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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특별기획 / 질주하는 중국대륙을 가다◆

중국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엑스포를 앞두고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며 성장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하이 금융가 앞을 지나는 시민들에게서도 자신감이 엿보인다. ＜이충우기자＞

"과거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들이 경제발전을 자축하기 위해 `만찬`을 베풀었다면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오찬`으로 선사하게 될 것이다."

중국 베이징시 외곽을 감싸 안은 `제4순환도로`를 달리다가 자동차 속도가 느려지면 내년 8월 8일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메인스타디움 `냐오차오(鳥巢ㆍ새둥지)`가 가까웠음을 직감하라.

뭔가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댄 행렬까지 늘어서 있다면 영락없이 그곳이 올림픽 현장이다.

2008년 새해 개막을 앞두고 전 세계가 `올림픽 중국`을 주시하고 있다. 때마침 중국은 2008년 `개혁ㆍ개방 30년`을 맞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선언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집권 2기를 개막하는 해다.

`중국이 올림픽을 통해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궁금증에 자오샤오 중국 과기대 경제학 교수는 "만찬이 아니라 오찬"이라고 표현했다. "1964년 이후 올림픽을 개최한 7개 국가가 대부분 올림픽 이후 성장 둔화를 거쳤지만 중국은 경제성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내놓은 비유적 화법이다.

78년 개혁ㆍ개방 이후 30년간 연평균 9% 후반의 고도성장을 지속해온 중국이 물가 상승, 지역 간 불균형, 환경오염이라는 난제를 헤치고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지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중국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한 대학교수와 전문가 등이 포함된 매일경제의 4개 기획취재팀이 이달 중순 △베이징ㆍ톈진ㆍ다롄ㆍ칭다오를 포함한 동북 경제권 △상하이ㆍ쑤저우ㆍ항저우ㆍ쿤산을 포함한 양쯔강 경제권 △홍콩ㆍ선전ㆍ광저우를 포함한 주장 경제권 △충칭ㆍ청두ㆍ우한을 포함한 중서부 개발권을 탐방하며 확인한 모습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엔진` 중국이다. 또 이번 취재를 통해 중국의 개발 전선이 `점→선→면` 전방위로 확대되고 단순 노동집약적 수출 위주 산업에서 첨단ㆍ서비스 및 내수 중시 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산업 개조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화물차로 뒤덮인 베이징~톈진 고속도로

= 베이징에서 톈진 빈하이(濱海)신구로 향하는 약 120㎞의 고속도로는 화물차와의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이곳에서 교통체증을 피해 보려고 밤 늦은 시간을 이용했다간 더 큰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베이징은 물론 허베이ㆍ산시 등 동북 각지에서 몰려든 수십 ｔ급의 거대한 화물차 행렬에 포위당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중국에서 교통사고가 빈발하기로 악명 높은 이 편도 2차선 고속도로의 포화 상태는 역설적으로 `후진타오 시대 제3의 경제엔진`으로 불리는 톈진 빈하이신구의 발전 속도를 상징한다.

빈하이신구 면적은 무려 2270㎢로 상하이 푸둥(522㎢)의 4배, 새만금 간척지(401㎢)의 5배에 달한다. 빈하이신구는 중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주장 삼각주에서 창장 삼각주, 환발해만으로 다극화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톈진개발구 현관에 걸려 있는 `개발구가 큰 희망을 갖고 있다(開發區大有希望)`는 덩샤오핑의 예측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 6월 완공될 베이징~톈진 간 제2고속도로가 뚫리고 중국이 세계 네 번째로 자체 개발한 시속 300㎞급 고속열차가 내년 8월 이 구간에서 개통되면 중국의 질주는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 세계 최대 조선기지 꿈꾸는 다롄 창싱다오

= 중국 동북부 다롄에서 북서쪽으로 130㎞ 떨어진 창싱다오(長興島)로 발길을 옮기면 인구 5만7000명의 한적한 어촌이 세계 최대 조선기지를 꿈꾸는 공사현장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상하이와 다롄의 조선기지만으로는 `조선 한국`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중국 정부가 양쯔강 이북의 최대 섬인 창싱다오에 싱가포르와 손잡고 새로운 조선기지 건설에 나선 것이다.

이곳 공사현장의 장칭종 창싱다오 임항공업구 부장은 "창싱다오는 전체 면적이 350㎢로 한국의 조선 메카인 거제도(399㎢)보다 약간 작지만 수심이 깊고 노동력이 풍부한 장점이 있다"며 "2010년쯤이면 거제도와 엇비슷한 조선기지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상하이엔 물류ㆍ관광 아우를 세계 최대 해저터널

= 2010년 엑스포(EXPO)를 개최할 상하이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저터널ㆍ교량 건설에 한창이다. 상하이시 중심부에서 북동쪽으로 40여 ㎞ 떨어진 창장대교 현장이 그곳이다.

상하이 푸둥경제특구와 주변 창싱다오 사이 8.9㎞를 해저터널로 잇고 창싱다오와 충밍다오(崇明島) 간 10.3㎞를 창장대교로 연결하는 공사다.

이 해저터널이 엑스포를 앞두고 2010년 10월 완성되면 상하이를 비롯한 양쯔강 삼각주 16개 도시가 하나로 이어지면서 서울의 357배에 달하는 메갈로폴리스(거대도시군)가 탄생한다. 중국 경제권의 또 다른 지각변동이 예정돼 있는 것이다.

◆ 중서부 내륙에선 신도시 개발 열풍

= 충칭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조성된 베이부신취는 양쯔강의 마지막 종착 부두로 충칭을 찾은 사람들을 화들짝 놀라게 한다. 동서남북으로 시원스레 뚫린 8차선 도로를 따라 첨단 과학단지와 고급 주택단지가 어우러져 마치 미국의 서부도시인 듯 착각하게 할 정도다.

충칭시가 늘어나는 주변 농촌인구 유입에 대비해 조성한 베이부신취 신도시는 137㎢ 규모지만 신도시 주변에 장베이공항이 위치해 구시가지와는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안후이성 허페이시도 동남부에 서울의 4분의 1 만한 신도시 건설로 타워크레인이 전쟁터의 깃발처럼 솟아 있다. 중국 5대 담수호로 유명한 차오후를 끼고 조성되는 신도시에 들어서면 두 얼굴을 한 또 다른 안후이성 성도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들 지역뿐 아니라 청두 우한 등 중국 중서부 도시들은 옛 모습을 한 낡은 도심과 새 얼굴의 신도시가 어우러져 개혁ㆍ개방 30년 만에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