甫田(보전)

-큰 밭 -

아가씨가 총각을 남몰래 사랑한다. 그러나 총각은 자기를 아랑곳하지 않는다. 먼 곳에 있는 소문난 미인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이를 본 아가씨는 안타까운 심정을 노래로 읊었다. “ 먼 데 사람 생각하지 마세요. 오르지 못할 나무를 올라가면 안 돼요. 분수에 맞지 않은 너무 큰 밭을 갈다가는 밭을 다 갈지도 못하고 가라지만 무성하게 되고 말지요. 그러니 분수에 맞는 알맞은 밭을 갈아야 실속이 있답니다. 그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실속 있는 사람이 여기에 있짆아요.” 며칠 지나서 보니 그 총각은 갓을 쓴 어엿한 신랑감이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 가까이 있는 일등 신부감을 몰라보고 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시경강설. 이기동 역해)

一

無田甫田(무전보전)

큰 밭은 갈지 마오

維莠驕驕(유수교교)

힘이 부치면 아지풀만 우거질 것이니

無思遠人(무사원인)

먼 곳에 있는 사람 생각마오.

勞心忉忉(노심인인)

마음만 피로하고 괴로울 뿐이니

비(比)다. 田(전)은 밭을 간다는 뜻이다. 甫(보)는 큼이다. 莠(수)는 밭에 해로운 강아지풀이다. 驕驕(교교)는 풀이 무성하게 자란 모습이다. 忉忉(인인)은 근심스럽고 수고로움이다.

○ “甫田(보전) 즉 힘이 부치는 큰 밭을 아예 갈지 말지어다. 큰 밭을 갈다가 힘이 미치지 않으면 풀만이 무성하게 자라듯이 멀리 있는 사람을 그리워하다가는 마음만 피곤하고 괴로울 뿐이다. 당시 제나라 사람들은 작은 것을 싫어하고 큰 것에만 힘쓰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소흘히 대하고 먼 곳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니 장차 헛된 수고만을 하고 공을 이룰 수 없음이다.

二

無田甫田(무전보전)

큰 밭은 갈지 마오

維莠桀桀(유수걸걸)

강아지풀만 잔뜩 무성할 것이니

無思遠人(무사원인)

멀리 있는 사람 생각마오

勞心怛怛(노심달달)

마음만 피로하고 고달플뿐이니

비(比)다. 걸걸(桀桀)은 교교(驕驕)와 같아 풀이 무성하게 자란 모습이고 달달(怛怛)은 또한 인인(忉忉)과 통하니 마음이 고달픔이다.

三

婉兮孌兮(완혜변혜)

귀엽고 아름다운 그대여

總角丱兮(총각초혜)

옛된 총각이로다

未幾見兮(미기현혜)

안 본지 얼마 되지 않은데

突而弁兮(돌이변혜)

어느새 머리에 관을 쓴 의젓한 장부 되었네

비(比)이다. 婉`孌(완·연)은 작고 좋은 모양이요, 초(丱)은 쌍상투의 모양이다. 미기(未幾)는 많지 않은 시간이다. 돌(突)은 홀연(忽然)히 높게 솟은 모양이다. 변(弁)은 모자의 종류다.

○ 여리고 예쁜 동자와 헤어져 얼마 후에 만나보니 어느새 어엿한 사나이가 되어 관을 쓰고 있었다. 그것을 생각하더라도 예의를 지키고 덕을 갖추고 있으면 저절로 큰 공을 이룰 수가 있고 제후들도 복종하게 되는 것이다.

甫田 三章이니, 章 四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