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어낸 한국 축구가 골드컵에 나가 졸전 끝에 월드컵 4강 신화를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팽생 한국의 프로리그가 벌어지는 축구경기장 한 번 방문한 적이 없으면서 유독 국제경기에만큼은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의 축구팬들께서 속이 많이 상해있는 것 같아 축구를 유별나게 즐기고 있는 연변의 재중동포들의 축구사랑 이야기가 있습니다.

중국에도 프로리그가 있는데 갑조 리그가 18개 팀이 있습니다. 매년 마다 을조 팀에서 2팀이 갑조로 올라가고 갑조 하위 두 팀이 을조로 떨어집니다. 그런데 중국은 모두 33개성과 4개 직할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행정구역으로 말한다면 33개의 도와 4개의 광역시로 구성되어 비록 도나 광역시에서 제일 강한 팀이 프로리그에 나간다 해도 해당한다고 해도 모두 갑조 리그에 들 수 없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연변조선족 자치주는 길림성 내의 한 개 자치주에 해당합니다. 즉 우리나라로 말한다면 군을 대표하는 팀이 길림성을 대표하여 갑조리그에 속해 있으니 그것 하나만으로로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연변 팀이 잘할 때는 갑조리그에서도 상위에 들 때가 많았습니다. 옛날에는 현대자동차가 스폰서였는데 몇 년 전에 현대그룹이 자금난 때문인지는 몰라도 철수하고 지금은 길림성의 제약회사인 오동이라는 데에서 스폰서를 하고 있습니다. 연변팀의 정식 명칭은 연변오동 팀입니다.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주도는 연길인데 그 인구가 40여만이고 그중 절반이 저희 교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교포들의 생활이 축구하고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원정경기가 있는 날은 티브이에 매달리고 연길에서 벌어지는 홈경기가 있는 날은 항상 표가 매진됩니다. 그리고 승패 결과 없이 경기가 끝나면 연변의 술집은 난리가 납니다. 지면 지는대로 슬퍼하고 이기면 이긴대로 즐거워하며 술을 퍼 마십니다. 그리고 시즌 중 몇 경기는 길림성의 성도인 장춘에서 벌어지게 되어있습니다. 장춘과 연길은 비행기를 타면 1시간 좌우의 거리이지만 기차를 이용하면 대략 9-10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장춘에서 벌어지는 축구 경기의 관람을 원하는 사람을 위해 특별열차가 운행되는데 저녁 10시 정도에 연길에서 출발하면 장춘에는 다음 날 아침 8시 쯤 도착합니다. 기차 안에서 침식을 해결하고 운동장으로 이동하여 축구경기를 구경한 다음에 그 기차를 타고 월요일 아침 새벽에 돌아옵니다. 그런데 그 기차표가 매진된다는 것입니다. 옛날 장사를 위해 중국을 드나들 때 가끔 가다가 일요일 스프츠뉴스 시간에 중국 프로리그가 벌어지는 축구장 모습을 보면 어떤 축구장이건 열광하는 관중으로 꽉꽉 들어차 있는 것을 봤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한국 축구는 어림도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은 한국 축구팬들은 너무 안일합니다. 몇 년이 가도록 축구장 한 번 들리지 않고 언제나 국내 리그가 벌어지는 그다지 크지도 않는 경기장은 항상 텅텅 비게 만들어 놓고, 항상 국제경기가 벌어지는 해가 되면 터무니없이 좋은 성적을 내기를 바랍니다. 제가 생각에는 국내리그가 활성화되지 않고는 결코 한국 축구의 미래는 없다고 봅니다. 한국 축구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을 가슴아파하시는 분들은 앞으로는 국내경기가 벌어지는 경기장을 일 년에 몇 번이라고 방문하시고 나서 그래도 시원한 성적을 못 올린다면 우리 축구 선수들을 비난해도 늦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말 하는 저 역시 같은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