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돌아와 몽의와 몽염이 죽었다고 고하자 이세, 이사, 조고 등의 세 사람은 크게 기뻐했다. 이윽고 함양에 당도한 그들은 진시황의 상을 발하고 호해를 이세황제로 세웠다. 조고는 낭중령(郞中令)이 되어 이세 황제의 곁에 떠나지 않고 국사를 전결했다. 이세가 조고를 불러 일을 의논하다가 말했다.
「무릇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인생이란 마치 문틈을 통해 보이는 여섯 마리의 준마가 달려가는 모습과 같은 짧은 순간이요. 내가 이미 천하에 군림하는 황제의 자리에 올랐으니 귀로 듣거나 눈으로 보고 싶은 것들을 모두 즐기고 싶소. 그것에 더하여 기쁘고 즐거운 것으로 마음을 더할 나위 없이 만족시키고, 종묘를 안정시키고 만백성들을 기쁘도록 해서 천하를 오래도록 향유하여 궁극적으로는 천수를 마치고 싶은 데 그런 방법이 있겠소?」
「그것은 현명한 군주가 행할 바이고 혼매한 군주가 금하는 바입니다. 신이 청컨대 그 방법에 대해 감히 부월의 주살죄를 무릅쓰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원컨대 폐하께서는 잠시만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대저 사구에서 행한 모의에 대해 여러 공자들과 대신들은 모두 의심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여러 공자들은 모두 황제의 형제들이며 대신들은 선제께서 임명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지금 황제의 자리에 오른 폐하를 마음속으로 앙앙불락하며 불복하고 있어 혹시라도 변란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또한 몽염과 몽의는 이미 죽었다고 하나 그의 잔당들이 아직 변경에서 군사를 이끌고 있어 신은 두려운 마음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불행하게 일이 끝나지나 않을까 두려울 뿐입니다. 그런데 폐하께서 그런 와중에서 어떻게 즐거움을 누리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오?」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형벌을 철저하게 집행하여 죄를 범한 자들은 서로 연좌시켜 멸족시켜야 합니다. 또한 대신들을 멸하고 골육을 멀리하십시오. 그리고 원래 가난한 자들을 부자로, 비천한 자들을 귀한 신분으로 만드십시오. 선제가 임명한 구신들은 모두 제거하고 폐하께서 신임하는 사람들을 임명하여 주변에 두십시오. 이렇게 하면 음덕은 폐하께 돌아가 해로운 일은 없어지고 간사한 모략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시면 폐하의 은혜와 덕을 입지 않는 신하들은 없게 되어 결국 폐하께서는 베개를 높이 베고 원하는 일들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이 보다 더 좋은 계책은 없습니다.」
이세가 조고의 말이 옳다고 여겨 마침내 법을 다시 고치고 군신들과 여러 공자들에게 죄를 주어 조고로 하여금 그 죄를 국문토록 했다. 조고는 공자 20 명을 잡아 함양의 시정에서 참수시켰고 공주 10명을 두현(杜縣 : 지금의 서안시 남서의 두릉(杜陵))에서 사지를 찢어 죽였다. 그들의 재물들은 모두 관리들에 의해 몰수 되었고 연좌되어 죽은 자는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이세의 이복형 공자 고(高)가 달아나려고 했으나 가족들이 연좌되어 받게 될 멸족의 죄가 두려워 이세에게 서장을 올렸다.
「선제께서 생존하실 때 신이 입궁하면 음식을 하사하셨고, 나가면 수레를 타게 하셨습니다. 어부(御府 : 황제의 의복을 관장했던 관부로 소부(少府)에 속했다.)에게 명하여 황제께서 입는 옷을 신에게 하사하셨고 마구간의 명마를 내어 주셨습니다. 신이 부황을 따라 죽지 못했음은 아들된 자로써 불효이며, 신하된 자로써는 불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신은 불충한 자이오니 세상에 이름을 세울 수 없어 청컨대 선황을 따라 죽고자 합니다. 원하옵건대 여산(驪山)에 묻어주시기 바랍니다. 오로지 폐하께서 가엽게 여겨 주시기만을 바라올 뿐입니다.」
서장을 본 이세가 매우 기뻐하며 조고를 불러 보이고 말했다.
「이로써 여러 공자들의 마음이 급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소?」
「신하된 자가 죽음을 두려워하여 여념이 없거늘 어찌 그들이 변란을 도모하겠습니까?」
호해가 서장의 내용대로 공자고의 자살을 허락하고 10만 전의 돈을 하사하여 장례를 치르게 했다. 계속해서 이세는 여섯 명의 공자를 두현(杜縣)에서 처형하고 이복형들인 장려(將閭) 3형제를 내궁에 감금한 후에 그들의 죄를 나중에 논하려고 하였다. 이세가 장려에게 사자를 보내어 령을 전했다.
「공자는 신하의 도리를 다하지 않아 마땅히 죽음에 해당하는 죄를 지어 내가 형리를 보내어 법을 집행하겠노라!」
장려가 듣고 사자를 향해 말했다.
「궁궐의 의식에서 나는 아직까지 빈찬(賓贊 : 궁중의 예법과 의식을 관장하던 관리)의 지시에 따르지 않은 적이 없었고 조정의 서 있었을 때는 황제 앞에서 아직껏 예절을 잃어본 적이 없었다. 또한 황제로부터 명령을 받을 때는 나는 아직까지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다. 나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내가 무슨 죄가 있어 죽어야 하는지 알려 주기 바란다.」
사자가 장려를 보고 말했다.
「신은 이 일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단지 폐하의 명만을 받들 뿐입니다.」
장려가 하늘을 쳐다보며 큰 소리로 세 번 외쳤다.
「오 하늘이여 나는 죄가 없습니다.」
장려 3형제는 모두 눈물을 흘리며 허리에서 칼을 뽑아 목을 찔러 자결하였다. 황실의 종실들은 모두 공포에 떨며 전전긍긍하였다.
2020-01-27 2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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