板(판)

- 하늘의 저버림-

모서(毛序)는 범백(凡伯)이라는 사람이 주려왕(周厲王)의 학정을 비난한 시가라고 했다. 좌전 은공(隱公) 7년(기원전716년) 조에 천자가 범백을 노나라에 사신으로 보낸 기사가 있다. 모서(毛序)는 “ 판(板)은 범백(凡伯)이 주려왕을 풍자한 시다.”라고 했다. 삼가시(三家詩)도 크게 다르지 않으나 단지 보충하여 설명하기를 “ 주왕이 선조가 세운 법도를 버리자 백성들이 모두 병들어 지쳤음이다.”라고 했다.

범백은 주공의 먼 후예로 주려왕 때 주왕실의 경사(卿士)였다. 범백이 공백(共伯) 화(和)다. 주려왕이 폭정을 행하자 국인들이 란이 일으켰음으로 려왕이 체(彘)로 달아났다. 이에 제후들이 범백을 추대하여 주왕으로 세웠다. 후에 려왕이 체 땅에서 죽었음으로 범백은 자신의 왕위를 려왕의 아들 선왕(宣王)에게 돌려주고 자신은 봉국으로 돌아갔다. 공백 화가 려왕을 대신하다가 주선왕에게 양위하기 까지의 기간을 공화(共和)라 하고 후에Republic에 대응하는 공화국의 어원이 되었다.

一

上帝板板 下民卒癉(상제판판 하민졸단)

상제께서 버리면 백성들은 모두 고생하거늘

出話不然 爲猶不遠(출화불연 위유불원)

하는 말이 옳지 않고 계획은 원대하지 않아

靡聖管管 不實於亶(미성관관 불실어단)

성인은 안중에도 없고 오히려 자만하여

언약에는 충실하지 못하고

猶之未遠 是用大諫(유지미원 시용대간)

계획은 원대하지 못하여 크게 간하네

부다. 상제(上帝)는 폭정을 행한 주려왕(周厲王)을 가리킨다. 판판(板板)은 등을 돌림이다. 졸(卒)은 췌(悴)의 가차이고 단(癉)은 병(病)이다. 즉 백성들이 주왕의 학정으로 지쳐 병들었음을 뜻한다. 유(猶)는 모(謀)로 계책이다. 관관(管管)은 아무 것도 거릴 껏 없이 오만방자한 모습이다. 단(亶)은 성신(誠信)으로 진실하다는 뜻이다.

○ “상제가 상도(常道)에 반하여 백성들을 모두 병들어 지치게 하거늘 그대가 입 밖으로 낸 말은 모두 이치에 합당하지 않고 계책 또한 원대하지 못해 그대의 마음에 다시는 성인의 도를 회복할 수 없다.”라고 말하여 다만 자기 멋대로 망령되이 행하여 아무것도 거리끼지 않는 이유는 대상이 성실하거나 진실되지 않기 때문이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세상이 어지러운 이유는 사람들이 한 일 때문이거늘‘상제가 판판(板板)하였다.’라 한 것은 허물을 돌릴 데가 없어서였기 때문에 한 말이다.

二

天之方難 無然憲憲(천지방난 무연헌헌)

하늘이 재난을 내릴 것이니 너무 기뻐하면 안 되고

天之方蹶 無然泄泄(천지방궐 무연설설)

하늘이 바야흐로 난리를 내리려고 하는데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고만 있는가?

辭之輯矣 民之洽矣(사지집의 민지흡의)

위에서 내린 정령이 화평해야 백성들은 흡족해 하고

辭之懌矣 民之莫矣(사지역의 민지막의)

위에서 내린 정령이 즐거워야 백성들은 안심하네

부다. 헌헌(憲憲)은 흔흔(欣欣)의 가차로 희열(喜悅)이다. 궐(蹶)는 요란(擾亂)으로 하늘이 바야흐로 세상에 동란을 일으키려 함이다. 설설(泄泄) 말이 많아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다. 맹자(孟子)는 답답(沓沓)이라고 했는 바 “임금을 모심에 의(義)가 없고, 진퇴(進退)에 예(禮)가 없으며, 선왕(先王)의 도를 입에 담지 못하는 자는 답답(沓沓)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집(輯)은 화합함이고, 흡(洽)은 합당함이여 역(懌)은 기쁨이고, 막(莫)은 안정된 모습이다. 말이 화평스럽고 즐겁다면 말할 때마다 선왕(先王)의 도일 것이니, 이 때문에 백성들은 합당하거나 안정되지 있음이다.

三

我雖異事 及爾同寮(아수이사 급이동료)

내 직책 비록 그대와 다르지만

다 같이 임금을 섬기는 신하라네

我卽爾謀 聽我囂囂(아즉이모 청아효효)

그러나 내가 계책을 올려도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네

我言維服 勿以爲笑(아언유복 물이위소)

내 말은 치세에 대한 도리이니 비웃지 말게

先民有言 詢于芻蕘(선민유언 순우추요)

옛 선현들 말씀에, 나무꾼에게라도 물으라고 하지 않으셨나?

부다. 이사(異事)는 직책은 같지 않으나 함께 왕을 모시는 신하라는 뜻이다. 󰡔춘추전(春秋傳)󰡕에 “관직을 한가지로 하는 것을 료(僚)라 한다[同官爲寮].”라고 했다. 즉(卽)은 나아감이다. 효효(囂囂) 오오(敖敖)의 가차로 오만하여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우리지 않는 모습이다. 복(服)은 치(治)로 합리적인 건의를 뜻한다. “내가 말하려고 하는 바는 바로 세상을 다스리는 도리로써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이다.”라는 뜻이다. 선민(先民) 옛날 선현이다. 추(芻)는 초(草)고 요(蕘)는 섶나무다. 즉 추요(芻蕘)는 풀을 베고 나무를 자르는 초부(樵夫)로 즉 나무꾼이다. 옛 선현들은 나무꾼에게 까지 그 도리를 물었거늘 동료 관료들에게 물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四

天之方虐 無然謔謔(천지방학 무연학학)

하늘이 바야흐로 노하려고 하니

어찌 아첨만 일삼고 있을 수 있겠는가?

老夫灌灌 小子蹻蹻(노부관관 소자교교)

늙은 이가 진심으로 말하는데 교만한 젊은이는 듣지 않네

匪我言耄 爾用憂謔(비아언모 이용우학)

내가 하는 말 망녕되지 않아도

그대는 농담으로 받아들일 뿐이네

多將熇熇 不可求藥(다장고고 불가구약)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되면 그때는 고칠 약도 없다네

부다. 학(虐)은 포학(暴虐)함이다. 학학(謔謔)은 희롱하며 즐기는 모습이다. 노부(老夫)는 시인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다. 관관(灌灌)은 관관(款款) 흑은 환(懽)으로 기뻐함이다. 교교(蹻蹻)는 거만한 모습이다. 모(耄)는70 노인을 일컫는 말로써 혼미하다는 뜻이다. 고고( 熇熇)는 불이 활활 타는 모습이다.

○ 소철은“노인이 정성을 다하여 잘못을 고치기를 간하거늘 젊은이는 듣지 않고 교만하였다. 그리고 내가 너무 늙어 망년된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너는 오히려 근심해야 할 일을 기뻐할 일로 삼는다.”라고 말했다. 대체로 근심이 이르지 않았을 때에는 구원이 가능하지만 만약 더욱 잘못이 많아져 쌓인다면 그때는 마치 불이 활활 일어난 경우와 같아서 다시 구원할 수 없음이다.

五

天之方懠 無爲夸毗(천지방제 무위고비)

하늘이 바야흐로 진노하시니

너무 아첨만 하지 말게나

威儀卒迷 善人載尸(위의졸미 선인재시)

왕실의 위엄 빛을 잃고,

선인들은 시체처럼 팔짱만 끼고 있네

民之方殿屎 則莫我敢葵(민지방전시 즉막아감규)

백성들 신음하고 절규하는데

나와는 감히 의논하려고도 하지 않고

喪亂蔑資 曾莫惠我師(아란멸자 증막혜아사)

사람은 죽어나가고 물자마저 부족하건만

우리 불쌍한 백성들 돌보려고 하지 않네

부다. 제(懠)는 노(怒)다. 과비(夸毗)는 비궁굴슬(卑躬屈膝)로 ‘비굴하게 남에게 아첨한다.’는 뜻이다. 소인은 큰소리와 꼬이는 말로 다른 사람에게 아첨한다. 시(尸)은 시체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 전시(殿屎)는 신음(呻吟)함이다. 규(葵)는 규(窺)로 헤아림이다. 멸(蔑)은 멸(滅)과 같다. 자(資)는 자(咨)와 같으니, 감탄사이다. 혜(惠)는 순(順)함이요, 사(師)는 많은 무리다.

○“과비(夸毗) 즉 왕에게 아첨해서 위의(威儀)가 있는 사람을 미혹시켜 착한 사람들의 일을 망치게 만든 소인배들은 절규하고 신음하며 고통받는 백성들을 살피지 않았다. 그래서 백성들은 흩어지고 멸망함에 이르렀는데도 능히 우리 백승들을 돕지 않는다.”라고 했다.

六

天之牖民 如壎如篪(천지유민 여훈여지)

하늘이 백성들을 이끄심은

질나팔과 대피리를 불어 하듯이

如璋如圭 如取如攜(여장여규 여취여휴)

장옥과 규옥이 어울리듯이

서로 밀고 서로 끌고 나가는 것이라네

攜無曰益 牖民孔易(휴무왈익 유민공이)

물건을 취해도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으니

백성들을 쉽게 이끌 수 있도다!

民之多辟 無自立辟(민지다벽무자립벽)

백성들이 사악하다고 해서

자기도 함께 사악할 수는 없는 법이라네!

부(賦)이다. 유(牖)는 유(誘)로 개명(開明)함이니, ‘하늘이 그 마음을 열었다’는 말과 같다. 훈(壎)과 지(篪)는 합주하는 악기 훈(壎)으로 창(唱)하고 지(篪)로 화답한다. 규(圭)는 위가 뾰쭉하고 아래가 네모진 구슬이며 장(璋)은 이것을 반으로 쪼갠 듯한 것으로 부합하다는 의미이다. 규(圭)는 합한 것을, 장은 부합한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규는 취하거나 구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장은 쥐고 얻어서 허비하는 바 없으니 모두가 쉽게 할 수 있음을 말한다. 벽(辟)은 사벽(邪辟)함이다.

○ 하늘이 백성을 위해 길을 열어주어 쉽게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교화한다. 그런데 지금 백성이 이미 사벽(邪辟)한 이가 많으니 어찌 스스로 사벽(邪辟)한 사람을 세워서 인도하겠는가?

七

价人維藩 大師維垣(개인유번 대사유원)

큰 덕을 갖춘 이는 나라의 울타리이고

나라의 많은 백성들은 나라의 담장이네

大邦維屛 大宗維翰(대방유병 대종유한)

제후는 나라의 병풍이며

왕실의 친척은 나라의 기둥이네

懷德維寧 宗子維城(회덕유녕 종자유성)

덕으로 다스리면 나라는 평안하고

종실의 아들들은 나라의 성벽이네

無俾城壞 無獨斯畏(무비성괴 무독사외)

그 성벽이 무너지지 않게 하며

홀로 두려움에 떨게 하지 말게나

부다. 개(价)는 큼이니, 대덕(大德)을 갖춘 훌륭한 사람이다. 번(藩)은 울타리고, 사(師)는 대중이며 원(垣)은 담장이다. 대방(大邦)은 크고 강한 나라다. 병(屛)은 병풍이로 가리개다. 대종(大宗)은 왕실의 종친이고 한(翰)은 동량(棟梁)이다. 종자(宗子)는 종실의 자제들이다.

○ “ 개인(价人), 대사(大師), 대종(大宗), 회덕(懷德), 종자(宗子) 등의 여섯 가지는 대방(大邦)을 다스리는 모두 임금이 믿고서 편안히 의지하는 바요 그 중에 덕(德)은 가장 큰 근본이다. 덕이 있으면 나머지 다섯 가지의 도움을 얻고, 그렇지 않으면 친척마저 배반하여 성이 무너지게 된다. 성이 무너지면 울타리나 담장, 그리고 가리개와 동량이 무너지고 혼자 처하게 되니 참으로 두려워할만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八

敬天之怒 無敢戱豫(경전지노 무감희예)

하늘의 노하시니, 감히 희롱하지 말 것이며

敬天之渝 無敢馳驅(경천지유 무감치구)

하늘의 천재를 내리시니, 감히 방자하게 굴지 말게나

昊天曰明 及爾出王(호천왈명 급이출왕)

하늘의 굽어보심이 밝고 밝아 그대와 출입을 지켜보고

昊天曰旦 及爾游衍(호천왈단 급이유연)

하늘이 굽어보심이 해와 같아 그대 노니는 모습 지켜보리라!

부다. 유(渝)는 변함이나 천재(天災)를 지칭한다. 왕(王)은 왕(往)과 통하니 나아가 갈 곳이 있음을 뜻한다. 단(旦) 또한 밝음이다. 연(衍)은 관종(寬縱) 혹은 유광(遊逛)으로 제멋대로 놀러다니는 행위다.

○“ 하늘의 총명함은 세상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니 공경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번복, 어려움, 동(動), 포학, 노여움 등은 변함이 심하거늘 조심하는 자세로 임하지 않으니 하늘이 굽어 살펴보시고 있는 사실을 아는가? ”

板八章이니, 章 八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