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미 가치관이 같다’는 말은 거짓말

[“日美價值觀一致”是個謊言（望海樓）]

2013년 05월 20일

류장융(劉江永) 기자 info8887@daum.net

역사관, 전쟁관은 인류의 기본적인 가치관이다. 하지만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은 역사관, 전쟁관(觀)에서 ‘미국 동맹국과의 공동 가치관’ 최저선에 도전하고 있다.

아베신조 일본총리가 ‘침략에 대한 정의가 없다’는 발언을 하며 국제사회의 큰 지탄을 받았다. 그리고 최근 미국 국회 연구보고서에서는 아베 총리룰 ‘수정주의 역사관’을 주장하는 공인된 ‘강경민족주의자’라고 지적하고, 그의 역사문제 관련 언행에 대해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며 지역 관계를 파괴하는 것으로 미국의 이익에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이 보고서가 미국정부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야스쿠니신사는 미국의 알링턴국립묘지와 유사한 것으로 참배가 무슨 문제냐고 반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자신을 속이고 남도 속이는 말이다. 야스쿠니신사와 알링턴국립묘지는 성질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첫째, 알링턴 국립묘지에는 최초로 미국 남북전쟁 희생자들을 안치하면서 내전으로 인한 민족의 상처를 씻었다. 그러나 야스쿠니신사의 전신인 도쿄초혼(招魂)사는 일본 메이지유신 내전 및 서남 전쟁으로 사망한 관군(官軍)의 영령을 제사하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반군(反軍) 6000여 명의 망령은 위령(慰靈)대상으로 안치되지 못하다가 1965년에 와서야 ‘황혼(荒魂)’이 진혼(鎭魂)한다는 신도(神道)교 이론에 따라 반군망령을 위한 작은 진령(鎭靈)사를 세웠다. 이는 일본 신도교가 ‘인망개성불(人亡皆成佛)’에 바탕을 두지 않고 엄격하게 정치적으로 구분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 알링턴국립묘지의 주체는 무명의 전사묘 혹은 개인묘비이며 합사(合祀)한 이른바 ‘영령’이 없다. 하지만 야스쿠니신사는 묘지가 아닌 일본 황군의 혼령을 달래기 위해 만든 곳이며 ‘국가신도(神道)’를 고양하는 군국주의 전쟁의 정신적 기둥이다. 일본의 역대 대외 침략전쟁에서 전사한 군인들은 ‘영새부(靈璽簿)’에 기입되며 ‘영령’으로 이곳에 합사(合祀)됐다. 1978년에는 14명의 2차 대전 A급 전범자도 이곳에 안치됐다. 이는 전쟁 피해국 국민의 감정을 더욱 상하게 하는 것이다.

셋째, 알링턴 국립묘지는 외교문제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며, 참관을 할 때도 음침한 군사종교시설이라는 느낌이 없다. 전쟁 후, 야스쿠니신사를 민간종교시설로 바꾸겠다고 했었지만 여전히 정전(正殿)에 군도(軍刀)를 비치하고 일본 우익세력들은 줄곧 이를 통해 일본의 전쟁 전 국유지위를 회복하려 하고 있다. 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일본 정치인들은 침략역사에 대해 말을 번복하면서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희귀한 것이 하나 더 있다면 5월 13일, 일본 유신회 공동대표인 하시모토 토오루가 “위안부제도는 당시 군대기율유지방면에서 필요한 것이었다”는 망발을 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심지어 오키나와 주둔 미군이 저지르는 성범죄를 없애기 위해 오키나와의 성(性)산업을 이용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원 대변인은 “하시모토 시장의 거리낌 없는 발언은 분노를 자아낸다. 미국은 이미 일본이 당시 여성들을 성노예로 만든 행위를 규탄하고, 이를 매우 큰 규모의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미국과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일본 정계요인들이 왜 역사문제에서는 이처럼 인권의 기본가치를 무시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으며, 무엇 때문에 아베총리가 재차 정권을 잡은 이후로 역사관, 전쟁관 문제에서 국제사회와 가치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주요 원인은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최근 벌어진 이 대결의 본질은 전후 일본국내와 국제질서를 수호할 것인가 아니면 전복할 것인가의 투쟁이다. 둘째, 일본 우익과 미국 간의 역사관, 전쟁관은 본래부터 조화를 이룰 수 없는 모순이 있었다. 일본 정부가 일미 공동가치관을 강조하는 본 목적은 반공(反共)의식형태 강화로 이런 모순을 감추기 위한 것에 있다. 셋째, 일본 정치 우경화는 이미 새로운 단계로 발전했다. 우익보수세력이 이미 일본 중의원의 다수 의석을 통제했고, 올해 7월 참의원선거에서도 국내 민족주의 정서를 이용하여 재차 세력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선거의 승리를 위해 우익세력들은 미국의 체면 같은 것은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일본은 ‘가치관 외교’에 소질이 있으며 여러 나라들과 ‘가치관이 같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고질적으로 서로 다른 이익 추구와 피할 수 없는 시비문제를 가지고 있기에 이런 ‘일치’는 무기력한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본보 특약 논설위원이며 淸華대학 당대국제연구원 부원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