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勞(민로)

- 백성들의 노고 -

사기 주본기(周本紀)에 기원전841년 중국 역사상 최초로 민란이 발생했다고 했다. 주려왕(周厲王)이 포학무도(暴虐無道)하고 방종교오(放縱驕傲)하니 국인(國人)들이 모두 왕을 비방하였다. 소공이 간하여 말했다.

“ 백성들이 천자의 명을 감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왕이 노하여 위(衛)나라에서 무당(巫堂)을 불러와 천자를 비방하는 국인(國人)들을 감시하게 했다. 위무(衛巫)에게 고변 당하는 국인들은 모두 잡아다가 죽였다. 그러자 왕을 비방하는 사람들은 없어지고 제후들은 입조하여 조현을 들이지 않았다. 려왕34년 백성들을 더욱 엄하게 다스리니 국인들이 길을 가다가 만나도 말을 하지 못하고 서로 눈짓만을 하며 지나쳤다. 려왕이 기뻐하며 소공에게 말했다.

“ 내가 능히 국인들의 비방하는 말을 막았다. 이제는 아무도 함부로 나를 비방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라 안에서는 아무도 감히 입을 열어 말을 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게 되었다. 그런 상태로3년이 되던 해에 백성들이 일제히 일어나 려왕을 습격하였다. 려왕은 백성들을 피해 체(彘)로 달아났다. 나라는 주공과 소공이 힘을 합쳐 왕 대신 다스리다가 려왕이 체 땅에서 죽자 본국에 있던 태자 정(靜)게 정권을 물려주었다. 태자 정이 주선왕(周宣王)이다. 려왕이 달아난 기원전841년부터 그가 죽은 해인 기원전827년 사이의14년 동안을 사가들은 왕 대신 대신들이 다스렸다는 뜻으로 공화(共和)라고 부른다 .

一.

民亦勞止 汔可小康(민역노지 흘가소강)

백성들 고생에 지쳐 있나니 바라건대 조금 편하게 해주고

惠此中國 以綏四方(혜차중국 이수사방)

이 나라 자애로 이끌어 세상을 편안케 해 주오

無縱詭隨 以謹無良(무종궤수 이근무량)

거짓말하는 자 용서치 말고, 옳지 못한 자 물리치며

式遏寇虐 憯不畏明(식알구학 참불외명)

포악한 자와 밝은 법 두려워하지 않는 자 막아주오

柔遠能邇 以定我王(유원능이 이정아왕)

먼 곳의 백성들까지 어루만지고 우리 님 마음 편하게 해 주오

汔(흘)은 거의이다. 詭隨(궤수)는 시비(是非)를 돌아보지 아니하고 망령되게 사람을 따르는 것이다. 謹(근)은 삼가는 뜻이다. 寇(구)는 暴(폭)이고 虐(학)은 殘(잔)이니 寇虐(구학)은 殘暴(잔폭)하다는 뜻이다. 참(憯)은 일찍이 이며 명(明)은 하늘의(命)이고 유(柔)는 편안함이요, 능(能)은 순습(順習)함이다.

서설(序說)에 이것을 소목공(召穆公)이 려왕(厲王)을 풍자한 시라 하였는데, 지금으로 봐서는 바로 경계의 목적으로 부른 시가에 속하여, 오로지 왕을 풍자하기 위해서 지은 시라고만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시대를 근심하고 정치가 잘 행해지도록 구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소동파가 말했다. “사람이 연고 없이 망령되이 남을 쫓기도 하지만, 불량한 사람은 장차 그 임금을 기쁘게 하여 그 권세를 훔쳐서 도적질과 횡포를 부리기 위해 이런 짓을 한다. 그럼으로, 왕이 함부로 부정함을 따르지 않는다면 불량한 사람은 자숙하게 될 것이니 그런 뒤에야 멀리 있는 자는 편안하게 하고 가까이 있는 자는 길들여 나라가 안정되는 것이다.”

소목공의 이름이 호(虎)이니 강공(康公)의 후예요, 려왕(厲王)은 이름이 호(胡)이니 성왕(成王)의7세 손이다.

二.

民亦勞止 汔可小休(민역노지 흘가소휴)

백성들 고생에 지쳐 있나니 바라건대 조금 쉬게 해주고

惠此中國 以爲民逑(혜차중국 이위민구)

이 나라 자애로 이끌어 흩어진 백성을 한데 모아

無縱詭隨 以謹惛怓(무종궤수 이근혼노)

거짓말하는 자 용서치 말고, 난동부리는 자 물리치며

式遏寇虐 無俾民憂(식알구학 무비민우)

포악한 자 막아 백성들 시름을 덜어주오

無棄爾勞 以爲王休(무기이노 이위왕휴)

그대의 옛날 공을 헛되어 버리지 말고

우리 왕이 아름다운 이름을 얻도록 해 주오

부(賦)이다. 逑(구)는 법칙으로 典範(전범)이다. 惛怓(혼노)는 대단히 시끄럽다는 뜻의 喧譁(훤화)로 나라에 大亂(대란)이 났음을 의미한다. 勞(노)는 공(功)과 같으니, “너희가 앞서 세운 공로를 헛되이 버리지 말라.”라 말한 것이다. 休(휴)는 아름다움 이름이다.

三.

民亦勞止 汔可小息(민역로지 흘가소식)

백성들 고생에 지쳐 있나니 바라건대 조금 쉬게 해주고

惠此京師 以綏四國(혜차경사 이수사국)

이 서울 이끌어 사방의 모든 나라 편안케 해 주오

無縱詭隨 以謹罔極(부종궤수 이근망극)

거짓말하는 자 용서치 말고, 상도에 벗어난 자 물리치며

式遏寇虐 無俾作慝(식알구학 무비작닉)

포악한 자 막아 간사한 짓 못하게 막아주오

敬愼威儀 以近有德(경신위의 이근유덕)

위엄과 예의 삼가 지키고 오직 덕 있는 자 만을 가까이 하오

부(賦)다. 罔極(망극)은 악을 행하는 데 窮極(궁극) 함이 없는 사람이으로 마음이 올바르지 않은 사람이다. 有德(유덕)은 德(덕) 있는 사람이다.

四.

民亦勞止 汔可小愒(민역로지 흘가호게)

백성들 고생에 지쳐 있나니 바라건대 조금 쉬게 해주고

惠此中國 俾民憂泄(혜차중국 비민우설)

이 나라 자애로 이끌어 백성의 근심걱정 씻어주시오

無縱詭隨 以謹醜厲(무종궤수 이근추려)

거짓말하는 자 용서치 말고, 못된 무리들 삼가 물리치며

式遏寇虐 無俾正敗(식알구학 무지정패)

포악한 자 막아 옳은 정사 그르치는 일 없도록 하오

戎雖小子 而式弘大(융수소자 이식홍대)

그대 비록 젊다고 하나 맡은 일 중대하다는 것 잊지 마오

부(賦)이다. 愒(게)는 쉼이요, 泄(설)은 渫(설)의 가차(假借)로 제거한다는 뜻이다. 醜厲(추려)는 흉악한 사람이다. 正敗(정패)는 國政敗壞(국정패괴)로 나라의 정치가 무너졌음을 말한다. 戎(융)은 너이다. 말하자면, “네 비록 어린 아이이나 그 행하는 바는 심히 광대(廣大)하니 삼가지 않을 수 없다.”라 한 것이다.

五.

民亦勞止 汔可小安(민역로지 흘가소안)

백성들 고생에 지쳐 있나니 바라건대 조금 편하게 해주고

惠此中國 國無有殘(혜차중국 국무유잔)

이 나라 자애로 이끌어 나라 안의 간악한 자 없게 하오

無縱詭隨 以謹繾綣(무종궤수 이근견권)

거짓말 하는 자 용서치 말고 아부하는 자 물리치며

式遏寇虐 無俾正反(식알구학 무비정반)

포악한 자 막아 옳은 정사 뒤집히는 일 없게 하오

王欲玉女 是用大諫(왕욕옥녀 시용대간)

임금께선 그대를 구슬처럼 보배로 여기시니

그래서 이토록 크게 간하는 것이오.

부(賦)다. 繾綣(견권)은 소인(小人)이 그 임금에게 아부함이다. 正反(정반)은 국정이 전도되는 것이고 옥(玉)은 보배처럼 아낀다는 뜻이다. 즉 “왕(王)이 너를 보배처럼 아낀다. 그럼으로, 나는 왕의 뜻에 따라 크게 諫(간)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니, 아마도 왕의 뜻을 의탁하여 서로 경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