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風3.邶風6

擊鼓(격고)

-둥둥 울리는 북소리 -

위(衛)나라의 변경을 지키던 수졸이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처지를 한탄한 시다. 시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 관해서는 《모서(毛序)》, 《정전(鄭箋)》, 《삼가시(三家詩)》모두가 춘추(春秋) 노은공(魯隱公) 4년 (기원전 719년) 여름 위공자 주우(州吁)가 자신의 이복형 위환공(衛桓公)을 시해하고 자립한 후에 국인들의 이목을 돌리기 위해 송(宋), 진(陳), 채(蔡) 삼국과 연합하여 정나라를 정벌할 때라는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청말의 시경학자 왕선겸(王先謙)도 《당서재상세계표(唐書宰相世系表)》의 기록에 근거 시에 등장하는 손자중(孫子仲)은 주우와 동시대에 활약했던 공손문중(公孫文仲)이라고 고증했다. 그러나 청인 요제항(姚際恒)은 그의 저서 《시경통론(詩經通論)》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위목공(衛穆公)이 청구지맹(淸丘之盟)의 맹약을 깨고 당시 송나라의 침략을 받고 있던 진(陳)나라를 구원하기 위해 수행한 군사작전으로 피로에 지친 백성들이 그 일을 원망하여 이 시를 지었다. 그때 위나라에는 손환자(孫桓子) 량부(良夫), 량부의 아들 손림보(孫林父)라고 있었다. 손량부는 위나라를 위해 충성했음으로 대부가 되었고 그의 아들 손림보는 량부의 경(卿)을 이어받아 위나라의 정사를 맡아보았다. 위목공이 죽자 그 뒤를 이은 정공(定公)이 림보를 싫어했음으로 나라 밖으로 도망쳤다. 그래서 손자중이라는 사람은 손량부를 말아하는지 혹은 그의 아들 손림보를 말하는지 확실치 않다.」

위목공 희속(姬遬)은 기원전 599년에 즉위하여 589년에 죽은 위나라의 23대 군주다. 그리고 청구회맹(淸丘會盟)은 기원전 597년 겨울 당진(唐晉)의 집정 선곡(先穀)의 주도 하에 위나라 대부 공달(孔达) 송나라 대부 화초(华椒) 및 조나라 대부가 지금의 하남성 복양시(濮陽市) 동쪽의 위나라 령인 청구(淸丘)에서 회맹을 열고 정나라를 정벌하기로 결의한 회맹이다.

一

擊鼓其鏜(격고기당)

북소리 둥둥울리니

踊躍用兵(용약용병)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병기를 휘두른다.

土國城漕(토국성조)

도성에서 흙일을 하고 조읍에서 성을 쌓거늘,

我獨南行(아독남행)

나는 홀로 남쪽으로 원정을 떠나노라.

○부(賦)다. 鏜(당)은 북치는 소리다. 踊躍(용약)은 앉았다 일어났다하면서 치고 찌르는 모습니다. 兵(병)은 창 등의 병장기를 말하고 土(토)는 흙손일이고 國(국)은 나라의 도성으로 국내에서 도성을 쌓는 일에 노역하는 漕城(조성)은 지금의 하남성 복양시(濮陽市) 부근의 조(漕) 땅에 성을 축조하는 노역이다.

○전쟁터에 나간 위나라의 백성이 혹은 도성에서 토공일을 하기도 하며 혹은 조읍에서 성을 쌓기도 하는데, 자신은 홀로 남쪽의 전쟁터로 원정 나가 칼이나 화살촉에 맞아 목숨을 잃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위태롭고 괴로움 심정을 노래했다.

二

從孫子仲(종손자중)

손자중을 따라가서

平陳與宋(평진여송)

진나라와 송나라를 화평케했으나

不我以歸(불아이귀)

나와 더불어 돌아갈 수 없으니

憂心有忡(우심유충)

근심하는 마음으로 서글프다.

○부(賦)다. 손(孫)은 성이고 자중(子仲)은 자로 당시 원정군의 장수다. 평(平)은 화(和)함이니 진(陳)나라와 송(宋)나라를 우호케 함이다. 춘추 은공(隱公) 4년, 위환공(衛桓公) 완(完)을 죽이고 스스로 군주의 자리에 오른 주우(州吁)가 외국에 무력을 과시하여 국내의 백성들에게 위엄을 보이기 위해 송(宋) ․ 위(衛) ․ 진(陳) ․ 채(蔡)의 군사를 빌려 정(鄭)나라를 쳤던 일을 말한다. 이는 ‘평화조약을 이미 맺어 전쟁이 끝났는데 왜 나를 데리고 돌아가지 않는가?’하고 서글퍼서 하는 말이다.

三

爰居爰處(원거원처)

여기저기 흩어져 지내다가

爰喪其馬(원상기마)

타던 말도 잃어버리고

于以求之(우이구지)

이리저리 찾아 헤매다가

于林之下(우림지하)

숲속에서 찾았네

○부(賦)다. 爰(원)은 于是(우시)로 위나라 사람이 전쟁에 나가 于是居處(우시거처) 즉 여기저기 居(거)하고 處(처)하다가 말을 잃어버렸다. 말을 찾아 숲속을 헤매며 대오를 잃고 위치를 이탈하여 전의를 상실한 마음을 노래했다.

四

死生契闊(사생계활)

생사를 같이하자고

與子成說 여자성설)

그대와 다짐했고

執子之手(집자지후)

그대의 손을 잡으며

與子偕老(여자해로)

백년해로 약속했지.

○부(賦)다. 契闊(계활)은 막혀서 멀다는 뜻이다. 成說(성설)은 혼인서약을 지켰다는 말로 즉 약속대로 혼인을 이루었음이다.

○군역을 나갔던 사람이 집을 생각하고, 옛날 혼인할 때, 죽거나 살거나, 가깝고 멀고 간에 어디에 살거나, 서로 잃어버리거나 버리지 않기로 더불어 손을 잡고 해로하기로 기약했다.

五

于嗟闊兮(우차활혜)

아아, 멀리 떨어짐이여!

不我活兮(불아활혜)

내가 같이 못함이여!

于嗟洵兮(우차순혜)

아아 약속함이여,

不我信兮 불아신혜

내가 약속을 지키지 못함이여!

○부(賦)다. 우차(于嗟)는 탄식하는 말이라. 활(闊)은 계활(契闊)로 멀리 떨어짐이고 활(活)은 같이 사는 것이다. 순(洵)은 약속을 지킴이다. 신(信)은 ‘펼 신(伸)’과 통한다.

○옛날에 계활(契闊)을 하자고 약속했거늘 지금은 같이 살지 못하고, 해로의 약속을 했거늘 지금은 지키지 못하니, 그 뚯은 필시 자신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게 되어 아내와 전에 한 해로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음을 탄식했다.

격고는 5장(章)에 매장 4구(句)로 소서(小序)에 ‘주우(州吁)를 원망하는 시다’라고 했다. 군사를 동원하여 폭란을 일으킨 주우가 공손문중을 장수로 삼아 진(陳)과 송(宋) 두 나라를 평정케 하자 국인들이 그 무례함을 들어 원망했다. 후에 진나라와 힘을 합해 정나라를 정벌하려고 했다. 진나라는 위환공의 외가였음으로 위나라의 대부 석작(石碏)이 위후와 공모하여 주우를 유인하여 복양(濮陽)에서 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