隰桑(습상)

- 습지의 뽕나무 -

모서(毛序)는 “ 습상(桑)은 주유왕을 풍자한 시다. 높은 관직은 소인이 차지하고 현인은 초야에 묻혀 있으니 군주를 만나 마음을 다해 섬길 것을 다짐한 시다.”라고 했으나 시의 내용과는 거리가 먼 견강부회한 설이다.

습상은 한 여인이 군자를 그리워하며 부른 연애시다. 주희는 시집전에서 “이 시는 군자와의 상봉을 기뻐하는 시다. 시의는 대체적으로 『동궁지습(彤弓之什)⋅청청자아(菁菁者莪)』와 같다고 볼 수 있으나 군자는 정확히 누구를 가리키는 단언할 수 없다. 진계원(陳啓源)은 『계고편(稽古編)』에서 습상의 ‘사군자(思君子)’는 『왕풍(王風)⋅구중유마(丘中有麻)』의 ‘사유자(思留子)’와 같은 말이다. 또한 습상에서 구사된 시어의 음절들은 『정풍(鄭風)⋅풍우(風雨)』의 것들과 동일하다. 따라서 국풍에 속해야 하고 주희가 이 시를 음시(淫詩) 분류한 이유다.”라고 했다. 금인(今人) 여관영(余冠英)은 『시경선역(詩經選譯)』에서 이 시는 “ 한 여인의 애정을 고백한 시다. 습지의 뽕나무를 보고 흥을 일으킨 내용을 보면 이 시의 작자는 여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 했다.

一

隰桑有阿(습상유아)

습지의 뽕나무 아름답고

其葉有難(기엽유난)

그 잎새 무성하구나

旣見君子(기견군자)

내 그대를 이미 보았으니

其樂如何(기락여하)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흥이다. 습(隰)은 저습한 땅이니 뽕나무를 기르기에 마땅하다. 아(阿)는 의(猗)와 통하니 아름다운 모습이다. 유난(有難)은 난난(難難)으로 가지와 잎이 무성한 모습이다.

○ 이는 군자(君子)를 만나게 되어 기뻐한 시다. “습지의 뽕나무 아름답고 잎과 가지가 무성하도다. 내가 이미 군자를 만났으니 그 즐거움이 어떠하랴!濕地에 뽕나무가 아름다우니 그 잎이 무성하고, 이미 군자를 보니 그 즐거움이 어떠하랴.” 시의는 대체적으로 동궁지습의 청청자아와 같다. 그러나 군자는 남편인지 혹은 몰래 만나는 정인인지 알 수 없다.

二

隰桑有阿(습상유아)

습지의 뽕나무 아름답고

其葉有沃(기엽유옥)

그 잎은 윤택하도다.

旣見君子(기견군자)

내 이미 그대를 만났으니

云何不樂(운하하락)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흥이다. 옥(沃)은 빛나고 기름진 모습이다.

三

隰桑有阿(습상유아)

습지의 뽕나라 아름답고

其葉有幽(기엽유유)

그 잎은 검기도 하도다.

旣見君子(기견군자)

내 그대를 마났으니

德音孔膠(덕음공교)

정다운 말로 굳게 맹세하네

흥이다. 유(幽)는 검은색이다. 교(膠)는 굳게 붙어 있음이다.

四

心乎愛矣(심호애의)

내 마음 속으로 그대를 사랑하는데

遐不謂矣(하불위의)

어찌 고하지 않겠으며

中心藏之(중심장지)

내 마음 속에 품고 있는데

何日忘之(하일망지)

어찌 하루인들 잊겠는가?

부다. 하(遐)는 하(何)와 같다. ࡔ표기(表記)ࡕ에는 ‘하(瑕)’라고 썼으니, 정주(鄭註)에는 “하(瑕)라는 말은 호(胡)다.”라고 했다. 위(謂)는 고(告)와 통한다.

○ 내가 속마음으로 그대를 진실로 사랑하니, 이미 보았으니 어찌 말하지 않을까마는 다만 마음 속에 품고 있음이다. 내가 어찌 하루인들 잊을 수 있겠는가? ࡔ초사(楚辭)ࡕ의 “공자를 사모하지만 감히 말하지 못했다.[思公子兮未敢言]”라는 말이 뜻도 아마 이와 같을 것이다. 마음 속에 뿌리내린 사랑이 깊은 까닭에 말로 표현하는 것은 더디고 마음 속에 담아둠은 오래된 것이다.

隰桑 四章이니 章 四句이다.

- 습상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