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漢)나라 효문제(文帝) 때, 촉군(蜀郡)의 남안(南安) 출신인 등통(鄧通)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배를 잘 저었기 때문에 황제가 타는 배의 선장을 지내고 있었다.

(孝文時中寵臣,士人則鄧通,宦者則趙同,北宮伯子。北宮伯子以愛人長者;而趙同以星氣幸,常為文帝參乘;鄧通無伎能。鄧通,蜀郡南安人也, 以濯船為黃頭郎。)

그러던 어느 날, 효문제는 꿈을 꾸게 되었는데, 꿈속에서 효문제는 하늘에 오르려 했으나 오르지 못하고 있던 차에 배를 젓는 어떤 선장이 자기의 등을 밀어주어 하늘에 오를 수 있었다. 효문제는 잠에서 깨어난 뒤, 꿈에서 자신을 밀어준 그 뱃사공을 찾았는데, 뜻밖에도 등통의 모습이 꿈속에서 보았던 그 선장의 모습과 같았다. 효문제는 몹시 기뻐하며 등통을 총애하였다. 등통은 별다른 재주는 없었으나, 높은 사람들에게 잘 보이며 아첨을 잘 하였다. 효문제는 등통에게 수십만 전씩을 하사하였으며, 틈이 나면 등통의 집에 가서 함께 놀았다.

(孝文帝夢欲上天,不能,有一黃頭郎從後推之上天,顧見其衣裻帶後穿。覺而之漸臺, 以夢中陰目求推者郎,即見鄧通,其衣後穿,夢中所見也。召問其名姓,姓鄧氏,名通, 文帝說焉,尊幸之日異。通亦愿謹,不好外交,雖賜洗沐,不欲出。於是文帝賞賜通 巨萬以十數,官至上大夫。文帝時時如鄧通家遊戲。)

어느 날, 효문제는 관상쟁이를 불러 등통의 관상을 보게 하였는데, 그 관상쟁이는 이렇게 말했다.

"굶어 죽을 궁상(窮相)입니다."

이에 효문제는 등통에게 마음대로 돈을 만들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으며, 등통은 큰 부자가 되었다.

(上使善相者相通, 曰: 當貧餓死。文帝曰: 能富通者在我也。何謂貧乎? 於是賜 鄧通蜀嚴道銅山,得自鑄錢，鄧氏錢 布天下。其富如此。)

한 번은, 효문제가 몸에 난 종기로 고생을 하고 있었다. 등통은 이를 알고 황제를 위하여 입으로 고름을 빨았다. 황제는 태자가 병 문안을 오자, 그에게 종기의 고름을 빨라고 하였다. 태자는 마지못해 고름을 빨기는 하였으나, 마음이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태자는 등통이 고름을 빨았기 때문에, 황제가 자신에게 그런 일을 시킨 것이라 생각하고, 등통을 미워하게 되었다. 吮痈舐痔(연옹지치),

(文帝嘗病癰，鄧通常為帝唶吮之。文帝不樂，從容問通曰： 天下誰最愛我者乎? 通曰：宜莫如太子。太子入問病，文帝使唶癰，唶癰而色難之。已而聞鄧通常 為帝唶吮之，心慚，由此怨通矣。)

세월이 흘러 효문제가 죽고 효경제(孝景帝)가 즉위하자 등통은 관직을 그만두고 집에 와 있게 되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등통이 주조한 돈을 나라 밖으로 몰래 빼돌렸다고 고발하였다. 효경제는 담당 관리에게 이 일을 조사하게 하였는데,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되었다. 이 때문에 등통은 모든 재산을 몰수당하게 되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평소 등통과 밀통하고 있던 효경제의 누님인 장공주(長公主)가 등통을 불쌍히 여겨 약간의 금품을 보내 주었으나, 이것마저도 관리에게 압수당하였다. 결국 등통은 자기 이름으로는 한 푼의 돈도 가지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집에 얹혀 살다가 죽었다(竟不得名一錢, 寄死人家).

(及文帝崩, 景帝立，鄧通免，家居。居無何，人有告鄧通盜出徼外鑄錢。下吏驗 問，頗有之，遂竟案，盡沒入鄧通家，尚負責數巨萬。長公主賜鄧通，吏輒隨 沒入之，一簪不得著身。於是長公主乃令假衣食。竟不得名一錢，寄死人家。) 不名一錢, 一文不名

-사기 영행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