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회 商鞅變法 孫龐結義(상앙변법 손방결의)

진효공에게 등용되어 변법을 시행한 상앙과

결의형제를 맺은 손빈(孫臏)과 방연(龐涓)

1. 不能用我 不會殺我(불능용아 불회살아)

- 나를 쓰지 못하니 나를 죽일 수도 없다.-

한편 위(衛)나라에 공손앙(公孫鞅)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원래 위나라 군주의 서출이었다. 평소에 형명학(形名學)에 심취했으나 위나라의 세력이 너무 미약하여 자기의 재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위(魏)나라에 들어가 상국 전문(田文) 밑의 식객이 되려고 했다. 그러나 공손앙이 위나라에 들어갔을 때는 전문은 이미 죽고 공숙좌(公叔痤)①라는 사람이 전문의 뒤를 이어 위나라 재상이 되어 있었다. 결국 위앙은 공숙좌의 문하에 들어가 자기의 몸을 의탁했다. 공숙좌는 위앙(衛鞅)이 보기 드문 인재라는 사실을 알고 그를 재상부(宰相府)의 관리인 중서자(中庶子)②에 천거하고 큰일이 있을 때마다 반드시 그와 상의해서 처리했다. 무슨 일이건 통하지 않은 것이 없는 박학다식한 위앙을 공숙좌는 매우 사랑하여 언젠가는 그를 자기의 후임으로 삼으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공숙좌가 병이 들어 자리에 눕게 되자 위혜왕이 몸소 그의 집으로 어가를 움직여 문병했다. 그의 병세는 이미 매우 중하여 숨이 곧 끊어지려는 순간에 있었다. 위혜왕이 눈물을 흘리며 공숙좌에게 물었다.

「공숙께서 만일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한다면 과인이 장차 누구에게 나라의 일을 맡겨야 합니까?」

「재상부의 중서자 직을 맡고 있는 위앙이라는 사람은 나이는 비록 어리나 실은 당대의 뛰어난 인재입니다. 주군께서는 그를 기용하시어 그의 의견을 들어 나라를 다스리십시오. 그의 재주는 이 사람보다 10배는 더 낫습니다.」

양혜왕이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공숙좌가 다시 말했다.

「주군께서 위앙을 쓰시지 않으시려거든 반드시 그를 죽여 그가 우리 위나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으십시오. 그가 다른 나라에 기용되면 필시 우리 위나라의 화근이 될까 두렵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양혜왕이 공숙좌의 문병을 끝내고 어가를 타면서 한탄했다.

「참으로 애처로운 일이다. 병석에 누운 공숙좌가 처음에는 나에게 나라의 일을 위앙에게 맡기라고 했다가 다시 말하기를 ‘쓰지 않으려거든 죽이라’라고 했다. 위앙이라는 어린아이가 도대체 무슨 재주가 있다고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 이제 죽을 때가 되어 정신이 혼미해져서 하는 말이 아닌가?」

혜왕이 이윽고 수레를 타고 물러가자 공숙좌가 위앙을 불러 자기 침상 머리맡에 앉히고 말했다.

「내가 오늘 마침 주상께서 왕림하시어 나의 후임에 대해 물었다. 내가 그대를 천거하여 내 후임으로 쓰라고 권하였으나 주상께서 허락하시지 않으셨다. 그래서 내가 다시 말하기를 ‘만약에 그를 쓰지 않으시려거든 마땅히 죽여야 합니다.’라고 하자 주군께서 허락하셨다. 나는 옛날 선군 때부터 이 나라의 조정에서 녹을 먹은 신하된 자의 몸이라 먼저 그대의 일에 대해 주상에게 고했다. 이제 내가 그대에게 그 사실을 알리니 그대는 속히 이곳을 떠나 다른 나라로 몸을 피해 화를 면하라!」

「주상께서 이미 상국의 말을 듣고 나를 채용할 능력이 없는데 어찌 또한 상국의 말을 듣고 나를 죽일 수 있겠습니까?」

위앙이 공숙좌의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위나라에 머물렀다. 위앙과 평소에 좋은 관계를 맺고 있던 공자앙(公子卬)이 다시 그를 혜왕에게 천거했으나 사람을 알아보는 혜안이 없었던 혜왕은 위앙을 임용할 수 없었다.

2. 治國三術(치국삼술)

- 진효공에게 치국의 도를 유세하는 공손앙 -

그 때 진나라에서는 헌공(獻公)이 재위 23년 만인 기원전 362년에 죽고 그의 아들 효공(孝公)이 21세의 나이로 즉위했다. 헌공은 재위 기간 중에 진목공 이래로 시행해온 순장제도를 폐지했으며 위나라와는 석문(石門)에서 싸워 위군 8만 명을 참수하는 대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부국강병을 이루어 패자가 되려는 뜻을 지니고 있던 진효공은 천하에 인재들을 초빙하려고 했다. 위앙이 소문을 듣고 즉시 위나라를 떠나 진나라로 들어갔다. 진나라에 당도한 위앙은 효공의 총신 경감(景監)을 통하여 진효공의 접견을 청했다. 경감이 위앙과 말을 나누어본 결과 그의 재능을 알게 되어 진효공에게 천거했다. 위앙의 접견을 허락한 효공이 불러 그에게 치국의 도리에 대해 물었다. 위앙이 있는 힘을 다하여 복희(伏羲), 신농(神農) 및 요순(堯舜)의 행적과 대비하며 치국의 도리에 대해 설명했다. 위앙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효공이 졸기 시작하더니 이내 일어서서 나가버렸다. 다음날 경감이 입조하자 효공이 보고 화를 내며 말했다.

「경이 천거한 손님은 사리를 모르고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는 사람일 뿐이요. 그 말은 현실과 동떨어진 무용한 이야기들뿐이라 그대는 어찌하여 그런 사람을 나에게 천거했소?」

경감이 조당에서 물러 나와 위앙을 찾아가 책했다.

「내가 선생을 나의 주군에게 천거한 목적은 주군의 마음에 들어 등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요. 그런데 어찌하여 현실과 동떨어진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아 주군의 귀를 어지럽혔습니까?」

「나는 군주께서 제왕(帝王)의 도를 바라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원컨대 다시 한 번 뵙게 해 주시면 군주의 마음에 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주공께서 아직도 석연치 않게 생각하고 있으니 5일 후에나 청하여 날짜를 잡아 보겠습니다.」

이윽고 5일이 경과하자 경감은 효공에게 위앙의 일에 대해 다시 말했다.

「신의 손님이 아직 주군께 드릴 말씀이 남아 있다고 하면서 다시 한 번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원컨대 그의 청을 허락해 주십시오.」

효공이 경감의 청을 허락하고 위앙을 다시 불렀다. 위앙이 하나라를 세운 우왕(禹王)이 천하를 구주로 나누고 백성들에게 부세를 정한 일과 은나라를 세운 탕왕과 주나라를 세운 무왕이 하늘의 뜻을 받들어 백성들의 뜻에 따라 정치를 행한 일에 대해 장황하게 유세했다. 효공이 듣기를 다하자 위앙에게 말했다.

「그대는 진실로 아는 바가 많고 그 기억력은 참으로 놀랍소! 그러나 옛날과 지금의 일은 서로 다르니 그대가 말한 도리는 지금의 일에 적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오.」

이어서 효공이 손을 휘저어 위앙을 물러가게 하였다. 경감이 먼저 물러 나와 궁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궁궐에서 나오는 위앙을 보고 물었다.

「오늘 선생께서 행한 유세는 어떠했습니까?」

「오늘은 내가 군주께 왕도에 대해 말했는데 아직 군주의 마음에 들지 못한 듯합니다.」

경감이 정색하며 말했다.

「군주 된 사람이 인재를 얻어 임용하려고 하는 목적은 주살로 사냥을 하는 포수가 날줄을 이용하여 그 순간 하늘을 나는 날짐승을 잡으려고 하는 일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당장의 눈앞의 일을 외면하고 장구한 세월이 요하는 제도(帝道)나 왕도(王道)와 같은 일만을 논하십니까? 선생을 제가 주군께 천거한 일은 이로써 끝난 듯합니다.」

「내가 예전에 미리 군주의 뜻을 살필 수 없었기 때문에, 군주의 뜻은 높은데 비해 내가 목전의 일만을 말하게 되면 나의 말이 천하게 여겨지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해서였습니다. 그래서 내가 잠시 군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려고 장황하나마 제도나 왕도를 먼저 말했습니다. 이제는 제가 군주의 뜻을 알았으니 만약에 다시 한 번만 더 뵙게 해 주신다면 이번에는 틀림없이 군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선생께서 두 번이나 접견을 했음에도 두 번 다 주군의 뜻을 거슬렸습니다. 그런데 내가 오히려 감히 수다를 떨어 다시 선생의 접견을 위해 청한다면 주군의 노여움을 사게 되지 않겠습니까?」

다음날, 경감이 입조하여 효공에게 죄의 용서를 빌고 감히 다시 위앙의 일에 대해 말을 하지 못했다. 경감이 자기 집으로 돌아오자 위앙이 물었다.

「대감께서 나를 위해 군주에게 접견을 청하셨습니까?」

「아직 말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군주께서 힘써 인재를 구한다고 영을 내렸음에도 그 앞에 있는 인재를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앙은 할 수 없이 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가야되겠습니다.」

「선생께서는 어디로 가시려고 하십니까?」

「천하에는 진나라 말고도 여섯 나라의 군주가 소란을 떨고 있는데 어찌 그 중에 진나라 군주보다 인재를 좋아하는 군주가 없다고 하겠습니까? 또한 인재를 천거하는데 대감보다 더 적극적인 사람이 어찌 없다고 하겠습니까? 이 위앙은 장차 돌아다니며 저의 뜻을 펼 수 있는 나라를 찾아볼까 합니다.」

「선생은 잠시 참고 5일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그 사이에 기회를 보아 다시 한 번 말씀을 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윽고 다시 5일이 지났다. 경감이 궁궐에 들어가 효공이 술을 마시는데 옆에 서서 시종을 행했다. 그런데 갑자기 기러기 한 마리가 효공의 앞을 지나갔다. 효공이 술을 마시다 말고 탄식했다. 경감이 보고 말했다.

「주군께서는 날아가는 기러기를 보시고 탄식을 하시는데 무슨 연유에서 입니까? 」

「옛날 제환공이 말하기를 ‘내가 중보(仲父)를 얻은 일은 마치 기러기가 날개를 달은 경우와 같도다!’라고 했다는데 과인이 천하에 인재를 구하려고 영을 내린 지 벌써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한 사람의 인재도 찾아오지 않는구려! 저 날으는 기러기와 같이 하늘을 날아보자는 뜻은 있으나 날개가 없어 나르지 못하고 있는 처지를 탄식하고 있음이오!」

「신의 손님 위앙은 스스로 말하기를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에는 제도, 왕도에 더하여 패도(覇道)를 이룰 수 있는 세 가지 계책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전에 제도와 왕도에 대해 말씀 드렸으나 주군께서 생각하시기를 그 행함이 너무 멀어 쓰기가 어렵다고 하시어 지금 패도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원컨대 주군께서는 잠시의 말미를 내어 그로 하여금 자기의 말을 다 끝마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경감이 말한 패도라는 말이 효공의 마음속을 꿰뚫었다. 이윽고 효공이 명하며 위앙을 불렀다. 위앙이 입조하자 효공이 물었다.

「선생께서 패도를 이룰 수 있는 계책이 있다고 들었소. 어찌하여 일찍이 과인을 깨우쳐 주지 않았소?」

「신이 말씀드리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단지 패도를 이루는 방법은 제도나 왕도의 것과는 매우 달라서입니다. 제도나 왕도를 이루는 길은 백성들의 마음에 순응하는 방법을 통해서이지만 패도를 이루는 길은 배성들의 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

위앙의 말에 발연히 노한 기색이 된 효공이 허리에 찬 칼을 어루만지며 정색을 하고 말했다.

「대저 패도를 이루는데 어찌하여 백성들의 마음을 거슬린단 말인가?」

「대저 금슬(琴瑟)도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줄을 뜯어 다시 달아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나라가 정령을 뜯어 고치지 않으면 다스려지지 않는 법입니다. 어리석은 백성들은 목전의 이익만을 탐하여 백세에 이로운 큰일은 쳐다보지 않습니다. 그들과는 이미 이루어진 공업은 같이 즐길 수 있지만 고생을 하며 난관을 헤쳐나기는 어렵습니다. 그것은 마치 제나라의 상국이 된 관중이 내정을 개변하고 군령을 발하여, 제나라 전국을 25개의 향(鄕)으로 개편한 후에, 나라 안의 모든 백성들로 하여금 자기의 본업에 성실히 종사하게 하여 제나라의 구습을 일시에 개변시킨 일과 같습니다. 그런 일을 어찌 어리석은 백성들이 즐겨하는 바를 쫓음으로써 이룩할 수 있었겠습니까? 결국은 나라 안에서는 정령이 이행되도록 하고 나라 밖에로는 외적을 복종시켜 군주는 그 이름을 천하에 떨쳤고, 또한 백성들 역시 그 이로움을 얻고 나서야 관중이 진실로 천하의 인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선생은 진실로 중부의 계책에 통달하고 있는 인재입니다. 과인이 어찌 선생에게 나라를 맡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단지 과인은 그 계책을 행하는 방법이 어떠한지 궁금할 뿐이오.」

「무릇 나라의 재정이 풍부하지 않으면 군사를 움직일 수 없습니다. 군사가 강하지 않으면 적국을 꺾을 수 없습니다. 나라의 재정을 풍부하기 위해서는 힘써 전답을 개간하여 농사에 힘쓰는 일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강한 군사를 기르는 방법은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힘써 싸우게 만들어야 합니다. 후한 상으로 백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후에 백성들이 자기가 무엇을 따라야 이익이 되는 지를 알게 해야 합니다. 또한 엄한 벌로 위협하여 무엇이 두려운지를 백성들로 하여금 알게 해야 합니다. 상과 벌을 분명히 하여야 하며 정령은 한 번 발하면 반드시 행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부강하게 되지 않는 나라는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참으로 훌륭하신 말씀이오. 이런 계책이라면 과인이 능히 행할 수 있겠소. 」

「무릇 부국강병에 대한 계책은 그것을 행할 사람을 얻지 않으면 불가합니다. 그 계책을 행할 사람을 얻어 임용을 했다 할지라도 전권을 주지 않으면 또한 불가합니다. 임용하여 전권을 주었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참소하는 말에 혹하여 그 뜻이 흔들리면 불가합니다.」

「옳으신 말씀이오.」

위앙이 이윽고 효공에게 물러가기를 청했다. 효공이 말했다.

「과인이 바야흐로 선생의 패도에 대한 계책을 알게 되었는데 어찌하여 이렇게 급히 물러가려고 하십니까?」

「원컨대 군주께서는 3일의 말미를 두시고 심사숙고하시어 결심이 서시면 신이 다시 들어와 그때 모든 일을 다 말씀 드리겠습니다.」

위앙이 조당에서 물러 나오자 경감이 뒤따라와서 책망했다.

「주군께서 세 번이나 선생의 계책이 훌륭하다고 칭송하셨는데 어찌하여 그 기회를 이용하여 가슴속의 생각을 전부 말하지 않고 다시 주군께 3일 동안 심사숙고하라고 권한 이유는 군주를 강박하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군주께서 그 뜻을 아직 확실하게 정하지 않아 후에 혹시라도 마음이 변하는 경우에 당하는 낭패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서 3일 간의 말미를 정했습니다.」

다음날 효공이 사람을 보내 위앙을 불렀다. 위앙이 감사의 말을 올리며 사양의 말을 했다.

「신과 군주사이에 이미 오고간 말이라 3일 후가 아니면 제가 감히 부름에 응하지 못하겠습니다.」

경감이 곁에 있다가 효공의 부름을 사양하지 말라고 권하자 위앙이 말했다.

「내가 처음으로 주군과 약속한 말인데 내가 스스로 한 언약을 깨뜨린 다면 후일에 내가 무슨 방법으로 군주로부터 믿음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경감이 위앙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탄복했다. 이윽고 약속한 기한인 3일이 되자 효공이 사람을 시켜 수레를 몰고가 위앙을 영접해오도록 했다. 위앙이 다시 입조하여 효공을 배알했다. 자리에 앉기를 권하고 가르침을 청하는 효공의 태도는 간절하기가 그지 없었다. 위앙은 즉시 진나라를 다스리는데 있어서 마땅히 개변해야할 일에 대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묻고 답하기를 3일 밤낮을 계속했으나 효공은 전혀 싫증을 내지 않았다. 이윽고 효공은 위앙을 좌서장(左庶長)③에 임명하고 한 구역을 차지한 큰집과 황금 5백 일을 하사했다. 이어서 군신들을 조당에 모이게 하고 유지를 내렸다.

「오늘부터 이 나라의 모든 정사는 좌서장의 말을 듣고 시행하려고 한다. 만일 나의 명을 위반하여 항명하는 자가 있다면 반역의 죄로 다스리겠다.」

조당의 군신들은 모두 숙연한 태도가 되었다.

3. 移木立信(이목입신)

- 나무를 옮겨 신(信)을 세우다. -

위앙은 곧이어 변법의 정령을 정한 후에 조문으로 만들어 효공에게 바쳐 허락을 받아놓았다. 그러나 백성들이 믿고 따르지 않을 경우를 우려하여 방문(榜文)만을 준비하도록 시키고 즉시 시행하지 않았다. 위앙이 궁리 끝에 길이가 3장이 되는 나무를 구해 도성의 남문 부근의 시정에 세우고 관리에게 지키게 하면서 다음과 같은 방을 붙였다.

「능히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자가 있다면 상금으로 황금 10일(鎰)을 주겠다.」

백성들이 나무와 포고문을 보고 가는 사람은 매우 많았으나, 사람들은 모두가 포고문의 내용을 괴이하게 여겨 그 의중을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앞으로 나서서 나무를 옮기려고 하지 않았다. 위앙이 보고 다시 말했다.

「백성들이 아무도 기꺼이 이 나무를 옮기려고 하지 않으니 상금이 너무 적어서인가?」

위앙이 다시 영을 고쳐 상금의 액수를 50 일로 올렸다. 백성들은 더욱 의심을 하였으나 그 중에서 한 사람이 앞으로 나오더니 말했다.

「진나라의 법에는 지금까지 평소에 후한 상을 내리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이와 같은 중상을 내린다는 방문을 보니 필시 무슨 곡절이 있음이 틀림없다. 내 비록 50일을 다 받지는 못하더라도 어찌 조그만 상이나마 받지 못하겠는가?」

이어서 그 나무를 등에 지더니 북문으로 가져가 그곳에다 세워 놓았다. 약속한 상금이 과연 나오는지를 보려고 백성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시정의 관리가 위앙에게 어떤 사람이 나서서 나무를 영대(靈臺)로 옮겼다고 고했다. 위앙이 그 사람을 불러 말했다.

「능히 나의 영을 따를 수 있으니 그대는 진실로 착한 백성이로다!」

위앙이 말을 마치고 그 사람에게 황금 50일을 상으로 주면서 다시 말했다.

「내가 어찌 백성들과 한 약속한 것을 어길 수 있겠느냐?」

4. 衛鞅新法(위앙신법)

- 진나라가 위앙의 신법을 시행하다. -

성 안의 백성들 사이에 위앙이 한 말이 전해져 모두가 말하기를 좌서장은 한 번 영을 내리면 필히 행하고야 만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 경계와 가르침을 준다고 했다. 다음날 마침내 위앙은 새로운 법을 반포했다. 성안의 백성들이 몰려들어 신법이 적힌 방문을 보고 모두를 혀를 내둘렀다. 이때가 진효공 3년, 주현왕(周顯王) 10년인 기원전 359년의 일이었다. 위앙이 공포한 신법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도읍을 함양(咸陽)으로 정한다.

진나라에서 가장 입지조건이 좋은 곳으로 함양만한 곳이 없다. 산을 뒤로하고 강을 마주하고 있어 철옹성과 같은 형세를 취하고 있다. 오늘 마땅히 함양으로 천도하여 왕업을 영원히 정하도록 한다.

2. 나라의 행정구역은 모두 현(縣)으로 나눈다.

진나라 땅의 모든 촌(村)과 진(鎭)은 모두 한 곳으로 통합하여 현을 세운다. 매 현마다 영승(令丞) 1인을 두고 새로운 법의 시행을 감독하게 한다. 자기의 직무에 충실하지 못하는 영승은 그 죄의 경중에 따라 처벌한다.

3. 황무지를 개간한다.

모든 교외의 황무지는 개간하여 그 전답을 넓힌다. 거마가 다녀야만 하는 도로와 전답사이의 밭고랑을 제외한 모든 땅은 부근에 사는 거민들로 하여금 개간하여 전답으로 만들어야한다. 곡식이 익을 때를 기다려 땅의 넓이에 따라 조세를 징수한다. 6자를 일보(一步)라 하고 사방 240보의 거리를 재어 일무(一畝)라 한다. 전답의 넓이를 6자 이상 속여 보고할 때는 해당되는 전답은 몰수하여 관아에 귀속시킨다.

4. 부세를 정한다.

모든 세금은 전답의 넓이에 기준하여 부과한다. 기존의 십일조(十一租) 제도인 정전제를 폐지한다. 나라의 모든 토지는 관가에 속하며 백성들은 단 한 뼘의 땅이라도 사사로이 소유해서는 안 된다.

5. 생산에 힘써야한다.

남자는 농사를 힘써 지어야하고 여자는 방적에 전념하여 곡식을 많이 생산하고 천을 많이 짠 백성들은 양민이라 불러 그 일가의 노역을 면제한다. 생업에 게을러 곡식과 천을 많이 생산하지 못하는 백성들은 그의 전답과 재산을 몰수하여 관가의 노복으로 삼는다. 나무를 태운 재를 길거리에 버린 자는 농사에 게으른 자로 간주한다. 공인과 상인에게는 중한 세금을 징수한다. 한 집에 장정이 두 사람이 있다면 즉시 분가하여 각기 장정세(壯丁稅)를 내야한다. 분가하지 않는 자는 한 사람에게 두 사람 분의 장정세를 부과한다.

6. 군공(軍功)을 장려한다.

나라의 모든 관작은 군공에 따라 정한다. 적군 한 사람의 목을 벤 자에게는 일급의 상을 내리고 뒤로 일보를 후퇴한 자는 참수형에 처한다. 많은 공을 세운 자에게는 높은 관작을 주고, 타고 다니는 수레나 의복이 화려해도 금하지 않는다. 비록 부유한 자라 할지라도 전쟁에 나가 공을 세우지 못한 자는 오로지 베옷을 입고 송아지가 끄는 작은 수레를 타고 다녀야 한다. 군주와 인척이 되는 공족일지라도 전쟁에 나가서 세운 공의 많고 적음에 따라 그 친소를 정한다. 전쟁에 나가서 공을 세우지 못한 공족은 그 적을 몰수하여 서민으로 만든다. 사사로운 감정으로 싸움을 하는 자는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누구를 막론하고 참수형에 처한다.

7. 연좌제(連座制)를 시행한다.

오가(五家)를 보(保)라 하고 십가(十家)를 연(連)이라 하여 서로 간에 감시해야 한다. 한 집이 죄를 짓게 되면 나머지 아홉 집이 그 죄를 관가에 고해야 한다. 만일 그 죄를 고하지 않는다면 나머지 아홉 집을 연좌하여 같은 죄를 적용하여 모두 요참형에 처한다. 다른 사람의 죄를 고한 자는 전쟁에 나가 적군의 목을 베어 군공을 세운 것과 동등한 상을 내린다. 죄를 범한 자 한 사람을 고발하면 한 급의 작위를 올려준다. 사사로이 죄인을 숨겨준 자는 죄인과 동일하게 처벌한다. 객사에 사람을 묶게 할 때는 반드시 증빙서류를 확인하여야 한다. 신분을 확인할 수 없는 사람을 절대 재워주면 안 된다. 집안에 한 사람이라도 죄를 짓게 되면 그 집안사람은 모두 관아의 노복으로 삼는다.

8. 본 정령은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정령이 일단 발하게 되면 그 귀천을 불문하고 모두 받들어 행하여야 한다. 본 정령을 준수하지 않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사형에 처하여 그 시신을 저자거리에 내다 버려 백성들에게 보인다.』

새로운 법령이 발표되자 백성들 간에 의견이 분분했다. 어떤 사람은 불편하다 하고 어떤 사람은 편하다고 했다. 위앙은 신법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게 한 다음 그들을 꾸짖었다.

「너희들은 관아에서 내린 영을 듣게 되면 단지 그 뜻을 받들어 행하기만 하면 된다. 불편하다고 말하는 자는 신법의 시행을 방해하려는 자이고, 편하다고 하는 자들 역시 신법에 아첨하는 자들이니 이들은 모두가 양민이 아니다.」

위앙이 그들의 이름을 장부에 올리고 변경지방으로 옮겨 그곳의 수졸(戍卒)로 만들었다. 대부 감룡(甘龍)과 두지(杜摯) 두 사람이 만나 은밀히 신법에 대해 논하자 대부의 직을 빼앗고 서인으로 만들었다. 그 후로는 길을 가다가 사람을 마주 대하게 되어도 서로 눈으로 쳐다 볼뿐 감히 말을 건네지 못했다. 위앙이 이어서 노역들과 군사들을 크게 동원하여 함양성 안에 궁궐을 축조하고 천도할 날짜를 정했다. 태자 사(駟)가 천도를 반대하고 또한 변법이 옳지 않다고 불평했다. 위앙이 화를 내며 말했다.

「신법이 행해지지 않는 이유는 윗사람들이 스스로 법을 범하기 때문이다. 태자는 군위를 이을 사람이라 내가 감히 죄를 줄 수 없다. 그렇다고 내가 그의 죄를 용서한다면, 또한 신법을 행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위앙이 즉시 효공에게 고하여 태자의 죄를 그의 사부에게 연좌시켰다. 태부 공자건(公子虔)은 코를 베는 의형(劓刑)에 처하고 태사(太師) 공손고(公孫賈)는 얼굴에 자자(刺字)하여 죄명을 적는 묵형에 처했다. 백성들이 소식을 듣고 말했다.

「태자가 신법을 어겨 태부가 그 죄로 형을 면하지 못했으니 하물며 다른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위앙은 백성들의 마음이 안정이 되었다고 생각하여 길일을 택하여 함양성으로 천도했다. 옹주에 살던 큰 종족들 수 천 가를 모두 새로운 도성으로 옮겨가 살게 했다. 진나라의 영토는 모두 31현(縣)으로 나누고 이어서 황무지를 모두 개간하여 전답으로 만들어 그곳에서 세금을 거두니 백여 만 전을 더 거둘 수 있었다. 위앙은 매일 친히 위수가의 감옥으로 가서 죄수들을 직접 살펴보고 하루에 700 여명 씩의 죄수를 처형했다. 위수의 물은 모두 죄수들이 흘린 피로 붉게 물들었고 그들의 곡성이 들판을 가득메웠다. 백성들은 잠자리에 눕게 되면 모두가 꿈속에서 싸우는 꿈을 꾸게 되었다. 그리고 길거리에 흘린 물건도 주어 가는 사람이 없어졌고 나라 안에는 도적이 사라졌으며, 나라의 창고는 양식과 재물로 가득하게 되었고 싸움터에 나간 군사들은 힘껏 싸우게 되어 누구도 감히 사사로운 싸움을 하지 않게 되었다. 진나라는 이윽고 나라가 부강하게 되어 천하에 비할 나라가 없게 되었다. 이어서 위앙이 군사를 대거 동원하여 초나라를 정벌하여 상(商) 땅을 빼앗아 무관 밖 600여리의 영토를 개척했다. 주현왕이 사자를 보내어 진효공을 방백으로 명한다는 책을 내렸다. 중원의 제후들도 사자를 진나라에 보내 축하했다.

그때 삼진 중에서는 유독 위나라만이 칭왕을 하고 있으면서 항상 한나라와 조나라를 병탄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이윽고 위앙이 진나라에 임용되어 그 나라의 국세가 크게 신장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위혜왕은 한탄하며 말했다.

「내가 공숙좌의 말을 듣지 않았던 일이 참으로 후회스럽구나!」

그때 위나라에는 이미 복자하, 전자방, 위성, 이극 등의 현인들이 차례로 모두 죽고 없었다. 위혜왕은 사람들에게 많은 재물을 들려 사방으로 보내 천하의 호걸들을 초빙하고자 했다. 추인(鄒人)④ 맹가(孟軻)의 자는 자여(子輿)인데 곧 자사(子思) 문하의 고명한 제자였다. 자사의 성은 공(孔)이고 이름은 급(伋)인데 바로 공자의 적손(嫡孫)이었다. 맹가는 성현(聖賢)의 가르침을 자사를 통하여 전수 받아 제세안민(濟世安民)의 뜻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위혜왕이 어진 선비를 구한다는 소문을 듣게 된 맹가는 추(鄒) 땅을 출발하여 위나라의 도성인 안읍성에 당도했다. 위혜왕이 성밖 교외까지 나와 맞이하며 맹가를 상빈의 예로 대하며 나라에 이롭게 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맹가가 위혜왕의 물음에 답했다.

「신은 성인의 문하에서 학문을 배워 단지 아는 것이라고는 인(仁)과 의(義) 뿐이라 이(利)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없습니다.」

혜왕이 맹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쓰지 않았다. 맹가는 위나라를 떠나 제나라로 갔다. 잠연(潛淵) 선생이 이 일을 두고 시를 지어 노래했다.

인의와 공리는 한꺼번에 도모할 수 없는 법인데

어지러운 세상에 어찌 유자들을 쓰겠는가?

자여는 왕도정치를 실현하려는 뜻을 품고

제후들을 찾아 설법했으나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仁義非同功利謀(인의비동공이모)

紛爭誰肯用儒流(분쟁수긍용수류)

子輿空挾圖王術(자여공협도왕술)

歷盡諸侯話不投(역진제후화불투)

5. 孫龐結義(송방결의)

- 결의형제를 맺는 손빈과 방연 -

한편 주나라의 양성(陽城)⑤에 이름이 귀곡(鬼谷)이라는 외진 곳이 있었다. 그곳은 깊은 산중에 나무가 빽빽이 찬 곳이라 그 깊이를 측정할 수 없어 마치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처럼 생각되어 사람들은 귀신이 사는 골짜기라는 뜻의 귀곡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 귀곡에는 은자가 한 사람 살고 있었는데 자기를 스스로 귀곡자(鬼谷子)라고 불렀다. 그의 성은 왕씨에 이름은 후(栩)라 하고 당진의 평공(平公) 때 사람이었다.⑥ 그가 운몽산(雲夢山)에 있을 때 송나라 사람 묵적(墨翟)과 같이 약초를 캐러 다니며 수도생활을 했다. 묵자는 장가도 가지 않고 단지 천하를 돌아다니기만을 좋아했으며 세상의 물건들을 유익하게 이용하여 고난을 받고 재난에 처한 백성들을 구제하는데 온 마음을 쏟았다. 그러나 왕후는 돌아다니지 않고 귀곡에만 은거하여 살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귀곡선생이라고 불렀다. 귀곡선생은 천문과 지리에 통달하고 있어 그의 학문은 다른 사람들은 도저히 따를 수 없는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그의 학문은 첫째로 수리학(數理學)으로 일월성신(日月星辰)의 변화를 손바닥에 놓고 읽을 수 있었으며, 미래에 대해 점을 쳐 하는 말마다 맞지 않는 경우가 없었다. 둘째는 병학으로 육도삼략(六韬三略)⑦을 꿰뚫어 그 변화는 무궁무진하며 진법과 작전은 귀신도 예측할 수 없었다. 셋째는 유세학(游說學)으로 기억력이 비상하고 박식하여 도리와 형세에 밝아 일단 한번 입을 열어 말하면 만 사람의 입이라도 당해낼 수 있었다. 넷째는 출세학(出世學)으로 진기(眞氣)와 인성(人性)을 배양하였으며 단약(丹藥)을 복용하고 양생술(陽生術)을 몸에 익혀 병을 몸에서 몰아내고 수명을 늘릴 수 있었으며 언제라도 하늘로 올라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귀곡선생은 이미 선가의 하늘로 승천할 수 있는 비술을 터득하고 있었기 때문에 세상의 일에 몸을 굽힐 필요가 없었다. 단지 몇 사람의 총명한 제자를 얻어 같이 선계로 올라갈 동행자를 구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 연유로 선생은 귀곡에 몸을 숨기고 살고 있었다. 옛날에 성시(城市)로 나갔다가 사람들을 위해 점을 쳐준 적이 있었는데 길흉화복의 점괘가 마치 귀신의 말처럼 하나도 맞지 않는 것이 없었다. 시간이 감에 따라 귀곡선생의 술법과 학문을 사모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귀곡선생은 공부를 하러오는 사람의 소질을 살펴가며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학식을 물어 형편에 따라 그의 학술을 전수했다. 그 이유로써 첫째는 인재들로 하여금 학문을 이루어 칠국에 가서 임용되어 백성들을 구제시키려는 뜻에서였고, 둘째는 신선이 될 자질이 있는 사람을 구하여 같이 출세학(出世學)의 원리를 구명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귀곡에 머물기 시작하여 몇 년이 되지 않아 그에게 학문을 배우러 온 사람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모여들었다. 귀곡선생은 자기에게 학문을 배우러 온 사람은 거절하지 않고 모두 받아 주었으며 또한 떠나는 자는 뒤따라가서 붙잡지 않았다. 그때 귀곡선생의 수많은 제자 중에서 몇 사람의 장래가 촉망되는 사람이 섞여 있었다. 그 사람들은 제나라 사람 손빈(孫賓), 위나라 사람들인 방연(龐涓)과 장의(張儀), 그리고 낙양 사람 소진(蘇秦) 등 네 사람이었다. 손빈과 방연은 결의형제를 맺은 사이로 같이 귀곡선생에게서 병법을 배우고 있었고, 소진과 장의도 역시 결의형제를 맺은 사이로 유세학을 배우고 있으면서 각기 그 분야의 일가를 이루려고 열심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출난 사람은 3년여 이상 병법을 공부한 방연이었다. 그는 자기 스스로 능력을 과신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방연은 갑자기 물을 길러 산길을 갔다가 길을 잘못 들어 산 밑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방연은 산 밑의 길을 지나가던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사람은 위왕이 현사를 널리 초빙하기 위해서 보낸 사람으로써 많은 폐백을 지니고 장군과 재상을 구하기 위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방연은 마음이 동하여 귀곡선생에게 하직을 고하고 하산하여 위나라의 초빙에 응하려고 했다. 그러나 다른 마음 한편으로는 귀곡선생이 자기를 놓아주지 않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하여 마음속으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했다. 그는 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결코 자기의 속마음을 발설하지 못했다. 귀곡선생이 방연의 표정과 언동을 보고 그의 생각을 미리 알았다. 귀곡선생이 웃으면서 방연에게 말했다.

「너의 시운이 이제 다가왔는데 어찌 하산하려고 하지 않느냐? 가서 부귀를 취하거라!」

방연이 스승의 말이 자기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 있음을 알고 무릎을 꿇고 청하며 말했다.

「제가 바야흐로 하산할 생각을 품게 되었으나 이번 출행에 나의 뜻을 이룰 수가 있는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아 주저하고 있던 중입니다.」

「너는 가서 꽃 한 가지를 꺾어 오너라. 내가 너를 위해 점을 쳐주리라!」

방연은 귀곡선생의 말을 듣고 산중으로 들어가 꽃나무를 찾았다. 그러나 때는 6월의 무더운 여름철이라서 대부분의 꽃들은 모두 이미 피었다가 져 버려서 산중에는 꽃이라고는 없었다. 방연이 산 속을 여러 시간을 헤매고 다니다가 풀 꽃 한 송이를 발견하여 걸음을 멈추고 그 꽃을 뿌리 채 뽑아서 스승에게 가져가 바치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마음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꽃은 초라하고 몸체는 미약하니 큰일을 위해 점을 치기에는 적합하지 않겠다.」

즉시 그 꽃을 땅에 던져버리고 다른 꽃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꽃 이외 다른 꽃은 결코 찾을 수가 없었다. 방연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몸을 돌려 돌아와 자기가 버린 풀꽃을 다지 주어서 소매 속에 감추고는 돌아와 스승에게 고했다.

「많은 시간을 돌아다니며 꽃을 찾았지만 한 송이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귀곡선생이 말했다.

「꽃이 없다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너의 소매 속에 있는 것은 무엇이냐?」

방연이 더 이상 숨기지 못하고 소매 속의 풀꽃을 꺼내어 귀곡선생에게 바쳤다. 그 꽃은 이미 뿌리가 뽑혀 오래 동안 햇볕에 시들어 반 이상이나 오그라들어 버렸다. 귀곡선생이 말했다.

「너는 이 꽃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는지 아느냐? 이 꽃의 이름은 바로 마두령(馬兜鈴)이라고 하는데 한번에 12 송이가 한꺼번에 꽃이 피니 그것은 곧 네가 영달하여 부귀를 누릴 기간을 말하고 귀곡(鬼谷)에서 꺾어 햇빛에 시들었으니 귀(鬼)자 옆에다 위(委)자를 붙이면 위(魏)가 되니 네가 영달할 나라는 바로 위나라겠다!」

방연이 마음속으로 귀곡선생의 말을 기이하게 생각하였다. 귀곡선생이 계속해서 방연에게 말했다.

「단 너는 다른 사람에게 속임을 당할 사람은 아니지만 후일에 네가 틀림없이 남을 속이는 일이 일어나게 된다면 오히려 너는 그 사람에게서 속임을 당하게 될 것이다. 이 말을 명심하여 항상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내가 너에게 다음의 여덟 자를 써 줄 것이니 마땅히 외워서 잊지 말아라!」

양을 만나게 되면 흥하게 되고

말을 만나게 되면 쇠하리라!

遇羊而榮(우양이영)

遇馬而瘁(우마이췌)

방연은 귀곡선생이 써준 글을 받아 들고 절을 올리며 말했다.

「스승님의 큰 가르침을 제가 어찌 잊을 리가 있겠습니까? 허리띠에 써서 항상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방연이 이윽고 길을 떠나자 손빈이 산 밑에까지 따라가 환송했다. 방연이 손빈을 보고 말했다.

「저와 형님은 결의형제를 맺을 때 어느 한 사람이라도 부귀를 누리게 되면 같이 나누기로 맹세했습니다. 이번에 제가 위나라에 가서 만약에 출사하게 된다면 반드시 형님을 천거하여 둘이서 같이 공을 세워 부귀를 누리도록 하겠습니다.」

「동생의 말이 과연 실현될 수 있겠는가?」

「이 동생이 만약에 형님을 속인다면 만전(萬箭) 하에 죽어도 마땅합니다.」

「내가 동생의 두터운 정리를 알고 있는데 그렇게까지 반복해서 맹세할 필요가 있는가?」

두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작별했다.

손빈은 다시 산으로 올라오자 귀곡선생은 그의 얼굴에 눈물 자국이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너는 하산한 방연을 생각해서 슬퍼하고 있는가?」

「동문수학한 정리가 있는데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

「내가 방연의 재주에 대해 말하는데 그는 결코 대장의 직을 감당할 만한 재목이 아니다.」

「스승님께서 방연의 재주를 인정하여 그에게 이미 교훈을 주어 하산하게 하고는 어찌하여 대장의 직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하십니까?」

「그는 아직 공부를 다 마치지 못했다.」

손빈이 귀곡선생의 말을 듣고 크게 놀라 그 까닭을 물었으나 선생은 한사코 대답해주지 않고 그저 ‘결코 마치지 못했다’라는 말만 되뇌었다. 다음날 귀곡선생이 제자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내가 밤중에 쥐가 내는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너희들은 순번을 정하여 잠을 자지 말고 번을 서면서 나를 위해 쥐들을 쫓아라.」

여러 제자들이 귀곡선생의 명을 따라 순서를 정해 번을 섰다. 이윽고 손빈의 차례가 되자 귀곡선생이 잠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죽간으로 된 서책을 한 권 꺼내어 손빈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것은 너의 조부 되시는 손무자(孫武子)께서 지으신 병법 13편이다. 옛날에 너의 조부께서 이 병서를 지어 오왕 합려에게 바치자 합려는 이 병법을 이용하여 초나라를 크게 무찔렀다. 후에 합려는 이 병서을 소중하게 생각하기는 했으나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는 것을 싫어하여 쇠로 만든 통에 넣어 고소대(高蘇臺)의 기둥 속에 넣어 감추어 두었다. 후에 월나라가 쳐들어가 고소대를 불태울 때 이 책도 같이 사라졌었다. 내가 옛날에 너의 조부와 친교가 있어 이 책을 직접 구하여 얻게 되어 내 친히 주해를 붙였다⑧. 용병하는 비법이 모두 이 책 안에 있어 내가 아직 아무에게도 주지 않았다. 오늘 내가 너를 살펴보니 마음이 충실하고 남을 대하는 태도가 너그러워 특별히 너에게 이 책을 맡긴다.」

「제자는 조실부모하고 나라가 다난한 때를 맞아 종족들은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제가 비록 조부께서 이 책을 쓰셨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실제로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스승님께서 이렇게 친히 주해까지 달아 놓은 귀한 책을 어찌하여 방연이 함께 있을 때 전하지 않으시고 저 혼자 남게 되자 전하십니까?」

「이 책을 공부한 자는 반드시 좋은 일에 사용하여 천하의 백성들을 편하게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좋지 않은 곳에 사용한다면 천하에 막심한 해를 끼치게 된다. 방연은 사람됨이 올바르지 않는 자인데 어찌 내가 가볍게 이 책을 그에게 맡길 수 있겠느냐?」

손빈이 그 책을 품속에 넣고 자기 침실에 돌아와 그 날부터 밤낮으로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3일이 지나자 귀곡선생이 갑자기 손빈의 방을 찾아와 그 책을 가져오라고 했다. 손빈이 소매 속에 넣어 보관하고 있던 책을 꺼내어 그 스승에게 다시 바쳤다. 귀곡선생이 병법의 매 편마다 차례로 물었다. 손빈은 물이 흘러가듯 한자도 틀리지 않고 대답했다. 귀곡선생이 기뻐하며 말했다.

「너의 마음 씀씀이가 이와 같으니 마치 너의 조부께서 살아서 돌아오신 것 같구나!」

6. 龐涓遇羊(방연우양)

- 양을 만난 방연이 위나라 대장군이 되다. -

한편 방연은 손빈과 헤어진 후에 곧바로 위나라에 들어가 상국 왕조(王錯)를 찾아가 병법으로 대장의 자리를 구하기 위해 들렸다고 말했다. 왕조가 방연을 위혜왕에게 천거했다. 방연이 혜왕을 알현하기 위해 입조할 때 마침 궁중의 요리사가 양을 쪄서 혜왕에게 바치고 있었다. 혜왕이 젓가락을 들고 맛을 보려하는데 방연이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혜왕을 향해 말했다.

「저의 스승께서 제가 양을 만나게 되면 영달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오늘 양을 보게 되었으니 과연 저의 스승님의 말씀이 틀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혜왕이 방연의 모습을 보니 한 사람의 훤칠한 장부라, 즉시 젓가락을 놓고 자리에 일어서서 예를 갖추어 맞이했다. 방연이 재배하자 혜왕이 일으켜 세워 자리에 앉힌 후에 배운 학문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방연이 대답했다.

「신은 귀곡선생 문하에서 군사의 일에 대해 배워 제법 용병의 도를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방연은 이어서 자기가 배운 병법에 대해 허공에다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표시를 하며 세세하게 설명을 했다. 그는 단지 시간이 없어 자기가 알고 있는 학식을 다 말하지 못하지나 않을까 걱정하였다. 이윽고 방연의 말이 끝나자 혜왕이 물었다.

「우리 위나라의 동쪽에는 제(齊), 서쪽에는 진(秦), 남쪽에는 초(楚), 북쪽에는 한(韓), 조(趙), 연(燕)이 있이 모두가 그 세력이 비슷하여 대치 상태에 있습니다. 근자에 이르러 조나라가 우리의 중산 땅을 빼앗아 갔으나 우리는 아직 그 원수를 갚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 위나라는 지금 어떤 계책을 써야한다고 선생은 생각하십니까?」

「대왕께서 신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위나라가 외국으로부터 업신여김을 받은 것입니다. 만약 저를 임용하여 장군으로 삼으신다면 저는 군사들에게 전법을 가르쳐 싸움에 임하면 반드시 승리하고 공격하면 틀림없이 점령하여 가히 천하를 겸병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어찌 보잘 것 없는 여섯 나라를 걱정하겠습니까?」

「선생의 장담대로 과연 그렇게 되겠습니까?」

「신은 재주는 가슴속에 있어 아무도 알지 못하고 실은 육국을 손바닥에 놓고 다룰 수 있습니다. 만약에 대왕께서 저에게 군사의 일을 맡기셨음에도 제가 말한 바를 이루지 못한다면 그 죄를 달게 받겠습니다.」

혜왕이 크게 기뻐하며 방연을 위나라 군대의 원수에 임명하고 군사의 직도 겸하게 하였다. 방연은 그의 아들 방영(龐英)과 조카 방모(龐茅)를 불러와 모두 별장으로 삼았다. 방연은 군사들을 조련시키고 무예를 닦게 한 후에 먼저 위(衛)나라와 송(宋)나라 같은 작은 제후국들을 공격하여 싸움을 할 때마다 승리를 취했다. 송(宋), 노(魯), 위(衛), 정(鄭) 네 나라의 군주들이 연이어 내조하여 위혜왕에게 조현을 올렸다. 뒤이어 제나라가 군사를 내어 위나라의 변경을 침범하자 방연이 출전하여 물리쳤다. 이에 방연은 자기가 불세출의 큰공을 세웠다고 자만하여 기고만장했다.

7. 孫臏下山(손빈하산)

- 귀곡에서 하산하여 위나라에 출사한 손빈 -

한편 묵적(墨翟)이 천하의 명산을 찾아다니며 유람을 하다가 마침 귀곡의 곁을 지나게 되어 옛 친구를 찾아 왔다가 손빈을 보고 그와 담론을 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음속 깊이 의기가 투합하게 되었다. 이어서 묵적이 손빈에게 말했다.

「너의 학문은 이미 이루어졌는데 어찌 세상으로 나가 공명을 구하지 않고 이렇게 산중의 물가에 묻혀 살고 있는가?」

「나에게는 동문수학한 방연이라는 결의형제를 맺은 동생이 있는데 지금 위나라로 들어가 출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약속하기를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뜻을 이루게 되면 서로 이끌어 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로부터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방연은 이미 위나라의 장군이 되었다. 내가 너를 위해 위나라에 가서 방연의 뜻을 알아봐 주겠다.」

묵적이 작별을 고하고 귀곡을 떠나 곧바로 위나라에 들어가 방연의 근황에 대해 수소문하여 알아본 결과 그는 자기의 능력을 과신한 끝에 큰소리를 치고 다니면서 아무런 부끄러움도 모르고 사치스럽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어서 방연이 손빈을 이끌어 주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된 묵적이 스스로 야인의 복장을 한 채로 혜왕의 접견을 청했다. 혜왕은 평소에 묵적의 이름을 듣고 앙모하고 있었다. 묵적이 궁궐 문 앞에 당도했다는 소식을 들은 혜왕이 마중을 나가 영접하고 병법에 대해 물었다. 묵적은 병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혜왕이 크게 기뻐하고 묵적을 위나라에 머물게 하고 관직을 내리려고 하였다. 묵적은 사양하며 말했다.

「신은 원래 산과 들을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여 의관을 갖추는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저는 손무자의 손자 되는 손빈이라는 사람을 알고 있는데 진실로 대장의 재목이라 신은 그에 비하면 만분지일도 못 미칩니다. 지금 귀곡에 은거하고 있는데 대왕께서는 어찌하여 부르지 않으십니까?」

「손빈이 귀곡에서 병법을 배웠다면 그는 곧 방연 원수의 동문입니다. 선생은 두 사람 중 누구의 재주가 더 낫다고 보십니까?」

「손빈과 방연 두 사람은 비록 동문수학한 사이라 할지라도 손빈은 그의 조부인 손무가 전한 비급을 홀로 익혀 천하에는 아무도 그와 대적할 사람이 없습니다. 하물며 방연 따위가 어찌 손빈과 비교가 되겠습니까?」

묵적이 물러간 뒤에 혜왕은 즉시 방연을 불러들여 물었다.

「경과 동문수학한 손빈이라는 사람에 대해 들었는데 그는 손무가 전한 병법을 익혀 천하에는 그와 겨룰 사람이 없다고 들었소. 장군은 어찌하여 과인을 위해 그를 불러오지 않소?」

「신이 손빈의 재주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단지 손빈이 제나라 출신이라 그의 종족은 모두 제나라에 머물고 있습니다. 만약 손빈을 불러 위나라를 섬기라고 한다면 그는 제나라를 먼저 생각하고 후에 위나라를 위하지나 않을까 걱정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신이 감히 손빈을 대왕께 천거하지 못했습니다.」

「무릇 선비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도 버리는 법인데 어찌 본국 사람만을 골라 써야한단 말이오?」

「대왕께서 이미 손빈을 부르시고자 하시니 제가 즉시 편지를 써서 보내 그를 불러오도록 하겠습니다.」

방연이 비록 입 밖으로는 표현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주저하며 생각했다.

「위나라의 병권은 모두 나 한 사람의 손아귀에 있는데 만약 손빈을 불러온다면 나는 틀림없이 왕의 신임을 잃게 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왕이 이미 명을 내렸는데 감히 따르지 않을 수도 없으니, 일단은 그가 당도할 때를 기다렸다가 별도의 계책을 마련하여 그의 임용을 막아야 되겠다.」

방연이 즉시 편지 한 통을 써서 혜왕에게 바쳤다. 혜왕은 사람을 시켜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커다란 수레와 황금과 백벽을 내어주며 방연이 써준 편지를 휴대하고 곧바로 귀곡으로 달려가 손빈을 모셔오라고 시켰다. 귀곡에 머물고 있던 손빈이 방연이 보낸 편지의 겉봉을 뜯어 읽었다.

『동생 연은 형님의 보살핌 덕분에 위왕을 한번 알현하고 곧바로 중용되는 은혜를 입었습니다. 헤어질 때 제가 임용되면 형님을 추천하기로 한 말을 잊지 않고 가슴속에 품고 있다가 오늘 제가 특별히 위왕에게 형님을 천거했습니다. 즉시 달려와 부름에 응하시어 두 사람이 같이 공업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손빈이 방연의 편지를 귀곡선생에게 바쳤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귀곡선생도 방연이 위나라의 대장으로 중용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손빈을 임용하겠다고 부르는 서신의 내용에 스승인 자기의 문후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음을 본 귀곡선생은 방연이라는 놈은 인간의 본분을 망각한 참으로 각박한 자라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단지 방연은 천성이 교만하고 남을 질시하여 만약이 손빈이 부름에 응하여 위나라에서 벼슬을 얻는다면 두 사람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손빈이 위나라에 출사하는 일을 허락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위왕이 사자를 보내 정중한 뜻을 전하고 손빈 스스로는 이미 행색이 들떠 있어 그의 앞길을 막을 수 없음을 알았다. 이윽고 길을 떠나려고 하는 손빈에게도 산중에서 꽃을 한 송이 꺾어 오라고 하여 길흉에 대해 점을 쳐주려고 했다. 때는 9월 가을이라 귀곡선생 앞에 놓여있는 탁자 위의 병 속에 노란 국화 한 송이가 꽂혀 있었다. 손빈이 보고 국화를 재빨리 뽑아 귀곡선생에게 바치고 나서 다시 병 속에다 꽂았다. 귀곡선생이 국화꽃을 보더니 점괘를 말해 주었다.

「이 꽃을 살펴보니 상하여 온전한 상태가 아니로구나! 단지 국화의 본성이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고 서리를 맞아도 죽지 않으니 비록 상하기는 했지마는 그렇게 크게 흉한 점괘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다행히 다시 병 속에 들어가 양분을 공급받게 되었으니 사람들로부터 극진한 사랑을 받게 되었다. 쇠를 녹여서 만든 꽃병은 종(鍾)이나 정(鼎)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너는 우여곡절을 겪고 나면 추상같은 위엄을 세상에 떨치고 이름은 정이나 종에 새겨져 만세에 전해지겠다. 단지 이 꽃이 두 번이나 사람의 손에 뽑혀 혹시라도 한 때에 그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까 걱정도 된다마는 네가 곧바로 그 꽃을 옛날의 병 속에 다시 꽂았으니 너는 곧 고향에 돌아가 공명을 이룰 수 있겠다. 내가 너를 위해 너의 이름에 글자 한자를 더하여 고쳐주겠으니 앞으로는 그 이름을 사용하여 다가오는 화를 면하도록 하라.」

귀곡선생이 손빈(孫賓)의 빈(賓) 자의 좌변에 고기 육(肉) 변을 붙여 빈(臏)이라고 고쳐 부르게 했다. 빈 자의 뜻은 곧 형벌 중에 다리의 슬개골을 자르는 월형(刖刑)을 말한다. 이때 귀곡자가 손빈(孫賓)의 이름을 손빈(孫臏)으로 개명한 일은 후에 손빈이 슬개골을 잘려 앉은뱅이의 형벌을 당하게 되는 운명을 분명히 알고 있었으나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은 이유는 단지 천기를 함부로 누설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귀곡선생이야말로 진실로 속세의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염옹(髥翁)이 이 일을 두고 시를 지었다.

산중의 꽃을 꺾어 그 길흉을 알았는데

서죽나 거북등으로 치는 점보다 갑절이나 영험했다.

오히려 복채로 사는 오늘의 복자들은 비웃음을 사면서

귀곡선생의 화점(畵占)이라고 헛되이 통만 굴리는구나!

山花入手知休咎(산화입수지휴구)

試比蓍龜倍有靈(시비시귀배유령)

却笑當今賣卜者(각소당금매복자)

空將鬼谷畵占形(공장귀곡화점형)

손빈이 작별을 고하고 길을 떠나려고 할 때 귀곡선생이 다시 비단주머니 한 개를 손빈에게 주며 당부의 말을 했다.

「앞으로 네가 위급한 처지에 빠졌을 때 이 주머니를 열어보아라!」

손빈이 귀곡선생에게 절을 올려 작별을 고하고 위왕이 보낸 사자를 따라 산을 내려가 수레에 타고 위나라로 출발했다.

8. 蘇秦張儀(소진장의)

- 공명을 찾아 속세로 나오는 소진과 장의. -

그때 소진과 장의 두 사람은 길을 떠나는 손빈을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어서 두 사람도 서로 상의한 후에 귀곡선생을 찾아가 자기들도 하산하여 고향으로 돌아가 세상의 공명을 찾겠다고 말했다. 귀곡선생이 말했다.

「세상에서 제일 얻기 힘든 것은 총명한 자질을 지닌 선비다. 너희 두 사람은 가지고 있는 자질로 욕심을 버리고 고요한 마음으로 학문에 정진한다면 가히 득도하여 신선이 될 수 있는데 어찌하여 번잡하고 바쁜 세속의 더러운 일을 일부러 추구하여, 뜬구름 같은 명성과 헛된 이익을 쫓으려고 하느냐?」

소진과 장의가 목소리를 같이하여 귀곡선생의 말에 답했다.

「무릇 ‘좋은 재목이란 바위 밑에서 썩지 않고, 좋은 칼이란 결국 칼집에서 갇혀 지내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해가 지고 달이 뜨는 자연의 섭리는 마치 흐르는 강물과 같아 한번 지나간 물결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저희들이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고 있는 이유도 역시 시류에 편승하여 공을 세워 그 이름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너희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남아 나와 함께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면 어떻겠느냐?」

소진과 장의 두 사람은 모두 하산을 행하려고 이미 마음을 정했기 때문에 아무도 귀곡선생의 곁에 머무르려고 하지 않았다. 귀곡선생은 두 사람을 강제로 권한다고 해도 붙잡을 수 없음을 알고 한탄하며 말했다.

「신선의 재목을 찾기가 이렇게도 힘들단 말인가?」

이어서 그들을 위해 점을 쳐 점괘를 일러주었다.

「소진의 장래는 먼저 길하고 뒤에는 불길하다. 그리고 장의는 먼저 불길하고 뒤에 길하다. 소진이 먼저 영달하고 장의는 뒤에 이르게 된다. 내가 보니 손빈과 방연 두 사람은 그 형세가 양립할 수가 없어 필시 서로 간에 살을 씹어 먹는 이전투구가 벌어져 두 사람 중 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너희들 두 사람은 서로 양보하여 명예를 이루어 동문수학한 정리를 상하게 하지 말라!」

두 사람이 머리를 조아리며 귀곡선생의 가르침을 받들었다. 귀곡선생이 다시 책 두 권을 꺼내 두 사람에게 나누어주었다. 소진과 장의가 보니 그것은 곧 태공(太公)이 지은 음부편(陰符篇)이었다. 소진과 장의가 책을 받아보고 말했다.

「이 책은 제자들이 오래 전에 숙독하여 이미 외울 수 있는데 오늘 스승님께서 저희에게 주시니 이것을 저희가 어디에다 쓰겠습니까?」

「너희들이 비록 외울 수 있다하더라도 아직 그 오묘한 이치를 모두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다. 이번에 하산하여 만약 너희들이 뜻을 이룰 수 없게 되면 오로지 이 책만을 계속 읽어 그 이치를 터득하라. 스스로 얻는 바가 있어 사물의 변화에 통달할 수 있을 것이다. 너희들을 떠나보낸 후에 나도 이 귀곡을 완전히 떠나 사람이 닿지 않는 바다 밖으로 나가 살려고 한다.」

소진과 장의가 작별 인사를 드리고 하산한 며칠 후에 귀곡선생 역시 동해 바닷가로 나가 배를 타고 봉도(蓬島)로 가서 살았다. 어떤 사람은 그가 귀곡에서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고도 했다.

《제 88회로 계속》

주석

①공숙좌(公叔痤)/ 공손좌(公孫痤)라고도 한다. 태어난 해는 알 수 없고 위혜왕 10년인 기원전 361년에 죽었다. 성은 희(姬)이고 씨는 위(魏)이고 이름은 좌(痤)이다. 위나라 공족 출신으로 위무후(魏武侯) 때 전문(田文)의 뒤를 이어 위나라 재상이 되었다. 왕착(王錯)과 함께 오기를 모함하여 오기가 초나라로 달아나게 했다. 위혜왕 8년 기원전 362년 그는 위나라 군사를 이끌고 출전하여 회수(澮水) 북안에서 한(韓), 조(趙) 두 나라의 연합군을 대파하고 계속해서 조나라 땅으로 진공하여 피뢰(皮牢)의 땅을 점령했다. 같은 해 진나라가 위나라 땅인 소량(少梁)을 공격해 오자 공손좌는 군사를 이끌고 다시 출전하여 싸웠으나 진나라 군사들에 의해 포로가 되었다. 후에 진나라로부터 석방되어 돌아와 위나라의 재상으로 다시 임명되었다. 이때 위(衛)나라에서 위앙(衛鞅)이 찾아와 그의 가신이 된 것이다.

②중서자(中庶子)/ 주나라 때 서자(庶子)라는 관제로 주로 제후와 경대부(卿大夫)들의 서자들의 계율과 교리(敎理)를 관장했다. 나라에 일이 있을 때 그들은 모두 태자에게 귀속되어 그 지시를 받았다. 전국 때 각 제후국들은 이를 본 따 중서자라는 관제를 만들어 운용했다.

③좌서장(左庶長)/ 진나라 관직의 명칭. 진나라의 관직은 모두 20 등급으로 나뉘었는데 좌서장은 그 중 10등급의 직위로써 군사의 일을 관장했다.

④추(鄒)/ 지금의 산동성 추현(鄒縣)으로 맹자(孟子)가 태어난 곳.

⑤양성(陽城)/지금의 하남성 등봉현(登封縣) 동남의 고성진(告城鎭)

⑥진평공(晉平公)은 기원전 557년부터 기원전 530년까지 재위한 당진(唐晉)의 군주다. 귀곡자가 활약했던 시기는 기원전 369년부터 319년까지 재위에 있었던 양혜왕(梁惠王) 때다. 따라서 당시의 귀곡자의 나이는 200살이 넘었음을 뜻한다.

⑦육도삼략(六韜三略)/ 육도(六韜)와 삼략(三略)을 말한다. 육도(六韜)는 주나라의 태공망(太公望)이 삼략(三略)은 황석공(黃石公)이 지어 전한(前漢)의 창업공신인 장량(張良)에게 전한 책이라고 전해지는 중국 고대의 병법서이다. 따라서 이 때는 삼략(三略)이라는 병서는 없었다.

⑧손무(孫武)가 활약하던 오왕 합려(閤閭)와 그의 아들 부차(夫差)의 재위기간은 각각 기원전 514-496년과 기원전 497-477년 까지다. 손빈이 살았던 양혜왕과 재위왕의 재위기간은 각각 기원전 369-319년과 356-320년으로 손무와는 약 150년에서 200년 정도의 시차가 있다. 이 말도 귀곡자의 나이가 200살이 넘었음을 다시 강조하는 말이다.

[평설]

춘추전국 시대에 이루어진 변법의 내용은 노예제 사회를 봉건제 사회로 이행시킨 변혁을 의미한다. “위앙(衛鞅)이 진나라 군주에게 유세하여 변법을 시행하다.” 편은 원래 춘추시대 기간 내내 비교적 후진국에 속했던 진나라에 이로운 것을 일으키고 해로운 것을 제거하여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진나라는 지금의 감숙성 동남 및 섬서성 중앙부인 관중으로 중원의 서쪽에 위치해 있었다. 그 서쪽에는 융족이 세운 여러 개의 이민족 국가들과, 남쪽에는 파(巴), 촉(蜀), 북쪽에는 의거(義渠), 동남쪽에는 한(韓), 위(魏), 초(楚)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었다.

기원전 361년 진나라의 군주로 즉위한 진효공은 천하에 인재를 구한다는 포고문을 내려 그 결과 찾아온 위앙을 중용하여 정치와 군사 면에 있어서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했다. 위앙은 위(衛)나라 군주의 후손으로 몰락한 서족 출신이다. 당시 사람들은 그를 공손앙 혹은 위앙이라고 불렀다. 진나라에 중용 된 그는 후에 지금의 섬서성 동남부의 상주시(商州市)와 단풍시(丹風市) 일대의 상(商)이라는 곳에 봉해졌기 때문에 상앙(商鞅)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원래 상 땅은 초나라 령으로 진나라가 침략하여 빼앗은 땅이다. 상앙은 또한 상군(商君)이라고도 부른다. 그의 사상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편집되어 상군서(商君書)라는 책으로 지금까지 전해진다. 위앙이 진나라에서 행한 개혁조치들은 《사기(史記)ㆍ상군열전(商君列傳)》과《상군서(商君書)》를 보면 알 수 있으며 그 주요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 군공을 세운 자에 한하여 작위와 봉록을 수여한다. 공을 많이 세운 순서에 따라 높은 관직과 후한 봉록을 주었다. 귀족 출신으로 싸움터에 나가 공을 세우지 못한 사람은 직분을 빼앗고 서민으로 만들었으며 싸움을 겁내는 자나 사적인 종족의 일로 싸우는 자들은 일률적으로 참수형에 처했다. 이전에 군공과 상관없이 수여했던 봉록제를 대대적으로 개변했다.

-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기 위해 생산활동을 독려하여 부국을 이루었다. 백성들에게 황무지 개간령을 내렸으며 그 결과 생산량을 늘린 농민들 일가에게는 노역을 면제토록 하고 일에 게을러 가난하게 사는 농민들은 모두 관가의 노복을 삼게 만들었다.

- 부세의 징수를 강화했다. 경작지와 사람 머리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거둠으로써 정전제의 1/10세 원칙을 개변하여 농민들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켰다.

- 사회의 안정을 위해 연좌법을 시행하고 부랑자들이 몸을 숨기지 못하도록 통행법을 시행했다. 위와 같은 조치들로 노예제를 토대로하고 있던 종법사회를 새롭게 개변했다. 분명한 점은 상앙이 시행한 개혁은 그 동안 공고했던 봉건제 하의 생산활동을 모두 부국강병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들이었다. 진효공의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상앙은 진나라의 완고한 귀족계급들의 반발을 제압했다. 위앙의 신법은 기원전 356년 전면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기원전 350년, 위앙은 다시 2차 변법을 시행하여 자유로운 토지의 매매를 허용했으며 정전제(井田制)를 완전히 폐지하고 지주 및 자영농민들에 대한 토지 소유권을 인정했다. 또한 진나라의 전 영토에 군현제를 시행하여 국가 전체로 통치권을 확대 했으며 모든 군사력은 중앙으로 집결시켰다. 도량형을 통일하여 세금의 징수를 용이하게 하고 상업의 발달을 촉진시켰다. 위앙의 신법운동은 당시의 역사적인 조류였다. 사기 상군열전은 “진나라 백성들은 모두 크게 기뻐하며, 길에 물건이 떨어져도 주어가는 사람이 없게 되었고, 산에는 도적이 없어지고 각 가정에는 물자가 풍부해져 부족한 것이 없게 되었다. 백성들은 전쟁에 나가서는 용감해졌고, 개인적인 일로 싸우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어 진나라는 큰 치세를 이루게 되었다.”라고 했다.

기원전 338년 진효공이 죽고 태자 혜문왕이 그 뒤를 이어 진나라 군주가 되었다. 진나라의 귀족계급 대부분은 변법으로 인해 이익을 얻었으나 그들 중 손해를 본 일부 계층이 상앙이 모반한다고 무고했다. 위앙은 그의 봉지로 돌아가던 중에 체포되어 살해 되었다가 다시 그의 시신은 함양으로 옮겨져 오우분시(五牛分尸) 형에 처해졌다. 변법이 진행되면서 생기는 이익은 통치계급들 사이에서 재분배되었다. 기득권을 갖고 있었던 계층은 그들이 이익을 취하는 방법이 합리적이냐 비합리적이냐를 따지지 않았고 또한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바라보지 않고 계속 반발하면서 왕왕 일련의 개혁조치들에 대해 대립했다가 일단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 순간 개혁의 주창자인 상앙을 모함해 죽였다. 상앙의 비극적인 운명은 그와 같은 상황에서 발생했다. 상앙의 개혁이 비록 과격한 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당시 사회가 발전하는 데 필요한 요구에 부합했다고 말할 수 있다.

변법을 이룩한 상앙이 비록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기는 했지만 진나라는 그 후로 천하를 통일하려는 뜻을 국가 목표로 세워 그 군주들이 대를 이어 계승하고 결코 상앙이 시작한 변법을 폐지하지 않았다. 이로써 진나라의 국력은 획기적으로 증강되어 후에 중국을 통일하는 데 가장 큰 기반이 되었다. 진나라는 상앙이 변법을 시작하고 140년 후에 중국을 통일했다. 상앙의 진보적 역사철학은 사회제도는 마땅히 사회가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개혁을 일궈내야 하며, 특히 그가 ‘세상이 변하면 그 행해지는 제도도 알맞게 변해야 한다.’라고 주장한 사상은 사회가 변화를 요구하고 있을 때 옛것만을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조치들을 취한 통치자들과 후세의 개혁가들에게 심각하고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