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노니타

출전 : 남프라이스

527년 중국의 남쪽지방에 한 시꺼먼 인도의 수행자가 도착했다. 그의 이름은 보리달마. 그는  중국 선종의 초조로서 중국불교의 진로를 결정적으로 뒤바꾸는 한 분수령을 이루는  인물이다. 당시 양자강 남쪽지방을 다스리고 있던 양나라의 무제는 ‘황제보살’이라 불릴 정도로 전 중국의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불교에 몰두한 군주였다. 이 극성스러운 열성과 신도인 양무제에게 웬시꺼먼 승려가 하나 나타났는데 큰스님같아 보인다는 제보가 날아들자 제깍  수도인 남경으로 달마대사를 불러 들였다.

요즘도 큰스님 병에 걸린 신도들이 많은데 이 양무제란 인물도 큰스님이라 하면 가만 놔두고는 못참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달마대사와 양무제의 회담”이 시작되었다. 황제는  자리를 잡고 앉기가 바쁘게 달마대사에게 자기자랑을  늘어놓았다.”왕이 된 이래 나는  실로 많은 절을 지었고 숱한 경전을 펴냈으며  수많은 승려들을 먹여 살렸다.”과연 이  모든 일이 큰공덕이 되겠는가? 달마대사는 주저없이 대답했다. “전혀 공덕이 안된다.”

황제는 이 낯선 승려의 뜻밖의  대답에 자기 귀를 의심하며 다시 물었다. “어째서 공덕이 안된단 말인가?” “그러한 것들은 죄다 자질구레한 속세의 인과응보에 불과할 뿐 진정한 공덕이  아니다. 마치 물건의 그림자와 마찬가지여서 있는것 같으나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정한 공덕인가?” “진정한 공덕이란 밝고 맑은 지혜를 깨쳐서 아는 것인데 이러한 지혜는 본래 말로 담을 수 없고 침묵속에 있는 것이기에 세상의  속셈으로는 구하지 못 한다.”

황제는 계속 물었다. “불교의 성스러운 교리 가운데 첫째가는 것이 무엇인가?” “전혀 성스러울게 없다.” 황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달마대사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물었다. “내 앞에 있는 그대는 누구인가?” “모른다”. 달마는 이와같은 대답을 남기고 홀연이 떠나버렸다.

당시 남북조로 갈라져있던 중국에 있어서 남조의 불교는 자신의 실천과는 무관하게 말의 잔치만 요란한 사변적인 교리불교가 판을 치고 있었고 북조는 이민족 전제군주의 강압적인 통치하에 왕실과 귀족들의 대대적인 석굴사원 건축과 거대한 사원과 탑을  건립하는 건축불교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기존의 불교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불교를 대표하는 달마대사와의 회담은 학자들에 의하면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역사적 사실이든 아니든간에 이 회담이 중국불교사에 갖는 중요한 의미를 반감시키지는 못한다.

여기에는  세속적인 가치관과 정치권력과의 밀월 등을  철저히 배제시키고 오직 깨달음만을  진지하게 추구한며 진정한 수행자의 길을 가고자 했던  일군이 승려들이 있었고 이들의 주장이  이런 상징적인 사건을 통해서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철저한  두타행을 하며 시골의 산야에 묻혀서 드러나지 않게 자신의 실천수행에 몰두 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앞길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초기선종의 개척자들에 대해서 당시  제도권 승려들은 “불교를 말아먹는 악마의 무리들”이라고 공격하였다. 심지어 선종의 제 2조인 혜가에게 어떤 승려는 테러를 가하려고까지 한다. 그러나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투철한 신념과 의지로써 오로지 실천에만 몰두했던 초기 선종승려들의 노력에 의해  드디어 선종은 중국 불교계를 석권하게  된다.
  
낡은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려는 노력은 언제나 무자비한 비난과 방해 그리고 탄압 속에서 시작되며 또한 그러한 난관들을 극복하게 함에 의해 가능해진다. “달마대사의 양무제의 회담” 이라는 사건을  보며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황제에게  목숨을  걸고 면박을 주는 행태로 권력과의 갈라서기(기존제도권 불교와의 갈라서기)를 시도하는 초기선종의 혁명적인 자세에 가슴이 서늘함을  느낀다. 이제 한국에선 그  선종으로 대표되는 불교계가 다시 한 번 혁명적인 자기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역사의 아리러니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