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경제에 대해서 아주 정확하게 표현한 글이 아닌가 싶군요. 여전히 모택동 전주석의 초상화가 천안문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지만, 그것 빼고는 중국은 자본주의 일색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여전히 공산주의의 모습을 벗어 던지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한국교민들을 상대로 해서 발행되는 중국현지의 지역언론조차도 중국언론의 것들을 그대로 베껴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구소련에서는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었습니다.
"냉장고 안에 라디오를 넣어두면, 냉장고 안이 풍성해진다..."
방송에서는 매일 같이 생산량 얼마 초과에, 새로운 주택을 건설한다, 이러쿵저러쿵 하면서 장밋빛 보도를 하고 있지만, 국영상점 앞에서 길게 늘어선 줄서기가 현실을 아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을 비아냥거린 표현입니다.
아직까지는 인민일보나 신화사 같은 중국언론을 자유자재로 읽을 정도는 아니지만, 중국언론의 모습은 구소련의 모습, 아니 공산주의사회에서 철저히 검열받은 언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군요. 천진에서는 별로 느껴보질 못했는데, 상해에 오니까 확실하게 느낄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 최신식의 빌딩들이 우뚝 우뚝 솟아있고, 여기저기 새로운 아파트 단지들이 건설되고는 있으나, 밤만 되면 최소한 50%이상의 사무실 혹은 방들이 불이 커있질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목격하는 시간대가 보통 오후 5시 반에서 6시 사이...
중국인들은 보통 5시 반이면 퇴근들을 하는데, 전 사무실 직원들이 일제히 칼퇴근을 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어느 직장인이든지 일을 못 끝내면 상부 지시와 관계없이 자신의 근로시간을 좀더 연장하기 때문입니다.(물론 중국은 좀 다를수도 있지만...) 그리고 사무실 안의 모든 직원들이 불과 10-20분 안에 다 빌딩 밖으로 나왔다고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글을 치는 지금 맞은 편에 20층짜리 아파트를 보면 분양이 50%를 간신히 넘는 것 같아요. 다른 아파트의 경우 아예 불이 아주 띄엄띄엄 켜져 있습니다.
가정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사고와 보통 남편이 부엌일을 하는 그들의 생활패턴으로 봤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아무리 맞벌이를 한다 할지라도 부부가 동시에 거래처 접대나 부서회식이 있는 경우는 드물고, 자녀들은 귀가를 이미 했어야 정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분양이 제대로 안 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뿐만 아닙니다. 중국의 물류업체들은 보통 6개월 내지 1년 동안의 외상거래를 한다고 하는데, 그럼 거래처로부터 돈을 받을 때까지는 무엇으로 연명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곳 상해만 하더라도 시정부로부터 정식으로 인허가를 받은 업체만 400군데 이상 된다고 하고, 실제로 영업활동을 하는 업체까지 치면 곱하기 10을 해야 된다고 하니... 그 많은 업체들이 어떤 식으로 연명을 하는지...
상식으로 생각해도 납득이 안 되는게... 가령 빌딩 같은 경우를 들어봅시다.
은행에서 돈을 끌어다 하도급을 주어서 빌딩을 짓습니다. 빌딩을 짓고 나면 당연히 분양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건설비용을 뽑을 수 있고, 그래야 하도급 준 건설업체에다가도 돈도 주고, 은행돈도 갚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분양율이 신통치 않습니다. 그러니 무슨 재주로...
혹시 수중에 돈이 무지하게 많아서 은행대출도 필요없고, 순전히 자기비용으로... 그리고 분양이 신통치 않아도 전혀 아쉽지 않을 만큼의 돈이 수중에 있는 것인지... 그 많은 빌딩의 소유자들이 말입니다. 그거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물론 중국이 땅값이 싸고, 은행이자가 싸다고 하는데... 그것도 설득력이 좀... 땅값이 싸고 정부에서 통제한다 할지라도 건설경기가 뜨면 건설자재에 투입되는 비용까지 쌀 수도 없고, 은행이자가 싸다 한들 대출받아 지은 빌딩이 분양이 제대로 안 되면... 이자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원금은 대체 언제 갚을 생각인지...
아니면 몽땅 정부가 자기 돈으로 지은 것인지... 그렇다면 그 재정들이 다 어디서 온 것인지... 몽땅 국민들 세수로 때운 것인지, 아니면 따로 무언가 방법이 있는 것인지...
혹시 화교자본이 중국에 많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그 빌딩들이 전부 다 화교돈으로 지은 것인지...
하긴 상해에 안착한지 한 달도 안된 제가 벌써부터 성급한 결론을 내린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요. 제가 보기에는 중국도 예외없이 굴러가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이고, 저 텅빈 빌딩, 아파트, 상상을 초월하는 외상거래는 힘겨운 페달밝기가 아닌가 싶군요. 전 불안한 생각이 좀 드는데, 오늘도 중국언론 경제면은 화려하기만 합니다. 앞으로 얼마 후에는 중국은 세계최강의 나라가 될 것만 같습니다.(이미 양적으로는 됐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현상은 아주 흥미있는 연구대상, 혹은 미스테리가 될 것 같습니다.
글쎄요. 우리나라 7,80년대 잘 나간다, 유교와 자본주의가 절묘하게 조화됐네, 한강의 기적이네 하다가 어느 날 와지장창... 환란이지요. 그토록 신비하기만 한 고도성장도 사실은 경제학교과서를 초월하지는 못했습니다.
2004-05-13 11:51:58
7872
217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