陵君) 위무기(魏無忌)의 문객을 지냈다. 장이는 일찍이 위나라에서 죄를 짓고 도망쳐 외황(外黃)에서 유랑했다. 외항에 부호가 있었는데 그의 딸이 매우 아름다웠으나 남의 집에서 고용살이하는 하는 사람과 눈이 맞아 시집갔다. 그러나 그녀는 생활고로 인해 남편과 반목하다가 도망쳐 부친의 빈객에게 의탁했다. 평소에 장이를 잘 알고 지냈던 그 빈객은 그녀에게 말했다.
「네가 현능한 남편을 찾고 있다면 장이를 따라라!」
그녀가 따르겠다고 하자 빈객은 마침내 그녀를 위해 남편과 이혼시키고 장이에게 시집보냈다. 장이는 그로 인해 유랑생활을 벗어나 여인의 집에서 후하게 보내주는 봉록으로 천리 밖의 빈객들을 불러 사귈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위나라에 속죄금을 내고 죄를 용서받아 벼슬을 얻어 외황(外黃)의 수령이 되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진여(陳餘) 역시 대량 사람이다. 유학(儒學)을 좋아했으며 여러 번 조나라의 고형(苦陘 : 지금의 하북성 석가장시 동북의 무극현(無極縣))으로 놀러 다녔다. 고형에는 공승씨(公乘氏)라는 부호가 살고 있었다. 진여와 사귀게 된 공승씨는 그가 범용한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자기 딸을 진여에게 시집보냈다.
이윽고 진나라에 의해 위나라가 망하자 태수의 자리를 잃고 외황으로 돌아와 살고 있었던 장이를 부인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 진여가 찾아가 사귀게 되었다. 진여가 장이보다 10여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장이를 부친처럼 모시다가 결국 두 사람은 의기가 투합하여 문경지교(刎頸之交)을 맺었다.
일찍이 고조(高祖)가 포의(布衣)의 지사로 있을 때 여러 번 장이를 찾아와 교유하며 어떤 때는 몇 개월을 묵어가곤 했다. 위나라를 멸하고 몇 년이 지난 뒤에야 진나라는 두 사람이 위나라의 명사라는 사실을 알고 장이의 몸에는 천금을, 진여에게는 오백금의 현상금을 걸고 수배했다. 장이와 진여는 성과 이름을 바꾸고 모두 진성(陳城)으로 도망쳐 들어가 어떤 마을의 문지기가 되어 먹고 살았다. 그러 던 어느 날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있는데 마을의 관리가 지나가다 트집을 잡더니 진여에게 매질을 가했다. 진여가 화를 참지 못하고 반항하려고 하자 장이가 진여의 발꿈치를 밟아 매를 맞도록 했다. 관리가 돌아간 후에 장이는 즉시 진여를 뽕나무 밑으로 데려가 그의 잘못을 지적하며 말했다.
「내가 처음 그대와 무슨 말을 했던가? 오늘 보니 조그만 치욕을 못 참고 한낱 시골의 일개 관리 손에 죽으려고 하지 않았는가?」
진여가 장이의 말에 수긍했다. 진나라가 조칙으로 두 사람의 몸에 현상금을 걸고 수배했으나 두 사람은 오히려 문지기의 이름으로 자기들을 찾는다는 령을 마을에 전달했다.
이윽고 대택향(大澤鄕)에서 진나라에 반기를 들고 기의한 진섭(陳涉)이 수만의 군사를 이끌고 진성(陳城)으로 들어왔음으로 두 사람이 진승을 찾아가 그 휘하에 들어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