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舝(거할)

-수레의 빗장 -

수레를 몰아 사랑하는 님을 맞이하러 갈 때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목이 마른 것도 아니지만 어서 만나고 싶은 마음이 굶주리고 목타는 듯 간절하다. 이제 친구가 없어도 전혀 외롭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마차를 달리면서 숲 속을 바라보니 꼬리를 늘어뜨린 아리따운 꿩들이 모여있다. 그러나 그 꿩들보다도 새로 맞이하는 님이 더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님은 교양과 덕을 갖추고 있어 우리 집을 훌륭하게 이끌어 나갈 것이다.

님이 집에 도착했다. 가장 맛있는 술과 안주를 대접하고 싶지만 형편이 그렇지 못하다. 맛이 없는 술이라도, 맛이 없는 안주라도 마음껏 마시고 먹었으면 좋겠다. 내 비록 님만큼 훌륭하진 못해도 함께 노래하며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남자는 신이나면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언덕에 올라가서 장작을 팬다. 장작 패는 남자의 팔에 힘이 넘친다. 그를 바라보는 나뭇잎들도 도욱 싱그럽다. 님과 함께 즐거울 때는 말을 타고 함께 달려도 본다. 신랑 신부가 함께 사는 신혼 생활! 이렇게 좋을 수가 또 있을까? 마음이 뿌듯하여 어쩔 줄을 모르는 남자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시경강설. 이기동역)

一

間關車之舝兮(간관거지할혜)

굴대 빗장 단단히 지르고

思孌季女逝兮(사변계녀서혜)

아리따운 아가씨 맞으러 가세

匪飢匪渴 德音來括(비기비갈 덕음내괄)

목마름도 굶주림도 느끼지 못하지만

상냥한 마음씨 만나게 되면

雖無好友 式燕且喜(수무호우 식연차희)

좋은 친구 내 곁에 없어도

술 마시며 즐기지 않을 수 없네

부(賦)다. 간관(間關)은 수레에 걸쇠를 설치하는 소리이다. 할(舝)은 수레 굴대의 머리에 있는 쇠붙이로 일 없을 때에는 벗겨놨다가 길을 갈 때 설치한다. 혼례(婚禮)를 올릴 때 친영(親迎)하는 자가 수레를 탄다. 연(孌)은 신부가 아름다운 모습이다. 서(逝)는 감이요, 괄(括)은 모임이다.

 신혼(新婚)의 즐거움을 노래한 시다. “ 수레에 걸쇠를 설치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사모했던 저 아름다운 막내딸을 수레를 타고가 맞이하기 해서다. 사랑에 주려서도 아니고 목이 말라서도 아니라 그녀의 덕스러운 소리에 마음에 든 기갈(飢渴)과 같으니, 비록 타인은 없으나 마땅히 연음(宴飮)하여 서로 기뻐하며 즐거워함이다.”라고 말했다.

二

依彼平林 有集維鷮(의피평림 유집유교)

저 울창한 평림에 꿩들이 모여있네

辰彼碩女 令德來敎(진피석녀 영덕래교)

시집갈 때 다 된 저 큰처녀 착한 부덕 가지고와서 가르치네

式燕且譽 好爾無射(식연차예 호이뭄석)

잔치 열어 마음껏 즐기며 그대 사랑함을 변치 않으리!

흥(興)이다. 평림(平林)은 평원(平原)의 숲이다. 의(依)는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모습이다. 교(鷮)는 꼬리가 긴 꿩이다. 아름다운 꼬리는 장식품으로 널리 애용된다. 아름답고 현숙한 신부와 비유했다. 신(辰)은 시(時)고 석(碩)은 대(大)이다. 이(爾)는 막내 딸이다. 사(射)는 염(厭)으로 싫어함이다.

〇 무성한 저 평림(平林)에는 모여드는 꿩이 있고, 때에 맞은 저 훤칠한 아름답고 덕스러운 여인은 나의 배필이로다. 이에 잔치하고 또 기려서, 즐거워하고 사모하나 싫증이 나지 않음이다.

三

雖無旨酒 式飮庶幾(수무지주 식음서기)

비록 맛 좋은 술 없다지만 마시는 것 끝까지 하고

雖無嘉殽 式食庶幾(수무가효 식식서기)

비록 맛 좋은 안주 없다지만 먹는 것을 끝까지 하며

雖無德與女 式歌且舞(수무덕여녀 식가차무)

비록 덕은 그대보다 부족하지만 노래하고 또 춤추리!

부(賦)다. 지(旨)·가(嘉)는 모두 음식이 맛이 있음이다. 여(女)는 계녀(季女)로 신부를 가리키는 말이다.

〇 “내게 비록 맛있는 술과 음식 그리고 아름다운 덕이 충분치 않아 충분히 그대에게 줄 수 없지만 그대는 마땅히 음식(飮食)을 즐겨 먹고 가무를 보고 즐거워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四

陟彼高岡 析其柞薪(척피고강 석기작신)

저 높은 언덕에 올라 떡갈나무 장작을 팼네

析其柞薪 其葉湑兮(석기작신 기엽서혜)

그 상수리 나무로 장작을 패니 그 잎새 무성도 하네

鮮我覯爾 我心寫兮(선아구이 아심사혜)

그대 나를 아름답다고 보니 내 마음 시름 가시었네

흥(興)이다. 척(陟)은 오름이고, 석(析)은 벽개(劈開)로 장작을 쪼개는 행위다. 작(柞)은 상(橡) 혹은 역(櫟)으로 상수리나무고 , 서(湑)는 성(盛)과 통하는 말로 나무 잎과 가지가 무성하게 자란 모습이다. 선(鮮)은 호(好) 혹은 선(善)이다. 구(覯)는 만나봄이다.

〇언덕에 올라 상수리나무로 장작을 쪼개니 그 잎이 무성하고 내가 너를 만나보니 내 마음 쏟아지네!

五

高山仰止 景行行止(고산앙지 경행행지)

높은 산을 우러러보고 큰길을 걸어가네.

四牡騑騑 六轡如琴(사모비비 육비여금)

네 필 말 씩씩하게 달리는데

여섯 줄 고삐는 비파 줄과 같구나.

覯爾新昏 以慰我心(구이신혼 이위아심)

그대와 혼인하는 내 마음은 즐겁기만 하구나.

흥이다. 앙(仰)은 첨망(瞻望)으로 고개를 길게 빼고 쳐다봄이다. 경행(景行)은 말을 타고 큰 길을 유유히 달려감이다. ‘여금(如琴)’은 여섯 줄의 말 고삐의 조화로움이 금슬(琴瑟)과 같음이다. 위(慰)는 위안함이다.

〇 “고산(高山)은 우러러 쳐다보며 큰 길으 따라 말을 몰고 달려가니 길들여진 말과 훌륭한 마부가 끄는 수레를 타고 가서 계녀(季女) 신부로 맞이해오니 내 마음이 위로가 되네!”라고 했다. 󰡔예기(禮記)⋅표기(表記)󰡕에 “고산(高山)을 우러르며 경행(景行)을 행한다.”고 한 말은 공자의 말씀이다. “시의 인을 좋아함이 이와 같도다. 도를 향해 가다가 중도에 폐했음에도 그때는 이미 몸이 늙었음을 잊고서 도를 깨우칠 시간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날마다 부지런히 힘쓰기만 하다가 죽은 후에나 그치는 구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