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치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은 우(禹)왕이다. 우는 그의 아버지 곤(鯤)이 물을 막는 방식으로 치수하다가 둑이 터져서 실패한 것을 교훈 삼아 물을 트는 방식으로 치수해 중국에서 최초로 창지앙(長江 양쯔강)의 물길을 잡아낸 인물이다.
▲ 고대인의 지혜가 보이는 두지앙위앤 모습. 앞에 나온 부분에서 물을 조절하는 빼어난 수리시설이다.
ⓒ2005 조창완
그때부터 중국의 치수는 대부분 물길을 트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지앙위앤은 그런 치수 가운데 하나다. 2250년 전 진(秦)나라 소왕(昭王)시절에 이빙(李冰)이 세운 이 수리시설은 거친 민(岷)강의 물줄기를 내강과 외강으로 분리해내는 시설이다. 잘 조절된 내강의 물은 농업과 생활용수로 활용해 청두(成都)를 '하늘의 마을(天府)'이라 불릴 정도로 비옥하게 만들었다.
▲ 이빙 부자를 모신 사당 얼왕먀오(二王廟)에는 상선약수(上善若水 지극히 착한 것은 물과 같다)라는 노자의 가르침을 적은 판액이 있다.
ⓒ2005 조창완
애민정신의 상징이기 때문에 문화학자 위치우위(余秋雨)는 두지앙위앤을 동시대에 만들어진 만리장성보다 위대한 문화유산이라고 극찬했다. 실제로 이빙은 이곳에서는 신(神)으로 받들어지며, 후세에 많은 이들이 그를 기리는 비를 세웠다.
오랜 기간 그렇게 성난 모습으로 으르렁거렸을 민강의 줄기는 여전히 그 위용을 갖고 있다. 외강을 통과한 물은 다시 길을 재촉해 남쪽으로 가는 물줄기가 갈라지는 루저우(瀘州)를 지나 충칭(重慶)에서 지아링강(嘉陵江)을 만나 본격적으로 창지앙의 물줄기가 된다.
하지만 서둘러 달리던 창지앙의 물줄기는 산샤(三峽)의 끝 지점에 생긴 초대형 댐으로 그 흐름을 달리한다. 이미 140미터 가량 올라간 산샤댐 안에서 '장강(長江)의 앞 물결과 뒤 물결'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창지앙의 물줄기를 바꾼 산샤댐
지난 93년 시작된 산샤댐은 창지앙 산샤 가운데 제일 하류인 시링샤(西陵峽)의 중간에 넓이 1.1km, 높이 175m의 댐을 쌓아 길이 600km의 인공호수를 만든다는 것으로, 지난해 6월 물막이 공사에 들어갔다. 서서히 물 가두기를 시작해 이미 140미터까지 수위가 올라갔고, 발전기도 13개가 가동 중이다. 중국 정부도 가능한 공사 기간을 단축한다는 입장이어서 빠르면 2007년에 공사가 마무리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 산샤댐 위성사진.
ⓒ2005 Digital Globe
중국 정부는 축수량이나 발전량에서 세계 최대인 산샤댐을 중국의 국부인 쑨원(손문)에서부터 창안한 역사적 필연으로 이야기하지만 오는 2009년 완공예정인 세계최대의 수력발전용 산샤(三峽)댐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백만 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실향의 아픔을 안고 고향을 떠나게 됐지만 자연법칙을 인공의 힘으로 제어하겠다는 발상에 대한 반대도 많다. 2001년 8월 작고한 저명한 수리연구가 황완리(黃万里) 교수는 "산샤댐이 결국은 자갈과 진흙이 쌓여 실패할 것"이라며 극구 반대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실패한 대표적 댐 건설 사례로 꼽히는 황허 산먼샤(三門峽)댐을 홀로 반대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과연 산샤댐은 성공적인 프로젝트인가? 완저우 -펑지에 바이티청 - 취탕샤 - 아샤(샤오산샤) - 산샤댐 - 이창 등 산샤댐의 주요근거지들을 돌아봤다.
가난의 도시 충칭, 댐으로 일어서다
가난한 도시 충칭은 최근 몇 년 새 많은 변화를 겪었다. 도시는 여전히 궁색한 모습이지만 지에팡빠(解放壩)나 쓰핑빠(沙坪壩) 등 중심지를 기점으로 수십 층의 마천루가 들어섰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이제 거의 틀을 잡았고, 강가의 유람선도 이전에 비해 더 세련돼졌다.
▲ 충칭 지아링강을 지나는 케이블카. 멀리 보이는 지역이 충칭 우중취로 만만치 않은 스카이라인을 갖고 있다.
ⓒ2005 조창완
1.5위안을 내면 충칭의 중심인 지에팡빠에서 창지앙을 건너가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데 창지앙과 지아링강의 중간에 있는 우충취(渝中區)의 한쪽 전경을 볼 수 있다. 한국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궁리가 주연한 <저우위의 기차>라는 영화에서 인상적으로 그려졌던 케이블카다.
충칭의 발전에는 도시의 앞을 넘실거리는 창지앙의 영향이 컸다. 산샤댐의 중심도시가 충칭이기 때문이다. 충칭에서 600km 떨어진 곳에 쌓은 산샤댐이 국민당의 수도가 옮겨진 이래 침체에 빠졌던 충칭을 다시 일으킨 것. 충칭은 물류의 중심도시가 되는 한편 유람선의 중심도시가 되면서 중요성이 증대됐다.
그러나 이 곳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7월의 이상홍수에 이어 올해 7월 10일에도 따저우(達州)에서만 20명 이상이 사망하는 홍수 피해를 입었다. 이런 이상홍수가 산샤댐 공사와 함께 시작됐다는 점에서 석연찮은 문제제기를 낳고 있다. 또 폭우는 수해의 문제도 있지만 자갈, 모래, 진흙의 유실을 불러일으키는데, 황완리 교수는 이런 토사들이 강바닥에 쌓여 충칭항의 기능을 상실케 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완저우-바이티청-취탕샤-샤오산샤... 경관 위용 죽고, 문화재는 수몰
충칭시 중심에서 300km 떨어진 완저우(万州). 구도시와 더불어 새롭게 형성된 두 지역이 합쳐진 완저우는 물류중심이 될 수 있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 유비가 유언을 남기는 장면을 담은 탁고당.
ⓒ2005 조창완
신도시에 사는 이들은 대부분 산샤 이민자들인데 과거에 부치던 작은 밭떼기마저 잃게 돼 수익원을 잃은 사람들이다. 이들의 최대 우려는 산사태다. 창지앙 주변의 산지는 대부분 천애고도의 벼랑들이다. 그 벼랑을 깎고 올라와 생활하기 때문에 다가올 지반 침하와 그에 따른 산사태가 우려되는 것. 지난해 홍수에 이미 펑지에 등지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만약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수만 명이 사는 이 도시도 순식간에 창지앙의 일부가 되어버릴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지반 검사를 하긴 했지만 주변에서 쓸려가는 땅을 보는 주민들의 시선엔 우려가 가득하다.
완저우에서 120km 떨어진 펑지에(奉節)의 바이티청(白帝城)은 서한(西漢) 공손술이 쌓은 성인데, 나중에 촉나라 유비가 사망하면서 더 유명해진 곳이다. 유비는 이곳에서 두 아들과 제갈량을 놓고 "아이가 무능하다면 정권을 넘봐도 된다"는 파격적인 유언을 남겼다.
이 바이티청은 창지앙 수위로부터 200미터 정도의 높이에 있어 다행히 물에 잠기지 않았지만 이 곳과 연결되던 육로는 모두 끊겼다. 최근에 육로와 바이티청을 연결하는 전통 다리를 만들 계획이 발표되긴 했다.
바이티청에서 다시 배를 타고 가다 보면 산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취탕샤(瞿塘峽)가 시작된다. 입구에는 쿠이먼(夔門)이 있다. 시성 두보의 싯귀, '페이링과 완저우를 지난 물들이 취탕샤 앞 한 문에서 다툰다(衆水會涪万，瞿塘争一門)'가 바로 쿠이먼을 말하는 것이다.
취탕샤는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아름다움은 반감됐다. 쿠이먼의 유명한 석각도 지금은 물에 잠겼고, 그 대신 복제조각이 남겨졌지만 그 느낌은 다르다. 과거 벼랑의 이동로였던 잔도(棧道)도 머잖아 잠길 운명이다.
▲ 샤오산샤 입구인 용문대교 모습. 위는 99년 모습이고 아래는 2005년 8월 모습이다.
ⓒ2005 조창완
산샤의 가장 큰 손실은 여행 자원이다. 수위가 100미터 이상 올라감에 따라 맑은 물이 흐르던 샤오산샤의 물은 탁류(濁流)가 심해져 그 빛을 잃어버렸다. 굴원사, 공명비 등 수없이 많은 명소들도 잠겼다. 또 협소했던 강이 저수지화 되면서 발생한 안개 때문에 여행에 지장을 주게 됐다.
샤오산샤(小三峽)에 있는 판다곰의 모습을 닮은 동굴은 머잖아 잠길 모습이었고, 셴관(懸棺, 벼랑에 매달려있는 관)은 물의 수위가 올라가면서 더욱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이곳과 윈난 등지에서 발견되는 셴관은 벼랑 위에 굴을 파서 관을 안치하는 독특한 장묘 문화다.
창지앙의 탁류가 올라오면서 샤오산샤의 상류인 따닝허(大寧河)의 맑은 물과 만나는 지점은 독특한 모습을 이룬다. 그 자리는 물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지만 쓰레기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때문에 배 몇 척이 쓰레기 수거에 여념이 없다. 수몰지역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쓰레기가 대부분이다. 치울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불가능한 부분도 있어 장기적으로 오염원으로 작용할 부분이다.
산샤댐으로 전력은 '청신호'
우샤를 지나면 창지앙의 마지막인 시링샤(西陵峽)가 시작된다. 산샤댐은 시링샤의 중간부에 있는 싼도우핑(三斗坪)에 세운 댐이다. 싼도우핑은 강 너비가 적당하고, 지반이 화강암이어서 댐의 최적지로 평가돼 산샤댐으로 낙점됐다.
▲ 창지앙을 지나는 화물선 모습. 5천톤까지 다니던 배가 만톤급까지 늘어난다.
ⓒ2005 조창완
축수량과 전력생산 등에서 세계 최대인 산샤댐의 최대 목적은 전력이다. 홍수방지나 물류량 확대(과거 충칭까지 5천 톤까지 한계였던 선박이동이 1만 톤으로 늘어났다), 서부개발 등의 목적도 있지만 전력생산이 가장 급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9월에 이미 14개의 발전기가 이미 완공했다. 그중에 13개가 가동 중인데 시간 당 660만 킬로와트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의 전력난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개혁개방 이래 중국의 경제 정책 가운데 실패한 것이 별로 없지만 전력수급 정책만은 계산에 처참하게 실패했다. 전력 수요가 많은 여름철의 경우 전력이 부족해 광둥은 물론이고 저지앙, 상하이, 지앙쑤, 산둥, 톈진 등지는 순차전력공급도 모자라 가동 중단을 권유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하이나 광둥에서 1000km대에 있는 산샤댐의 건설은 전력난을 극복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이미 에너지가 고갈된 중국에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방식은 석탄 중심의 화력자원이나 건설공기가 들어가는 원자력발전, 혹은 수력발전밖에 없다. 이 가운데 환경이나 안전 문제만 없다면 수력발전이 가장 안전한 자원이다. 산샤댐에 대한 서방이나 한국, 일본의 우려를 말하자 궈전화(郭振華) 산샤댐 건설위원회 대변인은 "화력이나 원자력에 비해 수력이 휠씬 안전한 자원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서북유럽 국가들은 수력자원의 80%를 개발하는데, 우리는 아직 30%만 개발한 상태다. 환경적인 측면 등을 고려해 산샤댐을 봐 달라"고 말했다.
산샤댐은 역사적으로는 '실패한 치수'
▲ 탁류와 청류 사이에 쌓인 쓰레기와 청소 배. 멀리 보이는 쪽이 창지앙물이 올라온 탁류다.
ⓒ2005 조창완
샨사댐을 흘러나온 물들은 얼마 가지 않아 작은 사당 옆을 지난다. 일명 황뉴먀오(黃牛廟)로 불리는 왕링먀오(黃陵廟)다. 이곳은 중국 치수의 왕 우(禹)를 모신 곳이다. 과거 황뉴먀오로 불린 것은 우왕이 치수하던 때 그를 도왔던 동물(곰, 소 등)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당은 명나라 만력 46년(1618년)에 만들어져 중수를 거듭했다. 본전의 왼편 기둥에는 칠이 벗겨져 있는데, '경오년 홍수에 이곳까지 물이 닿았다(庚午年(公元1870年) 洪水至此)'는 문구가 있어 홍수의 무서움을 실감할 수 있다.
사실 산샤댐은 물길을 터서 물을 조정한 우왕이나 두지앙위앤의 이빙 등 성공한 전례를 따른 것이 아니다. 실패한 치수자 곤처럼 물을 가두어 물의 양을 조정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상상하기 조차 무섭지만 산샤댐이 붕괴된다면 창지앙의 하류에 살아가는 5억 명 이상의 생명이 위험에 빠진다.
창지앙에서는 98년에 대홍수가 한번 있었다. '10년 만에 작은 홍수가 지나가고, 100년 만에 대홍수가 지나간다'는 말이 있다. 큰 홍수로 보면 1870년과 1998년에 지나갔다. 산샤가 자잘한 홍수는 물론이고 대홍수를 막아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는 산샤의 상류에서 유례없는 비가 쏟아져, 산샤댐으로 인한 강우가 아닌가를 놓고 논쟁이 일기도 했다.
▲ 산샤댐의 주보 모습. 오른쪽이 수력발전기가 있고, 물이 나오는 부분은 홍수방지용 수리시설이다.
ⓒ2005 조창완
세계 최대의 댐인 산샤댐에 대해 환경론자 등은 적지 않은 우려를 해왔다. 환경단체들은 댐이 어종 및 습지를 파괴하고 궁극적으로 어류, 포유류 및 조류 등 수없이 많은 종의 서식지를 위협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산샤댐으로 인해 서해 등의 바다에 유입되는 담수의 양이 줄어들어 생태계가 변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140미터가량 물이 쌓인 지금까지 산샤댐으로 인한 생태계 변화 등이 보고 되고 있지는 않다.
산샤댐이 그 자체로 상당한 위협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늘어나는 중국의 전력 소비 등을 생각하면 산샤댐은 필요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산샤댐이 없다면 석탄이나 석유 등 화력자원이나 원자력 발전소가 그 기능을 대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6-05-21 07: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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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완(chogaci)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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