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王(문왕)

동래인(东莱人) 여조겸(呂祖謙)이 말했다.

「ࡔ여씨춘추(呂氏春秋)ࡕ에서 이 시를 인용하고 ‘주공(周公)이 지었다.’라고 하였는데, 사의(詞意)를 음미해 보면 주공(周公)이 아니면 아무도 능히 짓지 못했을 것이다.」

○1장은 현덕(顯德)이 있는 문왕에게 상제의 명(命)이 이르렀음을 말했고, 2장은 문왕에게 내린 천명은 문왕 자신의 몸을 존영(尊榮)하게 만들었 뿐만 아니라, 자손들에게도 백세토록 천자와 제후가 되었음을 밝혔다. 계속해서 3장은 주나라에 내린 천명은 자손들만의 복이 아니라 군신(群臣)의 후사(後嗣)에까지 미쳤음을 말했고, 4장은 이미 상(商)에게서 떠난 천명은 그들의 몸만을 주벌(誅罰)했을 뿐만 아니라, 상나라 자손들로 하여금 주나라에 신복(臣服)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5장은 상나라에 천명이 끊어짐으로 해서 발생한 화는 자손에게만 이미친 것이 아니라 군신(群臣)의 후사(後嗣)에까지 미쳤음을 말했고, 6장은 주나라의 자손과 신서(臣庶)는 마땅히 문왕을 법으로 삼아서 상나라의 일을 감계(監戒)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7장은 하늘과 사람 사이의 흥하고 망하는 이치에 있어서 정녕(丁寧)하고 반복함이 지극히 깊고 간절함으로 이로 인하여 악관(樂官)에 세워 천자와 제후가 조회할 때의 음악으로 삼았으니 아마도 장차 후세의 군신에게 경계로 삼게 하고 왕의 덕을 천하에 밝히려고 했다. ࡔ국어(國語)ࡕ에서는 “두 임금이 상면하는 음악이다.”라고 했으나 이는 이 시의 한 부분만을 들어서 말했을 뿐이다.

이 시의 첫 장은 문왕이 하늘에서 밝게 빛나고 있음을 말했으나 그 밝게 된 연유는 밝히지 않았고 다음 장은 훌륭한 명성이 그치지 않음을 말하면서도 그 연유는 밝히지 않았다. 네 번째 장에 이르러서야 문왕의 덕이 밝게 빛나고 훌륭한 명성이 그치지 않는 연유를 밝히였다. 그러나 영탄(詠歎)의 말이 많고 덕(德)의 실제를 말한 것은 ‘경(敬)’이라는 한 글자를 넘지 않으니, 그렇다면 뒷 장에서 말한 바 ‘그 덕을 닦아서 의형(儀刑)한다.’한 것을 어찌 능히 다른 것으로써 구하겠는가? 또한 이 경(敬)에 힘 쓸 뿐이라고 했다.

一

文王在上 於昭于天(문왕재상 어소우천)

문왕이 위에 계시니, 아! 하늘에 빛나도다

周雖舊邦 其命維新(주수구방 기명유신)

주나라 비록 오래된 나라이지만, 그 천명을 새롭게 했네

有周不顯 帝命不時(유주불현 제명불시)

주나라 밝지 아니한가, 상제의 명이 때를 맞추었네

文王陟降 在帝左右(문왕척항 재제좌우)

문왕이 오르고 내리시어, 하느님의 좌우에 계시었네

부(賦)다. 어(於)는 감탄사고 소(昭)는 밝음이다. 명(命)은 천명이다. 불현(不顯)은 ‘기불현(豈不顯)’과 같은 말이다. 제(帝)는 상제(上帝)다. 불시(不時)도 역시 ‘기불시(豈不時)’와 같다. 좌우(左右)는 방측(旁側)이다.

주공(周公)이 문왕(文王)의 덕을 추술(追述)하여 주왕실(周王室)이 천명을 받아 상(商)나라를 대신할 수 있었던 유래를 밝히고 성왕(成王)에게 경계했다. 이 장(章)은 문왕이 이미 돌아가심에 그 신령(神靈)이 위에 있어서 하늘에서 소명(昭明)하므로, 이 때문에 주나라 땅이 비록 후직(后稷)이 처음 분봉(分封)된 이후로 천여 년이지만 천명은 지금 받았다고 말했다.

대저 문왕이 저 하늘 위에서 빛난다면 덕이 드러난 바요, 주나라가 비록 오래된 제후국이지만 천명이 새롭다면 그 명이 때에 맞다 할 것이다. 따라서 또한 “주나라가 어찌 드러나지 않으며, 상제의 명이 어찌 때에 맞지 않으랴?”라고 말했다. 아마도 문왕의 신령이 하늘에 있어서 一升一降(일승일강)함에 상제(上帝)의 좌우(左右)에 있지 않을 때가 없으므로, 이 때문에 자손들이 그 복과 은택을 입어 임금이 천하를 둘 수 있다고 했다. ࡔ춘추전(春秋傳)ࡕ에 천자가 제후를 추명(追命)하는 사(詞)에 “숙부(叔父)가 척(陟)하여 우리 선왕(先王)의 좌우에 있어서 상제를 보좌하여 섬긴다.”라고 하였는데, 어의(語意)가 바로 이와 함께 서로 비슷하다. 혹자는 ‘항(降)’은 ‘각(恪)’의 오자라고 의심하였는데, 이치상 그럴지도 모르겠다.

二

亹亹文王 令聞不已(미미문왕 영문불이)

힘쓰시고 힘쓰신 문왕이시어,

어진 소문이 끊이지 않고 들려옵니다.

陳錫載周 侯文王孫子(진석재주 후문왕손자)

큰복을 주나라에 주시어, 문왕의 후손을 도우시니

文王孫子 本支百世(문왕손자 본지백세)

문왕의 자손들, 본손과 지손들이 백세토록 번성하며

凡周志士 不顯亦世(범주지사 불현역세)

무릇 주나라의 신하들도, 또한 대대로 밝지 아니함이 없네

부(賦)다. 미미(亹亹)는 면강(勉强)하는 모습이다. 영문(令聞)은 선예(善譽)로 좋은 평판이다. 진(陳)은 진(陣)과 통하니 펼친다는 뜻이다. 재(哉)는 어조사다. 후(侯)는 유(維)이다. 본(本)은 적자이고 지(支)는 서자다.

문왕이 힘껏 노력하고 순일(純一)함을 그치지 않으니, 사람들이 보기에도 힘쓰는 바가 있었고 덕 닦기를 멈추지 않았으므로,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좋은 평판은 오히려 그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상제께서 주나라에 베풀어 주시니 바로 문왕의 자손들이다. 문왕의 적자로 하여금 백세에 이르도록 천자로 삼고 서자들은 백세에 이르도록 제후를 삼으시며, 또한 그 신자(臣子)들에게까지 미쳐서 모든 주나라의 선비들로 하여금 세세(世世)토록 덕을 닦아서 주나라와 함께 그 아름다움에 짝하게 했다고 했다.

三

世之不顯 厥猶翼翼(세지불현 궐유익익)

세상은 밝지 아니한가? 그들은 더욱 신중하네

思皇多士 生此王國(사황다사 생차왕국)

훌륭한 많은 신하들이, 이 왕국에서 태어났네

王國克生 維周之楨(왕국극생 유주지정)

이 왕국에서 태어났음은, 주나라의 기둥일세

濟濟多士 文王以寧(제제다사 문왕이녕)

많은 어진 선비들 있으니, 문왕은 편안하시라

부(賦)다. 유(猶)는 모(謀)요, 익익(翼翼)은 면경(勉敬)함이다. 사(思)는 어사(語辭)요, 황(皇)은 아름다움이요, 정(楨)은 간(榦)으로 근간(根幹)이다. 제제(濟濟) 인재들이 즐비하다는 뜻이다.

○ 이것은 앞 장에 이어서“대대로 전해짐이 어찌 드러나지 않으랴? 그 계책이 모두 힘쓰고 공경하기를 이와 같이 아름답도다! 아 저 많은 현사들이여, 문왕의 나라에서 태어난 저 많은 현사들이여! 족히 나라의 줄기가 되어 문왕 또한 이들에 의지하여 편안하리라!”라고 했으니 이는 문왕이 현사들을 많이 얻어 필시 대대로 천명이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四

穆穆文王 於緝熙敬止(목목문왕 어집희경지)

슬기로운 문왕이시어, 아 끊임없이 힘써 공경하셨네

假哉天命 有商孫子(가재천명 유상손자)

큰 하늘의 명령은, 상나라 자손에게 있었네

商之孫子 其旅不億(상지손자 기여불억)

상나라의 자손은, 그 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으나

上帝旣命 侯于周服(상제기명 후우주복)

상제가 이며 명하여, 주나라에 복속토록 하셨네

부다. 목목(穆穆)은 목목(睦睦)의 가차로 장엄(莊嚴)하고 아름다움 모습이다. 집희(緝熙)는 광명(光明)의 뜻으로 아름다운 문왕의 덕이다. . 지(止)는 어사(語辭)다. 가(假)는 큼이고 려(麗)는 수(數)다. 불억(不億)은 그 숫자가 억(億)에만 머물지 않고 무한히 무한히 번창한다는 뜻이다.

○ 장엄하고 아름다운 문왕의 덕을 그치지 않고 공경함이다. 때문에 천명이 이곳에 임했음을 상나라의 자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상나라 후손들도 억(億)에만 그치지 않고 번성했지만 상제의 명이 문왕에게 임했음으로 지금은 그들 모두가 주나라에 복종하고 있음이다.

五

侯服于周 天命靡常(후복우주 천명미상)

주나라에 복속토록 하였으나

천명은 아직 정해졌다고 말할 수 없네

殷士膚敏 祼將于京(은토부민 관장우경)

은나라의 훌륭한 선비들도

경사(京師)에 들어와 강신술을 따르며 제사를 돕네

厥作祼將 常服黼冔(궐작나장 상복보후)

그들이 강신술을 올릴 때,

항상 은나라 복장을 입고 관을 썼네

王之藎臣 無念爾祖(왕지진신 무년이조)

왕의 진실한 충신들은, 그대들 조상의 일을 잊지 말라

부다. 제후국의 대부들이 천자의 나라에 입조하여 벼슬을 사는 인사들은 모사(某士)라 하고, 주나라에 들어가 신속(臣屬)한 은나라 인사들은 은사(殷士)라 했다. 부(膚)는 미(美)고, 민(敏)은 재빠름이다. 관(祼)은 울창주(鬱鬯酒)를 땅에 부어서 신령을 부르는 행위다. 장(將)은 행(行)함이니, 술잔질을 해서 신령을 돌려보내는 행위다. 경(京)은 주나라의 경사(京師)로 왕도(王都)다. 보(黼)는 보상(黼裳)이고, 후(冔)는 은나라 사람들이 쓰는 관이다. 은나라 자손들은 선대의 후광으로 주나라 왕실의 손님이 되었고 또 주왕이라도 감히 이를 바꾸지 못하게 한 이유는 은나라의 일을 경계로 삼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왕은 성왕(成王)을 말한다. 진(藎)은 진(進)으로 나아감이니, 신하들의 마음이 두텁고 끊임없는 충성과 자애를 뜻한다. 무념(無念)은 ‘기득무념(豈得無念)과 같은 말로 ’ 어찌 조상의 일을 잊을 수 있겠는가?이다. 이조(爾祖) 문왕이다.

○상나라의 자손들이 주나라에 신속(臣屬)된 것은, 천명이란 어느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나라의 선비들이 주나라 경사에 들어가 제사를 도울 때 상나라의 제복(祭服)을 입었다. 이에 은나라 선비들이 충성스럽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진진불이(進進不已)하는 모습을 본 주왕이 불러 말하기를 “우리 할아버지 문왕의 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랴?” 했으니, 이는 아마도 왕을 경계면서도 감히 직접적으로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니, “복부(僕夫)에게 감히 고한다.”라고 함과 같은 경우다.

전한(前漢)의 유향(劉向)이 말했다. “공자께서 시를 강론하다가 ‘은사부민(殷士膚敏) 관장우경(祼將于京)’의 구절에 이르자 한숨을 쉬면서 탄식하며 말씀하셨다. ‘크도다. 천명이여! 선(善)을 후사(後嗣)에게 전할 수 있음여! 이 때문에 부귀가 무상하게 되었도다!’ 아마도 은나라의 후예 미자(微子)가 주나라를 섬기게 된 운명을 슬퍼하고 은나라가 망한 일을 애통해 하셨음이다.

六

無念爾祖 聿脩厥德(무념이조 율수궐덕)

그대들 조상을 잊지 말고, 진실로 덕 닦기를 바라네

永言配命 自求多福(영언배명 자구다복)

길이길이 하늘의 명을 받들어, 스스로 많은 복을 구할지니

殷之未喪師 克配上帝(은지말상사 극배상제)

은나라가 아직 없어지지 않았을 때는, 상제의 명에 부합하더니

宜鑒于殷 駿命不易(의감우은 준명불이)

마땅히 은나라를 거울삼을 지어다! 큰 명은 쉽지 않다네

부다. 율(聿)은 발어사(發語辭)다. 영(永)을 장(長)이고 배(配)는 합(合함)이다. 명(命)은 천리(天理)이고 사(師)는 무리이다. 상제는 하늘의 주재자(主宰者)이다. 준(駿)은 큼이고 불이(不易)는 어려움이다.

○“너의 할아버지를 생각한다면 스스로 덕(德)을 닦아야 하고, 또한 항상 스스로를 성찰(省察)하여 행(行)하는 바로 하여금 천리(天理)에 합치되지 않음이 없다면 성대한 복이 나로부터 이루어져서 밖에서 구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은나라가 천하를 잃지 않았을 때에는 그들의 덕이 족히 상제의 뜻에 부합했었는데, 지금은 그 자손들은 주나라의 신하가 되었으니 마땅히 그 일을 감계(鑑戒)로 삼아 스스로 반성해야 할 것이다. 진실로 천명은 지키기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ࡔ대학전(大學傳)ࡕ의 “대중의 마음을 얻으면 나라를 얻고 대중의 마음을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得衆則得國失衆則失國].”라는 구절은 이 일을 두고 한 말이다.

七

命之不易 無遏爾躬(명지불이 무알이궁)

하늘의 명 지키기가 쉽지 않으니, 그대의 대에서 끊지 말라

宣昭義問 有虞殷自天(선소의문 유우은자천)

좋은 소문나게 하고, 은나라의 흥망 하늘에 의한 줄 알라

上天之載 無聲無臭(상천지재 무성무취)

하늘의 하시는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어라

義刑文王 萬邦作孚(의형문왕 만방작부)

문왕을 거울 삼아 따르면, 온 세상이 믿고 따르리!

부다. 알(遏)은 끊음이고 선(宣)은 폄이며 소(昭)는 밝음이요, 의(義)는 선(善)이다. 문(問)은 문(聞)과 통하고 유(有)는 우(又)와 통한다. 우(虞)는 헤아림이고, 재(載)는 사(事)요, 의(儀)는 형상함이며, 형(刑)은 법으로 삼이고 부(孚)는 미더움이다.

○ 천명은 지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은주(殷紂)처럼 스스로 하늘에서 천명이 끊어지게 만들지 말고, 훌륭한 명성을 천하에 밝혀 은나라가 흥하고 망한 연유를 헤아려서 하늘에 절충(折衷)한 것이다. 그러나 하늘의 일은 일은 소리와 냄새가 없어서 헤아리기가 불가하니, 오직 문왕에게서 법(法)을 취한다면 만방이 흥기하여 믿을 것이다. 자사(子思)가 “‘천명이 목목하여 그치지 않는다.’라고 한 말은 아마도 하늘이 하늘일 수 있는 연유를 말한 것이고, ‘ 아! 드러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순일(純一)한 문왕의 덕이여!’라는 말은 아마도 문왕이 문왕일 수 있게 된 연유는 순일(純一)함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하셨으니, 대저 하늘이 하늘일 수 있는 이치를 알며, 문왕이 문왕일 수 있는 이치를 안다면, 하늘과 덕(德)을 한가지로 부합되게 한 자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文王은 七章인데, 章 八句이다.

- 문왕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