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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6-19 14:40:567842 
[이진곤 칼럼] 열국지
양승국
일반

 

“열국지 시대의 리더십을 갖고와 저더러 (그렇게) 하라는 사람이 있는데 받아들이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7일 연세대학생들에 대한 특강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라면 숱한 나라가 난립했던 시기다. 강대국들은 패권을 다투고 약소국들은 존망의 투쟁을 벌이던 시대이기도 했다. 이 때가 중국의 철학적 사상적 황금기였던 것은 이 같은 시대상과 무관치 않다. 제자백가가 다 그시대에 비롯되었다.

그런 시대를 배경으로 열국(列國)의 흥망성쇠와 그 속에서 명멸해간 수많은 인간 군상,그리고 인간의 지혜 혹은 간계를 그린 것이 열국지다. 읽어둘 만한 고전이지만 노 대통령처럼,적어도 리더십 차원에선 배울 게 없다는 생각을 한다해서 잘못이라 할 까닭은 없다. 다만 고건 전 총리가 최근 지인들에게 돌린 책이 바로 열국지라 해서 이런 저런 추측이 난무하게 되는 것이다. 청와대측은 전혀 상관없는 말이라고 한다지만 이러나 저러나 느낌이 좀 묘하게 되긴했다.

노 대통령은 열국지에 대해서와는 달리 앤서니 기든스의 저서는 아마도 높이 평가하는 모양으로 29일 열린우리당 당선자들과의 청와대 만찬에선 그의 최근 저서 ‘노동의 미래’를 선물했다고 한다. ‘제3의 길’ 저자가 같은 맥락에서 쓴 저서다.

책을 선물로 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자신의 주장을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자신과 생각을 같이 하는 책을 선물하는 게 더 효과적인 설득 방법이기도 하다. 선물로는 열국지든 기든스의 책이든 다 뜻이 있다. 물론 그 내용이나 의미는 다르다. 열국지는 결국 인간론에 귀착한다. 그에 비해 기든스의 책은 정치 혹은 정책 방법론이다.

연관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방법론’이란 측면에서 연상시키는 장면이 있다. 노 대통령의 성공론 강의다. 그는 연세대 특강에서 자신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비결로 확실한 투자,끊임없는 변화,공부 등을 꼽았다고 전해졌다. 전직 대통령들에 대해 말하는 가운데 “밑천을 보면 제가 제일 화끈히 투자했다. 제대로 못할 바에는 정치 안 한다는 결심을 갖고 했다”고도 했다.

고비마다 배수진을 치면서 사투를 벌였던 끝에 승자가 되었다. 당연히 ‘할 말’도 생겼다. 표현이 좀 거칠어질 경우도 있지만 이야말로 승자의 프리미엄이다. 그러고 보면 그가 굳이 매끄럽지 않은 용어를 자주 구사하는 것은 솔직?순수성의 표출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성공의 과시일 수도 있겠다. 지난달 29일 저녁 열린우리당 당선자 전원을 불러 만찬을 베풀고 노동가 유행가 등 노래 실력까지 서로 뽐낸 것도 이긴 자의 자랑이나 다름없다.

노 대통령은 정말로 ‘내편’을 유난히 좋아하는 인상이다. 그런데 대통령직은 내 편 네 편 갈라서 한 쪽편 장수로 전투를 벌이거나 게임을 벌이는 자리가 아니다. 또 ‘화끈한 투자’ 같은 것은 4800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그리고 국가의 발전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선택할 방법이 못된다. 노 대통령이 듣고 싶은 말 듣기 싫은 말,아군과 적군을 몹시 가리는 느낌이어서 하는 말인데 이런 고사는 어떨지 모르겠다.

주공(周公)이라면 공자가 꿈에서 자주 못 뵙는 것을 한탄한 성인이다(3000년 전의 사람의 경우이니 역시 케케묵은 이야기인가). 어쨌든 그가 아들 백금(伯禽)을 봉지인 노(魯)로 보내면서 당부하는 정경이 감동적이다.

“나는 문왕의 아들이고,무왕의 동생이며,성왕의 숙부이니,천하에서 또한 신분이 낮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한 번 목욕하는 데 머리카락을 세 번 움켜쥐었고,한 번 식사하는 데 세 번을 뱉어내면서 나아가 선비를 맞이하였으면서도 오히려 천하의 현인을 잃을까 걱정하였다. 너는 노 땅으로 가거든 삼가 나라를 가졌다고 남에게 교만하지 말아라.”(사기 주공세가) 우리의 선조 이언적(李彦迪)의 가르침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순임금보다 더한 성인이 없었으되 신하인 우(禹)와 고요(皐陶)는 항상 충고하기를 잊지 않았다.”(晦齋集) 노 대통령도 ‘하산’을 언급했다 해서 말이지만,성공을 위한 투쟁기를 이미 넘어서서 최고위직에 오른 입장에서는 입보다 귀를 수고로이 하는 게 훨씬 나은 방법이 아닐까 모르겠다.

이진곤 논설위원실장 jingon@kmib.co.kr
ⓒ[국민일보 06/01 18:26]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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