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중국에서도 단연 화제는 이라크전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사무실내에 단연 화제는 이라크전입니다.
저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군요. 저는 이라크가 이번 전쟁을 최소한 3개월은 끌어주길 바랍니다. 이라크전이 단기간에 끝나면 유가도 안정되고, 전세계 경제가 좋아지리라고 전문가들이란 사람들이 주장하는 모양인데, 스티븐 로치 같은 일부분석가들은 여전히 비관적인 전망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워낙 세계경기가 침체되어 있는 상태이고, 펀더멘탈이 취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라크전에서의 승리가 세계경제 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리라는 것입니다.
설사 도움이 된다 칩시다. 그럼, 우리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옵니까 ? 어제 프레시안인가 한겨레인가 읽은 내용인데 전후복구사업회의에서 양키들이 영국을 배제했다고 합니다. 사실 블레어가 부시의 푸들 노릇하는 것도 내부문제를 외부문제로 커버하는 것도 있지만, 석유이권과 전후복구사업이 더 중요한 목적일텐데, 그 중 하나에서 이미 배제되었답니다. 하긴 양키들은 아프간전 때도 러시아를 보기 좋게 배신했습니다. 핵탄두 1000개 이상을 보유한 그 덩치 좋은 거인을 말입니다. 기실, 양키들은 잘해 주면 잘해 줄수록 사람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라크전의 이익은 미국 중에서도, 공화당 중에서도, 콜린 파웰 같은 온건파를 제하고 나서, 강경파 중에서도, 석유자본과 관련된 극소수의 인간들만이 향유하게 될 것 같습니다.
서로 이라크전에 대해서 이 이야기, 저 이야기하는데, 거의 대부분은 부정적인 반응들입니다. 물론 전에 올린 글을 읽으시면 대충 감들 잡으셨으리라 믿습니다. 중국인들은 아메리카와 장개석을 싫어한다는 것...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거부감과 제가 느끼는 거부감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은 조국의 주권을 자기들 손으로 직접 틀어쥐고 있는 백성과 남의 나라에 차압당한 나라의 백성이 느끼는 바의 차이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양키들 군대가 또아리를 틀고 있습니다. 그것도 세계 최정예 대한민국 의경방패부대의 호위를 받으면서... 대한민국의 국법이 영내는 물론 그들의 어깨 위에조차도 미치지 못하는 지위를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제가 보기에 사실은 총독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정작 육군 하나만 엄청나게 비대한 우리 나라의 국방구조 역시 양키들의 입맛에 맞춰서 그 지경이 된 것 아닙니까 ?
이렇게 주권조차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는 나라의 백성으로써, 이라크전을 바라보는 저의 심정은 참으로 갑갑합니다. 제발 버텨라, 이겨라... 자기 충족적인 구석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사상자가 200명이 넘으면 부시정권에 치명적이라는 분석은 저를 분노케 합니다. 아랍인들, 특히 죄없는 이라크어린이들은 하루에 수백, 수천명씩 죽어갈텐데... 아랍인의 목숨은 파리만도 못하구나, 아메리카가 그 정도로 위대했단 말인가 ?
그들은 우리 젊은이들을 총알받이로 쓰길 원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 군대의 사상자수이지,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사상자수가 아닐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같은 사무실에 있는 중국인들은 - 거의 대부분 여자들인데 - 느끼는 바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아메리카를 싫어하는 분위기이지만, 우리하고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양키들에게 피해를 본 거라고 해봐야 지난 유고공습 당시 중국대사관 오폭사건, 남지나해 상공에서 중국공군기와 아메리카의 정찰기 충돌사건이 고작입니다.
우리처럼 무고한 여중생이 전차에 치어죽어도 당사자들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기가 막힌 경우를 당한 적도 없고, 자국민이 양키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기가 막힌 경우 역시 당한 적도 없고, 교통범칙금을 띄어 먹고 지네 나라로 도망가는 어이없는 경우를 목격한 적도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양키들에게 양민을 학살당한 뼈아픈 고통을 당한 적도 없고, 양키들의 비호를 받던 정통성없는 독재정권의 압제에서 신음한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하고는 많이 다른 것 같군요.
우리가 느끼는 바가 짓밝힌 존엄성에 대한 절규라면, 그들이 느끼는 것은 자신들의 자존심을 넘보는 자에 대한 경계심인 것 같습니다.(제대로 표현이 된 건지....)
저를 더욱 기가 막히도록 만든 사람은 한국전이 1950년이 아니라 1960년 터진 거라고 했던 아저씨입니다.
"야, 너네 총통(대통령)이 이라크전쟁을 지지한다고 하는데... 네가 열 받을 이유 없잖아 !"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중국인들은 한국에 대해서 알 듯 하면서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한국전 발생시기도 그렇고... 저번에 공안국에 갔을 때 김대중 전대통령과 노무현대통령의 존함을 듣고 아주 기분이 좋았는데, 오늘은 완전히 양놈들과 중국인들 사이에 끼어서 짓밝힌 기분입니다.
일단 바로 반응하지는 않았습니다. 흥분해서 떠들다가는 제대로 의사전달도 못하고 사무실 분위기만 이상하게 만들 것 같아서....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 다음에 그 아저씨한테 갔습니다. 그리고는 설명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아메리카를 지지한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증시자금의 거의 절반 가까이 양키들이 투자한 것이다. 부시는 마음만 먹으면 북한에 해꼬지를 할 수 있다, 북한에 해꼬지를 하면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한반도에서 철수하게 되고, 그럼 한국경제는 엉망이 된다, 뿐만 아니라 잘못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라도 발생하는 경우에는 엄청나게 한국인들이 죽을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도 상당히 타격을 받게 된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한국이 아메리카의 이라크전을 지지해 주는 대신 북한에 대해서 더 이상 해꼬지를 안 한다고 약속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겠구나 하는 표정입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해를 시켰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씁쓸한 기분입니다. 중국인들이 혹시 우리 대한민국을 아메리카의 위성국가, 다시 말해서 구소련과 폴란드의 관계쯤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사실, 그렇습니다. 아니 대한민국은 폴란드보다 사정이 더 열악하지 않나 생각되는군요)
중국인(특히, 상해시민들)들 모두가 인터넷을 통해서 자기 책상의 컴퓨터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이라크 소식을 접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우리 조국의 소식도 있습니다. 그들 눈에 비친 노무현대통령의 모습이 과연 어떨는지...
중국에서는 김대중 전대통령을 모르는 이가 오히려 드문 것 같습니다. 그것은 그 분이 한반도 평화정착에 크게 기여를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1년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굳게 악수하는 모습은 이곳 중국인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슴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의 계승자입니다. 그런 그가 양키들의 부도덕하고 폭력적인 전쟁시도에 대해서 지지의사를 밝혔으니....
아무리 중국인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없는 척)한다 할지라도 이번 일로 인해서 중국에서의 우리 대한민국의 이미지는 크게 훼손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국방부에서 전쟁이 종결된 다음에(그것도 전쟁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5월중순) 파견한다는 군요. 저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전투병력이 아니다, 의료부대하고 공병대를 파견할 것이다...(그러니 우리 대한민국을 양키들의 똘마니로, 노무현 대통령을 부시의 푸들로 오해하지 말아 달라)
이국에서 조국이 모진 시련 속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도 퇴근길에 그나마 잠시 걱정을 잊고 즐거웠습니다. 제 아파트 근처에 신장위구르레스토랑이 하나 있는데... 가운데에 무대가 있어 손님들을 식사를 하면서 쇼를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안에 최소한 20개 이상의 테이블이 있고요. 그 많은 테이블 중 겨우 두 테이블만 손님이 있고, 그 손님들을 위해서 무희들이 무대에서 아랍 특유의 배꼽춤을 추고 있더군요. 야시시한 전통의상을 걸치고서...
그런데, 정작 손님들은 별관심이 없고, 오히려 지나가던 사람들만 창문을 통해서 그 야시시한 춤을 구경하느라 목이 빠져 있습니다. 한 20명쯤 되는군요. 전 처음에 무슨 일인가 했습니다....^^
들어가서 요리도 즐기고 야시시한 춤도 즐기고는 싶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인지...
저는 요즘 중국의 내수시장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들의 소득수준에 비해서 물가가 너무 높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특히 내구재의 가격은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서구의 많은 기업들이 중국의 내수시장에 대해서 그리 큰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조사중입니다. 어느 정도 자료가 모아지면 분석해서 올릴 생각입니다.
덧붙여
신문을 계속해서 봤는데... 저번서부터 후세인의 망명을 환영하겠다던 양키들이 이제는 후세인이 망명을 해도 진격을 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제 뉴스에는 양키들과 이라크군이 서로 포탄을 교환하는 전투를 벌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공화국수비대가 양키들하고 항복협상을 벌이고 있다고도 하는군요.
저는 이라크국민들과 이라크군의 전의가 생각보다 매우 강력한 것이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분석코자 합니다.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양키들이 처음에 후세인 망명 운운한 것은 후세인이 망명하고 권좌가 무주공산이 되면 자연스럽게 훨씬 민주적인(그리고 무능하고, 이라크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못 받는, 양키들의 괴뢰)정권이 들어서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후세인은 망명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고, 무엇보다도 다음 정권이 어느 정권이든 간에 친미적이라는 보장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양키들의 판단이 그런 것 같습니다. 따라서 후세인이 망명한다 할지라도 진격이 불가피합니다. 석유를 차지해야 하고, 시리아, 터키, 쿠웨이트, 요르단, 사우디하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라크의 지정학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후세인 망명 운운한 것도 전쟁을 안 하고 이라크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건드리자니 부담스러웠던 모양입니다.
둘째, 공화국수비대의 고위간부들, 이라크정부의 고위관료들이 양키들하고 항복협상을 벌이는 중이라고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참 띨팍합니다. 후세인이 이 언론내용을 안 접할리도 없고 그렇게 되면 당장 내부단속에 들어갈텐데... 항복협상을 벌인다면 우선 양자간의 완전한 합의를 볼 때까지 비밀로 붙여져 되는 것 아닌가요 ? 그런데 벌써부터 소문내고 난리인 것 같군요. 그러니까 그 뜻인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 다 항복한다고 하는데, 너 혼자서만 피 흘리면 뭐하냐 ? 양키들은 이라크군 병사들이 그런 생각을 가져주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셋째, 포탄을 교환했다는 이야기도 의미심장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포탄을 교환할지 알 수는 없으나, 포병은 지상전의 꽃이고, 지상전에서의 사상자 중 과반수 이상이 포병화력으로 인하여 발생한다는 가정한다면... 적의 포병화력은 진격하기에 앞서 반드시 무력화시켜야만 하는 목표물입니다. 적의 포병의 건재한 이상, 막대한 병력손실은 불을 보듯 뻔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임무는 공군이 수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양키들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겠지요. 그렇다면...? 혹시 모래폭퐁 때문에 양키공군의 상당수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지...?
넷째, 민간인을 인질로 한 작전 운운하는 부분은 아주 마음에 걸립니다. 인질을 붙들고 있으면 당연히 진격 못하고 대치상태를 유지하게 되겠지요. 물론 포위한 상태에서 말입니다. 그럼 바그다드는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집니다. 대도시의 특징이 뭡니까 ? 평소에는 그토록 풍요로운 것 같지만, 막상 고립되는 지옥으로 돌변합니다. 왜냐하면 자체적인 생산능력, 특히 식량의 자체적인 생산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식량반입은 안됩니다. 군량미를 전용될 우려가 있으니까... 바그다드까지 신속하게 진격한다 할지라도 시가전은 불문가지.. 그럼 포위해서 모두 굶겨 죽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 같군요. 실제로 독일은 2차세계대전 당시 레닌그라드(지금의 페테르부르크)를 포위해서 러시아인들을 굶겨 죽이는 작전을 시도했습니다. 결국 실패했지만... 어차피 복종도 안 할 반항적인 족속들, 천하에 쓸모 없는 열등민족을 이번 기회에 박멸하는 것도 양키들 입장에서는 꽤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오늘자 프레시안에 보니 이라크인들이 벌써 유정에 불을 지르고 있다고 합니다. 럼즈펠드가 이 소식을 듣고 입에 거품을 물고 길길이 날뛴다는군요. 그 망나니의 악쓰는 소리가 제 귀까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2004-05-13 11:54:02
7504
307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