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에 도착한 것이 이번주 화요일... 막 도착했을 때 청도는 한창 맥주축제가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렸지요. 아파트에 물건도 옮겨야 하고, 명함도 파야하고, 회사내 분위기도 익히고...

회사에서 파출부 아줌마 한분을 소개시켜 준 덕에 참 편합니다. 아줌마가 빨래, 청소를 다 해주거든요. 아직 전기밥솔을 장만하지 못해서 밥을 지어먹지는 못하지만, 어차피 여차하면 밖에서 저녁을 먹는 일이 많으니 별로 개의치는 않습니다.

처음에 아파트에 들어갔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집채만한 텔레비젼에 Vedio Player, DVD Player까지 있더군요. 알고 보니 사장님께서 급하신 김에 당신께서 쓰시던 것을 저의 거처로 옮겨 놓으신 겁니다. 행여 준비가 소흘한 것을 가지고 제가 당신을 원망할까 무척이나 우려되셨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저는 괜찮다고 거듭 말씀드렸고, 올림픽 경기를 못 보셔서 온 몸에 좀 쑤셔 하시는 사장님께서는 약간 찜찜한 기분을 뒤로 하신 채 당신을 물건을 거처로 다시 옮기셨습니다. 그래도 마음에 걸리셨던지 이번 주 토요일에 직원들하고 맥주축제에 갔다 오라고 하시면서 약간의 여비도 주십니다.

사장님은 교회일로 못 가시고, 저와 한족 직원들 네 명(모두 여자임), 조선족 남자직원 하나 해서리....

비주성(碑酒城)이라는 곳에서 맥주축제가 열리고 있다 하는군요. 여자직원 중 매니저되는 Miss Zhang이 5시 반까지 비주성 입구 앞으로 집합하자고 합니다. 퇴근 후 자기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먹을 음식을 장만하겠다고 하는군요.(자기가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고...)

퇴근 후에 사장님하고 짜장면과 탕수육으로 환상적인 점식식사를 마치고 - 중국에서 제일 먹고 싶은 음식이 짜장면임. 이는 농담이 절대 아님 - 저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잠시의 여유를 틈타 쇼핑도 좀 하고, 주변에 재래시장에 가서 아이쇼핑을 하고 차(茶)를 좀 샀지요.

집에 돌아와 보니 아줌마가 깨끗이 정리해 놓았습니다. 기분은 좋고 몸은 나른하고... 그래서 침대위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습니다.

시간이 좀 흐른 것 같은데... 갑자기 삐리리리리....

정신없이 휴대폰을 받아보니 Miss Zhang이었습니다.

"니부취마 ? (안 갈꺼야 ?)"

아차차차 ! 시계를 보니 다섯시 반 ! 부랴부랴 세수를 하고 대충 머리를 빗고는 택시를 잡아타고 비주성으로 향했습니다.

탁 트인 8차선 도로는 맥주축제를 알리는 맥주회사의 광고현수막이 도로를 가로질러 매달려 있고... 사람들은 부지런히 비주성으로 삼삼오오 모여드는군요.

비주성에 도착하니 기업들도 이 기회를 놓칠세라 홍보에 열을 올립니다. 청도에 유명한 전자회사 하이얼사의 어린이 로고가 거대한 풍선으로 길코너에 매달려 있고 다른 회사들도 지지 않으려는 듯 하는군요.

20위안(우리돈 3,000원 정도. 살 때 환율기준)을 입장료로 치르고 바로 입구 뒤에 분수대에서 Miss Zhang에게 전화를 하니 Miss Zhang이 반가운 얼굴로 저를 데리러 옵니다.

맥주회사들이 각자 한 군데씩 무대를 설치해서 그곳에서 공연도 하고 맥주도 팝니다. 우리가 갔던 곳은 Budweizer홀이었습니다. 야외홀인데 아주 운치가 있군요. 한 천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맥주도 마시고 공연도 보고 합니다.

청도를 대표하는 청도맥주가 바로 맞은 편 건물 안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오히려 분위기가 Budweizer만 못한 것 같군요. 그리고 청도맥주와 자웅을 겨룬다는 하얼빈맥주는 구경도 못 했어요. 하긴 그런 거 신경을 쓸만한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Miss Zhang이 또 다시 그 무시무시한 "깐뻬이(乾杯)" 외쳐대니... 그것도 저에게 집중적으로 말입니다.

그녀는 제가 처음 청도에 온 지난 화요일 저녁식사 때 그 공포의 "깐뻬이"로 저를 반 죽여놓은 여걸입니다. 원래 북방여인들이 호방하고 놀기 좋아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 중에 그녀는 최고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깐뻬이"는 말 그대로 잔을 말린다는 의미입니다. 술을 완전히 비워야 하지요. 그것도 단숨에 말입니다.

정성스럽게 싸 가지고 온 안주도 종류가 다양하군요. 발톱을 뽑지 않고 그대로 훈제한 닭발, 소세지, 삶은 땅콩과 당근, 한 7 가지 정도...

무대 위에서는 몸에 찌아아악 달라붙는 의상을 걸친 아가씨들이 나와서 발랄하게 춤을 추고, 무명의 남성트리오가 속살이 비치는 망사옷을 입고 나와서 노래하고 춤춥니다. 그야말로 흥겨운 분위기였어요.

핏쳐 하나, 둘, 셋... 비우면서 취기는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고... 취기와 함께 객기도 덩달아... 급기야는 탁상 위로 올라가서 몸을 흔들어댔습니다. 동료들도 같이 탁상 위에서 덩달아 몸을 흔들어대는데...

"어, 어, 어, 어....!!!"

탁상이 흔들흔들하더니 와르르....! 네 사람이나 올라가서 흔들어대니 그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비틀비틀거리면서 귀가를

술기운에 아픈 것은 모르겠는데 집에 와서 보니 바지 왼쪽 무릎부분이 찢어져 있더군요. 무릎도 까지고... 왼쪽 장지는 퉁퉁 부어서 손가락을 까딱까딱할 때마다 쑤십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왼쪽 무릎이 쑤십니다.

청도에 오자마자 아주 화끈한 추억 하나를 가지고 되었군요.

확실히 북방사람들은 남방사람들하고는 다른 것 같습니다. 당장 교통만 보더라도 이곳 청도사람들은 과감하게 역주행을 합니다. 상해에서 좀처럼 드문 장면인데...(물론 걸핏하면 막히는 교통사정도 한몫 하겠지만...)

이방인인 저에게는 참 흥미로운 관찰거립니다. 책에서만 보던 바로 그 차이를 직접 체험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당분간 글 쓸 소재가 떨어질 염려는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