匏有苦葉(포유고엽)

- 박에는 쓴 잎이 있고 -

一

匏有苦葉(포유고엽)

박에는 쓴 잎이 있고

濟有深涉(제유심섭)

나루터에는 깊은 여울이 있네

深則厲(심즉려)

물 깊으면 옷 입은 채로 건너고

淺則揭(천즉게)

물 얕으면 옷 걷고 건너네

비(比)다. 포(匏)는 박이다. 박의 속은 써서 먹을 수 없고 다만 허리에 차고 물을 건널 때 사용할 뿐이다. 그러나 아직 잎이 있다면 지금 쓰지 못할 때이다. 제(濟)는 건너는 곳이다. 걸어서 물을 건너는 행위를 섭(涉)이라 하고, 옷입은 채로 건너는 행위를 려(厲), 옷을 것고 건너는 것을 게(揭)라 한다.

○ 이 시는 남녀의 음란(淫亂)한 풍속을 풍자했다. “ 박을 쓸 수 없거늘 건널 곳이 바야흐로 깊으니, 나그네는 마땅히 그 잔심을 헤아린 후에야 건널 수 있듯이 남녀(男女)가 사귈 때에도 마땅히 예의를 갖춘 다음 행해야한다고 비유했다.

二

有瀰濟盈(유미제영)

물이 가득한 나무는 물결치고

有鷕雉鳴(유요치명)

까투리는 울고있네

濟盈不濡軌(제영불유궤)

물이 가득차 있어도 수레 안 젖고

雉鳴求其牡(치명구기모)

까투리는 숫컷 찾아 운다네

비(比)이다. 미(瀰)는 물이 가득한 모양이다. 요(鷕)는 자웅(雌雄)이 내는 소리이다. 궤(軌)는 수레바퀴 자국이다. 날짐승을 자웅(雌雄)이라 하고 걸어 다니는 것을 빈모(牝牡)라 한다.

○ 건너는 곳에 물이 가득하면 반드시 그 바퀴를 적시게 되고 꿩이 우는 이유는 수꿩을 찾기 위해임은 세상이 돌아가는 법칙임에도 지금 건너려하는 곳은 물이 가득한데도 수레바퀴를 적시지 않는다 하고 꿩이 울면서 그 수컷을 구하니, 음란한 사람이 예의를 헤아리지 않고서 배우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부정하게 서로 구함을 비유한 것이다.

三

雝雝鳴雁(옹옹명안)

기러기는 기럭기럭 울고

旭日始旦(욱일시단)

아침 햇살 밝게 비춰 날이 세네

士如歸妻(사여귀처)

장가들기 위해 기다리는 총각있으면

迨氷未泮(태빙미반)

이 얼음 녹기 전에 하오

부(賦)다. 옹옹(雝雝)은 평화롭게 울어대는 소리다. 안(雁)은 새 이름이니 거위와 비슷하고 추위를 두려워하여 가을에 남쪽으로 갔다가 봄에는 북쪽으로 올라간다. 욱(旭)은 해가 처음 나오는 모양이다. 혼례(婚禮)에 채납할 때에 기러기를 쓰고, 친영(親迎)은 저녁에 하고 납채(納采)와 청기(請期)는 아침에 한다. 귀처(歸妻)는 얼음이 풀릴 때 하고 납채와 청기는 얼음이 풀리지 않을 때 한다.

○ “ 옛날 사람들은 혼인을 청할 때 갑자기 하지 않고 예의를 갖춰 절제했음으로 이와 같이 심히 음란한 풍속을 풍자했다.”

四.

招招舟子(초초주자)

어서 오라 손짓하는 저 사공이여

人涉卬否(인섭앙부)

다른 사람들은 건너도 나는 건너지 않겠소

人涉卬否(인섭앙부)

다른 사람들은 건너도 내가 건너지 않은 것은

卬須我友(앙수아우)

내 벗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라네

비(比)이다. 초초(招招)는 고함쳐 부르는 모양이다. 주자(舟子)는 뱃사람이니 나루를 건너 주는 사람이다. 앙(卬)은 나이다.

○ 뱃사람이 사람을 불러 건너 줄 때에 사람들이 모두 달려가지만 나만 홀로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내 친구를 기다린 후에 건너려 함이다. 남녀가 반드시 그 배우(配偶)를 기다려서 서로 쫓을 것을 비유하여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예절을 벗어난 행위를 풍자했다.

匏有苦葉 四章이니, 章 四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