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진망(秦亡)
- 항우에 의해 멸망하는 진제국 -

항우가 진장 왕리(王離)를 거록에서 사로잡고 계속 서쪽의 진나라를 향해 진격하자 장함 등이 퇴각하며 구원군을 보내달라는 상서를 올렸다. 그때 천하는 연(燕), 조(趙), 제(齊), 초(楚), 한(韓), 위(魏)나라에는 모두 왕이 서고 자립한 상태였다. 함곡관 이동 땅의 모든 백성들은 진나라에 반기를 들고 제후들에게 호응하였다. 제후들이 호응하는 무리들을 이끌고 서쪽으로 진격하였다.

자영이 진왕이 된지 46일 만에 패공이 초군을 이끌고 무관을 파하고 관중으로 들어와 패상에 영채를 세워 주둔하면서 사자를 보내 자영에게 항복을 권했다. 패공의 권유를 받아들인 자영은 목에는 사대(絲帶)를 두르고①, 백마가 끄는 흰 수레에 탄② 자영이 천자의 옥새와 부절을 손에 받들고 지도(軹道)에 나와 항복했다. 패공이 자영의 항복을 받아들이고 함양성에 입성하여 궁실의 부고를 봉하고 다시 패상(覇上)으로 철군하였다. 패상에서 머무른 지 한 달 만에 항우가 이끄는 제후들의 군사들이 당도하였다. 항우가 자영과 진나라의 공자 및 모든 종족들을 죽였다. 함양의 백성들을 도살하고 궁실을 불태우고 부녀자들을 겁탈한 항우는 부고의 금은보화들을 모두 거두어 제후들과 같이 나누어 가졌다. 진나라를 멸한 항우는 그 땅을 옹(雍), 새(塞), 책(翟)③으로 삼분하여 그곳에 각각 왕을 임명하여 다스리게 하였다. 이를 삼진(三秦)이라고 통칭하였다. 항우는 진나라를 멸하고 스스로를 서초패왕(西楚覇王)이라고 부르고 천하의 왕들과 제후들 위에 군림하였다. 진나라는 드디어 멸망했다. 그 후 6년이 지나서 천하는 모두 한(漢)나라를 일으킨 패공 유방에게 귀속되었다.

주석
①계경이조(繫頸以組)로, 이는 사대(絲帶)를 목에 감아 자살의 뜻을 나타내 보임으로써 항복한 임금이나 장수가 자기에 대한 처분을 승자의 뜻에 맡긴다는 의미이다.
②백마소거(白馬素車)로, 흰색의 상복을 나타내어 전쟁에서의 패배자가 투항할 때의 차림새이다.
③⒈옹(雍) : 섬서성 서부와 감숙성 동부지역을 말하며 진나라의 투항한 장수 장함(章邯)을 왕에 임명하고 옹왕이라고 불렀다. 치소는 지금의 함양서 서의 흥평현(興平縣)인 폐구(廢丘)다. ⒉새(塞) : 지금의 섬서성 동부지역으로 장함(章邯)과 같이 투항한 사마흔(司馬欣)을 왕으로 삼아 새왕(塞王)이라 불렀다. 치소는 지금의 서안시 염량구(閻良區)안 역양(櫟陽)이다. ⒊책(翟) : 섬서성 북부지역을 말하며 동예(董翳)를 왕으로 삼고 책왕(翟王)이라 했다. 치소는 현 섬서성 연안시(延安市)인 고노(高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