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무기 판매한 미국에 경고 의도

이례적 발표… 전문가들 “기술 새로운 단계”

중국이 처음으로 지상에서 중거리 미사일 요격 실험에 성공했다. 이번 실험은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겠다고 천명한 지 1주일 만에 이뤄졌다.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이 11일 자국의 영토에서 지상 발사형 중간비행단계 방어(GMD) 실험을 실시해 목표를 달성했다고 12일 보도했다. 통신은 또 외교부의 발언을 인용해 "실험은 방어 성격으로 어느 국가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이 패트리엇 미사일의 대만 수출을 승인한 지 1주일 후 이번 실험을 실시하고 공개한 점에 주목, "그것은 미국에 대한 강력한 대응 조치"라고 분석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 5일 11억달러에 달하는 패트리엇 미사일의 대만 판매를 승인했다. 대만 중앙통신사도 "중국은 여태껏 유사한 실험에 대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왔다"면서 "이번 실험을 공개한 데에는 미국에 대한 항의의 뜻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중국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미사일 요격 실험을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지나치게 연관시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사전문가들도 중국의 미사일 요격 실험이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 국방부 등이 미국의 대만 무기수출 결정 방침에 대해 연일 비난성명을 발표한 뒤 나온 조치이기 때문이다. 황둥 마카오국제군사학회 회장은 "중국은 오래전부터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연구해왔다"면서 "이번 실험은 미국이 패트리엇 3형 미사일을 대만에 판매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미사일 요격 기술은 미국과 러시아 등 극소수 국가만 보유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이번 요격 실험의 장소, 미사일 장비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1990년대 이후 매년 15%씩 국방비를 증가시켜온 점에 비춰 미사일 요격 실험을 해낼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2008년 중국의 국방비 지출은 850억달러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였다. 미사일 전문가 양청쥔은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스템은 움직이는 대상 물체를 정확하게 파악, 요격할 수 있을 정도로 향상됐다"면서 "이번 실험으로 중국의 미사일 요격 기술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영국 군사잡지 '차이나 디펜스'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중국은 위성, 경보레이더, 장거리 방공미사일 등 첨단 장비를 갖춘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캐나다에서 발행되는 군사전문지 '칸와(漢和)방무평론'은 중국 공군이 요격 능력을 갖춘 '훙치(紅旗) 9호' 장거리 방공미사일을 대량으로 갖추고 있고, 수도 베이징을 핵심으로 한 환보하이경제권에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최대 사거리 300㎞, 요격 유효사거리 25㎞인 '훙치 9호'가 이번 실험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국경절 열병식에서 '훙치 9호'와 함께 공격형 미사일 '둥펑 31' 등 신형 무기를 선보였다.

< 베이징 | 조운찬 특파원 sidol@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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