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葦(행위)

- 길가의 갈대-

이 시는 주나라 통치집단과 족인들이 모여 활쏘기 시합을 하면서 잔치를 벌리는 모습을 노래했다. 모서(毛序)에 “ 행위(行葦)는 충후(忠厚)를 노래한 시다. 주나라 왕실의 충후함과 인자함이 초목에까지 미쳤다. 이에 안으로는 구족(九族)이 화목하고 밖으로는 황구(黃耈)를 높이고 섬겨 노인을 봉양하고 좋은 말씀을 해 달라고 간청하여[養老乞言] 큰 복록을 이루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주희는 시의 내용에 「“養老乞言(양노걸언)”라는 내용이 없음에도 근거도 없이 자구를 멋대로 해석하여 새로운 뜻을 만드는 행위는 두 번 다시는 하지 말아야할 행위다.」라고 평했다 .

其一

敦彼行葦 牛羊勿踐履(돈피행위 우양물천리)

빽빽하게 자란 길가의 갈대, 소와 양이 밟지 못하게 하면

方苞方體 維葉泥泥(방포방체 유엽니니)

바야흐로 움트고 제 모습을 이루어

그 잎새 부드럽고 윤택하도다.

戚戚兄弟 莫遠具爾(척척형제 막원구이)

친하고 정다운 형제들, 멀리 말고 함께 하면

或肆之筵 或授之几(홍사지연 홍수지기)

어떤 이는 자리 깔아 드리고 어떤 이는 탁자를 드리리!

흥이다. 돈(敦)은 우북한 모양이니, 싹이 트는 때이다. 행(行)은 길이다. 물(勿)은 금지시켜 경계하는 말이다. 포(苞)는 터지지 않는 껍질이고, 체(體)는 형체를 이룸이다. 니니(泥泥)는 부드럽고 윤기있는 모양이고, 척척(戚戚)은 형제 간의 친하고 정다운 모습이다. 막(莫)은 물(勿)과 같다. 구(具)는 함께이다. 사(肆)는 펼침이다.

○ 이 편은 제사를 끝내고 부형과 기로(耆老)를 연향(燕饗)하는 시다. 따라서 두북한 저 길가의 갈대를 우양(牛羊)이 밟지 않는다면 바야흐로 껍질이 생기고 형체를 이루어 잎이 야들야들하게 되니 친하고 정다운 형제를 멀리하지 않고 함께 가까이 한다면 혹은 자리를 펴고 혹은 안석을 받쳐 연향할 것임을 말했다. 이는 잔치를 열고 자리를 배열할 때 은근(慇懃)하고 독후(篤厚)한 뜻이 알현(藹然)히 이미 언어(言語)의 밖에 나타난 것을 말한다.

其二

肆筵設席 授几有緝御(사연설석 수기유집어)

멍석 깔고 돗자리 깔고, 심부름꾼들 또 탁자를 나르네

或獻或酢 洗爵奠斝(홍헌혹작 세작준가)

혹은 권하고 혹은 받으며, 술잔 씻고 다시 권하네

醓醢以薦 或燔或炙(탐해이천 혹번혹자)

육장(肉醬)을 올리고, 불고기 통구이이 내오네

嘉殽脾臄 或歌或咢(가효비갹 혹가혹악)

맛좋은 안주에 순대와 우설(牛舌) 있고,

노래도 부르고 북도 치네

부다. 설석(設席)은 이중으로 까는 자리다. 집(緝)은 이음이고, 어(御)는 모심이다. 즉 집어(緝御)는 줄을 이어 물건을 나르는 심부름꾼을 말한다. 술을 객(客)에게 올리는 행위를 헌(獻)이라 하고, 객이 답하여 술을 권하는 행위를 작(酢)이라 한다. 또 주인이 잔을 씻어 객에게 다시 술을 올리면 객은 받아서 올리고 잔은 들지 않는다. 가(斝)는 옥으로 만든 술잔으로 하(夏)나라에서는 잔(醆), 상나라에서는 가(斝)라 하고 주나라에서는 작(爵)이라고 했다. 탐(醓)은 고기즙이고 혜(醯)는 잘게 썰어 장에 담근 고기로 탐혜는 지금의 장조림에 해당한다. 비(脾)는 비(膍)의 가차로 처녑이고 갹(臄)은 우설(牛舌)이다. 가(歌)는 거문고와 비파에 맞춰 노래 부름이고, 악(咢)은 노래하지 않고 북만을 두드림이다.

○ 시어(侍御)·헌수(獻酬)·음식(飮食)·가락(歌樂) 등은 잔치가 매우 성대함을 뜻한다.

其三

敦弓旣堅 四鍭旣鈞(조궁기견 사후기균)

붉은색 활은 강건하고 네 개의 화살은 고르도다..

舍矢旣均 序賓以賢(사시기균 서빈이현)

화살을 쏘아 맞추어 빈객의 순서를 정하네

敦弓旣句 旣挾四鍭(조궁기구 기협사후)

북은색 활 힘껏 잡아당겨 네 개의 화살을 쏘면

四鍭如樹 序賓以不侮(사후여수 서빈이불모)

네 개의 화살 모두 과녁을 뚫어 빈객의 서열 욕됨이 없네

부다. 조(敦)은 조(雕)와 통한다. 천자가 사용하는 활은 붉게 채색하고 아름다운 무늬를 아로새긴다. 견(堅)은 경(勁)과 같다. 후(鍭)는 쇠로 된 화살촉으로 화살대 끝에는 깃털을 달았다. 균(鈞)은 화살대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니 무게의 중심이1/3은 앞에 있고2/3는 뒤에 있음을 이르니3등분한 화살대를 교정하여 고르게 함은 앞에 쇠가 있어 무겁기 때문이다. 사(舍)는 화살을 전대에서 꺼내서 발사함을 말한다. 균(均)은 모두 맞춤이다. 현(賢)은 현재(賢才)로 활쏘기 시합할 때 과녁을 제일 많이 맞추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여수(如樹)는 손으로 박은 듯이 과녁을 똑바로 꿰뚫은 모습이다. 불모(不侮)는 공경함이다. 혹자가 말하기를 “화살을 맞춘 자는 맞추지 못한 자에게 피해를 입히면 안 된다.”라고 했으니, 많이 맞춘 것을 준(雋)으로 여기고 남을 업신여기지 않음을 덕(德)으로 여긴다.

○ 이미 연향(燕饗)하고 사례(射禮)를 행하여 즐거움을 삼았음을 말했다.

其四

曾孫維主 酒醴維醹(증손유주 주례유유)

잔치의 주인이신 증손께서 술에다 단술까지 내오고

酌以大斗 以祈黃耈(작이대두 이기황구)

길고 커다란 국자로 술을 퍼서 노인들의 장수를 비네

黃耈台背 以引以翼(황구대배 이인이익)

얼굴에는 검버섯 피고 등에는 복어점 생긴 노인들 이끌고 부축하여

壽考維祺 以介景福(수고유기 이개경복)

오래도록 장수하고 큰복을 받도록 비네

부다. 증손(曾孫)은 제주(祭主)를 지칭하는 말이다. 유(醹)는 후(厚)와 통한다. 대두(大斗)는 자루가 긴 큰 국자로 길이가3척이다. 기(祈)는 구함이고, 황구(黃耈)는 노인을 이름이니, 이기황구(以祈黃耈)의 뜻은 『빈풍(豳風)·칠월(七月)』의「爲此春酒(위자춘주)/봄맞이 술을 담아, 이개미수(以介眉壽)/노인들 오래 사시길 비네」라는 말과 같다. “用蘄萬壽 用蘄眉壽 永命多福用蘄眉壽 萬年無彊” 등도 모두 같은 뜻이다. 태(台)는 복어이니, 사람이 늙으면 등에 복어 무늬가 생긴다. 인(引)은 인도함이고, 익(翼)은 도움이며, 기(祺)는 길(吉)이다.

○ 이 장은 술을 바쳐 장수를 비는 노래다. 서로 인도(引導)하고 도와 장수를 누리며 복을 크게 받음이다.

行葦四章이니, 章 八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