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과 검색 콘텐츠 검열 합의에 안팎에서 비난 쏟아져

이진우 기자

검색포털 1위 구글의 중국 진출, 선택이 아닌 필연이다?

전세계 검색포털 1위의 아성을 지켜온 구글의 중국 진출이 美 IT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Don't Be Evil"(고의적으로 악용되거나 이용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로 상징되는 회사의 경영철학이 중국 진출로 인해 훼손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중국진출을 둘러싸고 욕을 먹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중국 공안당국의 검열이다. 공산당 1당체제 하에서 언론과 출판에 대한 광범위한 검열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에서 인터넷이라고 해서 예외로 인정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999년 美 포털사이트 최초로 중국에 진출한 야후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네티즌의 인적사항을 중국 당국에 제출하여 해당 네티즌이 실형을 선고받음으로써 중국 네티즌들로부터의 격렬한 항의와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다. MSN 역시 중국정부의 요청에 따라 특정 블로그와 게시판을 직권 삭제함으로써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원성을 들어야했다.

美 IT업계 관계자들 및 일부 정치인들은 '불법복제'와 '도덕성 결여'가 만연된 중국 IT업계의 관행으로 인해 수익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굳이 '검열'이라는 치명적 요구를 수용하면서까지 중국 진출을 서두를 필요가 있냐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훼손된 '기업 이미지'가 미국시장에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구글 경영진을 향해 강도높게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 입장에서 중국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했다가 낭패를 본 경쟁업체 야후나 마이크로소프트와 달리 구글은 2000년 캘리포니아 본사에 T/F팀을 만들어 중국어-일본어-한국어판 검색 솔루션을 개발, 서비스를 실시해왔으며 중국시장 진출 이전에 이미 중국 검색포털 시장의 약 1/4을 점유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 서비스를 포기한다는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미, 구글의 중국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었던 셈이다.

구글의 중국 딜레마, 과연 돌파구와 해법은 없는가?

구글이 중국 진출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2002년 9월 중국 공안당국이 감행한 사이트 폐쇄(?) 결정 때문이었다. 보다 엄밀히 말하면 인터넷 통신회선을 통해 라우터와 연결될 때에 외국으로부터의 콘텐츠 유입을 차단함으로써 중국 네티즌들이 구글 검색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떠한 이유나 공지도 없이 사이트를 폭파시킴으로써 적어도 15억 중국인들에게는 구글이 폐업한 것처럼 각인된 것이다.

이와같은 중국 공안당국의 조치에 구글 본사는 크게 당황했다. 사이트가 폐쇄(?)된 당일은 물론 그 후 한동안 구글 본사는 수많은 문의 및 항의전화로 인해 사실상 업무가 마비되었으며, 이로인해 일시적으로 접속률이 급감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Baidu, Sina, Sohu 등 중국 포털업체들이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해들어갔다. 구글측은 이들 경쟁업체 중 하나가 중국 공안당국에 구글을 통해 검색된 불온 검색물 리스트를 제출한 것으로 지목하고 있다. 중국 IT업계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업계와 공안당국의 유착협력 모델이 작동되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 경쟁업체들을 탓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그들 역시 중국 공안당국의 검열에 충실하게 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부도덕할 수는 있으나 그들 입장에서 볼 때 구글은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었던 셈이며, 이를 시정시키기 위해서 자구책을 강구한 측면이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면 된다"는 말도 있듯이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의 규칙과 질서를 따라야 하며, 이를 거부할 힘이 구글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구글의 '중국 딜레마'가 시작되었다. 즉, 현지의 규칙과 질서를 수용하면서도 "Don't Be Evil"로 상징되는 회사의 경영철학을 훼손시키지 않을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본사 경영진들은 잇따라 전략회의를 개최하였으며, 오랜 논의를 거쳐 비로소 금년 1월 중국시장 진출을 선언하였다. 초대 지사장으로는 대만출신으로 콜럼비아大와 카네기멜론대학원을 거친 리카이후(44세)가 내정되어 북경에 둥지를 틀었다.

구글의 타협점은 다음과 같다. 즉,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가 홍역을 이미 치뤘듯이 자칫 네티즌들을 실정법 위반의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이메일, 메신저, 게시판 등 부가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오직 검색포털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그리고, 중국어 서비스로 운영되어온 기존 google.com은 검열 없이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새로 오픈한 google.cn에 한해 중국 공안당국의 검열을 수용한다는 것이다.

구글의 '중국 딜레마'인가? 아니면 중국의 '구글 딜레마'인가?

과거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에 횡행하였던 금지도서-금지곡-금지작품(영화, 연극, 뮤지컬 등)과 같은 리스트가 중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검열의 범위는 과거 우리 권위주의 정권 당시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설정될 수 밖에 없다. 중국 공안당국은 그 대신 '검열지침'을 통해 '체제전복 및 국기문란',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 저해', '지역-계층-민족간 갈등 조장' 등과 관련있는 콘텐츠에 대해 칼을 빼들고 있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가장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바로 '자율 검열' 제도이다. 즉, 개별업체 혹은 관련업계 스스로가 검열 기준과 리스트를 작성하여 공안당국의 감시와 견제로부터 벗어나는 방식이다. 구글의 경쟁업체인 Baidu, Sina, Sohu 등이 이와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정부 역시 이와같은 방식을 장려하기 위해 '자율 검열' 우수업체를 선정하여 시상하고 있다.

구글 역시 이와같은 중국내 시장질서에 적응하기 위해 '자체 검열' 솔루션을 개발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중국 네티즌들이 '파룬궁', '천안문', '티벳인권' 등의 검색어를 집어넣으면 파룬궁 반대단체들의 웹사이트, 천안문을 소개하는 여행사 정보, 티벳지역 관광정보 등만 검색 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이것이 불만인 중국 네티즌들은 사이트 접속속도 저하, 차단 및 폐쇄의 리크스를 감수하며 google.com에 들어가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있는 것과 상당히 다른 것이 중국의 '표현의 자유'이다. 과거 유신정권 시절에 정권을 비판하거나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공안당국에 붙잡혀갔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일반 중국인들에게서 이를 연상케하는 공포감이나 긴장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중국내 각종 블로그나 게시판에서 중국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하는 글을 찾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도리어 왠만한 국가들보다 더 관대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이다.

중국 공안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집회와 결사의 자유'이다. 아무리 강도높은 정부 비판을 쏟아내더라도 중국 공안당국은 무감각하다. 그러나, 단 3~4명이라도 모여서 단체행동을 하자는 내용이 인터넷에 올라올 경우 공안당국은 즉각 검열 및 관련자 색출에 들어간다. 파룬궁이 중국내에서 핍박받는 이유 역시 이들이 매우 결속력높은 결사체로서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색포털을 중심으로 하는 구글의 서비스 방식이 중국내에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구글이 이와같은 원칙을 지키는 한 중국 공안당국 역시 매우 관대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중국 네티즌들 역시 극소수의 정보 차단 때문에 구글을 외면하거나 비판할 가능성도 그다지 없어 보인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에 구글의 중국 진출은 생각보다 리스크가 적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 공안당국의 검열을 뛰어넘을 만큼 중국 네티즌들의 의식과 역량이 제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Don't Be Evil"을 회사이념으로 내세운 구글이 중국 네티즌들과의 유대 및 신뢰를 계속해서 축적해가는 것이야말로 중국시장에서는 또 하나의 혁명일 수 있다. 그래서 구글의 중국시장 실험은 독약이 될 수도 있고 보약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구글만 '중국 딜레마'를 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 역시 '구글 딜레마'를 안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