旄丘(모구)

- 높은 언덕 -

一

旄丘之葛兮(모구지갈혜)

언덕 위의 저 칡넝쿨이여

何誕之節兮(하탄지절혜)

마디마디 길어졌다

叔兮伯兮(숙혜백혜)

내 형제들이여

何多日也(하다일야)

어찌하여 날이 많이 걸리는가?

흥(興)이다. 앞이 높고 뒤가 내려간 지형을 모구(旄丘)라 한다. 탄(誕)은 넓음이고 숙백(叔·伯)은 위(衛)나라의 여러 신하들이다.

○ 구설에 여(黎)나라의 신하들이 오래도록 위나라에 의탁하여 살다가 시물(時物)이 변했다고 생각하고 모구에 올라 그 칡이 장대하며 마디가 성글고 넓은 것을 보고 흥을 일으켜 “ 모구의 칡은 어찌 그 마디가 넓은가? 위나라 여러 신하들은 어찌 그리도 많은데 구제받지 못하는가?라고 말했다. 이 시는 원래 위나라 군주를 책했는데 다만 그 신하만을 배척했으니 우유(優柔)하여 박절하지 않음을 볼 수 있다.

二

何其處也(하기처야)

어디에 계시나요?

必有與也(필유여야)

필시 돕는 나라 있겠지요

何其久也 (하기구야)

어찌 그리 오래 걸리나요?

必有以也(필유이야)

필시 무슨 까닭 있겠지요.

부(賦)이다. 처(處)는 편안히 거함이다. 여(與)는 다른 나라에 더불어 삼이다.

○ 전장의 “ 어찌하여 날이 많이 걸리는가(何多日也)?”라고 말하고 본장의 “ 어찌 편안히 거(居)하면서 돌아오지 않는가(何其久也). 생각건대 반드시 돕는 나라가 있을 것이다(必有與也), “ 어찌 오래도록 오지 않는가. 생각건대 그 혹여 다른 이유가 있어서 올 수 없는가.”라 말했으니 이 시는 이처럼 사람의 감정을 곡진(曲盡)하게 표현했다.

三

狐裘蒙戎(호구몽융)

여우 갖옷 이미 해어지고

匪車不東(비거부동)

수레는 동쪽에서 오지 않네

叔兮伯兮(숙혜백혜)

형제들이여!

靡所與同(미소여동)

나와 함께 가지 않으려나?

부(賦)다. 대부는 호창구(狐蒼裘)라는 갖옷을 입는다. 몽융(蒙戎)은 옷이 어지러이 헤진 모습을 말한다.

○ 또 스스로 말하기를, “ 객지 생활이 오래되어 갖옷이 해졌는데, 어찌 수레를 동쪽으로 몰아 너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 않겠느냐만, 다만 숙백(叔伯)의 마음이 나와 같지 않아 비록 가서 고하지만 즐겨 가지 않았다. ”라고 말하니 비로소 은미하게 풍자했다. 혹자는 “ 호구(狐裘)가 몽융(蒙戎)하다고 한 말은 위나라 대부의 어지러운[憒亂] 마음을 기롱한 것이고 비거부동(匪車不動)은 즐거운 마음으로 수레를 몰고 동쪽으로 달려와 나를 구하지 않음을 말한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사람이 기꺼이 함께 오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 ”라 하였으니, 지금 살펴보건대 여(黎)나라가 위(衛)나라 서쪽에 있었으니 앞의 말한 바가 옳은 것 같다.

四

𤨏兮尾兮(쇄혜미혜)

초라하기 짝이 없는

流離之子(유리지자)

유랑객 신세로다!

叔兮伯兮(숙혜백혜)

형제들이여!

褎如充耳(포여충이)

내 말 좀 들어보지 않겠나?

부(賦)다. 𤨏(쇄)는 여윔이고, 尾(미)는 끝이다. 流離(유리)는 고향을 떠나 유랑함이다. 褎(포)는 웃는 모양이고 充耳(충이)는 귀를 막음이다. 귀가 먹은 사람은 항상 웃음이 많다.

○ “ 黎(여)나라의 군주와 신하들이 유랑객이 되어 초라하기 그지없는 불쌍한 신세로 전락함에 위(衛)나라의 여러 신하들이 귀를 막고서는 마치 듣지 못하는 것과 같이 행동함은 어째서인가.”라고 했다. 流離(유리)되어 患難(환난)을 겪은 처지에 그 말이 조리가 있고 박절하지 않으니 그 사람 됨됨이를 알 수 있다.

旄丘 四章이니, 章 四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