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교우관

이중티엔(易重天)

1. 친구사귀는 방법

친구에는 유익한 친구와 해로운 친구가 있다. 공자는 일찍이 유익한 친구의 세 가지 조건을 말한 적이 있다.

우선 정직한 친구다.

정직은 마음이 바르고 말도 돌려하지 않음이다. 보통 사람이 올바르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정직직하기는 좀 어렵다. 또한 다른 사람의 결점이나 잘못을 보고 말하기는, 특히 자기와 가까운 사람에게 감히 직접적으로 솔직하게 말하기란 아주 어렵다. 어려움의 하나는 인정에 얽매어 입을 열기가 어렵고, 두 번째는 손해가 있을까봐 말할 결심을 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고 상대방의 체면을 깎으면서, 자기에게도 결코 좋은 것 하나 없는 이런 어리석은 일을 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직언을 들어주기란 힘들지만 진정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정직한 친구를 얻는다는 것은 실은 인생의 커다란 행운이다.

다음은 너그러운 친구다.

친구가 잘못을 했을 때 이해를 해 주거나 자기에게 미안한 일을 해도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진정 상대방의 입장에서 입장을 바꿔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그가 누구나 인정하는 어질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일을 하고 자기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끼치고도 미안하다고 하지 않으며, 또한 내가 억울한 누명을 쓸 수 있음에도 자신을 굽혀 친구를 이해한다는 것은 비교할 데 없이 어려운 일이다.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명성을 위해 정직하기는 어렵지 않다. 실리를 추구하는 사람이 명성을 고려하지 않고 뜻을 굽히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니만 명성도, 실리도 따지지 않고, 자신을 굽혀 친구를 이해하기란 거의 도리에 맞지 않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이런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세 번째는 박학다식한 친구다.

박학다식한 사람은 당연히 유익하다.

그 반대인 해로운 친구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외모는 당당하지만 관료적이고 상투적이며 의례적인 말만 하는 친구다.

표면상으로는 흠잡을 데 없지만 내심은 정의롭지 못하고, 정직하지 않다.

두 번째는 상대방에게 아첨만 하는 사람으로, 심지어는 남의 잘못을 따라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 친절하고 이해심이 많지만 내심은 전혀 진실하지 못하다.

세 번째는 호언장담하고 허튼 소리나 하는 사람으로 표면적으로는 언변이 뛰어나지만, 내심은 일자무식이다.

박학다식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이 세 종류의 사람은 사람을 상당히 현혹하지만, 사실은 사람에게 가장 해가 되기 때문에, 해로운 친구다.

따라서 군자가 친구를 사귈 때는 다음 몇 가지 원칙이 잇다.

첫째, 자연스러워야 한다. 억지로 사귀거나(타인에게 친구 사귀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함부로 사귀지 않는다. (함부로 타인과 친구가 되지 않는다.) 진정한 친구는 항상 우연히 만나야지 억지로 구해서는 안 된다. 기회를 찾아갈 수는 있지만, 기회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경솔한 것은 더욱 좋지 않다. 술 한 잔에 생사를 같이하는 벗이 되는 것은 통쾌하기는 하지만 사실 신뢰하기 어렵다.

두 번째, 공리(功利)를 초월한다. 이익 때문에 결탁하는 사람은 친구라고 할 수 없고, 붕당(좋지 않은 친구)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익만 추구하기 때문에 이익이 서로 일치할 때는 결탁하지만, 이익이 없을 때는 뿔뿔이 흩어진다. 또 일단 이해가 충돌하면 반목하고 원수가 되며 서로 물어뜯는다. 오직 의리 때문에 친구가 되어야만 정의를 위해 함께 싸우고, 한쪽에게 잘못이 있을 때에는 감히 직언하여 정직한 친구가 되며 대의를 위해 작은 잘못은 이해해 주는 너그러운 친구가 된다.

세 번째, 의심하지 않아야 한다. 친구를 사귈 때는 굳은 충성과 믿음이 소중하다. 일단 의심하는 마음이 있으면 틈이 생긴다. 따라서 사람을 사귈 때는 진실해야 하고, 의심을 버려야 하며, 약간의 미심쩍음도 없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것은 약간의 의심도 버리는 것이다. ‘정직한 사람은 청렴하고 고고하기까지 해서 항상 눈 속의 모래 한 알도 용납할 수 없다’라고 큰소리친다. 자기 자신에게 진짜 엄격히 요구하기 때문에, 타인(특히 자기와 친구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요구 또한 낮을 리가 없다. 그리고 그것을 기본적인 요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만 불만이 있어도 큰 죄명을 부과하고, 오로지 관계가 바르고 또 바르기를, 우정이 순수하고 또 순수하기만을 바란다. 그 결과, 물이 지나치게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지나치게 따지면 친구가 없다.(水至淸則無魚, 人至察則無徒)라는 말처럼 결국 스스로 고립될 뿐이다. 진정한 군자의 사귐은 진실로 큰일에 중심을 두어 사소한 일에 얽매이지 않고, 같은 것을 추구하면서 다른 것도 용납할 수 있어야 오랫동안 사귈 수 있다.

네 번째, 관용을 많이 베푼다. 관용이란 쌍방향적이다. 친구에게 관용해야 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관용해야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다고 해서 부끄럽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 옥에도 티는 있고, 사람은 신이 아니다. 능력이 미치는 사람도 있고,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할 수 있는 일도 있고, 할 수 없는 일도 있다. 따라서 친구간의 평등을 해치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무리하게 요구해서는 안 된다. 자기에도 무리하게 요구할 필요가 없다.

다섯 번째, 용기가 있어야 한다. 의심을 버리고 많이 관용하느냐는 전적으로 용기에 달려 잇다. 또 용기가 있는지는 전적으로 공리를 초월하는 데 있다. 실제로 군자는 의를 중시하고, 이익을 가볍게 생각하며, 개인의 진퇴영욕, 성패득실 모두 따지지 않아서 도량이 넓고 거리낌이 없다. 소인은 이익을 중시하고 의를 경시하거나,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까봐, 얻은 것을 계속 유지하지 못할까봐, 온전히 유지하지 못할까봐 두려워한다. 그리하여 지나치게 따지고, 노심초사하고, 잃을까봐 전전긍긍한다. 한마디로, 군자는 당당하고 소인은 항상 벌벌떤다.

사람을 사귈 때에도 군자는 흉금을 털어놓고 편안하고 태연하게 대하며, 강자라고 남을 무시하거나 힘만 믿고 남을 기만하지 않는다. 소인은 자기를 아끼고 물건을 과시하며, 지위를 잃을까봐 걱정하고, 오만하게 사람을 깔보며, 그냥 두지 않는다. 이것을 군자는 태연하면서 교만하지 않고 소인은 교만하면서 태연하지 않다( 君子泰而不驕, 小人驕而不泰)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군자는 의를 추구하고 반드시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으며, 소인은 이익을 쫓으며 반드시 권세에 빌붙는다. 이를 군자는 자기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타인에게서 구한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라고 한다. 자신에게 구하는 사람은 서로 간에 이해관계가 없고, 불쌍하게 생각하고 다투지 않으며, 무리를 지어도 나쁜 무리를 짓지 않고, 자연히 담백하고 편안하다. 타인에게 구하는 사람은 서로 결탁하고 이용하며 감언이설을 하고 사소한 이익만을 준다. 이것을 군자의 사귐은 물처럼 담백하며, 소인의 사귐은 꿀처럼 달다. (君子之交淡如水, 小人之交甘如蜜). 이로운 친구와 해로운 친구는 바로 군자와 소인의 차이가 아닐까?

2. 친구를 사귀는 마음가짐

친구를 사귀려면 친분을 중시해야 한다. 친분에는 깊은 것이 있고 얕은 것이 있다. 친분이 깊은 것을 心交(심교)라고 하고 깊지 않은 친분을 淺交(천교)나 얼굴만 아는 사이라고 한다. 중국인은 안면을 중시한다. 만나다 보면 정이 생긴다. 그러나 한 번 본 적이 있는 것만으로는 친분이 두텁다고 할 수 없으며, 인정에 호소할 수는 있지만 입을 열기가 쉽지 않다. 처음 만났을 때 마치 오랜 친구 같았으면 모를까 무리한 부탁을 하기 어렵다. 오래됐다(故)는 것은 여러 번 만났고, 안지 오래 됐다는 뜻이다. 그래서 故人(고인), 故友(고우), 故舊(고구), 故知(고지)라고 하는 데,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온 동창이나 동료, 전우, 혹은 오랜 이웃 같은 것이다. 오래됐기 때문에 깊고, 깊기 때문에 내심까지 알 수 있다. 설사 깊이 들어가지 못한다고 해도 오래됐다는(老)는 자체가 체면서는 일로, 어쨌든 얼굴 한 번 본 정도의 사귐보다 효과가 크다.

분명 중국인의 친분은 일반적으로 알고 지낸 시간에 비례한다.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세월이 흘러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라고 친분이란 맛있는 술처럼 오래 묵을수록 향기롭다. 시간이라는 검증을 거치지 않은 친분은 아무래도 믿을만하다는 느낌을 주기 어렵다. 또한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사랑하는 마음이 들게 하기 쉽지 않다. 속담에 옷은 새것이 좋고, 친구는 오래된 사람이 좋다. ‘신혼은 뜨겁고, 옛 친구는 정이 깊다’라고 했다. 우정은 혈육의 정과 다르다. 혈육의 정은 자연적인 것으로 쌓임에 의지한다, 쌓이므로 두텁고 두터우므로 깊어져서, ‘깊고 두텁다’라고 한다. 반대로 쌓이지 않으면 얇으므로 천박하다고 한다. 천박한 사람은 솔직하고 숨김이 없다. 사귈 때 말이 많아서 큰소리치고 호언장담하며 자기자랑이 심하고, 두루두루 넓게 사귀지만 쉽게 약속하고 신의가 부족하며 자중할 줄 모른다. 진정한 우정이란 얼굴은 담담하지만 마음은 기꺼운, 마치 진정한 학문과 예술처럼 보기에는 평범해도 아주 기묘하고 다양하며, 쉬운 것 같지만 아주 어렵고, 두텁게 쌓이지만 잘 드러나지 않음이다.

친분이라는 오랜 것이 좋기는 하지만, 오랜 친구라고 해서 반드시 사귐이 깊은 친구는 아니다. 친분이 오래됐다는 것은 안면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랜 사귐은 일이 생겨서 도움을 청하면 그 사람이 아니라 그 동안의 정을 생각해서 다년간 알아온 체면을 봐서 도와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안면을 생각해서 도와주는 것으로 전적으로 친분이 깊은 정도에 따른 일의 난이도에 달렸다. 이런 각도에서 오랜 사귐도 반드시 믿을만하지는 않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