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째 면접을 보고 있는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오늘 오전에 면접 본 아가씨가 제일 낫다고 판단되는군요. 적임자인 것 같습니다. 나이는 25살밖에 안 되는데...
영문잡지를 코앞에 펼쳐 놓고 읽어보라고 하니까, 그래도 열심히 읽는데, 발음은 제법 잡힌 것 같군요. 그리고, 뜻도 모르는 단어가 좀 많아서 그렇지 그런대로 해석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수수하니 충성심이 제법 있을 것으로 기대도 되고요.
전 이렇게 같이 일하던 사람이 뛰쳐나간 와중에도 그래도 제법 인복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이 일하는 경리직원이 자기가 Operation 업무를 하겠다고 나섰는데, 마치 그 동안 맺힌 한풀이라도 하겠다는 양, 아주 열정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물류업계에서 이야기하는 Operation 이라는 것은 선박회사에 물건 싣고, 거래업체에 선하증권, 영수증 발급해 주고, 트럭회사, 통관사들하고 업무도 같이 하고... 이러한 업무를 이야기합니다)
이 교포직원의 성씨가 "장"씨이니까 그냥 "장"이라고 하겠습니다. 장은 그 동안 시아오꾸에게서 업무를 배우려고 나름대로 애를 썼습니다. 본인도 단지 경리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고, 직접 Operation 업무를 보고 싶어했습니다. Operation 업무를 보려면 통관실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해야 하고, 선박의 운항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해야 하고, 무역실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시아오꾸는 자기가 하는 일을 장에게 별로 전수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장의 말로는 기껏해 봐야 잔심부름 정도였다고 하는군요. 제가 보기에 시아오꾸는 성실하고 능력이 있는 직원이었지만, 자신의 하는 일을 다른 동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던 모양입니다.
전에 어느 잡지에선가 중국에서 일하는 한국인이 쓴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주 성실한 직원 한 사람이 경리업무를 하나하나 계산기를 두둘겨 가면서 "수동"으로 하길래, 안됐구나 싶은 마음에 "엑셀"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아주 편리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하는군요. 엑셀의 함수를 이용해서 프로그램 하나를 짠 것입니다. 그런데, 당사자는 오히려 더 꺼려하더랍니다. 그거 아시죠 ? 기계화, 자동화는 곧 대규모 실업자를 양성한다는 거... 그래서 당신이 일을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한 거라고 설득하니 그제서야 먹혀들었답니다.
실업에 대한 공포를 느낒지 않는다 할지라도 중국인들의 전반적인 급여수준은 부부가 같이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림살이가 빠듯할 정도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먹는 것, 입는 것, 의료서비스의 가격이 싸더라도 말입니다. 게다가 오만 가지 잡동사니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특히 젊은 사람들의 구매욕은 엄청날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씩 용산에 가면 밑도 끝도 없이 솟구쳐 오르는 구매욕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이곳 중국에서도 이마트 같은 곳을 가면 각종 전자제품, 의류, 생활용품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습니다. 하나 같이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들이지요.
문제는 마음은 굴뚝같은데, 몸뚱아리가 따라갈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자세히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면접을 본 사람들의 전반적인 급여수준은 신입이 1,200위안(우리 돈 182,400원, 기준환율 1위안 152원)정도, 한 2년 정도 되는 경력이 2,500위안(우리 돈 380,000원)정도인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는 대기업이 아니라서 이 급여수준에 절대성을 부여하기는 어렵습니다. 전에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선배님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마침 직원을 구하는 중이었습니다. 그 때 내건 급여수준이 3,500위안(우리 돈 532,000원)입니다.
이 정도의 급여수준으로는 혼자 살고 혼자 쓰는 것을 기준으로 할 경우에, 교통비, 방임대료, 식비는 해결될지는 몰라도 문화생활을 누리기는 벅찰 것 같습니다. DVD Player의 경우, 아무리 싸구려를 골라도 가격이 700위안(우리 돈 121,600원)입니다. 신입사원은 한 달치 월급의 반을 통째로 털어 넣어야 하지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네처럼 신용카드가 생활화된 것 같지도 않습니다.
생존만 간신히 해결하고, 나머지 문화혜택 따위는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의 급여... 어쩌면 이것은 중국내 부패문제의 원인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직장에서는 직원들이 사무비품을 구입할 때 일부러 값을 높게 책정해서 결제를 올리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고 합니다. 또 어느 직장에서는 모아 놓은 파지를 직원들이 수거해서 폐품상에게 팔고, 받은 돈은 자기가 챙긴다고 하는군요. 그래도 이 정도면 꽤 건전한 축에 속하는 것이지요.
컴퓨터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어느 날 거래업체에서 항의를 하더랍니다. 도대체 컴퓨터를 어떤 식으로 조립을 했길래 이 모양이고 하면서 거세게 항의를 하더랍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뜯어보니까 컴퓨터의 부품 중 상당수가 빠져 있더랍니다. 그 회사의 누군가가 부품을 빼서 중고시장을 팔아먹은 것이었지요. 제가 몸담고 있는 물류업체들의 경우, 적지 않은 수의 현지직원들이 협력업체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다고 하는군요. 그러니까 트럭회사나 통관사 등에 일감을 주는 대신 일정액을 자기가 챙기는 것이지요.
현지인들이 이런 식으로라도 해서 어떻게든 수입을 늘려나가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 저 자신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가장 첫 번째 원인을 꼽자면 가난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가난이라는 것은 절대빈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농촌지역은 절대빈곤층이 많습니다), 상대적인 빈곤이라고나 할까요. 제가 알고 있는 교포아가씨 두 사람은 부모 모두가 실업자라고 합니다. 이른바, "사캉"(정리해고)라는 것을 당했다고 하는군요. 절대빈곤은 아니지만 실업자 부모를 두었으니 돈이 궁할 만도 합니다.
앞전에 이야기한 바지사장의 배신도 이러한 원인 때문에 생기는 일이 아닌가 싶군요.
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 참 어렵군요. 왜냐하면 이 문제는 개인의 사생활 범주에 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나름대로 직원들하고 같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남의 사생활을 꼬치꼬치 물어보기도 좀 그렇기 때문에요. 아직은 중국인들을 어떤 식으로 사귀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2004-05-13 11: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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