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항씨기병(项氏起兵)
- 항량과 항우가 강동에서 거병하다. -

한편 항적(項籍)은 하상(下相)①
사람으로 자는 우(羽)다. 처음 진나라에 대해 반기를 들 때 그는 24세의 젊은 나이였다. 옛날 진나라 장수 왕전(王翦)과 싸워 패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나라의 대장군 항연(項燕))은 세 아들을 두었는데 첫째가 항백(項伯), 둘째가 항영(項榮), 막내가 항량(項梁)이다. 항적의 아버지 항영이 젊은 나이로 죽자 그는 숙부 항량 밑에서 컸다.
항적이 어렸을 때 글공부를 했으나 진전이 없어 때려치우고, 다시 검술을 배웠으나 역시 진전이 없었다. 항량이 노하며 꾸짖자 항적이 대답했다.
「글이란 자기 성과 이름을 쓸 줄 알면 족하고, 검술이란 한 사람과 싸워 지지 않을 정도면 족합니다. 만인을 상대해서 이길 수 있는 학문을 배우겠습니다.」
그래서 항량은 항적에게 병법을 가르쳤다. 항적이 크게 기뻐하며 개략적이나마 그 뜻을 이해 할 수 있었으나, 결국은 학문의 경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항량은 옛날 역양(櫟陽 : 지금의 섬서성 임동(臨潼) 동북)에서 죄를 짓고 감옥에 갇혔을 때 기현(蘄縣)의 옥리 조구(曹咎)가 역양현(櫟陽縣)의 옥리 사마흔(司馬欣)에게 선처를 부탁하기 위해 보낸 편지로 인해 항량은 곧 석방될 수 있었다. 항량은 후에 다시 살인을 하고 몸을 피해 회계군(會稽郡) 오현(吳縣 : 현 강소성 소주시(蘇州市))으로 갔다. 오현의 어진 선비들과 대부들이 모두 몸을 일으켜 항량의 밑으로 들어왔다. 현청의 관할 내에 큰 공사가 있을 때나 상이 났을 때는 언제나 항량이 일을 주재하고, 암암리에 병법에 이르는 대로 빈객들과 강동의 자제들을 조직했음으로, 사람들은 그가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후에 진시황이 회계로 순수(巡狩) 나와 절강(浙江)을 건널 때 그 모습을 보기 위해 항량과 항우가 같이 나가 구경했다. 항우가 성대한 행렬과 함께 지나가는 진시황을 구경하면서 말했다.
「내가 저 자리를 차지해야 되겠다!」
항량이 항우의 입을 막고 말했다.
「멸족을 당하면 어쩌려고 그런 망언을 함부로 하는가?」
항량은 이때부터 항우가 범상한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항우는 키가 팔 척(약 190cm) 넘었고, 힘은 천근의 무게가 나가는 정(鼎)을 들 수 있었다. 재능과 기개가 뭇 사람에 비해 뛰어난 항우를 오 땅의 자제들은 모두 두려워했다.
진나라의 이세황제 원년 즉 기원전 209년 7월, 진승(陳勝) 등이 대택향(大澤鄕)에서 거병하여 진나라에 반기를 들었다. 그해 9월 회계태수 은통(殷通)이 항량에게 말했다.
「강서(江西)②
가 모두 진나라에 반하여 일어났소. 이는 진나라를 망하게 하려고 하는 하늘의 뜻인 듯 싶소. 먼저 행하면 남을 제압할 수 있고, 후에 일어나면 다른 사람들에게 부림을 당한다고 나는 들었소. 내가 거병하여 공과 환초(桓楚)환초(桓楚) : 진한교체기(秦漢交替期) 때 초나라 장령으로 오인(吳人)이다. 진이세 원년 기원전 209년 진승이 기의하자 그는 도망하여 대택(大澤)으로 도망가 숨었다. 아무도 그가 있는 곳을 알지 못했으나 그가 있는 곳을 알고 있던 항우가 불러 장수로 삼았다. 2년 후인 기원전 207년 경자관군(卿子冠軍) 송의(宋義)를 죽이고 군권을 장악한 항우가 환초를 보내 초회왕(楚懷王)에게 고하게 했다.
를 장수로 삼고 싶소.」
그때 환초는 도망가 강호(江湖)에 숨어있었다. 항량이 대답했다.
「도망가 몸을 숨긴 환초가 어디에 있는지는 오직 항우만이 알고 있습니다.」
항량이 물러 나와 항우에게 칼을 들고 밖에서 대기하라고 명하고 다시 태수의 앞으로 가서 좌정한 후에 말했다.
「청컨대 항우를 불러 환초를 불러오라는 명을 직접 전하시기 바랍니다.」
태수 은통의 허락을 받은 항량은 항우를 불러 태수전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항량이 항량에게 눈짓을 하며 말했다.
「이제 손을 써도 되겠다.」
이에 항우가 즉시 칼을 뽑아 태수의 목을 베었다. 항량이 태수의 인장을 허리에 두른 후에 태수의 수급을 높이 쳐들었다. 태수전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 소란을 피우자 항우가 수십 명의 목을 베어 살해했다. 항우의 흉맹한 기세에 눌린 태수부의 관리들이 모두 땅에 엎드리고 아무도 감히 몸을 일으켜 대항하지 못했다. 항량이 평소에 알고 지내던 호족들과 관리들을 불러들여 대사를 일으킨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윽고 오성의 병사들과 회계군 관하의 각 현에 사람을 보내 장정을 모집하여 정병 8천을 얻었다. 항량은 오성의 호걸(豪傑)들을 교위(校尉), 후(侯), 사마(司馬) 등으로 삼았다. 기용되지 않은 어떤 사람이 와서 이유를 묻자 항량이 대답했다.
「옛날 어떤 사람이 상을 당했을 때, 당신에게 상례를 주재하도록 시켰으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소. 그래서 내가 그대를 기용하지 않았소.」
사람들이 모두 항량의 말에 승복했다. 마침내 항량이 스스로 회계태수가 되어 항적을 비장(裨將)으로 삼아 관하의 현(縣)들을 돌아다니며 진무하고 복종시켰다.
광릉(廣陵 : 현 강소성 양주시(揚州市)) 사람 소평(召平)이 진왕(陳王) 섭(涉)을 위해 광릉을 진무하려고 했으나 힘이 부쳐 미처 점령하지 못했다. 그 사이 진왕(陳王)의 군대를 대파한 진나라의 조정의 토벌군이 장차 광릉으로 진격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은 소평은 즉시 장강을 건너 항량을 찾아갔다. 소평은 진왕의 명령을 가장하고 항량을 초나라의 상주국(上柱國)에 임명한다고 하면서 진왕의 명을 거짓으로 전했다.
「강동은 이미 평정되었으니 군사들을 이끌고 하루라도 빨리 서쪽으로 진격하여 진나라 군사들을 저지하시오.」
즉시 8천의 군사를 이끌고 장강을 건너 서쪽으로 진격한 항량은 진영(陳嬰)이 이미 동양(東陽 : 안휘성 천장현(天長縣) 서북)을 함락시켰다는 소식을 듣고 같이 힘을 합쳐 진나라 도성으로 진군하려고 했다.
진영이라는 사람은 동양(東陽)의 영사(令史 : 현령의 속관으로 지방관아의 하급관리다.)로서 현청에 근무하면서 신심이 있고 성실한 태도로 일관하여 장자(長者)의 칭호를 받고 있었다. 이윽고 진승의 기의가 전해지자 동양의 젊은이들이 일어나 현령을 죽이더니 무리가 늘어나 수천에 달하게 되었다. 그들이 모의하여 수령을 세우려고 했으나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은 진영에게 그들의 수령이 되기를 청했다. 진영은 감당할 수 없다고 사양했으나 젊은이들이 강제로 받들어 그들의 수령으로 만들었다. 그러자 현의 관내에서 무리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2만 명에 달했다. 다시 젊은이들이 진영을 왕으로 추대하고 자기들을 창두군(蒼頭軍)으로 칭해 천하무적의 특종부대라고 자처했다. 진영의 모가 그에게 말했다.
「내가 네 집에 시집 온 이래 아직까지 나는 네 조상 중에 몸이 귀하게 된 사람이 있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오늘 폭란이 일어나 네가 큰 이름을 얻었으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마도 좋은 징조는 아닌 듯하구나! 차라리 남의 밑에 들어가서 일이 성사되면 제후(諸侯)에 봉해질 터이고, 또한 일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세상 사람들에 의해 지목 받지 않기 때문에 도망가기가 쉬워 목숨을 구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래서 진영은 감히 스스로 왕이 되지 못하고 현의 군리들에게 말했다.
「항씨들은 대대로 초나라에서 장군의 직을 맡아왔던 가문으로 천하에 이름이 나있다. 오늘 대사를 위해 몸을 일으켰으니 우리의 군사들을 지휘할 수 있는 사람은 그들이 아니면 불가하다. 나는 초나라의 명문가 출신의 인사에 의탁하여 진나라를 필히 멸할 수 있도록 해야 되겠다.」
이로써 사람들은 그 말을 따르니 동양의 모든 군사들은 항량(項梁)에게 귀속되었다.
항량이 동양의 군사를 합한 기의군과 함께 회수를 건너자 경포(黥布)와 포장군(蒲將軍)이 군사를 이끌고 달려와 초군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에 항량의 휘하에는 육칠 만의 군사가 모이게 되었다. 항량은 세가 크게 불어난 군사들은 이끌고 북상하여 하비(下邳 : 강소성 비현(邳縣) 서남)에 주둔했다.
그 당시 진가(秦嘉)는 이미 경구(景駒)를 초왕으로 세우고 팽성(彭城)에 주둔하고 있으면서 항량의 북진을 저지하려고 했다. 항량이 군리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진왕(陳王)이 먼저 대사를 일으켰으나 진(秦)나라 군사들과의 싸움에서 지고 도망쳐 지금은 그의 소재를 모르고 있다. 오늘 진가가 진왕을 배반하고 경구를 세운 행위는 대역무도한 짓이다.」
이윽고 항량이 북진하여 진가를 공격했다. 싸움에서 지고 달아나는 진가의 군사들 뒤를 추격하여 호릉(胡陵)에 이르렀다. 전열을 정비한 진가가 다시 항량군과 싸웠으나 하루만에 싸움에서 지고 자신은 전투 중에 전사하고 말았다. 진가의 군사들은 모두 항량의 초군에 귀속되었다. 진가군을 합친 항량군은 호릉에 주둔하면서 서쪽으로 나아가 진나라 도성을 공격하려고 했다. 그때 진나라 장군 장함(章邯)은 토벌군을 이끌고 동진하여 율(栗 : 현 하남성 상구시(商丘市) 동남의 하읍현(夏邑縣) 경내)에 주둔하고 있었다. 항량은 별장(別將) 주계석(朱鷄石)과 여번군(余樊君)을 보내 장함을 공격하도록 했다. 초군은 싸움에서 패하고 여번군은 전사했다. 패잔병을 수습한 주계석은 호릉의 항량에게 도망쳐왔다. 초군의 본대를 이끌고 설(薛 : 하남성 하읍현(夏邑縣) 경내)로 들어간 항량은 패전 책임을 물어 주계석을 죽였다. 그전에 항량은 항우에게 별도의 군사를 주어 양성(襄城)을 공격하게 했으나, 진나라 병사들이 굳게 지켜 쉽게 함락시킬 수 없었다. 이윽고 우여곡절 끝에 양성이 함락되자 항우는 성안 사람들을 모두 구덩이를 파고 묻어 죽였다. 이때 장함의 공격을 받아 진왕 섭(涉)이 죽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항량은 여러 별장들을 설(薛)로 불러 앞으로의 계획을 의논했다.
거소(居鄛 : 지금의 안휘성 동성(桐城) 남) 사람 범증(范增)은 나이 70이 되도록 향리에 은거하고 있으면서 기계(奇計)를 공부했다. 그가 항량을 찾아와 말했다.
「진승은 처음부터 성공할 수 없었습니다. 무릇 진나라가 육국을 멸할 때 초나라가 가장 무고(無辜)하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초회왕(楚懷王)이 진나라에 들어가 돌아오지 못한 일을 지금도 초나라 사람들은 원통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초나라의 부로들은 지금도 ‘초나라 사람이 다 죽고 세 집만 남아있어도 반드시 진나라를 망하게 할 나라는 초나라일 것이다.’라고 말하며 그 일을 원통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진승이 먼저 거사를 일으켰으나, 초나라 왕실의 후예들을 세우지 않고 자기가 직접 왕이라 칭했음으로 세력이 커지지 못했습니다. 오늘 공께서 강동에서 몸을 일으키니 초나라의 장정들이 벌떼처럼 떼를 지어 공 곁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군의 집안은 대대로 초나라의 장군을 역임해 온 명문가였음으로 능히 초나라 왕실의 후손을 찾아 다시 세우면 천하 사람들이 모두 호응하여 달려올 겁니다.」
항량은 범증의 말이 옳다고 생각해서 즉시 초회왕의 후손 중 웅심(熊心)이란 사람을 찾아내어 초왕으로 추대하고 회왕이라고 호칭했다. 그때 웅심은 민간에 섞여 살면서 양을 치고 있었다. 그것은 초나라 백성들이 바라고 있었던 바였다. 항량은 진영을 초나라의 상주국(上柱國)에 임명하고 다섯 개 현에 봉한 후에 회왕과 함께 우이(盱台 : 지금의 강소성 우이현(盱眙縣) 동북)에 머물도록 하고 자신은 스스로 무신군(武信君)이라 칭했다.

주석
①하상(下相) : 지금의 강소성 숙천현(宿遷縣) 서남의 폐황하(廢黃河)에 옛 고성이 있다. 진나라가 전국을 통일한 후 이곳에 현을 설치했다.
②강서(江西) : 무한을 통과한 장강은 구강(九江)에서 남경까지 동북으로 꺾여 흐른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환북(晥北) 일대를 강서(江西), 환남(晥南)과 소남(蘇南) 일대를 강동(江東)이라고 칭했다. 환(晥)은 안휘성의 별칭으로 환남은 장강 이남, 환북은 장강이북과 회하 남쪽의 땅을 지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