邶風(패풍)

패(邶)·용(鄘)·위(衛)는 기주(冀州)에 봉해진 제후국의 이름이다. 서쪽으로는 태항산(太行山) 자락까지, 북쪽으로는 형장(衡漳)을 넘고, 동남쪽으로는 황하 유역을 차지하여 연주(兗州), 상토(桑土)의 들에까지 미쳤다. 상나라가 후반기에 이르러 반경제(盤庚帝)가 도읍을 옮기고 주제(紂帝)에 이르렀다가 주무왕에 의해 망하고 그 구토에 주제의 아들 무경(武庚) 녹보(綠父)를 봉해 은나라의 선조들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했다. 주무왕은 은나라의 고토를 도성 조가(朝歌) 이북의 땅을 패(邶), 남쪽을 용(鄘), 동쪽을 위(衛)라 하여 각각 제후로 봉했으나 패와 용 땅에 책봉한 나라는 자세히 전하지 않고 단지 무왕의 아우 강숙(康叔)이 책봉된 위나라 만이 상세하게 전해진다. 위는 본래 하북에 도읍하니 조가의 동쪽이고, 기수(淇水)의 북쪽이며, 백천(百泉)의 남쪽이다. 그 후 언제 패와 용의 땅이 위나라에 합쳐졌는지 전해지지 않고 의공(懿公) 때에 이르러 적인(狄人)의 침입으로 의공은 싸움 주에 죽고 조가가 함락되어 나라가 망하게 되었다. 이에 의공의 아들 대공(戴公)이 일족을 이끌고 황하를 건너 동쪽으로 나아가 조읍(漕邑)의 들판에서 거하며 나라를 다시 세웠다. 대공이 죽고 문공(文公)이 다시 제환공의 도움으로 초구(楚丘)에 성을 쌓아 도성으로 삼았다. 상나라가 도성으로 삼은 조가의 고성(故城)은 지금의 하남성 안양시(安陽市) 소둔촌(小屯村)이고 위나라의 고성은 하남성 기현(淇縣) 경내다. 조읍과 초구는 지금의 활현(滑縣)과 복양(濮陽) 사이의 땅이다.

柏舟(백주)

- 둥둥 뜬 저 잣나무배 -

서정과 문체가 모두 뛰어난 시다. 남편에게 버림받아 불운을 당한 여인이 그 고통을 하소연할 데가 없음을 한탄한 시다. 송의 주희(朱熹)는 위장공(衛莊公)의 부인 장강(莊姜)이 이 시를 포함하여《燕燕》、《終風》,《綠衣》,《日月》의 작자라고 추정했다.

제나라 공녀로 고귀한 출신의 장강은 위후(衛侯)의 부인으로 시집갔으나 결혼 후에 아들을 낳지 못한 나머지 영락하여 불행한 신세가 되었다. 위장공은 후에 아들을 얻기 위해 진(陳)나라의 공녀 려규(厲嬀)를 얻고 다시 려귀의 동생 대규(戴嬀)를 맞이했다. 성격이 난폭했던 위장공은 유난히 장강을 냉대했다. 용모가 아름다운 장강은 매일 기나긴 밤을 외로운 등불과 함께 춥고 깊은 궁궐에서 혼자서 보내야만 했다. 위장공은 위무공(衛武公)의 아들로 기원전 757년에 위후의 자리에 올라 기원전 735년 죽었다. 사기(史記) 위세가(衛世家)에 위장공에 대한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 장공 5년 기원전 753년, 장공이 제나라 여인을 취하여 부인으로 삼았다. 제녀는 미인이었으나 자식을 낳지 못했다. 장공이 다시 진(陳)나라 여인은 취하여 부인으로 삼아 아들 하나를 얻었으나 어려서 죽고 말았다. 진녀의 여동생 역시 장공의 총애를 받아 아들을 하나 낳아 이름을 완(完)이라고 했다. 완이 어렸을 때 그 모친이 죽자 장공은 제녀에게 완을 주어 기르도록 했다. 장공은 완을 태자로 삼았다. 장공이 다시 총애하던 첩 사이에 아들을 하나 얻어 이름을 주우(州吁)라 했다.

장공 18년 기원전 740년, 장공은 장성하여 군사의 일을 즐겨하던 주우를 군대를 이끄는 장군에 임명했다. 위나라의 상경(上卿) 석작(石碏)이 장공에게 간언했다.

“ 군사의 일을 즐겨하는 첩 소생의 아들을 장군으로 임명한 처사는 장차 큰 화란의 단초가 될 것입니다.”

장공이 석작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장공이 재위 23년 만인 기원전 735년에 죽자, 태자 완(完)이 그 뒤를 이었다. 이가 위환공(衛桓公)이다.

환공 2년 기원전 733년, 주우가 교만사치하고 황음방탕하자, 환공이 그의 직위를 파하고 쫓아냈다. 주우는 나라 밖으로 달아났다. 환공 13년 기원전 722년, 정백(鄭伯)의 동생 단(段)이 그의 형 장공(莊公)을 공격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달아나자 주우가 단에게 청하여 우호를 맺었다. 환공 16년 기원전 719년, 위나라의 도망자들을 규합한 주우가 환공을 습격하여 죽이고 스스로 위후의 자리에 앉았다. 이에 정백의 동생 단이 정나라를 정벌해 줄 것을 주우에게 청했다. 주우는 다시 송(宋), 진(陳), 채(蔡) 등의 나라에 사자를 보내 단을 지지해 줄 것을 청했다. 대부분의 위나라 사람들은 새로 즉위한 주우가 전쟁을 좋아하고 더욱이 환공마저 살해했음으로 미워했다. 환공의 모친이 진나라 출신임을 생각한 석작은 주우를 거짓으로 받든 다음, 위나라의 군대를 이끌고 정나라 도성의 교외로 출전하여 진나라 군주와 주우를 토벌할 계책을 세웠다. 석작은 군대의 양식을 보낸다는 구실로 우재추(右宰醜)를 보내, 복양(濮陽)에서 주우롤 습격하여 죽이고 형(邢)나라에 망명하고 있던 환공의 동생 공자진(公子晉)을 모셔와 위나라 군주 자리에 앉혔다. 이가 위선공(衛宣公)이다. “

一

汎彼柏舟 亦汎其流(범피백주 역범기류)

저 잣나무로 만든 배여, 물위로 둥둥 떠내려가네!

耿耿不寐 如有隱憂(경경불매 여유은우)

마음을 졸여 잠 못 이룸은 말 못할 근심 때문인 듯하지만

微我無酒 以敖以遊(미아무주 이오이유)

술이 없어도 내 즐길 수 있음이라!

비(比)다. 汎(범)은 배 따위가 강물 위에 둥둥 떠내려가는 모습이다. 백(柏)은 잣나무다. 경경(耿耿)은 마음을 졸이며 근심하는 모습이다. 은(隱)은 가슴 속에 숨긴 생각이다. 미(微)는 비(非)와 같다.

○ 지아비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부인이 자신을 백주(栢舟)에 비교했다. “잣나무로 만든 배는 견고하고 치밀하다. 그런데 배를 탄 사람이 돌보지 않아 다만 강 가운데에 둥둥 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마음 속에 깊은 근심이 있으나 술이 없어 즐기고 달래어 풀지 못한다.”라고 했다. 󰡔열녀전(烈女傳)󰡕에 “어조로 미루어보면 공손하고 부드러우며 또한 변풍(變風)의 처음에 있으니 어쩌면 위장공의 부인 장강(莊姜)의 작품인지도 모르겠다.”라고 했다.

二

我心匪鑒 不可以茹(아심비감 불가이여)

내 마음 거울이 아니니 님의 마음 비출 수 없고

亦有兄弟 不可以據(역유형제 불가이거)

형제가 있다하나 의지할 바가 못 되니

薄言往愬 逢彼之怒(박언왕소 봉피지노)

찾아가서 하소연한들 오히려 노여움만 산다네!

부(賦)이다. 감(鑒)은 거울이고, 여(茹)는 헤아림이며. 거(據)는 의지함이요, 소(遡)는 고(告)이다.

“나의 마음은 거울이 아니니 물건을 헤아릴 수 없고, 비록 형제가 있다하나 의지할 수 없다. 그래서 친정에 돌아가 고한다 한들 오히려 노여움만 살 뿐이다.”라고 했다.

三

我心匪石 不可轉也(아심비석 불가전야)

내 마음 돌이 아니니 굴릴 수도 없고

我心匪席 不可卷也(아심비석 불가권야)

내 마음 멍석이 아니어서 둘둘 말지도 못하네

威儀棣棣 不可選也(위의체체 불가선야)

체통을 지키자니 굽힐 수는 더욱 없음이라!

부(賦)다. 체체(棣棣)는 의젓하고 위엄을 갖춘 모습이고 선(選)은 간택(簡擇)이다.

○ “돌은 굴릴 수 있으나 나의 마음은 돌릴 수 없고, 멍석은 말아둘 수 있으나 나의 마음은 말아둘 수 없다. 위엄과 예의를 결코 선하게 하지 않을 수 없어 간택취사(簡擇取舍)할 수 없다.”라고 했다. 모두 스스로를 돌이켜 봄에 빠짐이 없다는 뜻이다.

四

憂心悄悄 慍于群小(우심초초 온우군소)

내 마음 시름에 잠겨 하찮은 무리들의 원망만 사네

覯閔旣多 受侮不少(구민기다 수모불소)

쓰라린 일 많아 받은 수모 적지 않다네

靜言思之 寤辟有摽(정언사지 오벽유표)

조용히 생각해보니 잠 못 이루고 가슴만 친다네

부(賦)다. 초초(悄悄)는 근심하는 모습이다. 온(慍)은 노(怒)한 모양이요, 군소(群小)는 여러 첩들이니, 여러 첩들에게 노여움을 받고 있음을 말했다. 구(覯)는 봄이요, 민(閔)은 병듦이요, 벽(辟)은 가슴을 두드림이요, 표(摽)는 가슴을 치며 답답한 마음을 호소하는 모습이다.

五

日居月諸 胡迭而微(일거월제 호질이미)

저 해야, 저 달아, 어찌하여 번갈아 가며 이지러지는가?

心之憂矣 如匪澣矣(심지우의 여비한의)

마음은 근심에 쌓여 때 묻은 옷과 같네

靜言思之 不能奮飛(정언사지 불능분비)

조용히 생각해보지만 새처럼 날지 못하는 신세가 한스럽구나!

비(比)다. 거(居)·저(諸)는 어조사다. 질(迭)은 바뀜이요, 미(微)는 어그러짐이다. 비한의(匪澣衣)는 때를 빨지 않은 옷이다. 분비(奮飛)는 새가 날개를 떨치며 힘차게 날아가는 모습이다.

○ “해는 항시 밝고 달은 때로 기운다. 마치 정실과 적자는 높이고 첩실은 낮추어야 하는 이치와 같다. 그런데 지금은 첩실들이 도리어 정실을 이기니 이는 해와 달이 서로 이지러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심하고 번뇌하니 마치 빨지 않은 때 묻은 옷을 입은 듯한 마음인데도 능히 분기(奮起)하여 날아갈 수 없음을 한탄했다.”

栢舟 五章이니, 章 六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