닝뽀- 영파(寧波)

2010년 7월 19일 월요일

회사와의 결산을 마치고 이우를 떠나 닝보(寧波)에 와있다. 또 월요일 여행을 떠난 한 가지 이유는 숙박비가 평일과 주말과는 정확히 2배가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경제원칙은 '수요가 있으면 가격을 올린다.'인 것 같다.

이우에서 닝보까지 200키로 가까운 거리를 고속도로로 2시간 남짓 걸렸다. 한국으로 말하면 서울서 대전가는 거리다. 이우는 허허벌판에 교역을 위해 급조된 도시라 돈은 많이 굴러다니는지 몰라도 모든 것이 어설프기만한 도시다. 인구 10만도 안 된 시골의 촌락이 10년이 조금 넘은 세월 동안 200만의 인구의 도시로 팽창했으니 어설프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중국을 여행 다닐 때 항상 느낀 것이지만 그 넓은 영토에 많고 많은 사람들을 한 국가의 울타리 안에 수용하여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경이로운 생각이 들곤한다.

2시간 남짓 고속도로를 달려오면서 고속도로 주변의 풍경을 보고 다시 인구 600만의 도시 닝보의 광할한 관할지역을 보면서 참으로 넓은 땅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 정부 안에서 조화를 이루어가며 살고 있는데 손바닥만한 한국은 남북으로 갈라져 갈등하고 다시 남쪽은 동서로 갈라져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으며 살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기도 했다. 아마도 좁은 땅에 부딪게 살다보니 보다 경쟁적이 되어 그것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 본다.

이곳도 옛날 몇 번 들린 도시이지만 그때는 업무차 들려 다른 것에 신경을 뜰 겨들이 없어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오랜 만에 다시 와서 보니 시가지가 잘 정비되어 있어 마치 서양의 어느 해변도시에 와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변화된 모습에 중국의 장래는 여전히 밝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새벽에 출발하는 보타산 패키지여행을 예약하고 닝보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最古)이자 최대인 천일각이라는 사립도서관을 찾았다. 지금은 도서관 기능을 잃어버리고 중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문화유적이 되었다. 입장료는 30원으로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5천원이다. 중국의 가옥은 모두 특징이 있다. 관공서가 아닐 경우 들어가는 문은 낮고 작아 매우 소박하다. 그러나 일단 들어가면 가옥구조를 넓은 면적에 미로같은 가옥구조에 놀라게 된다. 몸이 하나 들어갈까 말까한 좁은 문을 통과하면 그 안에서는 누각에 연못에 정자에 벼라별 것이 다 있다. 천일각의 모습도 예외는 아니었다. 들어갈 때 출입문을 보고 저 안에 그 방대하다고 하는 문헌이 얼마나 들어있겠나 하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둘러보는데 1시간 이상 걸릴 정도로 넓었다. 천일각의 어원은 天地一閣 萬卷書香이라고 했다. 뜻은 천지간에 누각이 있는 데 그 안에 있는 만권의 책에서 나는 향내라는 뜻일 것이다. 천일각의 기원과 연혁 및 기타 상세한 내력은 옛날 중국인 수필작가 여추우가 쓴 중국문화여행답사기라는 책에서 발췌하여 싸이트에 올린 적이 있다..

책을 사랑했음으로 전 재산을 투자해서 사립도서관을 만들고 그 도서관을 보존하여 후세에 영원토록 전해지도록 설계한 범흠이라는 사람의 재테크가 궁금한 생각도 들었다. 그다지 높지 않은 관리생활에 무슨 돈으로 8만 권에 달하는 도서 그것도 희귀본만을 골라 모을 수 있었으며, 거기다가 무슨 돈으로 개인적으로는 부담하기 어려운 규모의 도서관을 지을 수 있었으며, 그리고 얼마나 주도면밀했으면 살아생전에 계획한 것이 죽은 후 그 후손이 20대가 넘어가도록 그 유훈을 지켜도록 강제했으며 아직도 지키게 하고 있는 것일까?

천일각을 돌러 본 후에 시내버스를 타고 닝보를 한 바퀴 돌아봤다. 나는 어떤 낯선 도시를 방문했을 때는 항상 관광지도를 휴대하고 시내버스를 타곤한다. 시내버스의 차창 밖의 모습으로 도시의 특성을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닝보를 시내버스로 돌고 난 소감은 중국이라는 나라는 무서운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년도 안 된 그 짧은 시간에 도시 전체를 이렇게 변모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감각적이기는 하지만 개방된지 지금이 20년이라면 앞으로 20년 후면 지디피의 총규모 면에서 미국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보도를 포함한 가로정비의 상태를 보면 도시의 행정상태를 알 수 있다. 그 나라의 도시 행정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의 여부를 보려면 길거리의 보도블럭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아직도 한참 먼 나라고 그 정신이 4대강 사업으로 부활한 것이다. 도시 곳곳에 조성된 녹지와 공원들과 그리고 잘 관리된 조경상태를 보면 중국을 한참 뒤떨어진 후진국으로 쳐다보고 있는 한국보다는 한 수 위다.

닝보시에 관해 간단히 소개하면 우선 중국을 통치하다가 공산당과의 투쟁에서 패퇴하여 대만에서 종신총통으로 생을 마감한 장개석의 출생지다. 단편적인 지식이지만 장개석은 이곳의 한미한 집안 출신으로 상해로 나아가 처음에는 폭력조직에 들어가 바람잡이 노릇을 하다가 어찌해서 총통의 자리에 올랐다고 했다. 그리고 닝보는 한국의 수입활어의 8-90%가 이곳에서 들어간다. 옛날 오월동주시대 때 구천이 차마 부차를 죽이지 못하고 용동의 조그만 섬을 줄테니 그곳에서 조용히 살다가 여생을 마치라고 제의했으나 부차가 그렇게는 하지 못하겠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그 용동이라는 곳이 닝보이고 조그만 섬이란 앞의 주산열도의 어느 조그만 섬을 말했을 것이다. 내일은 불교인의 성지 보타산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