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70년 대 말에 모 기업에 처음 입사해서 발령 받은 부서가 기계설비 세일즈를 주 업무로 하던 무역부서였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한국이 전세계에 기껏 수출해서 남은 달라를 모두 일본에 퍼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일무역 역조가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한 정부가 수입선다변화 품목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 일본산 기계설비와 그 부품들의 수입을 줄여보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만성적인 대일무역 역조는 결코 인위적으로는 막을 수 없었고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흐른 후 회사를 나와 공장을 운영했을 때야 비로소 고질적인 대일무역역조는 결코 해결할 수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장을 운영해보니 공장의 성패 여부는 가동율이 높아야 한다는 간단한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설비나 기계는 고장이 나는 법이고, 고장이 났을 때 여하히 빠른 시간 안에 수리가 이루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즉 설비가 일본제와 그 밖의 유럽이나 미제 두 가지로 구분한다면 물론 성능 면에서는 독일제나 미제가 우수하겠지만, 그 외의 요인인 가격과 애프터서비스 면에는 당연히 일본제가 월등히 좋은 조건이었을 것입니다. 설비나 기계라는 것은 언젠가는 고장이 나게 마련이고 일제의 경우는 그 수리가 몇 일만에 가능한데 독일제나 미제의 경우는 한 달이 가도 복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장에서 설비의 가동이 중단된다는 것은 나라로 말하면 비상사태와 같은 것일 것입니다. 일본이야 지척간이고 그리고 당시 한국 사람들의 의사를 일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제일교포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그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영어가 가능한 인력도 확보하기 어려웠었고, 그리고 걔네들이 한국에 출장 한 번 온다는 것도 그리 간단한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당시 유럽이나 미국인이 한국에 출장 올 때는 보험회사에 전쟁보험을 들고 왔었습니다. 한국은 위험지역이기 때문에 출방비를 많이 준다고 해서 기피지역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의 기업에서는 기계가 서서 공장가동이 중단되었음에도 유럽이나 미국의 엔진니어들은 빨리 오지 않았었습니다. 그래서 설비투자의 경우 가능하면 가격뿐만 아니라 애프터서비스 받기가 쉬운 일본제를 위주로 행해졌고 그 결과 한국이 수출이 늘어가면 늘어갈수록 대일묵역역조는 더 심화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옛날 한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졌던 일이 지금 중국과 한국 사이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우리 교포가 200만 이상이 삽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중국 어디를 가든 썩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통역을 해 줄 수 있는 교포들이 존재합니다. 북쪽의 내몽고를 가던, 남쪽의 광동성, 서쪽의 신강성을 가던 주요 공장에는 교포들이 존재합니다. 그 사람들의 주임무는 대한국인 communication입니다. 중국 사람들도 자기들 공장에 설비를 들여놓을 때 일제와 한국제를 놓고 검토합니다. 옛날에 우리가 했던 것처럼 설비를 결정하는 요인으로서 물론 성능도 중요하겠지만 더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대상은 가격과 애프터서비스 일 것입니다. 조금 떨어지는 성능에 비해 가격과 애프터서비스는 한국산이 일본제보다 월등 유리합니다. 공장에 설비가 들어가서 가동되기 시작하게 되고 이어서 maintenance에 이르러서는 일본제는 비교가 안됩니다. 부품의 문제는 중국교포의 전화 한 통에 한국의 설비납품 업자는 밤새 제작을 하거나 아니면 청계천에서 구입하여 다음 날 인천공항에서 택배를 이용하여 다음 날이면 중국 공장에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기술자가 가야만 된다면 싼 경비로 신속하게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중국과의 무역역조 원인의 전부가 아니겠지만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나다가1

12-09-17 04:31 한중간 무역에 원-위안화 결제를 협의한다는 기사가 나와서 중국 싸이트를 검색하다보니 '중국의 최대 기생충 한국'ㅋ 이란 글이 있더군요..중국인들 상당수는 한국인과 달리 자기들의 대한 무역적자의 내용..부품과 소재 자본재수입으로 인한.. 을 모르고 있습니다. 하여튼 내용이 어떻든 지나친 대중 흑자는 바람직한 아니고 대일적자를 줄여가면서 대중 교역도 균형을 잡아주는게 필요하다고 봅니다.각기 중국과 일본에 큰 적자를 보고 있는 미국인과 한국인들은중국 일본을 기생충이라 욕하지 않으나 중국의 무역환경이 어려워지고 적자마저 나타나는 이때 중국인들은 일단 결과로만 보고 한국을 욕하는 분위기가 생겨납니다.그러나 우리는 우리에게 니들 대일적자는 경제를 키우고 수출을 위한 당연한 거고 니들이 선택한 거다란 일본인들과 달라야합니다. 결국 수출 다변화가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