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점에 가면 중국에 관한 책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제각각 매우 유익하게 흥미있는 내용들을 갖추고 있는 것 같아, 독자들의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가 되는군요.
하지만, 상당수의 책들이 특정사안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것 같아 중국에 웬만큼 관심있는 이가 아니라면 다소 부담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최근에 새로이 정치전면에 등장한 후진타오를 다룬 책 같은 것은 중국정치에 관심이 있는 이에게는 유익할지는 몰라도 중국의 경제, 문화 등의 다른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손이 가질 않을 것 같군요.
하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한 나라에 대해서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가장 기초적인 분야를 먼저 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특정 국가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것을 꼽자면 역사, 문화 등이겠군요. 하지만, 이러한 주제를 다룬 거의 대부분의 책들이 일반 독자들에게 상당히 무겁게 여겨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심지어, 일부 책들은 중국이나 대만의 학자들의 저서를 그대로 번역한 것들도 있는데, 번역을 하면서 흔히들 범하게 되는 실수... 그러니까 뭐랄까... 단어의 뜻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번역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말이 좀 어색하게 되는 경우가 되겠군요. 다른 나라의 저서를 번역한 책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중국의 저서를 번역한 책들 중에는 상당수가 이러한 경향이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게다가 특정분야만을 다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경우도 많지요. 가령, 문화분야를 다룬다고 하면 철학사상을 다룰 수도 있고, 문학을 다룰 수도 있고, 성문화를 다룰 수도 있고, 최근의 엔터테인먼트를 다룰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각자가 원하는 바에 맞춰 읽으면 되겠지만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잃게 되니 선택하는 것도 수고로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이인호 교수의 저서 "이것이 중국이다"는 나름대로 훌륭한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 저서는 중국의 역사, 문화, 언어, 문학 등 각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들을 개괄적으로 다루고 있어 중국이라는 나라를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특히, 대화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 읽은 이로 하여금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한 면이 돋보입니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네티즌들이나 쓸법한 현장용어(?)를 구사하여 지은이가 40대 중반의 대학교수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역사에 있어서는 장황한 설명보다는 이 시기의 특징과 중요한 인물들에 대해서 옛날이야기식으로 풀어나갔으며 기존의 역사관에 대해서 잘못된 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독자들이 약간 신경을 써서 읽는다면 중국의 중화사상이라는 것이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국인들 특유의 우월감을 표시할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자신들에 대한 이민족의 통치를 정당화시키는, 일종의 양면성을 띄고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될 것임을 강조하고 싶군요. 중화사상은 그간 1.4후퇴와 더불어 한국인들의 반중감정을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최근에 월드컵이 추가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중국인들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관을 교정하는 데에도 나름대로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입니다.
중국인의 특질을 중국 고유의 사상과 문화에 연계시켜 풀어나간 점도 주목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제가 이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제가 현재까지 만나본 사람 중에 상당수가 중국을 이해하는데 있어 사회주의를 제 1로 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택동이 집권한 1949년부터 그가 죽은 1976년까지 30년이 채 안되는 공산통치(그 이후는 실용주의에 입각하여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에 그들의 정치체제를 고려하지 않음)가 몇 천년 동안 축적되어 온 문화를 일변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좀더 사실적인 현장감을 부여하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든 중국과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의 경험담, 중국어에 심취하는 한 학생의 학습기도 실려 있어 중국에 관심이 있거나, 중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 중국에 유학이든 사업이든 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군데군데 중국어 비전공자들한테 다소 버겁게 느껴질 법한 부분들이 있는 것입니다. 특히, 성문제에 관련된 부분은 중국어 전공자들한테는 대단히 재미있게 느껴지겠지만, 비전공자들에게는 그렇지 못할 것 같군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 남의 나라 농담이나 우스갯소리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재미가 반감되는데.... 아래 문장을 그냥 읽었을 때하고 번역해서 읽을 때하고 어느 때가 더 재미있겠습니까 ?
"My boss is so die hard that Bruce Willice must hurry his retirement."
생각보다 두껍고 28,0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이지만, 주머니 사정이 허락한다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 판단됩니다.(인터넷서점에서 사면 그 보다 쌀 겁니다)
2004-05-13 12: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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