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4...와 같은 아라비아숫자가 없었을 때 한자문화권에 있던 선조들은 어떤 방법으로 계산을 하였을까. 특히 2*2=4, 2*3=6과 같이 평생을 사용하는 구구단은 언제부터 있었는지 무척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관리들이 세금을 걷어들이거나 부역의 징발, 관개수로 사업 등을 할 때 복잡한 비율계산이나 방정식과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포함한 삼각방정식, 원주율계산 등은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시원하게 답변을 해주는 고전이 있다.
동양에서 제일 오래된 수학 고전인 구장산술(九章算術)은 중국의 진나라, 한나라때 활용되던 산술서가 후한시대에 비로소 그 모습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과연 이 구장산술을 누가 집필하였는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236년에 삼국시대 위나라 사람인 유휘(劉徽)가 주석을 붙여 펴낸 구장산술이 지금 전해 내려오고 있다.
유휘는 구장산술의 서문에서 중국 전설의 왕 포희씨(包犧氏)가 팔괘를, 그리고 구구셈을 지었으며 그 다음왕인 황제때에 예수(隸首)라는 사람이 숫자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시대에 와서 수학교육이 제도화되어 산학이라는 학교도 설립되었고 구장산술을 비롯한 10종의 수학서가 교과서로 사용되었다. 산학을 공부하는데는 모두 7년이 수학연한인데 그 중 구장산술은 3년에 걸쳐 배우게 되어있었다.
구장산술은 특히 관리들이 실무적인 일을 처리하는데 부딪치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포함하여 수학지식을 집대성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은 방전, 속미, 쇠분, 소광, 상공, 균륜, 영부족, 방정, 구고장과 같이 모두 9장 246문제로 되어있는데 문제가 나오면 곧바로 답이 나오고 그 다음에 계산법을 기록하고 있다.
*** 제1장 방전(方田) : 전답의 넓이와 가로 세로의 길이
방전이란 사각형 모양의 논밭을 뜻한다. 방전장에는 모두 38문제가 있는데 그 중 2번 문제와 답, 계산법을 보면 다음과 같다.
문제: 하나의 방전이 있다. 가로가 12보, 세로가 14보이다. 그렇다면 이 방전의 넓이는 얼마인가?
답 : 168보
계산법: 방전의 넓이를 계산할 때는 가로와 세로의 보수를 서로 곱하여 답을 구한다. 넓이나 부피 모두 단지 '보'라고만 표현하였는데 이렇게 단위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였기 때문에 좀 혼란스러웠고 이점이 동양수학이 크게 발전하는데 장애가 되었다.
*** 제2장 속미(粟米) : 곡물 교역의 문제
속미란 껍질을 벗기기 전의 조를 말하는데 조를 기준으로 한 곡물 교환 문제로 속미장에서는 모두 46문제가 있다. 속미 계산법에는 각종 곡물 또는 그 가공품끼리의 교환율이 기록되어 있다.
속미: 50, 맥: 45, 삭반(정한 쌀로 지은 밥): 48, 패미(고른 쌀): 27, 여미(매조미 쌀) : 30.......
이 기록에서 보면 조보다 벼가 더 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속미장 1번 문제: 지금 1말의 조가 있다. 이것을 찧어서 여미로 만들려고 한다. 여미는 얼마나 나올까?
답: 여미 6되
계산법: 조에서 여미를 구하려면 3을 곱한 뒤 5로 나눈다. 즉 1말(10되)*3/5=6되.
*** 제3장 쇠분(衰分) : 고저의 차이가 있는 봉록(급료)이나 조세
쇠분이란 차등을 두면서 비례적으로 골고루 나누는 계산법을 말한다.
쇠분장의 1번 문제에는 작위가 다른 대부, 불경, 잠뇨, 상조, 공사(이상은 진나라 시대의 작위제도에 따른 등급 20개중 일부) 다섯 사람이 노루를 잡았을 때 각각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는 것이다. 즉, 작위에 따라 배분하는 문제다. 쇠분장에는 이러한 문제가 20문제 있다.
*** 제4장 소광(少廣) : 넓이와 부피
소광장은 방전장과 같은 넓이 문제가 18문제 그리고 부피 문제가 6문제 있다.
*** 제5장 상공(商工) : 토목공사의 공정과 부피
원통, 원기둥, 원뿔, 사각뿔, 각뿔대 등 여러가지 모양의 입방체에 대한 부피를 계산하는 문제로 28문제가 있다. 7번 문제는 하천을 만들 때 파내야 할 흙의 부피를 구하고 그 것을 파는데 고용하여야 할 사람수를 계산하는 문제이다.
*** 제6장 균륜(均輪) : 운반 거리의 멀고 가까움을 고려하여 비용을 동등하게 정하는 문제
균륜장에서는 백성에 대한 부역을 어떻게 공평하게 부과할 것인가를 고려한 문제로 28문제가 있다.
*** 제7장 영부족(盈不足) : 과부족(남거나 부족한 것) 계산
대수적으로 2원 1차 방정식을 푸는 문제이지만 구장산술에서는 산술로 푼다. 20문제가 있는데, 1번 문제를 보면 공동으로 물건을 구입할 때 각 사람이 8전씩 내면 3전이 남고 각 사람이 7전씩 내면 4전이 부족하다고 한다. 사람수와 물건 값은 각각 얼마인가하는 문제로 답은 사람 7인, 물건 값 53전이다.
*** 제8장 방정(方程) : 양수와 음수가 섞여 있는 계산
방정장에는 다원 1차연립방정식을 푸는 문제를 포함하여 모두 18문제가 있다.또한 여기서는 음수도 취급하고 있는데 유럽에서 음수를 취급한 것이 17세기인 것을 비교하면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 제9장 구고(句股) : 직각삼각형의 높이 길이 넓이와 거리
구고장에서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응용한 문제들이 나오는데 모두 24문제가 있다. 이를 이용하여 나무의 높이를 측정한다든지 산까지의 거리를 측정하였다.
이와같이 구장산술에서는 당시 일상적으로 부딪혔던 실용상의 문제와 그것을 푸는 계산법을 거의 망라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구장산술을 삼국시대부터 신성한 책으로 여겨왔다. 조선초 정인지 등이 쓴 고려사에 의하면 고려시대 때 수학 시험을 3일간 보았는데 첫날 시험장에서는 구장산술의 제9장 10조를 외워 보시오라는 구술 시험과 둘째날 제6장의 일부를 암송시키고 제3일에는 6문제를 푸는데 4문제를 통과해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조선말기 당대 최고의 수학자로 예조판서를 지내기도 했던 남병길대감은 구장산술에 조선의 실정에 맞게 해설을 붙여 구장술해(九章術解)라는 수학서를 펴내 산술교본으로 활용하였다.
2020-08-05 06: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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