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회 獻妹奪權 成嶠反秦(헌매탈권 성교반진)

여동생을 바쳐 춘신군의 권력을 빼앗아간 이원과

진왕의 적통을 의심하여 반기를 든 장안군 성교와 번오기

1. 遷都壽春(초천도수춘)

- 진나라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수춘으로 천도하는 초나라 -

연나라를 물리친 승세를 탄 방훤은 내친 김에 열국과 합종을 맺고 힘을 서로 합쳐 진나라를 공격하려는 계책을 세웠다. 진나라에 붙은 제나라를 제외하고 한(韓), 위(魏), 초(楚), 연(燕) 각국은 정예 군사를 동원하여 많게는 4-5만, 적게는 2-3만씩의 군사를 동원하고 그 총대장에 춘신군 황헐을 추대했다. 황헐은 각국의 장수들과 대책을 의논하며 말했다.

「진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여러 번에 걸쳐 군사를 동원했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진나라가 함곡관을 굳게 지켜 그곳을 결코 돌파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소. 즉 우리 군사들은 우격다짐으로 공격명령을 내린다 해도 함곡관은 결코 함락시킬 수 없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위축되어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수의 북안을 따라 포판(蒲阪)1)의 길을 취하여 포판관(蒲坂關)을 넘어 임진관(臨晉關)에서 황하를 도하하고 계속 서쪽으로 나가 화음(華陰)의 서쪽을 경유하여 위남(渭南)을 급습한 후에 동관을 뒤에서 노린다면 난공불락의 함곡관 뿐만 아니라 동관도 우회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병법에서 말하는 ‘적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방법을 쓴다’는 소위 출기불의(出其不意)에 해당하는 전법입니다.」

각국의 여러 장수들이 모두 말했다.

「훌륭하신 계책이십니다.」

이윽고 오국연합군의 대군은 다섯 갈래로 길을 나누어 진군하여 포판을 넘어 하수를 건넌 다음 여산을 바라보고 진격하다가 도중의 위남(渭南)을 공격했다. 그러나 진군이 굳게 지켰기 때문에 위남성을 함락시킬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합종군의 대장들은 군사들을 일단 뒤로 물리쳐 위남을 멀리서 포위하고 성안으로 들어가는 보급품을 끊었다.

이에 진나라의 승상 여불위는 장군 몽오(蒙驁), 왕전(王翦), 환의(桓齮), 이신(李信), 내사등(內史騰)의 장수들에게 각기 군사 5만씩을 주어 군사로 5대로 각각 나누어 다섯 나라의 군사들을 막도록 했다. 여불위는 스스로 대장이 되어 모두 25만에 달하는 군사를 통솔하여 함양성을 나와 서쪽으로 계속 진격하여 동관에서 50리 되는 곳에 각 부대별로 영채를 세우게 하니 그것은 마치 별 자리 모양과 같았다. 왕전(王翦)이 여불위를 향해 말했다.

「지금 우리 진나라를 쳐들어온 오국의 병사들은 모두 정예병들이라 하나 위남성 하나도 공격하여 떨어뜨리지 못하니 그들이 무능함을 알 수 있겠습니다. 삼진은 우리 진나라와 가까이 있는 나라라 진나라와의 싸움에 매우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러나 초나라만은 유독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와서 장의가 죽은 이래로 30여 년 동안 그들은 싸움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다섯 부대에서 젊고 씩씩한 정예병을 각각 만 명씩을 차출하여 초나라 진영만을 공격한다면 초나라는 결코 버티지 못하고 회군할 것입니다. 초나라 진영 하나를 파한다면 나머지 4국의 군사들은 마치 바람에 눈 녹듯이 저절로 무너질 것입니다.」

여불위는 왕전의 계책을 따라 각 진영에 평상시처럼 보루를 높이 세우고 기치를 꽂아 두도록 명한 후에 비밀리에 각 진영에서 정예병 1만 명씩을 차출하여 한 곳으로 모았다. 이어서 사경2)이 되자 초나라 진영을 습격하기 위해 일제히 진영 밖으로 출동했다. 그 때 이신은 자신의 부대에 군량과 마초의 도착이 늦어지는 이유를 조사하다가 아장 감회(甘回)의 잘못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잡아와 참수형에 처하려 했다. 그러나 여러 장수들이 사정하여 목숨만은 살려 주도록 했으나, 그의 등에 3백 대의 채찍으로 때리는 형벌에 처했다. 이신의 조치에 원한을 품게 된 감회가 야음을 틈타 초나라 진영으로 달아나 왕전의 작전계획을 고했다. 춘신군은 크게 놀라 각 나라의 진영에 통보하려고 하다가, 사국의 군사들이 시간 안에 당도하지 못할까 두려워하여 즉시 영을 내려 그 날 밤으로 영채를 거두어 곧바로 달아났다. 춘신군의 초군은 50여 리쯤 달려갔을 때야 비로소 행군 속도를 늦추고 초나라로 향해 황망히 퇴각해 버렸다. 진나라의 정예병들이 당도했을 때는 초나라 군사들은 영채를 거두고 철수한지 오래였다. 왕전이 보고 말했다.

「초나라 군사들이 도망가 숨어 버렸으니 필시 나의 계획을 적군에게 누설한 자가 있었음에 틀림없다. 내가 비록 계책을 냈으나 아무 공도 세우지 못했으니, 나는 결코 빈손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왕전은 진나라 군사들의 방향을 돌려 조나라 진채를 습격하였다. 그러나 조군 진영은 보루는 견고하고 군사들도 용감하게 싸웠음으로 결코 격파할 수 없었다. 진군의 공세가 치열해지자 방훤은 장검에 의지하여 군문 앞에 서서 함부로 움직이는 자는 참한다는 령을 내렸다. 진나라 군사들은 결국 그 날 밤 혼자서 부산을 떨던 와중에 이윽고 아침이 밝아왔다. 조나라 진영을 구원하기 위해 연, 한, 위 삼국의 군사들이 달려오자 왕전과 몽오 등의 진나라 장수들은 군사들을 거두어 자기 진영으로 돌아갔다. 조군을 구원하기 위해 초나라 군사들이 오지 않음을 괴이하게 생각한 방훤이 사람을 보내 소식을 알아본 결과 초군은 밤사이에 진채를 거두어 철군해 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방훤이 한탄하며 말했다.

「합종의 일은 이제 이후로는 다시 논의할 수 없게 되었구나!」

나머지 삼국의 장수들도 회군할 것을 방훤에게 청하고는 미처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한과 위 두 나라의 군사들은 자기 나라로 돌아가 버렸다. 제나라만이 홀로 진나라에 붙어서 군사를 보내지 않았음을 괘씸하게 생각한 방훤은 조, 연 두 나라의 군사를 이끌고 제나라 를 향해 진군했다. 조연 연합군은 제나라의 요안(饒安)3)을 공격하여 점령한 후에 각기 본국으로 돌아갔다.

한편 춘신군 황헐이 진나라와의 싸움 중에 달아나 자기나라로 회군해 버리자 나머지 사국에서 사자를 보내 항의하였다.

「초나라는 합종의 맹주를 맡고서 어찌하여 다른 나라 장수들에게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먼저 철군하였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초나라의 고열왕(考烈王)이 황헐을 불러 면전에서 질책하자 황헐은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해서 얼굴을 들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때 위나라 출신의 주영은 초나라에 들어와 벼슬을 살다가 그만두고 춘신군의 문하에서 빈객으로 있었다. 그는 옛날 춘신군이 태자와 함께 진나라에 인질로 잡혀 있을 때 춘신군을 도와 태자를 탈출시킨 공을 세운 바가 있었다. 초나라가 진나라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주영이 춘신군에게 면담을 청해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

「세상 사람들은 초나라가 강국이었다가 대감께서 초나라 상국이 되고 나서부터 약해 졌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 주영 혼자만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선왕이신 경양왕 때 초나라의 장군이 백기에 의해 도성 영도(郢都)가 함락당한 결과 나라를 들어 천여 리라 떨어진 동쪽의 진성(陳城)으로 옮겼습니다. 다시 대감께서 집권하신 이후로 다시 도성을 이곳 거양(巨陽)으로 옮긴 이후로 진, 초 두 나라는 더욱 멀리 떨어져 있게 되어 초나라의 서쪽으로는 험고한 파촉(巴蜀)이 가로막고 있었고, 북쪽으로는 동주, 서주와 함께 한, 위 두 나라가 호시탐탐 진나라의 배후를 노려 왔기 때문에 30여 년 간 진나라로 인한 환난을 겪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초나라의 국력이 강해서가 아니라 자연적인 지세에 의지한 결과였습니다. 지금 동서 양주(兩周)이는 이미 진나라에 병합되었고, 또한 위나라는 진나라의 원한을 사고 있어 그 멸망은 조석지간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진(陳)과 허(許) 지방으로 길이 뚫려 결국 우리 초나라는 자연히 진나라와 국경을 접하게 되어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지난번 싸움에서 대감께서 임의로 후퇴한 일에 대해 왕으로부터 질책을 당했음은 그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바로 시작일 뿐입니다. 대감께서는 어찌하여 초왕에게 초나라의 도성을 이곳에서 수춘(壽春)으로 옮기기를 청하지 않으십니까? 도성을 수춘으로 옮긴다면 진나라와는 더욱 멀어지고 장강(長江)과 회수(淮水)의 천험에 의지하여 스스로 굳게 지켜 나라를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황헐은 주영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여 고열왕을 찾아가 좋은 날을 택하여 수춘으로의 천도를 건의했다. 초나라는 영(郢)에 도읍을 정했다가 후에 약(鄀)으로 천도하고, 다시 진성(陳城)을 거쳐 거양(巨陽)으로, 오늘 다시 수춘으로 옮겨 모두 네 번에 걸쳐 그 도읍을 옮기게 되었다.4)

사관이 이를 두고 시를 지어 노래했다.

주나라는 동천하고 나서부터 천자의 기상을 잃었고

초나라는 도성을 옮겨다니기만 하다가 패업을 잃었다.

원래 적을 피하면 오히려 적을 불러들이는 일이니

기산으로 천도한 고공단보의 뒤는 따르지 말일이다.

周爲東遷王氣歇(주위동천왕기헐)

楚人屢徙覇圖空(초인누사패도공)

從來避敵爲延敵(종래피적위연적)

莫把遷岐托古公(막파천기탁고공)

2. 李園獻妹(이원헌매)

- 누이를 춘신군에게 바쳐 초나라의 국구가 된 이원 -

한편 초나라의 고열왕은 즉위한 지가 이미 오래되었지만 그때까지 아들을 얻지 못했다. 황헐이 온 나라를 뒤져 아름다운을 여인을 구해 부인으로 바쳤으나 결국 아이를 낳지 못했다. 그때 춘신군의 문객 중에 조나라 출신 이원(李園)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는 이언(李嫣)이라는 여동생이 있었는데 경국지색의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이원은 여동생을 초왕에게 바치고 싶었으나 초왕은 그때까지 오랫동안 후사가 없었음으로 아들을 낳지 못할까 걱정하여 마음속으로 주저하다가 한 가지 묘안을 짜냈다.

「먼저 동생을 춘신군에게 바쳤다가 그녀가 춘신군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면 초왕에게 바쳐야 되겠다. 다행히 그 아이가 사내라면 후일에 초왕이 될 것이니 그때는 나는 초왕의 외숙부가 될 수 있음이다.」

이원은 계속 계책을 궁리하며 속으로 말했다.

「내가 만약 나의 여동생을 스스로 바치겠다고 하면 귀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니 다시 한 가지 계책을 사용하여 춘신군으로 하여금 스스로 찾아와 나에게 여동생을 달라고 만들어야 되겠다.」

이원은 집에 일이 있다고 하면서 춘신군에게 5일 간의 휴가를 얻었으나 일부러 그 기한을 어기고 10일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춘신군의 부중으로 돌아왔다. 황헐은 약속한 기일을 어기고 돌아온 이원의 행위를 괘씸하게 여겼다. 이원이 춘신군에게 자기가 기한을 어긴 이유를 설명했다.

「소인에게 이름이 언이라는 여동생이 있는데 제법 자태가 곱습니다. 제나라 왕이 듣고 제 여동생을 데려가려고 사자를 보내와 제가 그들을 술과 음식으로 접대하는 바람에 이렇게 기일을 어기게 되었습니다.」

이원의 말을 듣고 마음이 움직인 황헐이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여동생에 대한 소문이 제나라까지 알려졌다면 필시 천하의 절색임에 틀림이 없겠다.」

황헐이 이원에게 물었다.

「그대는 제나라 사자에게 그들의 청을 허락했는가?」

「그일로 인해 대감을 찾아뵙고 의논드리려 합니다. 아직 그들의 청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한번 그대의 동생을 한 번 볼 수 있겠는가?」

「소인은 대감의 문하에 있는 사람이라, 제 여동생은 대감의 비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어찌 대감의 명을 따르지 않겠습니까?」

이원은 즉시 자기 집으로 돌아가 그의 여동생을 치장시킨 후에 춘신군 황헐의 부중으로 들여보냈다. 황헐이 첫눈에 반하여 대단히 기뻐했다. 그날 밤 황헐은 이원에게 백벽 두 쌍, 황금 삼백 일을 주고 이언을 자기 집에 머무르게 하면서 자기의 잠자리 수청을 들게 했다. 이언이 석 달이 채 못 되어 춘신군의 아이를 뱄다. 이원은 아무도 몰래 그 여동생을 찾아와 말했다.

「첩실과 부인 중 어느 쪽이 더 귀한가?」

이언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첩실이 어찌 감히 부인과 비교가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부인과 왕비 중 어느 쪽이 더 귀한가?」

이언이 다시 웃으면서 대답했다.

「귀함의 극치는 왕비지요!」

「너는 춘신군의 부중에 살고 있다고는 하나 신분은 총애를 받는 일개 첩실 중의 한 사람이라! 오늘까지 초왕이 자식이 없는데 다행히 네가 임신을 했다. 만약에 네가 초왕을 모시게 되어 후일에 사내아이를 낳게 된다면 너는 곧 태후가 되니 어찌 너의 귀함이 지금의 첩실 신분에 비할 수 있겠느냐?」

이원은 이어서 그의 여동생에게 춘신군과 잠자리를 같이 했을 때 이러저러하게 설득하라고 그 방법을 일러주며 말했다.

「내 말대로만 하면 춘신군은 틀림없이 너의 말을 따르리라!」

이언은 이원이 일러준 말을 하나하나 외워 머리속에 기억했다. 이윽고 밤이 되어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된 이언이 자기 오빠가 일러준 대로 춘신군에게 말했다.

「초왕은 대감을 자기의 친형제보다 더 끔찍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감은 초왕의 총애에 힘입어 초나라의 정사를 20여 년이나 전결하고 계십니다. 그른데지 초왕은 아직까지 자식을 얻지 못하여 태자의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먼 훗날 초왕이 죽게 되면 그의 형제 중에 한 사람이 초왕의 자리에 오를 것입니다. 대감은 왕의 형제들에게 아무런 은혜도 베풀지 않았으니 그들은 각기 자기들과 평소에 친했던 사람들을 중용할 것입니다. 그때가 되어 초왕의 총애를 잃게 된 대감께서 몸 붙일 데가 있겠습니까?」

황헐이 이언의 말을 듣고 깊은 생각하느라 미처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이언이 말을 이었다.

「소첩이 생각하기에는 일이 그것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대감께서는 초나라의 상국 자리에 앉아 오랫동안 정사를 독단하신 관계로 초왕의 형제들에게 실례를 범한 일이 많을 것입니다. 초왕의 형제들 중 한 사람이 왕위에 앉는다면 실로 그 화가 대감의 몸에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명약관화한 일이라 강동(江東)에 있는 대감의 봉읍마저도 보전하기 힘들 것입니다.」

황헐이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그대의 말이 옳도다! 내가 거기에까지는 생각이 미처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느냐?」

「소첩에게 한 가지 계책이 있습니다. 대감께서 화를 면하게 할뿐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복을 받게 해 줄 것입니다. 단지 부끄러운 일이라 소첩이 감히 스스로 말하기가 두려울 뿐입니다. 또한 대감께서 말을 들어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감히 여쭙지 못하겠습니다.」

「그대가 나를 위하여 훌륭한 계책을 말해 주는데 어찌 내가 듣지 않겠는가?」

「오늘 첩은 대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르고 또한 다행히 소첩이 대감을 모신지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초나라의 상국이신 대감께서 성의를 다하여 첩을 초왕에게 바친다면, 초왕은 필시 소첩을 총애하실 것입니다. 후에 다행히 첩이 하늘의 도움으로 사내아이를 낳는다면, 틀림없이 초나라의 대통은 대감의 소생이 잇게 되어 초나라의 모든 것은 대감의 손안에 있게 될 것입니다. 새로 서는 왕으로부터 무슨 죄를 받을 줄 몰라 안절부절하며 살 필요가 있겠습니까?」

황헐은 마치 꿈을 꾸다가 깨어난 듯, 술에 취했다가 정신을 차린 듯 기뻐하며 이언을 향해 말했다.

「천하에 남자보다 지혜로운 여인이 있다고 하던데 그 말은 바로 그대를 두고 하는 말이도다!」

다음 날, 황헐은 즉시 이원을 불러 자기의 뜻을 밝히고 아무도 몰래 이언을 부중에서 내보내 다른 집에 거처하게 했다. 황헐이 입조하여 고열왕을 알현하고 말했다.

「신의 문객 중 조나라 출신 이원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에게는 이언이라는 여동생이 있는데 자태가 매우 아름답습니다. 관상을 보는 사람마다 그녀를 보고 많은 아들을 낳아 귀하게 될 상이라고 해서 제나라 왕도 전해 듣고 그녀를 데려가려고 사자를 보내왔다고 합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비로 맞이하여 후사를 잇도록 하십시오.」

고열왕이 황헐의 말을 듣고 내시에게 명하여 이언을 입궁시키라는 명을 내렸다. 이언이 입궁하여 애교를 부리자 고열왕은 그녀에게 푹 빠져버렸다. 이어서 이언이 산달이 되어 쌍둥이 사내아이를 낳았다. 큰아이의 이름은 한(捍)이라 하고 작은아이의 이름은 유(猶)라 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기뻐하던 고열왕은 이언을 왕후로 삼고 큰아이 한을 태자로 세웠다. 이원은 국구(國舅)가 되어 높은 벼슬에 올라 초나라의 정사를 춘신군과 같은 반열에 서서 관여하게 되었다.

3. 無妄之禍(무망지화)

- 이원으로부터 뜻밖의 화를 당해 멸족 당한 춘신군 -

이원이라는 위인은 원래 사술이 많고 두 마음을 품고 있던 자였다. 겉으로는 춘신군을 더욱 조심스럽게 대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눈에 가시처럼 여기고 있었다. 이윽고 고열왕이 재위 25년 만에 병이 들어 오랫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자기의 여동생이 임신하여 태자를 낳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춘신군 뿐이라고 생각한 이원은 만일 후일에 태자가 초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서로 간에 껄끄러운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그는 차라리 춘신군을 죽여 그 입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원은 즉시 사람을 시켜 용기와 힘을 갖춘 자객을 물색하여 자기 문하에 거둬들이고 그들에게 의식을 제공하며 후하게 대접하여 그들의 마음을 사려고 노력했다.

이원이 용사들을 구하여 문하에 두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주영이 그 의도를 의심하며 혼자 말했다.

「이원이 수많은 자객들을 기르고 있는 목적은 필시 춘신군을 해치기 위해서이다.」

주영은 곧바로 춘신군에게 달려가 말했다.

「천하에 ‘예상치 못한 복도 있고, 예상치 못한 화도 있으며, 예상치 못한 사람도 있다’6)는 말이 있는데 대감께서는 혹시 들어 보셨습니까?」

「도대체 무망지복(無妄之福)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가?」

「대감께서 초나라의 재상자리에 계신지 20여 년이 되었습니다. 이름은 상국이지만 그 권세는 초왕과 다름없습니다. 지금 초왕께서 병이 들어 오랫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왕이 죽기라도 한다면 어린 임금이 그 뒤를 이어 초왕의 자리에 오르게 되고, 그렇게 되면 대감께서 어린 왕을 보좌하게 되어 대감은 마치 이윤(伊尹)과 주공(周公)과 같은 반열에 서게 될 것입니다. 후에 어린 왕이 장성하게 되면 물론 정권을 돌려주시겠지만 만일 하늘의 뜻이 대감에게 있다면 그때는 대감은 곧 남면하여 초나라 왕이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것을 소위 무망지복(無妄之福)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무망지화(無望之禍)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이원은 지금 초왕의 국구(國舅)이나 그 지위는 오히려 대감보다 밑에 있습니다. 겉으로는 대감에게 순종하여 따르고 있는 듯이 보이나 속으로는 달갑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적들이 물건을 훔친 다음에는 서로 시기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일은 세상의 필연적인 철칙입니다. 이원은 오래전부터 이미 자객을 끌어 모아 아무도 몰래 양성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어디에 쓰려고 하겠습니까? 초왕이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죽는다면 이원은 필시 먼저 입궐하여 권세를 잡은 후에 필시 대감을 죽여 입을 막으려고 할 것입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무망지화입니다.」

「그렇다면 무망지인(無妄之人)이라 말은 무엇인가?」

「이원은 그 여동생으로 인하여 궁중의 모든 소식을 아침 저녁으로 전해 듣고 있는데 대감의 집은 성밖에 있어 비상시국을 맞이하여 민첩하게 움직여야 할 때에는 그들의 뒷북만 치게 될 것입니다. 바라건대, 저를 낭중령(郎中令)7)에 임명해 주시면 궁궐 안의 모든 위병들을 이끌고 이원보다 먼저 궁궐로 들어가 대감을 위해 이원을 제거하겠습니다. 이것이 소위 무망지인이라고 합니다.」

황헐이 한 손으로 자기 머리를 쓸어 올리며 큰 소리로 웃으면서 말했다.

「이원과 같은 허약한 자가 무슨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는 평소에 나를 극진히 대하고 있는데 어찌 내가 그와 같은 행할 수 있단 말인가? 그대의 걱정은 너무 지나친 것 같다!」

「대감께서 오늘 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신다면 그때 가서 후회하신다 한들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그대는 일단 물러가 있으시오. 내가 한번 다시생각해 보겠소! 내가 그대를 필요로 할 것 같으면 즉시 사람을 보내 그대의 도움을 청하리라!」

주영이 춘신군의 집에서 나와 3일을 기다렸지만 그로부터 아무런 기별을 받지 못했다. 그는 결국은 춘신군이 자기의 말을 듣지 않았음을 알고 탄식하며 말했다.

「내가 이곳에서 몸을 빼지 않으면 그 화가 필시 나에게도 미치리라! 나는 옛날 월나라의 치이자피(鴟夷子皮)8)의 뒤를 따라야 겠다.」

주영은 춘신군에게 작별의 말도 하지 않고 동쪽의 오(吳) 땅으로 달아나 오호(五湖) 사이에 몸을 숨겨 버렸다. 염옹이 시를 지어 이를 노래했다.

미녀가 아이를 벤 채로 왕궁에 들어가

나라를 훔칠 간악한 음모를 꾸미니 어찌 용납 되겠는가?

그러나 하늘이 춘신군에게 예측하지 못할 화를 내렸으니

주영인들 어찌 낭중령이 될 수 있었겠는가?

紅顔帶子入王宮(홍안대자입왕궁)

盜國奸謀理不容(도국간모이불용)

天啓春申无妄禍(천계춘신무망화)

朱英焉得令郎中(주영언득영낭중)

주영이 달아나고 17일 후에 병상에 누워있던 초나라의 고열왕은 숨을 거두었다. 그 전에 이원은 미리 궁궐 안의 시위들과 서로 약속을 해 두었다.

「왕의 신상에 변고가 나면 마땅히 나에게 먼저 달려와 고해야 할 것이다.」

시위들로부터 초왕이 죽었다는 소식을 먼저 듣게 된 이원은 그 즉시 궁궐로 들어가 절대 상을 발표하지 말고 비밀로 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어서 아무도 몰래 자객들을 극문(棘門)9)의 안쪽에 잠복시켜 놓고 해가 질 때까지 시간을 끌다가 사람을 시켜 황헐에게 왕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리게 했다. 황헐이 크게 놀라 빈객들과 상의해 볼 여가도 없이 즉시 수레를 몰게 하여 왕궁으로 향했다. 이윽고 황헐의 수레가 극문 앞에 이르렀을 때 문 양쪽에 매복하고 있던 자객들이 일제히 일어나며 외쳤다.

「왕후의 밀지를 받들어 모반을 일으킨 춘신군을 주살하노라!」

황헐은 변이 났음을 알고 수레의 말머리를 돌려 자기 부중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자기의 수하들은 모두 피살당하거나 흩어져 달아나 버려 어찌하는 수 없었다. 자객들은 황헐에게 달려들어 그의 목을 베고 그의 시신을 성밖에다 던져 버렸다. 자객들로부터 이원을 성공적으로 제거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원은 성문을 굳게 닫아걸고 초왕의 상을 발했다. 이원은 태자 한(捍)을 받들어 초왕의 자리에 앉혔다. 이가 바로 초유왕(楚幽王)이다. 그때 유왕의 나이는 겨우 여섯 살에 불과 했다. 이원은 스스로 초나라의 상국의 자리에 올라 혼자서 초나라의 정사를 주물렀다. 그의 여동생 이언은 왕태후가 되었다. 다시 왕명을 전하여 춘신군의 일족들을 멸족시키고 그의 식읍을 몰수했으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었다. 이원이 초나라의 정사를 독단하고부터는 춘신군이 기르고 있던 빈객들은 모두 흩어져 버렸다. 여러 공자들도 이원과 사이가 소원해져 정사에 관여하지 않게 되었다. 어린 군주에 젊은 왕태후로 인하여 초나라의 국정은 날이 갈수록 문란해졌다. 초나라는 이때부터 멸망을 향한 내리막길로 달리게 되었다. 이때가 진왕 정(政) 9년 즉 기원전 238년의 일이었다.

4. 成嶠反秦(성교반진)

- 진왕 정에게 반기를 든 왕제(王弟) 성교(成嶠) -

한편 진나라의 승상 여불위는 다섯 나라가 군사를 합하여 진나라를 공격한 것에 분노하여 그 복수를 하려고 하면서 말했다.

「오국이 군사를 합하여 우리 진나라를 공격하자고 주창한 나라는 바로 조나라 장수 방훤이다. 」

여불위는 즉시 몽오에게 장당과 함께 5만의 군사를 이끌고 조나라를 정벌하도록 했다. 몽오가 출병한지 3일 만에 다시 장안군(長安君) 성교(成嶠)에게 영을 내려 장군 번오기(樊於其)와 함께 5만의 군사를 이끌고 그 뒤를 따르도록 했다. 장안군은 진왕의 동모제다. 빈객 중에 한 사람이 여불위에게 말했다.

「장안군은 아직 나이가 어려 대장의 직책을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여불위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몽오가 이끈 전대가 함곡관을 나가 상당의 길을 취하여 곧바로 경도(慶都)로 북상하여 도산(都山)에다 영채를 세웠다. 뒤따르던 장안군의 후대는은 둔류(屯留)10)에 진을 치고 몽오를 성원하려고 했다. 조나라는 상국 방훤을 대장으로, 호첩(扈輒)을 부장으로 삼아 10만의 군사를 일으켜 진나라 군사들을 막도록 하고 모든 결정은 방훤의 뜻대로 하게 했다. 방훤이 여러 장수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경도 이북에서 제일 높은 산은 요산(堯山)이다. 우리가 요산에 오를 수 있다면 진나라 군사들의 영채가 있는 도산을 내려다보며 공격할 수 있다. 마땅히 달려가 그 산을 차지해야 한다.」

방훤은 즉시 부장 호첩에게 2만의 군사를 주어 요산으로 달려가 점령하도록 했다. 이윽고 호첩의 군대가 요산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일 만의 진나라 군사들이 먼저 와서 진채를 세우고 주둔하고 있었다. 호첩이 군사들에게 명하여 돌격하게 하자 진나라 군사들은 진채를 버리고 달아났다. 조나라 군사들은 요산의 꼭대기에 영채를 세웠다. 몽오가 다시 장당에게 2만의 군사를 주어 요산을 탈환하도록 했다. 그러나 방훤이 이끌던 조나라의 대군은 이미 요산 밑에 당도하여 요산의 산자락을 따라 양쪽으로 진열을 갖추고 있다가 달려오던 장당의 진나라 부대와 한 바탕 크게 싸웠다. 요산의 꼭대기에 진을 치고 있던 호첩은 붉은 기를 신호로 장당의 군사들이 동쪽으로 가면 깃발의 방향을 동쪽으로 흔들고 장당의 군사들이 서쪽으로 가면 깃발의 방향을 서쪽으로 흔들었다. 조나라 군사들은 요산 꼭대기의 붉은 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해 진나라의 2만에 달하는 군사들을 포위망 속에 가두어 버렸다.

방훤이 군사들을 향해 선언했다.

「진나라 장수 장당을 사로잡아 오는 자에게는 사방 백 리의 땅에 봉하리라!」

방훤이 외치는 소리를 들은 조나라 군사들은 모두가 용기백배해서 진나라 군사들을 공격하였다. 장당은 최후의 남아있는 힘까지 발휘하여 조나라 군사들에게 대항하였지만 그들의 겹겹이 둘러쳐진 포위망을 뚫지 못하다가 몽오의 본대가 당도하여 지원을 받고서야 간신히 포위망을 뚫고 그 본대와 합류하여 진나라 진영으로 돌아 갈 수 있었다. 경도를 지키던 조나라의 수장은 본진의 구원병이 이미 당도했음을 알고 성문을 굳게 닫고 사력을 다해 진군의 공격을 막아냈다. 몽오는 자기 부대만으로는 싸움에서 승리를 취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장당을 둔류에 보내 후대를 이끌고 있던 장안군에게 도움을 청했다.

한편 장안군 성교는 그때 나이 겨우 17세에 불과했다. 그래서 군사의 일에 밝지 못한 성교는 부장 번오기를 불러 대책을 의논했다. 여불위가 자신의 희첩을 왕에게 바쳐 나라를 도둑질 해 간 일을 알고 있었던 번오기는 여불위를 미워하고 있었다. 장안군에게 좌우를 물리쳐 주도록 청한 번오기는 여불위가 자기의 애첩을 장양왕에게 바쳐 그의 소생으로 하여금 진왕에 자리에 오르게 한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하게 설명한 후에 이를 바로잡아야한다고 간했다.

「지금 군의 형님이신 진왕은 선왕의 핏줄이 아닙니다. 오로지 왕자님만이 우리 진나라의 적통을 이을 수 있는 분이십니다. 문신후가 오늘 병권을 왕자님께 맡기신 것은 호의에서가 아닙니다. 그는 옛날 자기가 한 짓이 탄로 난다면 왕자님으로 인하여 지금의 왕이 궁지에 처하게 될 것을 우려하여 일부러 자기가 은혜를 베푼 것처럼 꾸며 왕자님을 도성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문신후는 금단의 지역인 궁궐의 후원을 멋대로 드나들면서 왕태후와 음락을 즐기기를 삼가하지 않고, 여씨(呂氏) 부부와 그 자식이 한 우리를 이루며 살고 있으면서 그들이 오직 꺼려하고 있는 사람은 왕자님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몽오가 싸움에서 지고 공을 세우지 못하기라도 한다면 문신후는 이를 기화로 왕자님께 죄를 물을 입니다. 가볍게는 왕자님의 가지고 있는 공실의 작록을 빼앗고, 중하게는 왕자님의 목숨을 빼앗을 것입니다. 그리 된다면 영씨(嬴氏)들의 진나라는 여씨(呂氏)들의 나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진나라 백성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왕자님께서는 지금에라도 계책을 세워 대비하십시오.」

「장군의 말이 아니었으면 제가 아무 것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되겠습니까?」

「오늘 몽오가 조나라에 쳐들어갔다가 곤경에 처하고 있어 그렇게 쉽게 귀국할 형편에 있지 못합니다. 따라서 왕자님의 수중에 많은 군사들이 있음을 기회로 삼아 만약 문신후와 왕태후와의 간통죄와 궁정 안의 추잡한 일을 격문으로 써서 세상에 널리 알린다면 백성들 중 누가 영씨의 적통을 진나라 사직으로 받들지 않겠습니까?」

번오기의 말에 격앙된 성교가 분연히 자리에 일어나 허리에 찬 칼을 뽑으면서 소리쳤다.

「사나이 대장부가 한 번 죽으면 죽었지 어찌 한낱 장사군의 자식에게 무릎을 꿇을 수 있겠는가? 오로지 장군은 저를 위해 좋은 계책을 일러주시기 바랍니다.」

번오기는 성교 앞에서 물러 나와 몽오의 사자로 온 장당에게 거짓말을 꾸며 말했다.

「장안군과 상의한 결과 오늘로 즉시 영채를 걷고 경도로 행군하기로 했습니다. 몽오 장군께 우리의 뜻을 전해주시오.」

장당이 떠나가자 번오기는 즉시 사람을 시켜 격문을 쓰도록 했다. 격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장안군 성교가 세상에 널리 알리니 도성 안에 있거나 도성 밖에 있거나를 불문하고 모두 들을지어다. 나라를 전하는 도리는 적통을 제일로 친다. 종사의 일을 뒤엎는 일보다 간악한 음모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문신후 여불위라는 자는 한낱 양책(陽翟)11)의 일개 장사군 출신으로 망령되게 함양의 주기(主器)를 엿보았다. 지금의 진왕 정(政)은 사실은 선왕이신 장양왕의 자식이 아니라 바로 여불위의 소생이다. 이미 자기의 아이를 임신한 첩을 교묘한 방법으로 선군에게 바쳐 간음한 결과 출생한 자기의 아들로 하여금 진왕의 자리를 이어 받을 수 있는 혈육으로 만들었다. 자기가 가지고 있던 황금을 사용하여 조나라 관리들을 매수하여 선왕을 환국시켜 대공을 세우게 되었다. 두 분의 선왕들께서 명을 다하시지 않으시고 단명하신 것은 다 까닭이 있는데 내가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 삼대에 걸쳐 진나라의 대권을 손안에 쥐고 권력을 휘두르니 누가 능히 그의 전횡을 막을 수 있었겠는가? 지금 조당에 있는 왕은 진짜 왕이 아니다. 아무도 몰래 문신후가 영씨의 진나라 종사를 여씨의 것으로 바꾸어 버렸다. 여불위는 진왕의 아비와 같이 떠받쳐지고 있지만 결국은 신자의 몸으로 진왕의 자리를 찬탈하게 될 것이다. 참으로 진나라의 사직이 위태롭게 되었도다! 귀신마저도 분노할 일이로다! 나 장안군 성교는 외람되나 선왕의 적자로 영씨의 적통을 되찾고 하늘에게 빌어 여불위에게 천벌을 내리려고 한다. 진나라의 모든 백성들은 갑주를 몸에 두르고 창을 들고 일어나 역적을 성토하는 함성을 외쳐 정의의 도리를 빛내주기 바란다. 진나라의 자손들이며 신민들은 선왕들이 베풀어 준 은혜를 생각하여 모두 뛰쳐나와 도적을 토벌하는데 동참하라! 이 격문을 보게 되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그 즉시 칼을 날카롭게 갈아두고 내가 당도하기를 기다릴지어다! 내가 이끄는 거마가 당도할 때까지 누구든지 간에 함부로 소동을 일으키지 말라!」

번오기는 격문이 완성되자 사람들 사방으로 보내 장안군의 거사를 선포했다. 대부분의 진나라 사람들은 여불위가 자기의 희첩을 장양왕에게 바친 사실을 알고 있던 터에 다시 장안군 성교의 이름으로 된 격문에 그 희첩의 소생이 여불위의 소생이라고 쓰여 있는 글을 보게 되자 모두가 그 일이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문신후의 권세를 두려워하여 아무도 감히 장안군의 호소에 응하여 일어나려고 하지 않고 사태의 추이를 보아가며 자기의 태도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혜성이 동쪽 하늘에서 나타났다가 다시 북쪽 하늘에 나타나고 이어서 남쪽 하늘에도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천문을 보며 점을 치던 사람이 장차 나라 안에 병란이 일어 날 징조라고 예언하자 백성들의 마음은 동요되기 시작했다. 번오기는 둔류에 속한 현민들 중에서 장정을 선발하여 모두 자기 부대에 속하게 하고 주위의 장자(長子)12), 호관(壺關)13) 등을 공격하여 점령했다. 번오기가 이끄는 반군들의 사기는 날이 갈수록 드높아져 갔다.

몽오의 사자로 장안군을 찾았던 장당이 경도로 향해 돌아가던 중에 장안군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고 밤낮으로 함양을 향해 달려 장안군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고했다. 진왕 정은 장당이 가져온 격문을 보고 대노하여 상보 여불위를 불러 대책을 의논했다. 여불위가 자기의 의견을 말했다.

「장안군 성교는 나이가 아직 어려 스스로 반란을 일으킬 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이번의 반란은 곧 번오기가 장안군을 부추겨 일으켰습니다. 번오기란 자는 비록 용기는 있다고 하겠지만 지혜가 부족하여 우리가 군사를 일으켜 토벌한다면 그를 사로잡기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니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여불위는 즉시 왕전을 대장으로, 환의(桓齮), 왕분(王賁)의 두 장수를 좌우 선봉으로 삼아 10만의 군사를 주어 둔류로 출동하여 장안군을 토벌하도록 했다.

한편 몽오는 조나라의 대장 방훤과 대치하고 있으면서 장안군의 원군이 오기만을 기다렸으나 오랫동안 당도하지 않아 의심하고 있던 차에 장안군이 보낸 격문을 받아 보게 되었다. 몽오는 크게 놀라며 말했다.

「나와 장안군이 같이 출병하여 조나라를 공격하였으나 여지껏 아무런 공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장안군이 반란을 일으켰으니 내가 어찌 내가 죄가 없다고 하겠는가? 내가 만약 창칼의 방향을 돌려 역적을 평정하지 않는다면 나는 결코 죄를 면하지 못하게 되리라!」

몽오는 회군한다는 군령을 내리고 병사들을 삼대로 나눈 다음 자기는 후위를 맡아 조나라의 추격군에 대비하면서 천천히 행군을 시작했다. 진나라 군사들이 철군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은 방훤은 십만의 조나라 군사들 중에서 3만의 정예병을 선발하여 호첩에게 주어 지름길을 이용하여 태항산로 나아가 깊은 숲 속에 매복하고 있으라고 명하면서 당부의 말을 했다.

「몽오는 백전노장이라 필시 그 자신이 후위를 맡아 추격군에 대비할 것이오. 진나라 군사들이 모두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그 후미를 요격해야만 승리를 취할 수 있소.」

몽오는 전대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후퇴를 순조롭게 하자 이어서 안심하고 행진을 했다. 진나라 군사들이 이윽고 태항산의 깊은 계곡을 지나려는 찰나에 갑자기 일성포향이 울리며 깊은 숲속에 매복하고 있던 조나라 군사들이 갑자기 일어나 진나라 군사들을 공격했다. 몽오는 달려드는 호첩의 앞을 가로막고 교전에 들어갔다. 조․진 두 나라 군사들이 뒤섞여 한참 동안 혼전 중에 방훤이 이끌던 조나라의 대군이 싸움터에 당도했다. 그때 본대에 앞서 나간 진나라의 전대는 싸우려는 투지를 잃고 뿔뿔히 흩어져 달아나기 시작했다. 조군의 매복작전에 걸린 진군은 크게 무너졌다. 몽오는 몸에 중상을 입은 채로 남은 힘을 다하여 수십 명의 조나라 병사들을 죽이고 다시 선두에 서서 싸움을 지휘하던 중 전방에서 조군을 독려하던 방훤을 발견하고 화살을 날렸다. 몽오가 쏜 화살은 날아가 방훤의 팔을 맞췄으나 몽오 자신은 조군에게 겹겹이 포위 당하고 말았다. 이윽고 조군이 몽오를 향해 화살을 난사하자 그의 몸은 마치 고슴도치처럼 되어 애석하게도 진나라의 명장 한 사람이 태항산 밑에서 목숨을 잃었다. 진나라와의 싸움에서 크게 승리한 방훤은 군사를 이끌고 조나라로 개선했다. 그러나 방훤은 얼마 후에 몽오에게 맞은 화살의 상처가 덧나 그 역시 죽고 말았다. 이 일은 후 일에 일어난 일이다.

한편 왕전과 장당이 이끄는 진나라의 토벌군이 둔류에 당도하자 성교가 크게 당황하며 두려워했다. 번오기가 보고 말했다.

「왕자께서는 이미 호랑이 등을 타신 결과가 되어 다시 내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 성의 군사를 모두 끌어 모으면 15만 정도의 군사는 족히 될 것입니다. 우리가 성을 의지하여 일전을 벌린다면 혹시 승리를 할 줄도 모르는데 어찌 그렇게 두려워만 하십니까?」

번오기는 말을 마치고 성을 뒤로하고 진열을 갖추고 진나라의 군사들이 당도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왕전이 당도하여 반군의 맞은편에 진을 치고 대치했다. 왕전이 진영 앞으로 나와 번오기를 보고 소리쳤다.

「나라가 너에게 서운하게 대하지 않았는데 너는 어찌하여 어린 장안군을 꾀어 반역을 일으켰는가?」

번오기가 병거를 타고 있다가 몸을 굽혀 왕전에게 인사를 올린 후에 대답했다.

「지금의 진왕 정은 곧 여불위가 태왕후와 간통하여 낳은 자식이라는 사실을 진나라 백성들 준에서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나는 여러 대를 거쳐 나라에서 은혜를 입은 몸으로서 어찌 영씨들의 나라가 여씨들에게 빼앗기는 것을 참을 수 있겠습니까? 장안군이야 말로 선왕의 혈육이시니 내가 진왕으로 받든 것입니다. 장군께서 만약 선왕의 후사를 생각하신다면 저와 같이 의로운 일에 동참하시어 함양으로 쳐들어가 음탕한 간부를 주살하고 지금의 왕을 폐위시킨 후에 장안군을 받들어 진왕으로 모신다면 장군께서는 후작의 지위를 잃지 않으실 뿐만 아니라 부귀를 영원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니 이 어찌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태후가 회임한 지 열 달 만에 낳은 아들이 지금의 진왕이라 그가 선군의 혈육이라는 사실은 조금도 의심스러운 구석이 없는데 너는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어 왕을 비방하고 욕되게 하고 있다. 이것은 멸문을 당할 죄일 뿐 아니라, 아직도 스스로 교묘한 말로 없는 사실을 꾸며내어 군심을 미혹하여 동요시키니 내가 너를 사로잡는다면 내 필시 너를 만 갈래로 찢어 죽이리라!」

번오기가 듣고 대노하여 두 눈을 부라리며 큰 소리로 외치며 긴 장검을 휘두르며 진나라 진영을 향해 돌진해 갔다. 진나라 군사들은 그의 흉맹한 기세에 눌려 아무도 그의 앞을 가로막지 못했다. 번오기는 진나라 진영으로 진입하여 무인지경으로 좌충우돌하며 휘젓고 다녔다. 왕전이 군사들을 지휘하여 번오기를 포위하였으나 그럴 때마다 번오기는 진나라 장수의 목을 베고 포위망을 무너뜨리고 빠져나가곤 했다. 번오기 한 사람으로 인하여 진나라 군사들은 피해는 막심하였다.

이어서 하늘이 어두워지자 양 진영에서는 각기 자기 군사들을 진영 안으로 불러들였다. 왕전은 산개산(伞盖山) 밑에 영채를 세우게 하고 궁리를 하면서 마음속으로 말했다.산

「번오기는 참으로 용맹한 장수라 그를 서둘러 잡으려고 한다면 일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내가 필시 계교를 써서 그의 군사들을 격파하리라!」

왕전이 장수들이 묵고 있는 막사로 나와서 물었다.

「장안군과 면식이 있는 사람이 우리 군중에 있는가?」

장수들 중 말장에 양단화(楊端和)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곧 둔류 출신이었다. 왕전 앞으로 나온 양단화가 말했다.

「제가 옛날에 장안군의 문하에서 식객 노릇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편지를 한 통 써서 너에게 줄테니 너는 곧 장안군의 진영으로 가서 그로 하여금 하루 빨리 귀순하여 스스로 죽음을 불러들이지 말라고 일러라!」

「소장이 무슨 수로 둔류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반군과 접전할 때를 기다렸다가 그들이 군사들을 불러들일 때 너는 적군의 복장으로 변장하고 있다가 그들 사이에 섞여 성안으로 들어가면 될 것이다. 우리가 성을 심하게 공격하면 기회를 보았다가 장안군을 찾아가 나의 말을 전하면 그는 필시 마음에 동요를 일으킬 것이다.」

양단화가 왕전의 명을 받들겠다고 했다. 왕전은 편지를 한 통 써서 겉봉을 봉한 후에 양단화에게 주며 기회를 보아 적진에 잠입하라고 명했다. 다시 환의에게 일군을 주어 장자를, 다시 왕분에게 일군을 주어 호관을 공격하게 하고 자기는 남은 일군을 이끌고 둔류성을 공격하여 세 성에 대한 공세를 동시에 펼쳐 그들이 성밖으로 나와 서로 호응을 하지 못하게 했다. 한편 둔류성의 번오기가 성교에게 말했다.

「오늘 진나라 군사들이 군사를 나눈 틈을 타서 그들의 일군과 결전을 벌려 승패를 갈라야 되겠습니다. 만약 장자성이나 호관성을 지키지 못하여 그들의 군사들이 한 곳으로 합친다면 그 군세는 매우 강대해져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성교는 어린 나이에 겁이 많아 눈물을 흘리며 번오기를 향해 말했다.

「이 일은 모두 장군이 시작한 일이니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고 결코 나의 일을 그릇되게 하지 말기 바라오.」

번오기는 정예병 만여 명을 선발하여 둔류의 성문을 열고 출전했다. 왕전은 일부러 진채를 거두어 뒤로 약 10리를 물러나 복룡산(伏龍山) 밑에 다시 영채를 세웠다. 번오기는 진나라 군사들을 물리치고 둔류성 안으로 돌아갔다.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양단화가 그 틈을 타서 반군의 대열에 섞여 성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원래 둔류 출신이라 그의 친척들을 찾아가 몸을 숨겨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다. 성교가 번오기에게 물었다.

「왕전의 군사들이 물러서지 않는데 그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오늘의 싸움으로 그들의 예기를 이미 꺾어놨으니 내일은 제가 성안의 모든 군사들을 이끌고 출전하여 왕전을 생포한 후에 함양으로 직행하여 왕자님을 받들어 진왕으로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 제 104회로 계속 >

주석

1)포판(蒲阪)/ 포반(蒲反), 포판(蒲坂) 등으로도 표기한다. 지금의 산서성 영제현(永濟縣) 서남의 포주진(浦州鎭)에 있었던 고을로, 순임금 때의 도읍이라고 전해지며 춘추 때는 당진, 전국 때는 위나라 땅이였다가 후에 진나라에 속했다.

2)사경(四更)/새벽 2시부터 4시까지의 시간

3)요안(饒安)/ 지금의 하북선 염산현(鹽山縣) 서남에 있었던 고을로 전국 때 제나라 땅이었다.

4)초나라의 천도(遷都) 역사는 다음과 같다.

1. 초나라는 호북성(湖北省) 지금의 자귀시(秭歸市)인 단양(丹陽)을 도읍으로 기원전 11세기 경 개국했다.

2.기원전 670년 경 초문왕(楚文王)에 의해 지금의 호북성 강릉시(江陵市)로 천도하고 그 이름을 영(郢)이라고 지었다.

3. 오자서(伍子胥)와 오왕 합려가 이끌던 오나라 군사들에게 의해 영(郢)이 폐허가 되자 초평왕(楚平王)의 뒤를 이은 초소왕(楚昭王)이 주경왕(周敬王) 16년 기원전 504년에 지금의 호북성 의성시(宜城市) 부근인 약(鄀)으로 천도하고 그 이름을 영(郢)이라고 불렀다. 이어서 구도인 영(郢)을 재건하여 초소왕 재위 시에 다시 강릉의 영(郢)으로 도성을 옮겼다. 이어서 225년 간 초나라는 영을 도성으로 삼았다.

4. 주난왕(周赧王) 17년 기원전 278년 진나라의 장군 무안군(武安君) 백기(白起)의 침입으로 영(郢)이 점령당하자 경양왕(頃襄王)은 초나라의 잔존세력을 이끌고 지금의 하남성 진현(陳縣)인 진성(陳城)으로 나라를 옮겼다.

5. 초고열왕 10년 기원전 253년 초나라는 다시 도성을 진성(陳城)에서 지금의 안휘성 태화현(太和縣) 부근인 거양(巨陽)으로 옮겼다.

6. 고열왕 22년 기원 241년 초나라는 거양(巨陽)에서 다시 지금의 안휘성 수현(壽縣)인 수춘(壽春)으로 옮겼다.

7. 초나라는 수춘에서 진나라 왕전(王翦)의 공격으로 기원전 223년에 멸망했다. 진시황이 죽고 진나라가 분열되자 지금의 소주시인 오현(吳縣)에 이주해 살고 있던 항우가 기병하여 북상하여 지금의 강소성 서주시인 팽성(彭城)에 도읍을 정하고 유방과 자웅을 겨루었다. 사마천의 사기 항우본기에 나오는 강동자제 6천 명이라는 말은 오현 출신의 초나라 군사들을 말한다.

5) 고공단보(古公亶父)/주문왕(周文王)의 조부. 원래 지금의 섬서성 순읍현(旬邑縣)인 빈(豳) 땅에서 융족의 침략을 받으며 살고 있던 주족을 고공단보가 이끌고 기산(岐山) 밑으로 이주했다. 고공단보의 증손인 주무왕이 천하를 통일하고 주왕조를 세우자 고공단보는 태왕으로 추존되었다.

6)天下有無妄之福, 有無妄之禍, 又有無妄之人

7)낭중령(郎中令)/궁궐의 대문을 지키는 위병들을 관장하는 고급관원. 지금의 수도경비사령관에 해당한다.

8)치이자피(鴟夷子皮)/ 월왕 구천(句踐) 밑에서 재상의 직을 수행하다가 구천이 오나라를 멸하고 부차를 죽여 원수를 갚자 월나라에서 도망친 범려의 다른 이름. 범려는 월나라에서 도망쳐 제나라로 들어가 이름을 치이자피로 바꾸어 제나라의 상경이 되었다. 후에 다시 상경의 자리를 내놓고 초야로 물러나 도주공(陶朱公)이라고 이름을 바꾸고 만금의 재산을 모았다.

9)극문(棘門)/즉 극문(戟門)을 말한다. 전국 때 궁궐의 문 앞에는 극을 가지런히 세워 놓았음으로 궁문을 극문(戟門)으로 불렀다.

10)둔류(屯留)/전국 초기 때 한(韓) 나라 영토. 지금의 산서성 둔류현(屯留縣)

11)양적(陽翟)/ 전국 때 한 나라의 영토로 지금의 하남성 우현(禹縣) 일대

12)장자(長子)/지금의 산서성 장자현(長子縣) 경내

13)호관(壺關)/지금의 산서성 장치시(長治市) 북

[평설]

진군의 동진을 막기 위해 기원전 241년 초나라의 고열왕이 주동하여 제나라를 제외한 관동의 5국이 합종을 맺고 고열왕이 합종장이 되었다. 그것은 전국시대에 관동의 육국이 합종하여 진나라에 대항한 마지막 군사행동이었다.

초, 조, 한, 위, 연 등의 5국의 연합군이 진나라의 함곡관에 이르자 진군은 즉시 출병하여 그 앞을 막아섰다. 이윽고 밤이 되자 진군은 정예병을 선발하여 오랫동안 전투경험을 갖지 못해 싸움에 익숙하지 못했던 초군의 영채를 기습하려고 했다. 그 기밀을 전해들은 초군은 황망히 영채를 걷어 자기나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이에 다른 제후국의 군사들도 그 뒤를 따라 본국으로 회군했다. 그 때의 합종은 애들 장난과 같은 희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초나라는 4번에 걸쳐 그 도성을 동쪽으로 계속 옮겨 진나라의 동진정책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기원전 238년 초나라에서는 내란이 발생했다. 국구 이원이 춘신군 황헐을 죽이고 권력을 잡은 사건은 초나라의 국력을 더욱 약화시켰다.

국제정세에 대해 진나라는 매우 예민하게 반응했다. 조나라가 5국 합종을 주동하자 진나라는 즉시 조나라의 국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에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집중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