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절강성(浙江省) 의오(義烏)라는 곳에 있는 회사의 거래처를 다녀왔습니다. 4년 만에 다시 방문했습니다만 시가지의 달라진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한국말의 경공업품에 해당하는 중국말은 소상품(小商品)이라 합니다. 의오라는 곳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소상품이 집하되어 거래되는 곳입니다. 광심밸트(광주-심천)가 경공업제품을 생산하는 기지라고 하면 의오라는 곳은 그 제품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중국인이건 외국이건 중국에서 경공업 제품을 사기 위해 의오로 몰려듭니다. 외국회사들의 사무실 3000개 이상, 한국인 상인과 회사 600개 이상이 진출하고 있으며 한국식당만 한 20여개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의 경공업제품이 필요한 분들은 의오를 방문하시면 원하는 물건은 무엇이든지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의오에서 고속버스로 북동쪽으로 한 300키로 되는 곳에 서시의 묘가 있다는 절강성의 성도 항주(杭州)가 있습니다. 중국 10대 명승지의 하나라고 하는 서호(西湖)가 있는 곳입니다. 중국의 명승지라고 해서 가보면 별 볼일 없는 것은 중국의 문인들이 수천년 동안 하도 뻥을 쳐 놓은 결과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한 번 들른 적이 있었지만 기억 나는 건 찌는 듯한 무더위 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항주에서 동북으로 한 100키로 가면 그 유명한 상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오에서 동쪽으로 300키로 가면 절강성의 제일 큰 항구 도시인 영파(寧波 : 닝뽀)라고 있습니다.

영파는 장개석의 고향입니다. 옛날 춘추전국 시대 때 강소성의 장강 이남과 절강성의 전단강 이북 지역은 오나라, 전단강 이남의 절강성 북부지역은 월나라 땅이었습니다. 영파 앞에 배로 한 시간여 가면 주산열도라고 있고 그 중 가장 큰 섬이 보타도라고 합니다. 보타도의 보타산은 중국 불교의 4대 성산입니다. 그러나 보타도가 유명한 것은 보타산 보다는 옛날 장보고가 당나라 수군으로 근무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보타도에 있던 수군기지를 모델로 지금의 한국의 완도에 청해진을 세웠다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오월동주의 고사에 나오는 월나라 지역이 절강성입니다. 지금도 옛날처럼 싸우냐고 물었더니 이제는 더 이상 원수지간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제는 고사성어도 한국의 경상도와 전라도를 빗대어 경전동주(慶全同舟)라고 바뀌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회사가 유동성 위기를 벗어난 대신 회사의 경영권이 중국인에게 넘어가 저는 이 번 주말에 귀국할 예정으로 있습니다. 이 곳 사장되시는 분이 14년 동안 미화 400만 불을 쏟아 부은 공장인데 관리부재로 부채만 현재 미화 200만 불에 달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도 부도가 나지 않고 공장은 가동이 되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 주면 여러분들을 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열국연의 중 월왕 구천이 오왕 합려와 싸워 이기는 장면입니다. 그 싸우는 방법이 기이합니다.

구천이 다른 방법을 궁리해 봤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제계영이 구천에게 조용히 말했다.

" 죄수들을 한번 써 보시지요?"

구천은 제계영이 말하는 뜻을 알아들었다. 다음 날 비밀리에 군령을 내려 군중에서 죄를 지어 참수형에 처해지게 될 죄수들을 파악하여 보고하라고 하자 그 수효가 300 명에 달했다. 비밀리에 군령을 내려 군중에서 죄를 지어 참수형에 처해지게 될 죄수들을 파악하여 보고하라고 하자 그 수효가 300 명에 달했다. 죄수 300명을 삼대로 나누어 모두 윗통을 벗게 한 다음 칼 한 자루씩을 목덜미에 꽂고 행군하여 오군 진영 앞에 멈추게 하였다. 죄수들의 맨 앞에 선 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 우리의 군주이신 월왕께서 자기의 힘을 스스로 헤아리지 못하고 상국인 오나라에 죄를 얻은 결과 오왕께서 친히 군사를 내어 우리를 토벌하러 오셨습니다. 신등은 감히 목숨을 바쳐 원컨대 월왕을 대신하여 죽음으로써 그 죄 값을 치르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

맨 앞의 죄수가 말을 마치자 그 뒤에 도열하고 있던 죄수들이 차례대로 가지고 있던 칼로 자기 목을 찔러 죽기 시작했다. 오나라 병사들로써는 이러한 광경을 본적이 없어 심히 기괴하게 생각하여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그 광경을 주시하여 보고서는 서로간에 말을 전했으나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오군의 진영이 월나라의 죄수들의 자살 소동으로 어수선한 틈을 이용하여 갑자기 북소리가 울리고 이어 그 소리가 천지를 진동시키자 주무여와 서안이 거느린 좌우 결사대가 각기 방패와 단검을 들고 휘파람 소리를 내며 돌진해 왔다.

오나라 군사들의 마음이 황망해져 대오가 흩트려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구천이 본부의 대군과 제계영의 우군(右軍) 및 영고부의 좌군을 이끌고 월나라의 좌우 결사대의 뒤를 따라 오나라의 진영에 돌격을 감행했다. 오나라의 왕손락이 결사적으로 제계영의 월나라 우군을 막았다. 영고부도 장도를 들고 오나라 진영에 뛰어 들어 좌충우돌하며 유린하다가 당황하며 어쩔줄 모르고 있던 오왕 합려를 발견하였다. 영고부가 장도를 휘두르며 합려에게 달려들었다. 영고부가 합려의 등뒤로 다가가서 번개 같이 장도를 휘둘러 합려의 오른 발목을 자르려고 하였으나 칼이 빗나가 단지 합려의 발가락 몇 개를 자를 수 있었다. 합려의 신발이 벗겨져 수레 밑으로 떨어졌다. 합려의 목숨이 경각에 처했을 때 마침 전의가 군사를 이끌고 당도하여, 합려는 가까스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의는 영고부의 맹공을 막아내면서 합려를 구하느라 몸에 중상을 입었다. 왕손락은 합려가 부상을 당했음을 알고 감히 제계영과의 싸움을 계속할 생각을 버리고 군사를 황급히 거두어 군사를 퇴각시켰다. 승세를 탄 월나라 군사들이 뒤를 추격하자 오나라 군사들은 반수 이상이 전사했다. 합려도 영고부가 휘두른 장도에 발가락을 잘려 몸에 중상을 입고 즉시 군사를 돌려 오나라 진영으로 회군하였다. 영고부는 합려의 피 묻은 신발을 주워 구천에게 바치자 구천이 크게 기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