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門(북문)

- 북문을 나서서 -

一

出自北門 憂心殷殷(출자북문 우심은은)

북문을 나서니 근심걱정 가득하네

終寠且貧 莫知我艱(종루차빈 막지아간)

초라하고 가난한 내 신세

그 누가 내 어려움 알아줄까?

已焉哉 天實爲之(이언재 천실위지)

차라리 생각하지 말자, 하늘의 뜻이거늘

謂之何哉(위지하재)

어찌할 수 없지 않은가?

비(比)다. 북문(北門)은 양지를 등지고 음지를 향한 것이다. 은은(殷殷)은 근심함이다. 구(寠)란 가난하여 예의를 차리지 못함이다.

○ 위나라의 현자가 란세에 처하고 암군을 섬겨 그 뜻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스스로 북문으로 나와 읊으며 스스로를 비(比)하여 자신의 빈구(貧窶)함을 탄식했다.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차마 남들에게 알리지 못하고 하늘에 호소한 것이다.

二

王事適我(왕사적아)

나라 일이 내게 맡겨져

政事一埤益我(정사일비익아)

정사는 더욱 늘어만가고

我入自外(아입자외)

밖에서 집에 들어가면

實人交徧讁我(실인교편적아)

집사람은 나를 나무라기만하네

已焉哉 天實爲之

어쩔 수 없지! 하늘이 이렇게 정하신 것을

謂之何哉

내가 어찌하겠는가?

부(賦)다. 왕사(王事)는 왕명으로 하는 나라일이다. 적(適)은 감이다. 一은 개(皆)와 같다. 비(埤)는 두터움이고, 실(室)은 집이요, 적(讁)은 책망함이다.

○ 왕사(王事)가 이미 나에게 맡겨지고, 정사(政事)가 일체 나에게 더욱 더해져 그 수고가 이루 말할 수 없으나 나의 빈구(窶貧)함만 더해질 뿐이다. 그래서 아내가 편안해 할 수 없어서 서로 돌아가면서 나를 꾸짖음에 이르렀다. 안팎으로 곤고(困苦)함이 극에 달함이다 .

三

王事敦我(왕사돈아)

나라 일 모두 내가 맡아

政事一埤遺我(정사일비유아)

정사는 모두 나에게만 던져지네

我入自外(아입자외)

밖에서 집에 들어가면

實人交徧催我(실인교편최아)

집사람은 나를 책망하기만 하네

已焉哉 天實爲之(이언재 천실위지)

어쩔 수 없지! 하늘이 이렇게 정하신 것을

謂之何哉(위지하재)

내가 어찌할 수 있겠는가?

부(賦)다. 돈(敦)는 투척(投擲)과 같다. 유(遺)는 더함이요, 최(摧)는 막음이다 .

北門 三章이니, 章七句이다.

송인 양시(楊時)가 말했다. “ 충신(忠信)으로 대하고 녹(祿)을 중하게 주는 목적은 선비로 하여금 권면(勸勉)케 함이다. 위나라의 충신이 가난하여 예의조차 차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그의 간난(艱難)함을 알지 못한다면 선비가 벼슬을 살아도 뜻을 얻지 못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옛 선왕(先王)들은 신하 보기를 수족(手足)과 같이하셨으니 어찌 버려두고 신하들의 간난(艱難)함을 알지 못했겠는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일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면서 그 원인을 하늘에 돌렸으니 충신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