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공장일이 끝났습니다. 열심히는 하고는 있으나 회사에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일과 중 하나가 일요일 날 한국 사람들을 그런대로 만나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라 교회를 나갑니다. 그냥 참석하는데 의의를 두고 나갑니다. 설교 내용이 마음이 들지 않을 때는 마음 속으로 투덜대며 그냥 자리를 사수하며 다른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숙사로 돌아와서 매운탕을 끓여 놓고 중국 동포 사원들을 초청해서 배갈 잔을 기우리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지내고 있습니다. 몇 일 전 오마이뉴스 싸이트에 한국농민들이 무척 화가 나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매운탕 재료들을 사면서 참으로 한국농촌의 앞날이 암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그 훌륭한 농수산부 관료 선배께서 향후 1조8천억을 농촌에 투자하여 마늘작목을 국제경쟁력 있는 작목으로 키우겠다는 말이 내 귀에 아직 생생한데 이제는 모든 품목의 국제 경쟁력이 문제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일곱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매운탕 재료와 농산품 값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에서 식비가 많이 들어 살기가 힘드시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선 매운탕의 원료인 매기 1키로에 3원 즉 한국돈 450원입니다.
감자 1키로에 1원 한국돈 150원
파 500그람에 50전 한국돈 75원
마늘 이것도 깐 마늘 500그람에 1원 70전 한국돈 250원, 대충 계산해서 2키로만 달라고 했더니 한 푸대 비슷하게 주어서 1키로를 물르고 1키로 500원치만 샀습니. 한국의 슈퍼에서는 어부인 심부름 다녀 봐서 아는데 100그람 좌우에 1000원 합니다. 즉 500원과 10000원이 되겠씁니다.
쌀은 500그람에 1원 50전 한국돈 225원입니다. 한국 쌀과 비교해보면 정부 수매가가 80키로 한가마당 15만원 정도하니까 키로당 2000원 정도 한다고 볼때 한국 수준 1/5되겠습니다.
제가 묵고 있는 20평 짜리 숙사의 임대료는 월세 400원 즉 6만원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한국산 식품을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당면, 깻닢 통조림, 꼬추장, 된장, 간장 등 이게 물건너 가서 다시 건너오느라 그런지 무지하게 비쌉니다. 중국에서 발가벗고 갔다가 한국에서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고향을 찾아 온 당면도 그 중 하나 입니다.그런 품목이 많습니다. 이곳에 사시는 교민들께서 한글이 박힌 포장이 반가워 비싼 값이지만 사 먹고 계시는 것을 제가 초를 좀 쳐놨습니다.
농민과 소비자, 그리고 정부 사이에 얽힌 이해 관계가 풀리지 않은 것은 한국만 유독 심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너무 농민들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아니면 농민들이 너무 정부에게 과도한 요구를 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좌우지간 둘 중 누군가는 잘못하고 있는 것임에 틀림이 없는데 둘 중 아무도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데 문제는 자꾸 미궁으로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불쌍한 한국의 농민들과 무기력한 농림부가 힘껏 겨루는 사이에 매운탕 끓이는 날이 돌아와 내일이 되었습니다.
2004-05-13 11: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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