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군비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군비증강 목적이 자신의 패권에 도전하기 위한 것으로 간주하고는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을 선언한 상태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전략이 자국을 봉쇄하고, 더 나아가 중국 공산당 체제를 전복시키기 위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에 따라 중국은 매년 10% 이상씩 군사비를 늘리면서 미국이 중국의 세력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거부할 수 있는 전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군비경쟁의 양상은 최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갖춘 미국은 일본, 한국 등 동맹국들과 함께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6월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 공동성명에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연합 방어태세(comprehensive and combined defenses)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해 한국을 동아시아 MD에 편입시킬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미일동맹의 MD 일체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두 나라의 최근 움직임에서 주목할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2척의 이지스함을 업그레이드해 MD 능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그레이드의 핵심적인 내용은 미국의 레이시온과 일본의 미쓰비시 중공업이 공동 개발하고 있는 SM-3 Block IIA을 일본 이지스함에 장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일본 이지스함의 미사일 요격 범위와 고도는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또 하나는 미국이 일본 남부에 MD용 조기 경보 레이더인 X-밴드 레이더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필리핀에도 X-밴드 레이더 배치를 검토 중이다. 이러한 미국의 계획이 이행될 경우 '일본 북부 아오모리현-일본 남부-필리핀'으로 이어지는 MD 레이더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북한 전역은 물론이고, 잠재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 영토의 상당 부분을 커버할 수 있어 동아시아 안보 정세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올 전망이다. 중국 미사일 전력 증강의 특징 '이동식, ICBM, 다탄두' 이처럼 미국이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을 겨냥한 방어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자, 중국도 이례적으로 근력을 과시하고 나섰다. 중국인민해방군의 핵심적인 전략 부대인 제2포병 부대는 탄도미사일의 소형화·경량화를 통해 모든 미사일을 차량에 탑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이를 통해 "역사적 도약을 이뤘다"고 <해방군보>가 27일자 1면 머리기사를 통해 보도했다. 이에 앞선 25일에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영국 군사전문지 <제임스 디펜스 위클리>를 인용해 중국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미사일은 최대 사정거리가 1만4000킬로미터에 달하고 최대 10개의 핵탄두를 한꺼번에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미사일 전력 증강은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는 차량을 이용한 이동식 시스템 개발·보유로 미국의 공격으로부터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을 크게 높였다는 것이다. 억제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의 선제공격으로부터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반격 능력을 확보하는 것인데, 중국이 이에 성큼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잠수함 발사 핵미사일 전력 증강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둘째는 ICBM의 사거리 늘리기이다. 중국이 이전까지 보유한 ICBM의 사거리는 1만킬로미터 정도로서 미국 서부까지가 최대 사정권이었다. 그러나 신형 ICBM의 사거리는 1만4000킬로미터에 달해 워싱턴과 뉴욕 등 미국 동부의 대도시까지 사정권 아래에 둘 수 있게 된다.

셋째는 다탄두 미사일의 개발이다. 하나의 미사일에 여러 개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다탄두 미사일은 MD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핵심 전력으로 간주된다. 하나의 탄두도 요격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개의 탄두가 한꺼번에 떨어지면 요격율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다탄두 미사일은 '모조 탄두' 장착을 통해 MD를 교란시킬 수도 있다.

중국이 이처럼 미사일 전력을 크게 강화하고 또 이를 과시하고 있는 데에는 미국 주도의 MD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대응 의지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동아시아와 미국 본토용 MD 구축이 가속화될수록 중국의 대미 억제력은 약화되고 미국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은 높아지게 된다. 중국의 21세기 최대 전략적 위협을 MD로 간주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1세기 철의 장막'과 코리아의 선택 유럽-중동-동아시아로 이어지는 미국 주도의 '지역 MD 네트워크'는 유라시아 대륙을 가르는 21세기 철의 장막이다. 러시아는 유럽 MD에 반발해 핵미사일 전력 증강에 나서고 있고 이는 '유럽 신냉전'의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 중동 MD가 가속화될수록 이를 무력화하고자 하는 이란의 군비증강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론도 기승을 부리기 마련이다.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가속화되고 있는 한-미-일의 MD 협력은 북-중-러 결속을 야기해 동아시아 정세를 냉전 시대로 되돌릴 위험이 크다. 최근 격화되고 있는 동아시아 군비경쟁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부채질한다.

문제는 한반도의 북쪽은 MD의 최대 구실로, 한반도의 남쪽은 MD의 포섭 대상이 되면서 적대적 분단 논리가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거꾸로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한반도와 MD의 기구한 악연을 어떻게 끊느냐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실현의 최대 숙제 중에 하나라는 것을 의미한다. G2 시대 우리가 살 길도 MD와 밀접이 연관되어 있다. 미국은 한미동맹 강화의 시금석을 한국의 MD 참여로 간주해왔다. 반면 중국은 한국의 MD 편입을 한중관계의 마지노선으로 간주한다. 흔히 G2 시대의 한국 외교안보전략을 연미화중(聯美和中)으로 삼아야 한다지만, MD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결국 휴전선에 21세기 철의 장막까지 더해져 코리아의 생존과 번영을 옥죄는 결과를 막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갈등을 이유로 강해지고 있는 원심력을 차단하고 하루빨리 구심력을 복원·강화시키는 길밖에 없다. 한국이 한반도 탈냉전 프로세스를 주도할 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의 길을 찾을 수 있으며, 이는 곧 냉전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동아시아 정세를 미래지향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같이 미중 갈등에 한국이 휘말릴 수 있는 재앙의 씨앗을 거둬들이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미국이 동아시아 MD의 핵심 목표를 미 군사력의 거점인 오키나와-괌-하와이 및 대만 방어에 두고 있고 제주도는 이러한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전략적 위치에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